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2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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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마인의 모험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전에는 페르디난드와 밴노같이 그녀의 고삐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귀족원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그녀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죠. 오빠인 빌프리트가 어떻게든 그녀의 고삐를 잡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되려 그녀에게 교육을 받고 있으니 사실상 에렌페스트 영지 학생 중에 마인이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엔 닥치고 돌진하는 성격이다 보니 주변이 보이지 않는 건 여전해서 도서관을 발견하고 닥돌 후 신에게 기도를 올렸더니 그동안 쭈욱 잠들어 있었던 토끼형 마술구 슈바르츠와 바이스를 깨워 버림으로써 또다시 마인의 전설이 시작됩니다.

 

왕족이 대대로 남긴 유물이고 왕족만이 관리를 맡는다는 마술구 슈바르츠와 바이스가 일단은 영주 후보생이긴 하지만 말단 영지이고 왕족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마인이 주인으로 선택되다 보니 그 마술구가 무엇에 쓰이냐보다 그것의 주인으로 인정이 되면 왕족과 관련이 된다는 즉, 신분 상승이 된다는 통념에 따라 귀족원은 마인으로 인해 파란의 구렁텅이에 빠져듭니다. 페르디난드가 알았다면 위에 빵꾸날 사건이죠. 나중에 알고는 정말로 빵꾸날 지경에 몰리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그런 대단한(?) 마술구를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중소 영지 소속의 마인이 터억 주인이 되었으니 다른 영지가 가만히 있을 리 없게 되죠.

 

당연히 소동이 일어나고 싸움을 걸어오는 골빈 귀족도 있기 마련입니다. 서열 6위(마인의 영지는 13위)의 대영지 소속의 학생들이 모함+시비를 걸어오고 디터라는 게임을 통해 슈바르츠와 바이스의 주인을 가리자라고 이야기를 흘러가버립니다. 그 게임에서 마인의 악랄함이 유감없이 발휘되는데요. 상식의 틀을 깬다면 좋은 말이고 야비함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자는, 기사 정신이 살아 있는 이 시대의 귀족들을 상대로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걸? 여기에 악마가 있습니다. 상대가 야비함을 물고 늘어질까 대뜸 상대를 추켜세우는 서비스 정신까지, 날 건드리면 아주 ... 되는 수가 있어를 몸소 보여줘요 아주 그냥.

 

귀족 서열은 같아도 영지 부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사실상 자신들보다 윗서열인 대영지를 상대로 말이 좋아 고군분투이지 자존심을 밟아 버렸는데 페르디난드와 양아버지인 질베스타가 알았다면 대노할 사건이었죠. 안 그래도 힘이 없어 중립을 선언하며 정변도 겨우 피해 가고 오늘내일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대영지에 찍히면 어쩌자는? 같은 심정이었겠지만 그래도 싹수가 노란 대영지가 아니었는지 마인과 다르게 야비한 짓은 하지 않고 있군요. 하지만 그 게임을 통해 에렌페스트가 얼마나 약골인지 알아버린 마인은 두통이 나날이 늘어갑니다. 이런 건 누구에게 떠넘기면 돼. 그래! 아버지 칼스테드(기사단 단장)에게라던가? 악마 기질은 가족이라도 비켜가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고민이 있는데 좀 상담해줄래?' 어느 날 다가온 꿈같은 만남... 은 개뿔. 만날 때마다 꼬맹이라고 비하하는 제2왕자의 등장은 마인의 비위를 슬슬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성녀라고 해서 찾아와봤더니 뭐 이런 꼬맹이가 다 있어 하는 게 제2왕자의 소감. 그런 왕자에게 고민이 있었으니.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됨? 이러면서 마인에게 상담을 해오니 난 여자로 보이지 않나 봐? 하는 게 마인의 심정이었다고 서술되어 있었다면 얼마나 웃겼을까요. 다행히도 상대 여자도 왕자가 그렇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정치적으로 얽히기 싫었던 상대 여자는 왕자를 좋아하는 눈치지만 그렇다고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실 원래는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자신과 비슷한 등급의 귀족을 만나는 건 크게 상관이 없는데 왕자를 서슴없이 만나는 건 파벌 역학 관계에 악영향도 있고, 왕자에게 시집갈 흑심이라도 있는가? 하는 오해도 사기 쉽고, 왕자가 좋아하는 상대 여자도 영지 서열 중 제1위를 달리는 대영지. 아까 마인의 게임 상대였던 대영지는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왕족에 버금가는 그런 대영지의 영애와도 서슴없이 만나는 것에서 나중에 알아버린 페르디난드와 질베스타는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버릴 지경이었죠. 제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고생하는 건 시종들이고 수십 년을 시종으로 살아온 수석 시종 리카드다가 학을 뗄 정도로 마인의 폭주는 사람 여럿 잡을 기세로 터져 나갑니다.

 

정작 마인은 그런 건 애초에 내 머릿속에 없다는 식으로 왕자의 짝사랑 앓이에 동참해서 조언도 해주고 나는야 사랑의 큐피드라며 쏘다니고 있으니 이걸 어떡한다냐. 근데 정말로 큰 문제는 이게 아니었죠. 제2왕자가 좋아하는 영애를 다른 왕자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 수라장이 펼쳐질 것인가? 그건 니들이 알아서 하고 하는 게 마인의 심정. 불경죄로 목이 달아나도 수십 번을 달아났을 상황에서도 태연한 마인의 심장에 건배를. 그걸 다 보고받은 페르디난드와 질베스타에게 애도를. 오랜만에 볼 쭈욱 늘리기 당하는 마인이 귀엽습니다. 제어가 없으니까 전력투구만 해대는 마인은 자신이 뭘 저지르고 있는지 알면서도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악순환입니다.

 

아무튼 오늘내일하는 중소 영지인 에렌페스트를 널리 알리고 돈을 벌어야 되는 막중한 임무도 받아요. 애들에게 뭘 시키는 건지. 일단은 마인이 개발한 상품들을 홍보하고 왕자 등에게서 오더를 받아요. 이게 또 마인이 멋대로 저지르는 통에 벤노를 위시한 상인 연합의 관계자들 위도 빵꾸내버리죠. 저지르는 건 넌데 왜 우리가 뒤치다꺼리? 잘못 했다간 목이 달아나는 수준이 아니라고. 왕위 쟁탈전이라는 정변이 있는지 얼마 되지 않은 뒤숭숭한 지금에 왕족의 오더를 받아서 뭐 어쩌려고. 그녀(마인)를 귀족원에 집어넣은 질베스타와 페르디난드에게 저주를. 그치만 귀족원에 넣지 않으면 귀족 취급을 안 해주는걸...

 

맺으며, 리뷰에 약간 각색이 들어가 있습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마세요. 아무튼 이번엔 초반만 좀 지루하고 중반부터는 술술 읽힙니다. 마인의 야비함이 드러나는 부분은 압권까지는 아니지만 꽤 재미있어요. 왕자의 사랑 앓이에 동참해서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게 참 당돌하죠. 사실 이런 부분 자체가 불경죄에 해당되어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마인에게 자존심을 세우지만 그녀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하는 왕자가 상당히 귀엽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왕자에게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상대 여자와 심각한 어긋남, 사실 마인의 앞 날보다 왕자가 앞으로 어떻게 되나 하는 게 더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어른도 깜짝 놀랄 지식이 있으면서 세상 살아가는 상식이 없어 주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게 여실히 드러난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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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2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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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실피(쿼드 엘프)를 덮치려다 아빠에게 들통나서 멍석말이 당해버린 주인공 루데우스, 현실에서 이런 적극성(행동력)으로 살았다면 괜히 뚜둘겨 맞고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인간은 꼭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후회를 한단 말이죠. 이번엔 실수하지 말라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삶, 이쪽 세계에선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야지라고 다짐하며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영재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만. 하지만 전생의 방구석 폐인 기질이 남아 있었던 건지 아니면 몹쓸 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여체의 신비를 갈구하기 시작하죠. 겸사겸사 공부와 수련도 하지만, 그 첫 번째 희생양이 실피였군요. 파울로는 자꾸만 아들 루데우스에게 의존해가는 실피를 보다 못해 아들을 멍석말이해서 큰아버지 댁 가정교사로 보내버립니다.

 

5년이라는 유예 시간이 루데우스에게 주어지죠. 그런데 실피를 몹쓸 몸으로 만들어 놓고 훗날 아수라장을 연출하려는지(그런 일 없음) 또다시 실피의 전철을 밟기 위해 희생양을 찾습니다. 사실 희생양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만. 그의 노골적인 성x활을 비춰보면 희생양이라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파울로의 큰아버지 '사울로스'의 손녀 '에리스'와의 만남은 그에게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까. 자, 연애 시뮬 게임처럼 에리스도 공략해서 나만 바라보게 할 것인가. 실피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이 왜 여기에 좌천(?) 되었는지도 모른 채 일단 눈앞에 닥친 일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에리스의 가정교사가 되어 5년 동안 분골쇄신하겠노라고 다짐은 합니다. 그런 그에게 신은 천벌을 내리죠. 살면서 이렇게 뚜뚤겨 맞은 적이 있었던가 싶었을 겁니다.

 

흉포하니 먹이를 주지 마시오. 에리스의 첫인상을 딱 그렇습니다. 우리에서 풀려난 맹견이라면 애교스럽고 한창때의 맹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싸가지 없다며 말보다 주먹이 나가고 남자 위에 올라타서 양손을 무릎으로 눌러 찍고 안면을 마구 줘패는 히로인이란.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기가 세다고 하면 그건 칭찬이겠죠. 그래도 그녀는 검술엔 일가견이 있어서 제법 실력은 되는데 어쭙잖게 배운 무술(검술)이 더 흉악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뭔가를 부탁할 때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묶고 냥냥~ 거리는 모습에서 오는 이 괴리감은 무엇? 이런 머리에 꽃 꽂은 여자애를 무슨 수로 가르친단 말인가. 아버지(파울로)와 한때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검왕 길레느(수인족)에게 조차 야밤에 습격할 정도로 당찬 여자가 바로 에리스란 말입니다.

 

그녀(에리스) 나이 9살, 루데우스 7살, 한 자릿수 밖에 되지 않는 애들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슨 일은요. 할애비(파울로 큰아버지)가 다 교육을 말아먹은 덕분이고, 아빠(필립)의 방임주의가 불러온 재앙일 뿐...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니까. 산이 높으니까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죠. 연애 시뮬 게임도 다 초반엔 저런 흐름입니다.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이번 에리스 에피소드는 흉포한 히로인을 갱생 시키는 걸 골자로 하고 있어요. 괜히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마냥 지식을 이용해 그녀에게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 하죠. 근데 이런 전생물을 보다 보면 늘 궁금했던 게 전생의 IQ와 전생후의 IQ는 합쳐지는 것인가이군요. 평준화된다면 딱히 이세계 전생도 좋지만은 않은 듯. 아무튼 너무 예리해서 철도 뚫어버릴 바늘 같은 에리스의 기를 어떻게 꺾을 것인가. 이건 뭐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연애시뮬 게임처럼 엔딩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 과정이 어떤가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사실 과정을 거치지만 큰 이야기는 없어요. 있는 건 성추행뿐...

 

아무튼 그렇게 3년이 흐른 어느 날, 올 것이 오고야 맙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고 아시겠지만 '전이 사건'이 터집니다. 그동안은 가족과 유대 그리고 가정이라는 틀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세계를, 그리고 슬픔을 주제로 이어지죠. 그걸 위해서 이번 2권은 에리스 에피소드 이외에도 세계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이 사건은 주인공이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련이겠죠. 그리고 이걸 읽은 독자는 가슴 먹먹함과 답답함 그리고 초조함이 찾아올 것이고요. 이런 감정을 가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입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감정이입 시키는 능력이란, 몇 번 안 나온 에리스의 엄마 힐다조차 전이 사건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불러올 정도니까요.

 

맺으며, 남자는 일단 잘생기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다나카('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얼굴보단 내면일까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빌어먹을 세상이 이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데우스가 부럽다면 다나카는 불쌍하죠. 마구 만져도 호감도가 올라가는 이 작품과 마구 만지면 범죄자 신세가 되는 다나카, 그래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 성에 관련된 것에서 거침이 없다는 것이죠. 숨기고 빼고 그런 것보다 대놓고 표현하니까 시원시원한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 '필요할 때만 신을 찾는 일본인'같이 개그성 표현도 두 작품 다 거침이 없죠. 근데 10살에 벌써 발정 오는 건 좀 참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동정이라서 실패했지만 다나카같이 지식이 있었다면 누군가는 아청법으로 잡혀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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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1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아다치 신고 외 그림, 박경용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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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고블린 슬레이어 씨리즈는 본편인 라노벨 보다 코믹화한 만화가 더 다크 한 모습을 보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글로 된 상황 설명 보다 직접적으로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은 뇌리에 더 각인되고 맙니다. 두뇌 연산 처리에서 몇 단계를 생략하니까 와닿는 감각이 더 크다 할 수 있죠. 외전인 이어 원 또한 그러한 면을 보이는데요. '쿠로세 코우스케' 작가가 그린 본편 코믹도 제법 다크 한 모습을 보이나 '사카에다 켄토' 작가가 그린 외전인 이 작품은 정말 비위가 약한 사람은 고개를 돌릴 수도 있는 어두운 장면이 꽤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 첫 번째로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직 꼬맹일 적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 떼를 표현한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막내(고블린 슬레이어)를 숨기고 어떻게든 고블린을 쫓아내려 했던 그의 누나들의 비참한 상황,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몰살하고 여자들은 겁탈하는, 사실 이런 부분은 중세 시대 국경을 맞대고 있던 마을이나 도적 떼들에게 습격을 당한 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이 작품은 고블린으로 대체를 하였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누나들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이 미끼가 되어 맞서지만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그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증오를 가슴속에 키워 갑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비기닝에 해당하는 이야기...

 

5년 후, 본편으로부터는 5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고블린 퇴치를 맡아 혼자서 소굴로 향하는 그는 전설을 만들어 가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는 듯이 흠씬 뚜뚤겨 맞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어 갑니다. 여기서 두 번째 어두운 장면이 들어가 있죠. 마을 여자가 고블린에게 납치되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19금이라서 그런지 표현에 거침이 없습니다. 본편도 그러한 장면이 있지만 외전인 이 작품은 조금 더 적나라하다고 할까요. 아직 1권이라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본편이 되는 라노벨보다는 확실하게 다크 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주변 인물에 대해 넘어가 보자면, 소치기 소녀는 운 좋게 마을을 떠나와 삼촌댁에 머무는 덕분에 화를 면했죠. 하지만 이것이 족쇄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떠나오던 날 도시에 놀러 간다고 들떠서 그와 싸웠던 일, 그로 인해 도시에 대한 거부감, 그와 다툰 이후 제대로 화해를 못한 미안함, 자신은 살았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혐오감, 그걸 감추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던 나약한 모습의 소치기 소녀의 표현은 외전 라노벨보다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한 그녀의 시야에 죽을 줄 만 알았던 소년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이제야 자신은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접수원 누님은 신참의 티를 벗지 못하고 우왕좌왕, 실수를 밥 먹듯이 하고 고블린 퇴치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것에 한탄을 내쉽니다. 그럴 때 짜잔~하고 나타난 게 이후 고블린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그였으니, 두둥 접수원 누님에게 찬란한 영광이 있으라. 여왕에게 충성을 받쳐한 몸 혹사하겠나이다. 같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 룰루랄라 가는 그에게서 처음부터 이성엔 관심 따윈 없어하는 아우라가 마구 뿜어져 나옵니다. 접수원 누님에게 나무아미타불. 그렇기에 이성이 잘 따르는 것이겠죠. 흑심을 품기보다 이(빨)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를 빼내주듯 시원함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는 것이죠.

 

어쨌건 간에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와 대척점이 되는 모험가도 등장합니다. 조금 스포 하자면 아마 2권에서 뼈저리게 모험이란 무엇인지, 얼마나 주제넘게 이 일을 얕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모험가의 등장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든 걸 버리고 얼마만큼의 사도의 길을 갈려고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도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묵묵히 걸으며 뜻하지는 않았지만 생활 밀착형으로 고블린을 퇴치 해주며 사람들에게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면서 그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에서 그는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한 외전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이렇게 멋진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실 멋지다는 건 어폐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고뇌와 아픔이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작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군요.(모 출판사의 다나X 코믹은 정말) 다음 권이 나와주길 고대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외전 라노벨도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는데... 작화 실력은 본편 코믹 보다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 일단 2권이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구성도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짜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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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의 마법사 1 - 재능 없는 제자의 수행담
마요이 도후 지음, 뉴무 그림, 이승원 옮김 / 라루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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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출판계에서 진행 중인 이세계 전이물이라지만 일본에서 언제 나왔는지 모르니 싸잡혀 비난받기엔 억울할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 또한 이세계 전이물이고요. 고등학교 한 학급을 유괴하다시피 이세계로 전이 시켜버린 마법왕국 아델하이트라는 나라는 다가올 마왕과의 결전을 대비한답시고 애들을 용사로 치켜세웁니다. 게임 감각으로 환호하는 아이들에게서 이 작품의 일그러짐을 엿볼 수가 있죠. 그걸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스테이터스 공개로 아이들 사이에 힘의 강약이 정해지고 보통 이렇게 힘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이야기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괴롭힘당하는 아이가 생깁니다. 일명 무능아라는 것이죠.

 

히로인 '하루나'는 현실에서 만능 스포츠 걸로 구기 종목부터 해서 격투 부분까지 섭렵한 셀럽이지만 이세계에선 마을 아낙보다도 못한 스테이터스가 공개되어 버리고 맙니다. 현실에선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여걸이 이세계에선 아낙 수준, 당연한 수순으로 반 아이들에게선 경멸이라는 단어가 생기죠. 그래서 아이들을 소환한 '요셉'이라는 영감은 이 하루나를 '데니스'라는 남자에게 보내버립니다. 일명 무능아 떠넘기기인데요. 데니스는 십수 년 전에 이세계로 흘러든 하루나와 마찬가지로 전이자입니다. 마법사로써 높은 경지에 이르러 왕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임에도 그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나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가 그대로 성장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목욕신에서 오늘 처음 본 데니스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거의 전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데니스에게 제자로 들러간 이유도 자신을 경멸한 아이들에게 으스대기 위해서라고 하죠. 마법을 배울 때도 머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싫어하면서 동화책에 나온 고블린 용사에 심취해 노력하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순수함을 바탕으로 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은 정도가 없고 데니스는 매일 상처를 받아 가죠. 하루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성격일까. 그건 현실에서 아무도 그녀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윤리를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무능아와 왕국 최고 실력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그는 하루나를 제자로 받아들이죠.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홍콩 영화 배우 성룡이 출연하는 가령 취권이라는 영화를 보면 성룡이 사부를 찾아가 혹독한 수련 끝에 강해지는 그런 수순이었다면 이것도 하나의 왕도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나는 정권 찌르기로 만으로도 레벨이 쑥쑥 커가요. 결국 사부가 할 일은 그녀가 앞으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만 제시할 뿐 할 일은 없게 되죠. 하루나는 뭘 해도 안 되는 무능아가 아니라 레벨 1부터 성장하는 타입이었던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왕도냐 정도냐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능아는 더이상 무능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걸 알게 돼요. 돼지우리에서 진주를 찾은 격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는 식상한 이야기겠죠.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보통 이런 작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라는 클리셰임에도 그걸 벗어나 바로 히로인(주인공)을 비틀어 버린다는 것이군요. 물론 같이 소환된 다른 아이들에게도 문제는 보입니다. 힘의 서열에 취해 어제까지 사이가 좋았던 절친을 깎아내린다던지 힘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왕도적인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역시 룰이 없으니 해치우기 쉽네' 이 말은 하루나가 수련의 목적으로 코볼트 사냥에 나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여기서 룰이란 현실의 법률이라 할 수 있죠. 그녀는 현실에서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노력을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게 커지면서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죠. 그러나 노력은 하되 인간의 존엄성은 해치지 말라는 교육은 받지 않은 듯한, 제일 섬뜩했던 게 검도 시합에 나갔을 때입니다. 하루나와 대결했던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죠. 시합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마치 진검으로 승부하는 것 같은 귀기가 있었다고, '룰' 그 족쇄가 이세계로 오면서 풀어지게 됩니다.

 

코볼트를 사냥하면서 피에 대한 거부감 전무, 인간형 마물을 해치면서 피로 칠갑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꼬리를 서슴없이 자르는 모습에서 이런 거와 동떨어진 현대를 살아갔던 여고생이 할 짓인가하는 의문이 생기죠. 픽션이고 다른 이세계물의 주인공들도 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녀의 성격을 대입하면 섬뜩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하죠. 그 예로 슬럼가에서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 범죄자들을 마물로 취급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깨부숴버린다던지 수십 명을 죽이면서도 정신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다든지, 범죄 집단 소굴에 잡혀 강x을 당했던 여자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든지...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모른척하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죠. 어떻게 보면 공과사를 극명하게 본다는 주인공 답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놓고 노력의 결과라고 할 히로인(주인공)이라는 것이죠. 아니 범죄자 소탕에서 이미 그녀는 그동안의 수련의 성과를 볼 겸 대인전 경험이 목적이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근데 뭔가 삐걱거리는 걸 알 수 있죠. '룰을 팔아먹고 윤리까지 팔아먹은 거냐'라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철봉으로 범죄자 머리를 일격에 터트려 버리는 대목은 또 쓰지만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이면엔 '데니스'라는 사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기도 현실 일본에서 온 문명인이라면 그녀가 하는 일에 제어판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일절 관여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추기기만 하죠. 이런 성격은 하루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나는 제어가 없으니 무엇이 올바른지 하루나는 더더욱 모르게 되죠. 범죄자라고 다 같은 범죄자도 아니고 죽어마땅한 범죄자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범죄자도 있습니다. 죄목을 판단하는 건 사법부이지 정의랍시고 개인이 휘두르면 사회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은 하루나가 그걸 모를 리 없었을 테죠.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로 불리는가를 하루나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타인이 받는 고통을 모르니까...

 

맺으며, 하루나는 노력을 맹신한다고 할 수 있어요. 노력만 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 근간이 그녀를 키우는 원동력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죠. 현실에서의 검도 시합도 그렇고 중간중간 그녀의 행동을 서술한 부분 등 무엇이든 노력으로 뛰어넘고 성취감을 느껴가는 것에서 아름답다기 보다 소름이 돋습니다. 분명 밝은 계열 판타지인데 이런 흐름이다 보니 다크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랄까요. 순수하니까 잔인하다. 천진난만하니까 직설적이다. 즉 그녀는 이런 자신을 의문시하지 않고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자칫 무미건조한 이세계 전이물로 그냥 그런 작품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에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스파이스를 넣으면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게 있습니다. 하루나만이 아니라 남주 데니스 또한 그런 면을 보이는데요. 범죄자 소탕전에서 데니스가 보여준 행동은 하루나를 뛰어넘는 것에서 그의 성격도 어딘가 파탄이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하루나 이외의 인물들에서도 행동을 속박했던 법률이 없어졌을 때 무엇이 일어나나 같은 것도 보여주죠.. 이건 다른 여타 클래스 이동물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는 하지 못합니다만. 우리가 룰을 지키며 살아야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겠습니다.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히로인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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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답소환 :// 블러드 사인 2 - NT Novel
카마치 카즈마 지음, 이카와 와키 그림, 김소연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설정에 관한 건 1권 리뷰 https://blog.naver.com/ssi29/220607395684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쓸려니 귀찮네요. 1권이 나오고 무려 3년 만에 2권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1권 증쇄는 없고요(다 절판). 누가 NT노벨 아니랄까 봐. 아무튼 어마금으로 유명한 카마치 카즈마의 또 다른 작품인데요. 내용적으로 보면 여느 라노벨과 비슷한 중2병이라는 가방을 둘러매고 설정엔 어딘가 구멍이 보이지만 필력으로 그걸 막아버리는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력을 너무 구사하여 독해력을 엄청 끌어올려버리는 바람에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단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1권에 이어 2권도 키워드는 '언니'가 되겠습니다. 동생을 위해서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언니의 눈물겨운 행동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2권에서는 수년 전 살해당한 언니의 유령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어그러짐이 발생한 '도서 위원(끝까지 본명 안 나옴)'이 언니라는 유령이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것으로 인해 언니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는지 새삼 깨달아가는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언니라는 유령이 자신의 삶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나는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주인공 '쿄우스케'에게 성불 의뢰를 하죠. 하지만 그것이 세계를 지킨다는 인류 멸망급 사건으로 발전할 줄이야 지금은 알았겠습니까.

 

뭐, 아무튼 머리가 아프네요. 뭘 어떻게 리뷰를 써야 될지 감이 안 잡힙니다. 350페이지라는 라노벨치곤 약간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하지만 그 안에 함축된 내용은 이보다 많은 분량을 자랑하거든요. 거기에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색깔이 극명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 허투루 쓸 수가 없어요. 또한 처음부터 결말이라는 스포일러를 안고 가기에 이보다 리뷰 쓰기 부적합한 작품도 없다고 자부하는군요. 당장에 표지모델인 학생회장(앞쪽 캐릭터)만 봐도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입니다. 그녀는 핵심까지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실마리를 쥐고 있어서 그녀를 언급하면 자연스레 스포일러도 같이 까발려지는 부조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약간 스포일러 하자면, 학생회장과 도서 위원의 관계를 들 수가 있는데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소환사와 빙의자가 주축이 됩니다. 소환사는 다른 세계에서 피조물을 불러내 빙의자 몸에 부착해서 적대자와 싸워요. 여기서 특이한 게 저렇게 글래머(이 단어도 이젠 성차별이려나)인 학생회장이 당연 진히로인이라 생각하겠죠. 그리고 소환사 주인공의 빙의자 되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추측. 하지만 그렇게 생긴 히로인에게 속지 말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합니다.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듯 어딘가 음침하고 음흉할 거 같은 도서 위원이 이야기 진행에 주축이 되어 히로인일 거 같은 여자를 밀어내 버리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게 주인공과 도서 위원은 소환자와 빙의자라는 페어가 되어 세계를 자기 멋대로 주무르려는 악당과 맞서 가죠. 그 과정에서 수년 전에 죽었던 언니의 유령이 왜 지금 자기 앞에 나타났는지 조금식 알아가는 도서 위원의 마음의 변화가 참 애달프기 짝이 없어요. 거기에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생을 시기하지 않고 진정한 축복을 내려 주려는 언니의 마음도 참 애달프게 합니다. 그 마음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고 세계보다 개인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갈등도 심도 있게 잘 표현 해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행복엔 발 벗고 나서면서 정작 자신의 행복은 등한시하는 주인공은 누가 구원해줄 것인가 하는 난제도 나타기도 하죠.

 

난제? 해답이 있기야 있어요. 그게 진성 얀데레 '하얀 여왕(1권 표지 모델)'이라는 것에서 주인공에겐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상황이라는 것이지만요. 이번에도 등장하여 주인공을 아주 못살게 구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인과를 비틀어버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면서 주인공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맙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줘도 보답받지 못하는 인생, 과거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리도 착 달라붙어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였군요. 참고로 하얀 여왕은 소한되는 피조물입니다. 피조물중 최상위 미답급으로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 세계가 멸망할 수 있는,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죠.

 

맺으며, 괜히 미사카 시스터즈를 만들어낸 작가 아니랄까 봐 언니와 동생이라는 유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의 유대가 도서 위원과 죽은 언니에게로 이어지는 것에서, 다른 내용을 다 떠나서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리얼충 폭발해라 일색인 초반 스토리는 좀 오글거려서 읽기 거북한 점도 있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그게 다 세계의 평화와 이어지는 사전 포석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나서 짜증은 좀 수그러들었긴 합니다.

 

아무튼 누가 어마금 작가 아니랄까 봐 히로인들은 참 많이 나오는데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보다 처절한 작품도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 점(히로인)은 어마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잊혀진다는 소환자 특성에서 오는 부조리이지만요. 그럼에도 달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운명은 참 안타깝게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 주겠습니다. 초반 리얼충 폭발해라에서 점수가 깎였고, 설정에서 말로 때우는 부분이 많아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독해력 요구하는 부분은 이런 점을 커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건지 아님 필자의 머리가 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자의 머리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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