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빨로 연명합니다! 4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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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로 장작 좀 패라고 했더니 자기 발등만 계속 찍어댄다. 이세계로 넘어와 앞 날이 캄캄한 마을사람 A로 살아가기보다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겠다고 포션 생성 능력을 치트로 받았는데 이게 또 이세계에선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었군요. 실제 나이는 15세로 잡았는데 캐릭터 생성에 실패해서 외모는 12살 어린 애이고, 눈매는 찢어진 여우 눈에다 어리숙 해 보이기까지 하니 거둬들여서 포션 좀 빨아먹겠다는 귀족이나 왕족 나아가 신전까지 파리 꼬이듯 꼬여 드니 애가 독해지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여신님 친구이니 사도이니 사칭을 하며 격퇴는 하였습니다만. 이게 또 자기 발등을 찍게 되는 시초였으니 이때 카오루(주인공)는 자신이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될 거라는 걸 알기는 했을까요.

 

아무리 절대권력을 자랑하는 실물 여신의 친구이자 사도라고 엄포를 놓아도, 꿍꿍이가 있는 놈들 엉덩이를 찰싹 때려줘도 어떻게든 그녀를 구슬려 내 사람 만들겠다는 사람은 끊이질 않았으니 자리 잡고 느긋한 생활은 꿈꿀 수가 없었어요. 나아가 포션 대응만도 벅찬데 옆 나라 침공을 격퇴하고 성국인지 성게국수인지하는 종교가 세계 제일인 나라도 뭉개 버리고, 성검 엑스칼리버까지 소환하는 등 구국의 영웅질까지 하니 버틸 수가 없군요.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애가 그냥 나쁜 게 보이니까 설레발치는데 이게 자기 발등을 찍는다는 겁니다. 전생에서 못다 핀 청춘을 이세계에서 만끽하겠다고, 남편을 찾아 가문의 씨앗을 퍼트리겠다고 공언해 놓은 주제에 하는 짓은 세계 멸망급이었으니...

 

이야~ 포션으로 니크로글리세린(다이너마이트)을 만들어 신벌이라며 펑펑 터트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갈수록 그녀의 능력은 도라에몽 4차원 주머니보다 더 산박해지기 시작하는데요. 포션병으로 전투 마차를 만들고, 범선까지 만들 땐 이거 미친 건가 싶더라고요. 포션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약재이든 음식 재료이든 마치 떠먹는 요구르트에 부록으로 끼여있는 초코과자처럼 못 만드는 게 없어요. 압권은 포션병으로 성검 엑스칼리버를 만들어 프란세트(호위 기사)에게 줘서 적군을 도륙 시키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하죠. 이런 것들이 조용한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걸 자각하지도 못해요.

 

그래서 레이에트라는 자그마한 여자애를 주워다 기르면서 여기가 고향이겠거니 하며 장사를 시작했는데 결국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이세계로 넘어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안주할 땅은 찾지 못했고, 신랑감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으니. 브란코트 왕국(발모어 왕국인가)에서 시작한 여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남쪽 나라로 넘어와 회를 먹겠다고 설레발치는데 회 문화가 없는 이세계에서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결국은 기생충 등 좋지 않은 것들을 발견해주는 장치까지 포션병으로 만들어 재끼니 이 작품의 문제점을 어디서 어디까지 지적해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군요.

 

근데 사실 이런 건 여행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지방의 먹거리를 탐방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알아간다. 많은 것을 보고 견식을 넓히고, 근데 그런 여행뿐이라면 악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는 않겠죠. 이번에는 지방 도시에서 만물상점을 열었는데 엄청 희귀한 약재를 시세를 알아보지도 않고 팔아 놓고는 그걸 구입해간 사람에게 오히려 상식이 없는 인간이라고 매도하고 자빠졌으니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악마 기질은 여전합니다. 일러스트 표정은 마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레프카 같은 게 그녀가 하는 짓은 딱 그런 인상, 자신의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기.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워서 패가망신 시키기. 아마 곱게 죽지는 못하겠죠.

 

 

그건 그렇고, 좋은 말로 표현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것이고 나쁜 말로 표현하면 이세계 문화 침략이라고 해야 할까요. 문명이 뒤떨어진 이세계에서 신문물과 지식을 전파해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 혹은 해방 시켜준다. 발전시켜준다. 일제 식민시절과 비견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차이점이라면 강제적이냐 아니냐겠죠. 이세계 문화 전파 계열을 보면 거의 다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현대의 지식을 이세계 사람들에게 전파하여 삶의 질을 개선한다. 다만 이걸 빌미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지배를 하지 않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죠. 주인공 카오루는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지식을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게 어떤 나비 날갯짓으로 돌아올지는 생각도 안 한 채 그저 이세계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이죠. 여담으로 마왕용사라는 작품을 보면 폐해가 얼마나 큰지 잘 나와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녀의 제일 큰 업적은 위에서도 언급한 범선이 되겠습니다. 나룻배 밖에 없는 이세계에서 획기적인 운송수단 발견이죠.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더 큰 족적인데, 그래도 그녀는 이런 걸 이용해서 떼돈 벌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악마짓을 하면서도 약간은 착한 짓이랄까요. 이번에는 착한 짓 하는 김에 가문을 찬탈하려는 못된 놈을 혼내 주기도 하고, 마을을 탐내는 도적들을 퇴치해주는 등 한편으로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요.

 

근데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좋은 말로 하면 난처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의로운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린 이걸 호구 내지는 호갱이라고 하죠. 물론 대가 없이 선의의 행동을 하는 분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사실 파고들어가 보면 멍청한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안 하고 포기하고 있다가 주인공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다. 같은, 이런 부분에서 이세계인들은 무지몽매하고 현대인(주인공, 일본인?)들은 우월하다는 약간은 선민사상을 엿보게 해서 찜찜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비난할 수도 없는 게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마냥 난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폄하할 일은 아니긴 합니다.

 

맺으며, 포션으로 못 만드는 게 없던데 보면 볼수록 남편감도 포션으로 못 만드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성검이든 범선이든 귀한 약재까지 순풍순풍 만들어 재끼는데 왜 남편은 못 만들까. 머릿속에 이상형을 입력하면 그에 맞게 별별 게 다 튀어나오는데, 이제 이건 포션이 아니라 물질 생성 치트 능력이라 불러야겠죠. 아무튼 누가 같은 작가 아니랄까 봐 능균과 금화 8만 개에서 써먹었던 주제를 갖다 쓰고, 흔해빠진 도적들에게 먹힐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해주는 등 흔한 클리셰의 향현이었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다면서 나서서 설레발을 치니 그게 목줄이 되어 자기 목을 조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우둔함까지. 사실 FUNA 작가의 작품은 그냥 가볍게 읽기엔 좋죠.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읽는 사람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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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4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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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는 일을 저지를 때 배덕감을 느낀다고 하죠. 가령 이성 관계로 예를 들자면요. 1부 다처제나 1처 다부제(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함)가 아닌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1부 1처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겁니다. 인간은 동물계이지만 그렇다고 짐승은 아니죠. 굳이 종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윤리적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윤리규범을 지키며 살아가지 않으면 죽는 체질도 아니기에 때론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데요. 일부에서는 이걸 모험심으로 포장하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려 하죠. 그래서 내가 하지 못한 무언가를 만났을 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거기에 빠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이 작품은 그런 게 있죠. 히로인을 대량으로 출연 시켜서 용인되는 양다리를 거치게 하는 것이 아닌, 윤리적 규범을 따르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몰래몰래 만나서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배덕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나아가 궁극적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은 대놓고 배덕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얼굴에 철판을 깔아가기도 하죠. 뭐, 이건 차후에 더 언급하기로 하고요. 어쨌든 아직은 시작점이라서 그런지 일탈을 꿈꾸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이고 히로인이고 다들 10대 초반(록시 빼고)인데 벌써부터 손대면 배덕을 넘어 범죄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죠. 예로 에리스의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수인 사랑이라던지, 범죄자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장면 등 좋은 말로 포장해주기엔 무리가 있는 장면이 제법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이 사건에 휘말려 마대륙으로 날려간 주인공 루데우스와 히로인 에리스는 중앙 대륙 아슬라 왕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족 루이젤드를 만나 보호를 받으며, 모험가로 등록하여 돈을 벌며 시작한 여행은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꼼수를 쓰다가 걸려서 협박도 당하고 강한 마물을 만나 죽을 고비도 넘기기도 하면서 성장을 해가는데요. 이 작품의 특징은 여타 먼치킨물처럼 단순히 외면적인 실력만 성장하는 게 아닌 내면 성장에 중점을 뒀다는 것입니다. 실수를 통해서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던지 의견 충돌에서 내 의견만 관철하는 게 아닌 주변의 말도 들어가며 나의 잘못을 되짚고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해가는 모습 등이 굉장히 흥미롭죠.

 

그럼에도 최선의 선택조차 최악으로 다가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사회란 만만하지 않다는 것도 배워가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무엇보다 지키고 싶은 에리스의 목숨, 그러니까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서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장차 겉만 번지르르한 쭉정이가 아닌 속이 꽉 찬 먼치킨의 탄생을 예고하는 게 아닐까도 했군요. 그 일례로 마대륙에 있었던 말대가리 노코파라에게 협박 당한 일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겠죠.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애라는 특성을 버리지 못하는 측면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이번 수인족 아이들 납치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인과 관계를 불러오는지 그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야 말죠. 마대륙을 벗어나 인간과 수인족이 공존하며 사는 미리스 대륙으로 넘어올 때 루이젤드를 밀항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그가 내린 결단은 운세 뽑기에서 최흉을 뽑은 거나 다름없게 됩니다.

 

뭐, 실수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상황적으로 사실 주인공은 거기에 걸려든 것일 뿐 주인공이 없었어도 벌어질 일이었으니 주인공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옳지 않기도 합니다. 요점은 그로 인한 주인공의 성장이라 하겠죠. 세상엔 이런 일도 있고, 살아간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자기 몫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도 했습니다. 아무리 이세계 먼치킨계열의 주인공이라도 안 되는 일은 어떤 몸부림을 치던 안 되는 것이고 내 손은 두개 밖에 없는 관계로 다 지켜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죠. 수인족 마을을 급습한 노예꾼들이 보여주는 악랄함과 수인족이 처한 비참한 현실, 방금까지도 이야기를 나누며 안면을 텄던 사람들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글이 좀 길어지는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주인공은 욕심도 많아서 자기는 양다리 거치면서도 에리스가 루이젤드와 가깝게 지내는 것에서 질투를 느끼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군요. 이 작품이 이런 느낌이 강하죠. 내가 마음에 든 여자가 다른 남자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에서 저것들 내가 안 보는 곳에서 뭔 짓을 할까 하는 두근거림? 이거 좀 위험한데, 이게 질병으로 커지면 관음증이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막장으로 치닫는 걸 좋아하진 않는 거 같더군요. 직전에 브레이크를 걸어댑니다. 야설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뒤집지를 못하네요. 이번에 마계대제 키시리카를 만난 자리에서 그녀의 다리를 할짝 하면서 거의 뒤집을 뻔도 하였습니다만. 뭔가의 복선인지 그녀를 만나 스킬을 하나 받고 조금은 더 성장하는 루데우스, 본능에 충실하지 않은 것에 찬사를 보내야 할지 야유를 보내야 할지...

 

맺으며, 이번 4권은 철없는 꼬맹이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중 일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며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배워가는, 그로 인해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고. 패배에 분해하지 않고 밑거름으로 삼아 성장하는 모습은 다른 여타 작품의 주인공들도 배웠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랄까요. 그런데 주인공이야 현실 나이까지 하면 40대 중반이라서 부모를 찾을 나이는 지났다지만 에리스는 부모와 할아버지가 걱정되지 않는 걸까요. 때론 뭔가를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루데우스만 힐끗힐끗 처다만 보고 있으니 부모도 업이 참 깊다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록시와의 엇갈림에서 조금은 슬프게 하였군요. 한가지 아쉬웠던 건 루데우스를 찾아 마대륙으로 건너온 그녀와 미리스 대륙으로 넘어가는 그와 교차하듯 시선처리를 했다면 정말 극적인 연출이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놈의 배덕의 경계에 충실한 작가 덕분에 분위기를 다 망칩니다. 엘프 엘리나리제의 등장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처럼 느껴졌고요. 아주 작지만 복선을 투하합니다. 그리고 수인족 마을에서 인간 기스와의 만담은 제법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벌어진 처참함은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시리어스를 보여주죠.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고 한번 시작하면 가차 없다는 것이군요. 평온함에 숨은 섬뜩함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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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5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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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마오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딱히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천민은 구정물을 먹고 시궁창 바닥 생활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왕족과 맺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미모가 뛰어나고, 뭔가 특출난 실력이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이용만 당하는 말단 관리가 되거나 고관의 첩이 되는 인생이 기다릴 뿐, 동화같이 왕자와 결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현실이죠. 마오마오는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진시의 찝쩍거림은 굉장히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진시는 어디서 필이 꼽혔는지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다 어느새 마음속에 들어와버린 그녀를 잡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에서 세상을 조금 더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고자 환관에서 동정 왕자로 변신, 시 일족의 반란은 우두머리의 딸에 의해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시스이가 진시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오마오를 납치한 덕분에 진시는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가게 되었죠. 더 이상 고자 환관이 아닌 왕자의 신분으로 군을 지휘하며 반란군 본진에 쳐들어 갔는데... 명분은 쿠데타 진압이었지만 실상은 마오마오 구출이었던 만큼 참으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까 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마오마오는 고문실에서 뱀이나 구워 먹고 있었으니 이 작품 특유의 코미디에서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군요. 사실 여기가 진시에게 있어서 분기점이자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엔 거의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까. 허울뿐인 환관이라는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버리고 왕자라는 본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까?

 

마오마오는 또다시 궁에서 쫓겨났습니다. 반란군 진압 때 구출한 아이들 중 하나를 맡아 기르면서 궁에 입궐한 양아버지를 대신해 약방을 운영하고 외진을 나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군요. 녹청관(기루) 할멈처럼 수전노가 되어 아이들에게도 너 먹을 것은 니가 벌어오라는 둥 상거지 중 상거지가 진찰을 받으러 왔을 때도 받을 건 다 받는 악랄함을 선사하는 게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옷 사러 가서 사기도 치고, 죽을 때 곱게 못 죽을 거라는 복선을 낳고 싶은지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쏘다니는 게 거침이 없어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가 보고 싶어 진시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데요. 아니 원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죠. 왕족이 천민을 매일같이 찾아오다니요. 옛날 고자 환관일 때라면 환관 나부랭이와 천민의 관계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들 하겠지만 지금은...

 

응석을 부리는 동정 왕자. 태어나서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반동이랄까요. 언제나 등이 구부정하고 의욕이 없는 아버지(선대 왕)와 그런 아버지를 살갑게 보살피는 할머니(여제),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죠. 그렇게 애정결핍으로 자란 왕자는 장난감에서 애정결핍을 해소하였고 망가지기를 여러 차례, 그런 나날에서 마오마오가 눈에 띈 것이죠. 새로운 장난감, 한결같은 반응이었던 이전 장난감에 비해 이번 장난감은 자신에게 대드는 신선함을 보여 주었고, 호감이 가는 여자애에게 관심을 끌고 싶었던 악동마냥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가 진짜로 호감에 빠져 버리는 괴랄한 시추에이션으로 이어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자애는 그런 악동에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랄까요.

 

사실 마오마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애(愛)가 빠져 있죠. 아버지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하기 위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망가져버렸죠. 부모의 사랑은 애초에 없었고, 하룻밤 사랑을 사는(구입) 기루(창관)에서 그녀가 느꼈을 사랑이란 무엇일까는 자명한 것. 그래서 진시의 대시는 귀찮기만 했습니다. 진시는 어긋난 애정을 갈구하며 그녀에게 기대고 있죠. 그 여파가 이번에 마오마오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에서 표현이 됩니다. 누가 보고 있든 말든, 사실 진시는 이전부터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묻는 거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했죠. 2000명이 넘는 후궁을 관리하면서도 정작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진시라는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마오마오. 여기서 한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절대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죠.

 

동정 왕자는 신부 찾아 서도(서쪽 나라)로 떠납니다. 현 황제에게서 왕자가 태어나긴 했지만 진시가 환관을 그만두면서 차기 왕 후보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정치적인 소임도 다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고 당연한 수순으로 지방 관리의 딸이나 다른 나라 공주와 정략결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당연히 마오마오도 후보에 오르죠.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요. 참고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고위 관리로 현 황제도 어찌할 수 없는 괴짜라죠. 문제는 어머니가 기녀(창x)라는 것, 게다가 마오마오는 결혼 자체는 물론이고 이성을 이성으로 대하는 마음조차 결여되어 있으니 진시로써는 미치고 졸도할 노릇. 그래서 그녀의 사촌 오빠를 대동 시켜 비롯 어머니의 핏줄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 핏줄은 나무랄 데 없으니 그녀도 후보로 올리긴 올렸는데...

 

전쟁이 시작되는 걸까요. 황해(메뚜기 떼의 습격)가 거론되면서 식량부족에 빠진 서쪽 나라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걱정, 거기에 왕도에서 독과자 사건에 이어 지방에서 아편의 유통이 공공연하고 대량으로 이뤄지는 것에서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마오마오는 약사이죠.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배기 실력자로 전쟁이 터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징병 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로 이런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군요. 서로가 어딘가 결여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같이한 나날이 길어지면서 이것이 호감이라는 걸 알아가는 두 사람에게 내려지는 시련. 실제로 이번 서도로 향하면서 도적을 만났을 때 마오마오가 보여준 의술은 남달랐습니다.

 

맺으며,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제법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8권쯤 가면 동침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사촌 오빠로부터 진시의 아이를 갖는 게 어떠냐는 제의도 받았고요. 물론 마오마오는 전력으로 싫어했지만요. 얼핏보기엔 풋풋한 사랑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랑이라기보다 자기에게 부족한 면을 상대에게 갈구하는, 미래엔 파탄만이 기다리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진시의 신부를 찾기 위해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가듯이 이들도 서도로 향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그러다 전쟁의 기운을 느껴가죠. 그런 상황에서 마오마오는 그 격정의 중심에 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고요. 여전히 진시를 벌레보듯 쳐다보고, 말의 진위를 잘못 해석해서 기녀를 소개한다던지의 기행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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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고문공주 3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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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와 글이 깁니다. 악평도 많이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대왕]의 계약자 피오레의 공격은 엘리자베트와 세나 카이토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둘이 같은 길을 걸어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도 초래하였죠.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마왕도 쓰러트린다는 모 라노벨의 주인공에게 자극받았는지 자신(카이토)을 구원해준, '엘리자베트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계약할 수 있다고?' 마치 성질난 고양이가 책상 위에서 휴대폰을 깔짝 거리며 집사야 이거 봐라는 식으로 밑으로 툭 떨어트리 듯이, 세나 카이토는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미처 따라가지 못한 분풀이하듯이, 제 성질에 못 이겨 그만 악마 중에서 최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황제]와 계약을 맺어 버리는 막가파식 행보를 보여주고 맙니다.

 

이로써 세나 카이토와 엘리자베트는 같은 길을 걸을 수 없게 되었죠. 애초에 열넷 악마를 쓰러트리면 화형 당하는 걸 기정사실화된 지금, 엘리자베트에게 있어서 미래란 없는 거나 다름없었긴 합니다만. 그런 점에서 세나 카이토는 어리둥절해 합니다. 과거에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주범인 엘리자베트의 죄 보다도 자신을 구원해준 그녀가 어째서 죽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의문을 품어 가죠. 모든 사람들이 악마라 비유하며 그녀의 죽음을 바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카이토, 전생에서 학대받은 끝에 죽은 결과 제대로 된 인격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듯이 편향된 사고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어딘가가 이성이 결여된 듯한 모습은 다른 의미로 안타깝게 합니다.

 

자, 파탄만이 기다릴 뿐인 미래라는 걸 알면서도 [대왕]을 격퇴하고 [황제]와 계약을 하고 그렇게 균열 밖에 없는 일상이 돌아오나 했는데 왕도에서 [군주], [대군주], [왕]의 융합체의 등장으로 왕도는 궤멸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에 교회는 엘리자베트에게 구원을 요청하죠. 과거 자신들을 유린했던 그녀에게 기댈 만큼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고, 왕도에 도착한 엘리자베트와 카이토는 지옥을 보게 됩니다. 이것도 엘리자베트가 과거에 저지른 업보랄까요. 엘리자베트가 과거 교회 정예 기사 대부분을 학살한 결과 융합체를 막지 못해 왕도는 1/3이 궤멸, 엘리자베트는 참전을 결정하나 융합체를 쓰러트리면 열넷 악마의 토벌은 끝... 이 말이 의미하는 건?

 

 

필자가 왜 이 작품에 감정이입을 못하나 그동안 고찰을 해봤는데요. 주인공이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그는 엘리자베트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일본이 2차대전을 일으킨 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인 특성이 반영된 듯한 느낌이 들었군요. 카이토는 자신을 구원해줬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그녀의 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융합체를 쓰러트리기 위해 왕도에 갔다가 기사들이 악의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너무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을 때 기가 막혔군요. 그녀로 인해 가족이, 연인이, 죽었는데 그 아픔은 생각도 안 하는 카이토의 일그러진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리고 선민사상, 왕도의 참상을 보고 '도와줘야겠네'가 아니라 '우리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 거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한마디로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고 할 수 있었군요. 그럼에도 교회 기사단은 이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참담함이 베어나죠. 엘리자베트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그렇기에 나서서 왕도를 구원하려 하죠. 남들이, 교회 기사들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들을 그녀는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듯 혼자서 짊어지려 합니다. 그걸 이해 못하는 카이토, 자신을 구원해줬다는 이유로 그녀가 이런 대우를 나아가 죽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며 마치 애가 떼쓰듯 하는 행동은 발암 주의보까지 발령해야 될 지경입니다.

 

종국엔 기사단을 보고 느낀게 없는지 여전히 그녀의 죄를 부정하며 이대로 성으로 돌아가 가족놀이를 하자고 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죄를 짊어지고 나아가려 하죠. 화형은 그녀에게 있어서 속죄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카이토는 그걸 부정합니다. 학대받은 가정의 아이는 커서 두 개의 길을 간다고 하죠. 하나는 부모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 것, 두 번째는 숨겨두고 끔찍하게 아끼는 것(1), 세나 카이토는 두 번째의 길을 걸으려 하죠. 그게 자신의 아이의 발목을 잡는다는 걸 모른 채 말입니다. 타인의 아픔을 부정하고, 엘리자베트의 죄를 부정하고, 속죄하려는 마음을 짓밟고 그저 성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살자는 카이토는 과연 정상인가?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는 엘리자베트, 그런 그녀를 보며 또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사달을 일으키는 카이토. 작가가 이전 작 주인공 오다기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있어 보이는데 그 방법이 너무 극단적입니다. 마치 내 마음을 몰라주면 자해를 하겠다는 것마냥 카이토는 진짜로 자해 비슷한 짓을 저질러 가죠. 그 첫 번째가 [황제]와의 계약이었고요. 더욱 암 걸리겠는 게 엘리자베트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는지 헤아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많은 것을 잃고, 죄를 짊어진다는 것, 그녀는 그걸 알고 있기에 카이토만은 양지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깡그리 무시....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그녀의 무죄를 끌어내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요. 그녀가 왜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물음은 꾸준히 나오지만 답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른 형태로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아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으로 인해 한없이 이상주의자에 자기 성질에 못 이겨 깽판이나 치는 저능아 같은 주인공이 태어나 버렸는데 이 책임은 어떻게 지려고 그럴까요.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걸까요. 그렇다면 피해자는?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맺으며, 본질은 무엇인가. 엘리자베트는 과거에 정말로 사람들을 학살했는가? 그녀가 이번 왕도 사태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기사단이 짊어져야 될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에서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군요. 손 쓸 수 없는 사태에서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선 죽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 왕도 사태는 그 재림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거에 대해 언급은 없군요. 그저 내 죄는 내가 짊어지고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그녀의 말은 때론 고지식하고 주인공 카이토만큼이나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이번 리뷰는 완성도가 매우 낮군요. 원래는 2권에서 하차하려 했는데 필자의 고질병인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구입해 있더라의 폐해랄까요.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배송비 안 내려고 뭔가 끼워 넣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구입을 하나 봅니다. 반품하려 해도 반송비나 도서 가격이나... 덕분에 항마력이 올라가긴 했는데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군요. 그동안 라노벨만 400권이 넘는데 이렇게 혐오를 느끼는 작품은 두 번째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의 성향을 비꼬는 건 아니지만 용케도 보신다 싶습니다. 필자의 리뷰를 출판사에서도 체크를 하는 거 같던데 해당 출판사엔 미안한 마음뿐이군요.

  1. 1, 물론 학대받은 모든 아이들이 두개 밖에 없는 길을 간다는건 아닙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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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덕의 길드 1
카와조에 타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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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문제의 화제작입니다. 정발 될 때 모자이크냐 아니냐였을 만큼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하였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자이크는 없습니다. 나아가서 연재분에 없던 것까지 새로이 추가도 되었고요. 판형 크기도 일반 만화책보다 더 크게 제작하는 등 나름대로 공을 들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8천 원이라는 만화책치곤 꽤 고가임에도 돈값을 하는 흔치않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점들은 필자의 주관적인 것이고 독자들의 성향에 따라 취향은 갈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내용도 극한의 섹슈얼리티만 있을 뿐 열혈이라든지 긴장감 있고 모험을 강조하는 그런 건 없어요.

 

그럼에도 끌리는 건 주인공이 개고생 해서? 주인공 키클은 마을에서 잘 나가는 마물 사냥꾼입니다. 10대라는 시간을 받쳐 훈련에 매진했고 사냥꾼으로 직업을 선택해서 오늘날까지(라고 해봐야 2년) 불철주야 마물을 사냥하며 에이스의 자리를 굳혔죠. 근데 세상의 이치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어느 날 날아온 지인의 결혼식 소식에 내 청춘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요. 그래서 은퇴를 결정하고 후진 양성에 힘을 쏟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단순히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여기저기 흔해빠진 양판소였겠죠. 어째 후진으로 들어오는 애들 상태가 하나같이 메롱 합니다.

 

천연 열혈 바보 무예가(표지 모델), 까칠이 백마법사, 게으름뱅이 흑 마법사, 흑화 술주정꾼 전사, 참고로 죄다 여자입니다. 이들을 대리고 마물을 사냥하며 엘리트로 키워야 하는 특명이 키클에게 떨어지죠. 근데 애들을 차례로 숲에 대리고 들어간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키클은 머리 싸매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돼요. 이게 이 작품의 포인트인데 마물들에게 사랑받는 히로인들이라고 하면 좋은 말이고 능욕을 당한다고 할까요. 성인 AV에 나오는 그런 능욕은 아닌데... 뭐랄까. 촉수물? 끝까지 가는 것에서는 매한가지라고 해야 할지. 매번을 그렇게 당하고도 질리지 않고 들어가는 것에서 히로인들의 의지가 느껴지도 하는?

 

주인공은 그렇게 희롱 당하는 히로인들 구해주느라 진땀을 빼죠. 여기서 웃픈 현실이 성희롱으로 고소 당할까봐 마치 미란다 원칙처럼 지금부터 널 건드릴 텐데 어쩌고저쩌고하며 동의 얻는 부분은 한편의 희극 드라마였군요. 근데 한가지 아이러니한 게요. 주인공이 은퇴하려는 이유가 지인들의 여성 편력을 부러워서였는데요. 불과 며칠 만에 이성 부하(?)만 4명에 길드원 누님 에메노 씨까지 하면 5명이나 있는데도 눈치 까지 못하는 동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웃픈 현실이죠. 나이차도 얼마 안 나는데 여기서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은 애초에 없는 동정은 머리 박고 제사나 지내는 수 밖에요.

 

사실 전형적인 벗겨먹기 섹슈얼리티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흥미 포인트를 어디서 잡아야 되나 하는 문제점이 항상 따라다니죠.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그런 점에서 안심하라는 듯 히타무키(표지 모델)의 천연 바보 기질은 외설을 간신히 벗어나게 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기도 했군요. 능욕을 당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 하려는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빛을 보는 날이 없다는 것, 키클의 두통의 원인이라는 것,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의미에서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녀지만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사실 마물 사냥꾼은 매우 험난한 직종이라고 언급을 합니다. 한 달에 십수 명이 죽어나가는 극한의 직업이죠. 그럼에도 키클 주변의 히로인만 농락 당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 밝혀지긴 하지만 명확하게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 그걸 확인하러 갔던 길드 접수원 누님 에메노 씨는 화룡정점, 근데 이거 어느 작품에선가 리뷰로 언급했던 거 같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 기분 탓인가? 청춘을 갈구하기 위해 사냥꾼 탈퇴를 희망하지만 정작 지금의 주변이 청춘의 호조기라는 걸 간파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겐 애도를. 그래서 게으름뱅이 흑 마법사에게 에이고스트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둔탱이라는게 이 작품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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