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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빨로 연명합니다! 4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끼로 장작 좀 패라고 했더니 자기 발등만 계속 찍어댄다. 이세계로 넘어와 앞 날이 캄캄한 마을사람 A로 살아가기보다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겠다고 포션 생성 능력을 치트로 받았는데 이게 또 이세계에선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었군요. 실제 나이는 15세로 잡았는데 캐릭터 생성에 실패해서 외모는 12살 어린 애이고, 눈매는 찢어진 여우 눈에다 어리숙 해 보이기까지 하니 거둬들여서 포션 좀 빨아먹겠다는 귀족이나 왕족 나아가 신전까지 파리 꼬이듯 꼬여 드니 애가 독해지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여신님 친구이니 사도이니 사칭을 하며 격퇴는 하였습니다만. 이게 또 자기 발등을 찍게 되는 시초였으니 이때 카오루(주인공)는 자신이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될 거라는 걸 알기는 했을까요.
아무리 절대권력을 자랑하는 실물 여신의 친구이자 사도라고 엄포를 놓아도, 꿍꿍이가 있는 놈들 엉덩이를 찰싹 때려줘도 어떻게든 그녀를 구슬려 내 사람 만들겠다는 사람은 끊이질 않았으니 자리 잡고 느긋한 생활은 꿈꿀 수가 없었어요. 나아가 포션 대응만도 벅찬데 옆 나라 침공을 격퇴하고 성국인지 성게국수인지하는 종교가 세계 제일인 나라도 뭉개 버리고, 성검 엑스칼리버까지 소환하는 등 구국의 영웅질까지 하니 버틸 수가 없군요.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애가 그냥 나쁜 게 보이니까 설레발치는데 이게 자기 발등을 찍는다는 겁니다. 전생에서 못다 핀 청춘을 이세계에서 만끽하겠다고, 남편을 찾아 가문의 씨앗을 퍼트리겠다고 공언해 놓은 주제에 하는 짓은 세계 멸망급이었으니...
이야~ 포션으로 니크로글리세린(다이너마이트)을 만들어 신벌이라며 펑펑 터트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갈수록 그녀의 능력은 도라에몽 4차원 주머니보다 더 산박해지기 시작하는데요. 포션병으로 전투 마차를 만들고, 범선까지 만들 땐 이거 미친 건가 싶더라고요. 포션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약재이든 음식 재료이든 마치 떠먹는 요구르트에 부록으로 끼여있는 초코과자처럼 못 만드는 게 없어요. 압권은 포션병으로 성검 엑스칼리버를 만들어 프란세트(호위 기사)에게 줘서 적군을 도륙 시키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하죠. 이런 것들이 조용한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걸 자각하지도 못해요.
그래서 레이에트라는 자그마한 여자애를 주워다 기르면서 여기가 고향이겠거니 하며 장사를 시작했는데 결국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이세계로 넘어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안주할 땅은 찾지 못했고, 신랑감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으니. 브란코트 왕국(발모어 왕국인가)에서 시작한 여정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남쪽 나라로 넘어와 회를 먹겠다고 설레발치는데 회 문화가 없는 이세계에서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결국은 기생충 등 좋지 않은 것들을 발견해주는 장치까지 포션병으로 만들어 재끼니 이 작품의 문제점을 어디서 어디까지 지적해야 될지 감이 오지 않는군요.
근데 사실 이런 건 여행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지방의 먹거리를 탐방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알아간다. 많은 것을 보고 견식을 넓히고, 근데 그런 여행뿐이라면 악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는 않겠죠. 이번에는 지방 도시에서 만물상점을 열었는데 엄청 희귀한 약재를 시세를 알아보지도 않고 팔아 놓고는 그걸 구입해간 사람에게 오히려 상식이 없는 인간이라고 매도하고 자빠졌으니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악마 기질은 여전합니다. 일러스트 표정은 마치 미래소년 코난에 나오는 레프카 같은 게 그녀가 하는 짓은 딱 그런 인상, 자신의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기.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워서 패가망신 시키기. 아마 곱게 죽지는 못하겠죠.
그건 그렇고, 좋은 말로 표현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것이고 나쁜 말로 표현하면 이세계 문화 침략이라고 해야 할까요. 문명이 뒤떨어진 이세계에서 신문물과 지식을 전파해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 혹은 해방 시켜준다. 발전시켜준다. 일제 식민시절과 비견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차이점이라면 강제적이냐 아니냐겠죠. 이세계 문화 전파 계열을 보면 거의 다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현대의 지식을 이세계 사람들에게 전파하여 삶의 질을 개선한다. 다만 이걸 빌미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지배를 하지 않는 게 차이라면 차이겠죠. 주인공 카오루는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지식을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게 어떤 나비 날갯짓으로 돌아올지는 생각도 안 한 채 그저 이세계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이죠. 여담으로 마왕용사라는 작품을 보면 폐해가 얼마나 큰지 잘 나와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녀의 제일 큰 업적은 위에서도 언급한 범선이 되겠습니다. 나룻배 밖에 없는 이세계에서 획기적인 운송수단 발견이죠.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더 큰 족적인데, 그래도 그녀는 이런 걸 이용해서 떼돈 벌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악마짓을 하면서도 약간은 착한 짓이랄까요. 이번에는 착한 짓 하는 김에 가문을 찬탈하려는 못된 놈을 혼내 주기도 하고, 마을을 탐내는 도적들을 퇴치해주는 등 한편으로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요.
근데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좋은 말로 하면 난처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의로운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린 이걸 호구 내지는 호갱이라고 하죠. 물론 대가 없이 선의의 행동을 하는 분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사실 파고들어가 보면 멍청한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안 하고 포기하고 있다가 주인공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다. 같은, 이런 부분에서 이세계인들은 무지몽매하고 현대인(주인공, 일본인?)들은 우월하다는 약간은 선민사상을 엿보게 해서 찜찜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비난할 수도 없는 게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마냥 난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폄하할 일은 아니긴 합니다.
맺으며, 포션으로 못 만드는 게 없던데 보면 볼수록 남편감도 포션으로 못 만드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성검이든 범선이든 귀한 약재까지 순풍순풍 만들어 재끼는데 왜 남편은 못 만들까. 머릿속에 이상형을 입력하면 그에 맞게 별별 게 다 튀어나오는데, 이제 이건 포션이 아니라 물질 생성 치트 능력이라 불러야겠죠. 아무튼 누가 같은 작가 아니랄까 봐 능균과 금화 8만 개에서 써먹었던 주제를 갖다 쓰고, 흔해빠진 도적들에게 먹힐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해주는 등 흔한 클리셰의 향현이었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다면서 나서서 설레발을 치니 그게 목줄이 되어 자기 목을 조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우둔함까지. 사실 FUNA 작가의 작품은 그냥 가볍게 읽기엔 좋죠.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읽는 사람만 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