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먹는 비스코 2 - L Novel
코부쿠보 신지 지음, 아카기시 K 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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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조금 들어 있습니다. 글도 좀 길군요.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녹병에 걸려 오늘내일하는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을 치료하기 위해 녹식이라는 영약을 찾아 헤맸던 비스코는 그만 녹식과 한 몸이 되어 불사의 능력을 얻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금방 낫게 해버리고, 나이를 먹지 않게 하는 신비의 영약 '녹식', 불로장생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얼마나 축복받은 물질이란 말인가. 거기에 녹에도 강하니 녹병이 만연해 다 죽어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영약이라고 할 수 있죠. 자, 걸어 다니는 영약 비스코는 전국을 떠돌며 사람들을 치료하는 나이팅 게일이 될 것인가. 그딴 거 내 알 바 아니고 이런 체질 바라지도 않았다며 원래의 몸으로 되돌리기 위해 미로와 함께 여행을 떠나요.

 

선행은 사람을 봐가면서 하자

 

이번에 비스코의 고향에 들리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시마네 현을 찾았던 비스코는 거기서 자신들을 사칭하는 일단의 무리를 만나게 되고 못된 짓을 일삼는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아지트를 급습하는데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사칭꾼들은 다 죽어있고 아지트 지하 감옥에서 간신히 말라비틀어져 다 죽어가는 노인을 한 명 구하게 됩니다. 이 노인은 사람 의심할 줄 모르는 비스코에게 선행이라는 독이 얼마나 끔찍한지 몸소 겪게 되는 사건의 발단이 되죠. 이미 사칭꾼들이나 지하 감옥에 갇혔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죽어 있는 시점에서 의심을 해야 하건만, 오늘내일하는 노인이 설마 뭔 힘이 있겠어하는 생각을 가졌을 테죠. 아마 비스코는 이 비쩍 마른 노인에게서 자신의 스승을 엿봤을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중 간간이 자신의 스승을 언급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방심했겠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신(비스코)의 위(소화기관의 그 위)가 노인의 손에 들려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해봐야 늦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불사승정 '켈싱하'에게서 위를 되찾기 위한 공방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스코의 수명은 앞으로 대략 5일, 녹식과 한 몸이 되었길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즉사였을 터. 기아감에 허덕이며 불사승정이 숨어든 '이즈모 육탑'에 침입하여 켈싱하를 찾지만 나비 날갯짓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사태는 매우 심각하게 흘러갑니다. 숨어든 '이즈모 육탑'의 분위기는 어딘가 세기말 종교틱하고 집단적 광기를 품고 있고, 거기에서 말라 비틀어 전 노인 '켈싱하'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죠. 그리고 졸지에 일본 전역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아포칼립스가 도래합니다.

 

나비의 날갯짓은 태풍을 넘어 종말적 시련으로...

 

이건 마치 이누야사의 '나락'과도 같은 형국이랄까요. 필자가 식견이 좁아 빗댈 마땅한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데요. 처음엔 별거 아니었던 마물과도 같았던 인물이 갈수록 강대한 힘을 얻어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물에 위협으로 성장하는 악당이 바로 켈싱하가 되겠습니다. 불사의 능력을 얻어 수백 년을 살아오다 뻘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자기가 거느리던 밑에 사람들에 의해 힘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복수와 더불어 힘을 되찾기 위해 내가 왔노라 하며 복귀해서 아수라장을 펼쳐대요. 그것에 일조한 게 비스코의 위가 되겠습니다. 녹식의 힘을 흡수하여 강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비스코의 위를 이용해 차례차례 자신을 쫓아보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위를 찾으러 온 비스코와 일기토를 벌여가죠.

 

이 과정에서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휩쓸리고, 켈싱하를 막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싸우지만 어디에나 있는 권력과 암투와 시기 등이 맞물려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해 갑니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흐름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켈싱하의 복귀로 인해 일본 전역이 위험에 처하는 아포칼립스의 도래는 일이 커져도 너무 커진 느낌을 받게 합니다. 비스코의 방심이 불러온 나비 날갯짓이 세기말 종말론에 불을 지펴 버려요. 게다가 선량한 사람들까지 휘말리는 통에 이 감당을 어떻게 할까 했는데요. 하지만 마이웨이인 비스코는 그런 거 안중에도 없습니다. 게다가 미로는 비스코의 위를 찾기 위해 거의 얀데레가 되어 날뛰는 모습은 작중 분위기를 더욱 시리어스로 만들어 버려요. 거의 광기를 보여주는데 미로가 여자애였다면 심금을 울리는 신파극이 되었을 텐데 좀 아쉬운 부분이었군요.

 

그리고 종말론을 넘어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즈모 육탑에서 비스코와 미로는 '라스케니'라는 여성과 '암리'라는 소녀를 만나요. 이들의 조력을 받아 켈싱하를 뒤쫓지만 으레 이런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면엔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는 게 통례(?)죠. '암리'는 다 죽어가는 비스코를 치료해주며 켈싱하와 전투를 벌여가면서 인연을 트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암리의 바램을 듣게 되고 비스코는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보여줍니다. 무언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감정과 기댈 곳을 찾고 싶은 아이. 그걸 비스코에게서 발견하지만 현실을 냉혹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비스코의 위를 되찾기 위해 날뛰던 미로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죠. 거기에 말라깽이 켈싱하 또한... 격전과 격전을 펼치며 비스코는 암리와 켈싱하에게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이 과정에서 비스코와 미로가 보여주는 동료애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뛰어넘고도 남았는데요. 정말 사나이들의 우정이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눈물을 뽑습니다.

 

맺으며, 세기말을 표방하고 있어서 피가 튀는 전투씬은 그렇다 치더라도 1권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 지명과 한문이 너무나 많이 나와서 읽는데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교와 비슷한 종교가 이번 테마다 보니 아무래도 중국 쪽 분위기가 많이 풍기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녹에 대한 복선이 투하되었는데요. 뭐 신선한 건 없고 세기말 종말적인 분위기라고 하면 역시나 빠질 수 없는 게 진화론이죠. 그리고 거기에 한 발 앞서가게 된 미로, 이번에 광기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며 사실은 비스코를 사랑(?) 해서 날뛰었을 뿐 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부분은 조금은 귀여웠군요. 거기에서 둘이 보여준 동료애는 참 심금을 올립니다. 하지만 다 좋은데 기승전결이 아쉬웠습니다. 한 번 결착 냈던 걸 또 비슷한 전투를 벌이는 이중적인 장면은 좀 질리게 했군요. 위에서 언급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합니다만. 뭐 반전이라는 것도 있었고...

 

아무튼 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예전 같으면 낯간지러운 글을 대거 썼겠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창피함이 앞서서 이젠 글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었군요. 중반에 비스코와 미로의 동료애라든지 후반에 들어 갑자기 사랑이라는 테마를 집어넣으면서 조금 어리둥절 해졌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세상은 사랑으로 이뤄져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사랑 때문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보다 관심을 주고 가족이나 타인을 대했다면 미래는 바뀔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거 같았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암리와 켈싱하의 관계, 암리와 비스코의 관계, 그리고 켈싱하에게 좀 더 관심을 줬다면 고통받는 사람은 없었을 거라는 뉘앙스. 사실 호쾌하고 통쾌한 액션이 주류인 작품에서 이런 테마는 좀 아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작가의 필력이 좋으니까 다 용서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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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덕의 길드 2
카와조에 타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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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이 만화를 볼 때는 후방 주의가 필요합니다. 괜스레 변태 취급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죠. 사실 만화를 리뷰할 때는 속 내용 일부를 첨부함으로써 이 만화가 무슨 내용인지 알릴 필요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저작권 문제(무단 전재)가 있고, 19금이기도 하고, 세 번째는 필자의 귀차니즘이 있군요. 옛날 같으면 정성스레 찍어서 올렸겠지만 나이 들고 보니 만사가 다 귀찮습니다. 그래도 뭐 상상력 자극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찍어 올리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변명을 늘어놓아 보는군요. 이것도 있고, 사실 19금이다 보니 함부로 찍어 올리지 못하는 점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면 19금 아닌 건? 그건 순수하게 귀찮다는 이유로는 부족할까요.

 

아무튼 2권이 나왔습니다. 이번 내용은 의사가 외진 나가버린 관계로 주인공 키클이 의사로 분장해서 얼떨결에 떠맡아버린 신입 여자애 4인방의 신체 사이즈를 재는 거랑 체력 다지기, 요리 솜씨가 절망적인 메이데나, 토키싯코, 하나바타가 저지르는 요리로 공사판 만들기, 유부녀 에노메 씨의 간병이 주된 내용인데요. 여기서 한가지 의외인 건 히타무키의 요리 실력이 되겠습니다. 얘도 다른 3명과 마찬가지로 범우주적 절망적인 요리 솜씨를 보여줄 거 같았는데 정상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이런 거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어쨌거나 2권도 모자이크가 없습니다. 의사놀이는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진짜 후방 주의하셔야 하고요. 에노메 씨 간병은 이 작품의 진히로인이 누구인지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모토가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으로 발목이나 붙잡는다'라는 장르가 개그다 보니 심각한 건 없고 19금을 지행하고 있다 보니 판치라의 정석대로만 흘러가는지라 가볍게 보기에 좋았군요. 그러고 보니 히타무키만 유독 몬스터에게 능욕 당하는 이유랄지 복선이 조금 투하되었습니다. 이걸로 더 이상 히타무키가 능욕 당하는 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배덕감 풀충전으로 세상 어디까지고 갈 테세다 보니 그냥 묻혀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작가가 은근히 개그 속에 심각함을 심는 재주가 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 그냥 벗기기에 급급한 게 뭐가 재미있냐고 할 정도이긴 합니다만. 그렇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매력이죠. 등장인물들 특유의 개그도 좋고요.

 

맺으며, 역시 내용을 스샷 찍어서 리뷰를 쓴다면 좀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으려나요. 이런 만화는 사실 글로 리뷰 쓰기엔 한계가 있어요. 2권까지는 어떻게 썼는데 3권이 발매된다면 어떡할까 싶은 심정입니다. 의무적으로 쓰는 건 아닌데 서점 포인트를 얻으려면 쓰긴 써야 되는지라, 안 쓰면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고. 그래도 판치라를 떠나서 특유의 개그가 소소하게 웃겨 주니까 볼 가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군요. 아무튼 개성 강한 신입 4인방을 어엿한 가드(모험가)로 키워야 하는 주인공 키클의 고생담은 당분간 계속될 거 같아 3권이 나와도 일단 구매는 해볼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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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6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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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괴짜 여자에게 필이 꼽혀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진시'를 말합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장난감이 궁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얘가 가면 갈수록 남들은 하지 않는 짓(가령 독을 먹고 죽지도 않고 황홀해 한다던지)을 서슴없이 해대고,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그녀(마오마오)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되니 슬슬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죠.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거기다 남들은 자기(진시)에게 머리 숙이고, 나의 말에 기를 기울이고, 나를 처보다고 황홀해 하는데, 어째서 이 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일까.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히로인 '마오마오'를 말합니다.

 

반란 사건(1~4권)으로 인해 궁에서 쫓겨난 마오마오는 다시 기루(창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제(선대 황제)의 여성 편력이 낳은 비극은 후대에 이르러 폭발해버렸고, 마오마오는 그 반란이나 다름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죠. 진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평온한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짜 신분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구출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국 반란 사건은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해버리죠. 진시는 황제의 아우(동생)라는 진짜 신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그 일로 인해 진시는 원하지도 않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신부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 일환으로 그러니까 신부 찾아 3만리? 서도(쉽게 말해서 서쪽 지방)로 가게 된 진시와 어찌 된 일인지 너도 신부 후보라며 마오마오도 끌려가게 되었죠. 세상이 다 무너져도 저놈(진시)의 신부만큼은 사양이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서도로 가는 여행 자체가 한심스러웠고,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니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런 마오마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 먼저 마시는 격으로 진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에게 프러포즈 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시원한 팥빙수를 선사해줬었죠. 그런데 사실 진시와 마오마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고 진짜는 나라가 뒤집어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탐정물답게(이 작품도 탐정물의 일종) 마오마오가 기루(창관)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또 기묘한 사건이 꼬리를 물어댑니다. 독과자 사건부터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선녀인지 무녀인지가 보여준 기묘한 연극을 빙자한 범죄, 서도로 여행하면서 얽힌 아편 관련 사건, 어찌 된 일인지 아둬 비와 리슈 비가 서도로 오면서 도적의 무리에 습격을 받은 일까지. 그리고 서도에서 리슈 비가 사자의 공격을 받은 일, 이 모든 게 이전 반란 사건과 유사하게 하나하나 놓고 보면 별개로 보이나 이걸 합쳐놓고 보면 이어지게 되고, 마오마오는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슈 비(표지 상단 모델)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죠. 선제(선대 황제) 시절에 1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상급 비로 들어와 성은을 입지 못하고 왕위가 아들에게 넘어갈 때 궁 밖으로 출가했으나, 아들이 황제가 되고 다시 불려와 상급 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황제의 성은은 입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선제의 비였던 아둬 비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감추다시피한 덕분이긴 한데, 참고로 덕분이라고 한 건 선제의 영향 때문이라고만, 어쨌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모두 모아 리슈 비에게 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리슈 비)의 생활 환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러 낳은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 커왔고, 이복 언니는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

 

아버지의 야욕으로 정치의 도구가 되어 상급 비로 다시 입궁은 하였지만, 가족에게조차 하대 받는 그녀를 어여삐 여길 시종 따윈 없었던 게 그녀의 불행을 더욱 가속화 시켜 갔었습니다. 결국 시종들에 의해 독살 당할뻔하는 등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으니, 이번에 진시의 신부 후보가 되어 서도로 왔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이복 언니는 그녀를 두들겨 패는 게 일입니다. 거기에 잔칫날 구경거리로 가져온 사자의 난동에 희생될뻔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죠. 그러니 마음이 망가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모든 사건의 흑막이 치고 들어오니 그녀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름없게 되죠. 이번에 서도에서 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의 괴롭힘은 정점을 찍는데 정말 제상 불쌍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마오마오는 사실 그녀의 안위 따위 상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독살 미수 사건이 있은 후 그녀의 생활환경을 알게 되었고 모른척할 수 없어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였는데, 그러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죠. 그리고 사건을 따라가면서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흑막에 가까워지는데... 덕분에 진시의 등장은 별로 없습니다. 서도에서 대차게 까인 후 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져 버렸고, 사건은 마오마오 혼자서 풀어가는데 하필 친아버지 집안까지 사건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통에 거기서 할아버지와 큰어머니와 더불어 친아버지가 저지르는 못 볼 꼴을 엄청 봅니다. 마오마오가 현실 사람이었다면 내가 전생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상황이랄까요.

 

맺으며, 마오마오는 사실 진시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서로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입장으로 끝내려 하고 있죠. 아니 애초에 약(그것도 독약) 이외엔 관심조차 없어요. 남이든 자이든 연애사는 더 그렇고,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콩깍지가 진시가 자꾸 들이대는 통에 결국 싫지 않다는 소리를 내뱉고 말아요. 이번에 진시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마오마오의 약점(나쁜 의미의 약점이 아니라 신체적 약점)을 잡아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고 그게 어쩐 일인지 싫지 않은 그녀, 결국 둘은 맺어질 수밖에 없나 하는 훈훈한 분위기도 감지되었군요. 그리고 메인 내용인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한데 뭉친 듯한 리슈 비가 '어느 남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진시와 마오마오가 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비추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라서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머니가 죽었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마오마오도 참 어지간하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로 인해 친아버지가 실성한 채 미치광이가 되었음에도 귀찮아하는 것에서 사실 그녀가 품었을 한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어쨌건 다 자기 팔자려니 하며 사건들을 집중해서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보니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 작품 특유의 개그가 좀 많이 줄어 버렸습니다. 특히 중후반 리슈 비에게 초점을 맞추고 나서는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해집니다. 읽는 내내 흑막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재주가 상당히 좋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6권에서 끝을 낼려는지 작가가 급하게 끝내버려서 끝이 좀 허무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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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세계에서 부여마법과 소환마법을 저울질한다 5 - S Novel
요코츠카 츠카사 지음, 신동민 옮김, 마냐코 그림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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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민족을 이끄는 '린'이라는 족장을 만나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는 말을 들어 버렸습니다. 한 학급을 넘어 중고등 모든 클래스가 이세계로 전이되고 이제 3일이 지났군요. 첫날 습격해오는 오크 무리들에 의해 학교는 유린당한 끝에 대부분의 남학생은 사망, 여학생은 극히 일부만 빼고 대부분이 레이프 당해버리는 라노벨계에 있어서 초유의 사태를 보여 주었는데요. 그렇게 유린 당하다 2일째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 오크들을 무찌르기 시작하고 3일째 몰아내는데 성공했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건 상처투성이로 점철된 몸뚱어리뿐, 어찌 되었건 이제야 한숨 놓나 했는데 근처에 살던 수인족(빛의 민족) 족장 린(무려 고양이 귀가 돋아난 무녀)이 내일 세계가 멸망하니 좀 도와주지?라고 하니 사람 좋은 주인공은 네! 그럴게요!라고 해버리고 말아요.

 

오늘 하루 살아가는 데만 해도 급급하였는데 졸지에 세계를 구해야 하는 특명까지 받아 버렸습니다. 사실 근처에 학교가 떨어진지 몰랐다고는 하지만, 아니 신탁을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무녀가 대규모 전이 사태를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고(작가가 정신을 딴데 판 듯), 학생들이 유린당할 동안 구조도 안 해줘놓고 이제 와서 세계를 구해 달라니 이런 미친x이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지만 내일 당장 이세계가 멸망한다는데 손놓고만 있을 순 없었겠죠. 린이라는 무녀도 말하는 뉘앙스를 보자면 '너희들 동귀어진 해볼 테냐?'이니 참 거식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주인공 일행과 만난 후 이들을 도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말로 전이 사태를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내일 멸망 전조인지 계속해서 마물들이 쳐들어 와요. 대규모 아라크네 부대를 만나 이세계 주민을 고기 방패로 쓰며 내가 살기 위해 주변 모든 것을 이용해주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주인공의 사이코패스 성격은 여전했습니다. 아무리 후위직인 부여마법과 소환마법 뿐이라지만 여자애들만 앞세워 죽도록 싸우게 하는 건 양심에 좀 찔리지 않나 싶은데 그딴 거 없어요. 초반엔 이놈 명령 때문에 어떤 여학생은 오크가 내리치는 칼에 두 동강 나버렸죠. 이번에도 그래요. 여자애들을 구해준 건 내가 살기 위해서 지 자선으로 구한 게 아니라고, 사실 주인공이 하는 행동은 카르네아데스의 판자와 유사하긴 합니다. 일단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나라도 살아야지 같은, 하지만 적어도 죄책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좀 비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자위할 뿐이죠.

 

이런 말 늘어놓을 거면 왜 보냐는 말이 나올 거 같군요. 필자는 어딘가 M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만큼 이 작품은 S기질이 강해요. 어딘가 성격이 파탄 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어미새 따르듯 하는 히로인들, 희망이라고 떠들면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거라든지, 오크 떼 공격에서 살아남은 일부 남학생들이 보여주는 마물보다 더 심각한 원초적 본능을 무기 삼아 여학생들을 노예화하려 했던 거라든지, 이세계 주민은 잘도 고기 방패로 썼으면서 적대하는 학생들을 죽이는데 망설이는 주인공의 이중성, 이런 것들이 복합이 되어 짜증을 불러 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를 불러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엔 4권만큼 욕하면서 읽지는 않았군요.

 

맺으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 작품도 나름 잘 짜여진 구석이 있긴 합니다. 이세계로 전이 당한 것도 모자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죽어 버리고 거기에 도덕적 해이까지 곁들어지니 아포칼립스의 진수를 보여주었죠. 주인공의 내가 살기 위해 주변 모든 것을 이용한다는 파탄 난 성격하며, 그걸 좋다고 따르는 히로인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그럼에도 내일을 살기 위해 기어서라도 나아갈려는 모습이 참 애잔하죠. 사실 이런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긴 합니다. 돌이켜보면 작가는 그걸 잘 풀어내고 있다고 할까요. 4권에서 뜬금없는 진행 때문에 다소 산만해지긴 했지만 일단 6권이 나오면 읽어는 봐야겠군요.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3권은 8점, 4권은 3점, 5권은 6점 정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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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2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외 그림, 박경용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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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다투고 해어진 그이가 신경 쓰인다. 언제나 사람은 지나간 뒤에 그때 잘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그 주박에 붙들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해어진 그이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 지금이라면 그때에 맺힌 응어리를, 지금까지 안고 살아왔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소치기 소녀와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았던 마을이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고 전멸해버린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다투고 해어졌던 소꿉친구는 고블린 성애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건만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소치기 소녀는 모릅니다. 그동안 어디에서 살다가 왔는지 모를 그를 목장에 받아들였긴 한데 마음의 벽은 좀처럼 넘을 수가 없군요. 

 

오늘도 고블린 고블린 거리며 길드 접수원 누님을 난처하게 하는 고블린 슬레이어, 제대로 쉬고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건만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블린 거리고 있으니 보다 못해 인생의 선배(아마도)로써 한마디 해주며 어깨에 뽕을 넣는 길드 접수원 누님의 언동이 재미집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막 모험가가 된 신참들에게 맡겼더니 무사히 돌아오는 파티는 자꾸만 줄어가고 그게 접수원 누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죠. 그때 나타나 군말 없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주니 접수원 누님으로써는 한숨 놓는 것과 동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고 맙니다. 그래서 참견쟁이가 되어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런가?'라고만 대꾸를 하니 이거 무슨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어요.

 

아무튼 이 작품의 특징은 사람의 목숨이란 덧없는 거라는 걸 들 수가 있는데요. 주로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는 모험가들이 그렇고,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갔던 동굴(던전)에서 잠깐 한눈판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는 걸 모른 채, 그걸 직시하라는 것처럼 세상은 잔혹함을 들어냅니다. 몬스터 록 이터를 만나 동료와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 현실을 직시하는 신참 모험가에게서 이 작품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상황과 맞닥트리며 그대로 망가질 것이냐 그걸 극복하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일 것이냐의 현실을 들이대며 세상은 또다시 잔혹함을 선사하죠. 그걸 극복했을 때 모험가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그걸 극복했기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소름이 돋았군요.

 

자, 오늘도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고 변경 마을로 향하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운명의 만남을 가지죠. 훗날 용사로 불리게 되는 소녀와의 만남, 이때 소녀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마을을 지켜주는 그에게서 그녀도 사람들을 지킨다는 용기를 얻었을까. 하지만 실상은 눈만 뗐다 하면 말썽을 부리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였으니, 그녀는 호기심에 못 이겨 고블린 퇴치 작업 준비하는 그를 찾아가죠. 마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원장 수녀의 말도 무시한 채 그를 마중 나갔던 그녀, 그의 곁을 얼쩡 거리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운 게 사람 흐뭇하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본편 코믹은 물론이고 외전 코믹까지 캐릭터 디자인 하나는 참으로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랄까요.

 

맺으며,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코믹 중에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도 본편의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 좋죠. 스포일러라서 자제하고 있었지만 표현력 하니까 후반 비 오는 날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 떼의 장면은 정망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거기에 접수원 누님의 여러 표정과 예비 용사 소녀의 발랄한 모습이 잘 뽑혔습니다. 사실 이런 것만이 아니라 생사를 오가는 모험의 긴장감도 제법 잘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동료의 죽음을 통해 신참 모험가의 좌절과 일어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죠. 소치기 소녀의 고뇌도 그렇고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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