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21 - 유니탈 링Ⅰ,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박용국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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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필자가 늘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명탐정 코난과 김전일을 가둬두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여느 작품에서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뭔 일 터지는 것도 어쩌면 주인공이 근처에 가니까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주인공으로 인해 사람들이 구원받는 게 아니라 주인공 때문에 고통을 받는, 어쩌면 이 세상에 악이 있다면 주인공이 악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잘 난 것도 생각해볼 일이라고 괜히 나댔다가 주인공과 대척점(가령 이 작품에서는 카야바 아키히코)에게 눈도장 찍혀서 너라면 나의 이상을 실행 해주겠지라거나, 너라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야라며 주인공에게 모든 걸 떠 맡기는 바람에 애꿎은 엄한 사람들이 고생 길을 걷게 되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요.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이 타인을 고통받게 하는 모순, 물론 이 모든 건 필자의 망상이니 태클은 사양합니다.

 

아무튼 이제 VR게임이라고 하면 치가 떨릴 만도 하겠건만 오늘도 키리토는 ALO (신)아인크라드 22층에 마련한 집 '로그 하우스'에서 '아스나'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군요. 아스나가 집에서 90분이나 걸려서 등교한다는 걸 알면 오토바이도 있겠다 가서 좀 도와주던지. 부모끼리 타협하게 해서 자기 집에 데려오든지, 전철과 버스 갈아타고 등교하는 아스나가 고생이 참 많아요. 자기 딴에는 재활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의 키리토 곁엔 '앨리스'가 매실 장아찌를 믹서기에 간 듯한 음료를 마시고 있다는데 무슨 맛일까(그야 매실 장아찌 맛이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아스나가 로그인을 했긴 했습니다만. 어째서 앨리스를 보자마자 방의 기압이 올라가는 착각을 불러올까, 그야 방에 키리토와 앨리스 단둘만 있으니까지. 눈은 웃고 있지 않다라는 말은 여기서 하는가 봅니다.

 

자, 느닷없지만 지진이 일어나서 키리토와 아스나 둘의 보금자리 로그하우스(집)가 반파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군요. 뜬금없지만 인간들이 재미로 개미집에 물을 부어 홍수를 만들 때 개미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지. 아무튼 개미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인간을 욕하면서 다시 집 지을 생각에 앞 날이 암담해 할 겁니다. 키리토와 아스나에게 있어서 (구)SAO때부터 인연이 깊었던 '로그 하우스'가,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 걸까 한 번쯤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도 쏟아낼 법도 하겠건만 그런 한탄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집 내구도는 13시간 후에 0이 되어버린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내려집니다. 이 집으로 말할 거 같으면 둘의 소중한 딸 유이를 만나게 해줬고, 키리토와 아스나 둘의 관계를 진전시켜준 둘도 없는 보물과도 같은 집이죠. 특히 아스나의 경우는 보수적인 엄마에게 인정을 받게 해줬던 아주 고마운 집이기도 하고요.

 

근데 문제는 집이 부서진 것만이 아니라 지진이 일어날 리 없는 게임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구)SAO 1층에서 그때처럼 다시금 하늘이 변화를 보이면서 이들에게 또다시 그날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레벨과 스텟 초기화 및 장착된 아이템과 애용하는 템 이외의 장비가 소실되어 버리죠. 집은 빠개졌지, 장비는 거의 다 없어졌지, 끼고 있는 템도 얼마 뒤 스텟 초기화로 인해 낄 수조차 없다고 하지. 사면이 초가지붕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겁니다. 게다가 템 벗으면 스텟 올리기 전엔 못 낀다고 진작에 좀 알려주든지 템 다 벗고 나니까 밝혀지는 건 또 뭐람, 키리토는 졸지에 팬티 차림으로 지내게 생겼습니다. 아스나야 그렇다 치지만 앨리스와 스구하(키리토 동생)의 눈은 어떡하나. 앨리스도 1년 넘게 언더월드에서 키리토를 돌봤으니 상관없나.

 

그동안의 SAO, GGO, ALO 게임을 잊어라. 이제부턴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됩니다. 부제목으로 쓴 듀랑고가 얼마 전에 서비스 종료했다죠. 아무튼 레벨 1에서 시작하는 야생이랄까요. ALO 알브헤임이라는 기반을 누가 뭣 때문에 시스템 전반을 갈아엎고 새로운 시스템을 심었는지 모릅니다. 100여 개나 되는 [더 시드] 기반 모든 게임이 한데 뭉쳐졌다는 전대미문만 이들에게 들이밀어질 뿐, 그리고 (구)SAO 1층 때처럼 어나운스로 대충 요약하면 '끝까지 살아 남아라'라는 숙제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내려져요. 요컨대 석기시대부터 청동기를 넘어 철기시대를 거쳐 문명을 발전시켜라 뭐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요. 그러해서 키리토와 아스나의 집 '로그 하우스'도 다시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죠. 키리토는 빤스만 입고요. 깨작깨작 돌을 부수고 풀을 엮고, 나무를 베고, 곰을 해치우는 등 서바이벌이란 이런 거라는 걸 몸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생활계 작품이 다 그렇듯 무미건조해지기 쉬우나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글 재주로 심심할 틈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남편 잡는 와이프라든지, 빤스만 입고 있는 키리토의 등짝을 앨리스와 스구하가 스매시한다거나, 곰을 해치울 때 빤스차림으로 덤빈다거나, '헐벗은 원시인 주제에'라는 신랄한 독설은 배꼽을 쏘옥 빼놓죠. 거기에 시스템 변화로 사냥이든 PK든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 불안 요소를 가미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는데요. (구)SAO때처럼 로그아웃을 못하는 건 아닐까. 여기서 작가는 전략을 반전시킵니다. (구)SAO때 로그아웃을 못하게 했다면 이번엔 로그아웃을 해도 아바타가 게임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 다시 로그인할 때까지 온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폴리곤과 데이터로 된 아바타에 지나지 않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감정이입된 캐릭터가 타인에 의해 능욕을 당한다면?

 

맺으며, 작가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시스템을 갈아엎고, 마치 이세계물처럼 무언가를 시도해서 스킬을 얻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게 식상하다기보다는 작가 특유의 글 재주로 생활계 스킬을 쓰면서 깨작깨작 거리는 게 동화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시스템 변화로 그동안의 지식이 전부 쓸모 없어졌다는 약간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을 가미한 두근거림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몰입도를 상당히 끌어올려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절한 상황 연출 일러스트 또한 극중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고요. 특히 앨리스가 키리토와 엮여 곤욕 치르는 일러스트는 참으로 훌륭한? 근데 후반부 이 작품의 외전인 -프로그레시브-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더군요. 그것도 우리나라엔 아직 정발 되지 않은 이야기를,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는데 혹시나 외전 -프로그레시브-를 보시는 분이라면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이번 21권을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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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4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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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여운 맛으로 보는 작품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작가도 알고 있는지 2년이나 잠에 재워 나름대로 아직 어리고 귀여운 '마인'이라고 어필은 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치곤 일을 너무 방대하게 넓혀놔서 귀여운 맛은 하나도 없고, 자기 취미 살리려다 기업을 만들고 나아가 자회사를 잔뜩 거느린 대기업을 운영하는 어린 CEO만 있습니다. 책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나라 전체가 들썩 거리는 대규모 사업이 되어 버렸군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책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다 유괴 당할뻔하고, 그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음에도 그녀(마인)의 돌진력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요. 온 동네를 쑤시고 다니니 영주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을 터, 그녀가 영지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아버린 영주 질베스타는 그녀를 양녀로 들이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어쨌거나 귀족이 되었으니 당연히 따라붙는 게 있죠. 바로 정략결혼, 책을 만들려면 종이가 있어야 하는데 양피지가 대세인 이 시대에 종이는 매우 희귀한 물품이었죠. 이걸 대량 생산하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는데 옆집, 뒷집, 아랫집이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요. 종이만이 아니고 샴푸와 머리장식 등 그녀가 가진 특허(?)의 가치만 해도 우리나라의 S모 전자만큼이나 돈을 잘 버는데 이거 여자아이에다가 아직 어리네? 게다가 귀족원이라는 귀족들만 가는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거 천재 아님? 앞뒤 분간을 못하는 특성을 살려서 왕자하고도 친구 먹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왕족만 기동 시킬 수 있다는 도서실 그 뭐냐 토끼 인형 두 마리도 깨워 버리는 마력 하며(1), 그녀를 차지하면 천하를 손에 넣는 거나 다름없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어 버립니다.

 

자, 에렌페스트(마인이 살고 있는 영지)에게 있어서 그녀를 다른 영지에 빼앗기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거지꼴 못 면하던 영지를 그녀를 이용해 기껏 일으켜 세웠는데 다시 거지꼴로 돌아가겠죠. 그래서 그녀의 이복 오빠(배다른 남매가 아닌 입양을 통한 남매지간)인 '빌프리트'와 결혼 시켜서 그녀를 붙잡겠다고는 하는데 문제는 이 '빌프리트'가 허당이라면 좋은 말이고 나쁜 말로 하면 사기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겁니다. 내 인생에 오토는 없고 온리 수동만이 존재한다는 신조에 따라 클러치를 밟아대며 기어를 바꾸기는 하는데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2단으로 바꿀까? 3단으로 바꿀까?라고 매번 물어보고 정한다는 신기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란 말이죠. 할머니에게 마마보이(여기선 할마보이라고 해야 하나)로 키워져 내가 정해는 것보다 남이 정해주는 인생을 사는 참으로 안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어린애가 주인공이고 책을 만든다든지 표지가 파스텔톤 밝은 분위기라고 내용도 밝을까 했다간 큰코다칩니다.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 성향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귀족 상하 관계도 그리고 있어서 사람 죽어 나가는 게 우습게 그려지는데요. 정변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숙청을 당하고, 마인이 관할하는 신전을 공격했다가 마을 전체가 소멸할뻔하는 등 귀족 신경을 건드리면 죽는 걸로 끝나지 않는 그런 분위기도 있어요. 귀족들 노리개가 되는 고아들이 나오고 그 귀족들의 아이를 임신해서 고아원에 들어와 낳게 하는 추악한 일면도 가지고 있죠. 정략을 위해선 어린 애도 거래에 동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마인을 어떻게든 빼앗기 위한 다른 영지에서의 물밑 접촉이 그예죠.

 

그러나 마인은 그런 거는 안중에도 없고(불쌍한 페르디난드) 오로지 책만을 바라보면서 종이를 만들기 위해 영지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생산에 열을 올리고 나아가 염색에까지 손대는 등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래서 이젠 마인이 보여주는 귀여운 맛은 없어져 버렸죠. 있는 건 종이라는 돈에 환장한 CEO 밖에 없어요. 그것을 위해선 권력을 동원하는 걸 마다하지 않으며 주변에 일을 떠넘기고 자기는 책만 보는 악녀 같은 모습도 보이죠. 그런 성격을 고칠 생각도 없답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조금은 어리광이랄지 꾀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으니 조금 농땡이 피운다고 벌은 받지 않겠죠. 자기가 판 무덤이지만. 그러데 그 무덤에 무덤을 판 본인이 안 들어가고 엄한 사람들이 발을 담그기 시작합니다. 우리 영지에도 종이와 샴푸 좀 주세요? 

 

그건 그렇고 5부의 테마가 전쟁이라서 그런지 '아렌스바흐'에서 사전 작업이 시작되는군요.

 

맺으며, 이 작품의 주제가 종이와 책 만들기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몰입하는 바람에 현실 같으면 노동법 위반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노가다를 애한테 엄청 시켜 대는군요. 노다지 뭘 만들기만 합니다. 그렇다 보니 극 초반 아기자기한 맛이 다 없어져 버렸어요. 현실에서도 이 정도였다면 아닌 게 아니라 S모 전자라는 기업을 몇 개는 세웠을걸요. 주구장창 그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으니 재미있을 리도 없고,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될지도 모르겠더군요. 이거 완전 치즈를 못 만드는 유목민에게 치즈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실패는 좀 하지만 시행착오도 없이 잘만 해대는 이런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 할지. 더욱 문제인 것은 오타는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오역은 아니잖아요. 79페이지에서 어떤 물품이 외부로 반출된 역사가 없는데 마치 반출이 되었다는 식으로 '왜 돌려주지 않았는지 깨달았다'라니요. 아니 역자 양반 물건이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글을 제대로 보고 번역한 건가요.

 

침대 가리개를 천막(쉽게 말해서 노점상에 치는 그런 천막)으로 오역을 그것도 끝까지 천막이라니 모르면 검색을 해서라도 알아보던지, 오타는 있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읽다 보면 허용 한계량을 넘어섭니다. 위에서 보석이라고 해놓고 아래는 보물(보물이 맞는 단어)이라고 하질 않나, 오타는 하도 많아서 세다가 그만뒀군요. 그리고 가장 빡치는건 문단 누락이군요. 84페이지 귀색을 언급하면서 '바람 속성 빨강'이 누락되고, 139페이지에선 마인의 대사 중 한 문단이 아예 빠져 버렸습니다. 203페이지에선 자료가 불충분해서 확실하지는 않은데 성의 지하라는 부분은 지하가 아니라 정황상 아랫마을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리 마법이 있다지만 성 지하에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영지 사람들을 떼로 몰아넣어서 질식사 시킬 일이 있는지. 이건 누구 잘못일까요. 역자가 잘못한 건지 검수를 안 한 출판사 잘못인지. 이 정도면 역자를 체인지 시켜야 함에도 왜 바꾸지 않는 걸까요. 클레임도 엄청 들어간 거 같은데...

PS: 이건 순수하게 필자가 신경 거슬려서 하는 말인데 굳이 약혼이라는 말을 놔두고 혼약이라는 단어를 써야 했을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혼약이라는 단어도 있는 거 같으니 혼약도 틀린 표현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아무튼...​ 


 

  1. 1, 정확히는 마력만 있으면 누구나 기동시킬 수 있지만 소유권이 왕족에게 있어서 깨우는건 왕족만이 할 수 있다는 뭐 그런게 있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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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5 - 죽음이여 오만하지 말지어다,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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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타사 작품이긴 한데 '소드 아트 온라인(SAO) 앨리시제이션'을 보신 분이라면 과연 이렇게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기준점은 무엇으로 잡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데요. 영혼을 가졌다면 인간의 모습이 아니어도 인권을 줘야 하나,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면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할까. 즉,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의 인권도 보장해줘야 할까. 만들었다고 주인이라면 종교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神)이 그 주인이고 그 주인이 마음대로 하겠다면 과연 피조물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을까. 고로 로봇을 만들었다고 인간은 주인이 아니며 로봇을 함부로 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면? 자, 소아온의 앨리스가 현실로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을 요약하면 이것이죠.

 

'창조주는 주인이 아니다'

 

 

연방은 붕괴한 공화국의 에이티식스를 규합해 '제86 기동타격군'을 만들었습니다. 그 수는 여단급인 4천여 명, 주인공 신과 그 일행은 연방에 주워져 편안한 삶이 보장된 미래를 걷어차고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아 다시 전장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공화국이 붕괴하고 1년하고도 몇 개월 뒤, 제86 기동타격군은 첫 번째 임무로 서쪽으로 진격하다가 멸망한 줄 알았던 공화국 구원에 나섰고(1) 신과 동료들은 레나와 조우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레나는 공화국에서 파견이라는 형태로 다시 신과 동료들이 속한 기동타격군의 핸들러로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돌아오지 못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머나먼 길을 떠나 죽었을 거라는 그들을 연방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여전히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으며 전장에 서는 신과 동료들을 바라보며 그것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마음 아파합니다. 그런 아파하는 마음 자체가 그들에겐 모독이 된다는 걸 모른 채.

 

'찾으러 오렴'

 

주인공 '신'이 이전의 이야기에서 고기동형 레기온과 전투 후에 들었던 말입니다. 의지가 없는 한탄만을 쏟아내는 레기온이 의지를 가지고 말을 했다는 것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자비한 여왕>이 남긴 말의 의미를 찾고자 신과 동료들 그리고 제86 기동타격군은 그 여왕이 목격되었다는 '로아 그레키아 연합왕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연합왕국에서 소아온의 '앨리스'를 만나죠(2). 여기서 인간의 기준은 무엇으로 정하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의 말을 유창하게 하지만 몸은 로봇을 인간으로 봐줘야 할까? 소아온의 앨리스는 영혼을 가지고 있죠. 비록 몸체는 로봇이라도요. 이 작품의 앨리스는 인간의 뇌를 복제하고 있습니다. 마치 레기온처럼...

 

이 작품에서 나오는 앨리스의 정식 명칭은 [시린]이라고 합니다. 앨리스처럼 모두가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완전히 인간의 모습과 다름없는 [시린]은 오로지 인간을 구하는 기쁨만을 안고 레기온에 맞서 싸우고 있었어요. 그걸 창조한 사람은 '시체의 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연합왕국의 셋째 왕자 '비카', 악취미라 할 수 있죠. 왜 하필 인간 그것도 소녀의 모습을 한 로봇인가(3). 그 모습으로 인해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아무렇지 않게 레기온에 돌진해서 산화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 로봇군단을 보고 신과 동료와 그리고 레나가 받았을 충격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뇌를 복제한, 어쩌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그 로봇들을 아무렇지 않게 산화 시켜가는 '비카'의 결단력에서 이 세상에 괴물이 있다면 레기온이 아니라 인간일 거라고 서술하기 시작하죠.

 

<무자비한 여왕>을 찾으러 기동타격군 여단 병력이 총출동했습니다. 사실은 <무자비한 여왕>도 여왕이지만 연합왕국이 레기온의 햇빛 차단 조치로 말라죽게 생긴 걸 구원하는 차원이 더 컸어요. 그런데 레기온이 여왕이라는 떡밥(정보)을 뿌리면서 연합왕국을 고립 시켜 멸망으로 이끌려고 했던 의도는 신을 위시한 기동타격군이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온리 에이티식스로 이뤄진 최강의 전력을 자신의 전장으로 끌어들여 분쇄하려는 의도. 그 의도에 말려 들어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가 레기온 수중에 떨어지면서 '레나'등 제86 기동타격군 일부가 고립되고 맙니다. 신을 위시한 대부분의 부대는 레기온 거점 공략에 나섰던 참이고, 역으로 연합왕국이 가진 난공불락의 거점이 고기동 레기온 단 한기에 의해 공략 당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요. 여기서 참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흐릅니다.

 

단 몇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여단 병력 몇 할이 사라져 버립니다(4).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여럿을 희생 시키는 것, 그리고 모든 [시린]이 몸을 던져 활로를 개척하는 부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저지르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보라는 듯,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될 괴물이 있다면 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말로 소름이 장난 아니었군요. 전장을 위해 인간의 뇌를 복제해서 로봇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감정이입해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놓고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백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악취미, 후반부는 웃으면서 돌진해서 산화해가는 [시린]들에게서 정체 모를 혐오감과 섬뜩함 그리고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주인공 신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레기온]이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감정이 없어져 가요.

 

바람의 검심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떤 등장인물이 카오루에게 켄신의 검집이 되어 달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버릴지 모르는, 오직 검만을 위해 살았고 불안만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안정을 되찾고 있을 곳을 주는 역할, 이 작품에서 레나는 주인공 신이라는 검의 검집이 되어 줄 것인가가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그녀는 2년 전 86구에서 처음으로 에이티식스들을 만나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었죠. 인간은 평등해야 된다면서, 이런 서투른 감정이입은 그들의 긍지에 상처만 준다는 걸 모른 채, 하지만 말실수는 여전해도 그녀가 자신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게 전해졌는지 에이티식스들은 그녀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에도 고쳐지지 않는 말실수가 여전하지만, 여전히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은 애잔하게 하죠. 그중에서 특히 마음이 망가지다 못해 없어져 버린 주인공 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의 검집이 되어줄 것인가 하는 기대를 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흥하듯 신은 자신들을 버리라는 레나의 말을 일축해버리죠.

 

사실 인간의 기준을 무엇인가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찾는 게 이번 5권의 주된 내용이긴 한데요. 가령 [시린]은 만들어진 존재고 영혼이 없는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지만 하는 행동은 인간과 똑같지 않느냐, 그리고 뇌도 인간의 그것을 복제한 것이고, 윤리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런 그녀(시린)들을 마구 죽음(소모)으로 내몰아도 되는가. 뇌는 이해해도 감정이 거부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있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기에, 그러니까 로봇은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어떤 학자(이름 모름)가 주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창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송두리째 뒤집어엎어버리는 충격적인 복선이 투하됩니다. 마치 블랙 불릿의 나나호시 유산 중 하나인 세바퀴 자전거가 등장했을 때의 소름이 이 작품에도 나와요.

 

신을 위시한 제86 기동타격군의 본연의 임무 <무자비한 여왕>의 존재 확인에서, 함락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를 탈환 후 나타난 '하얀 레기온'이 뿌린 한탄 '저, 착하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돌아와 주었으면, 했어요' 레기온의 중추신경(CPU?)은, 그것은 죽은 인간의 뇌를 복제한 것, 한탄은 그 뇌의 주인의 죽음 직전의 말을 내뱉고 있다고 하죠. 혹은 생각(메모리), 주인공 신에겐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레기온의 공습 때 갈려나간 1세대 어른들 중에. 연합왕국과 연방은 '하얀 레기온, <무자비한 여왕>'의 정체가 레기온을 만든 과학자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지만 이 대사로 인해 레기온의 최종 보스는 주인공 신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합니다. 그걸 반증하듯 연합왕국의 '비카(시린을 만든 미친놈)'도 주인공 신의 어머니를 자주 언급하기도 하고요.

 

또는 주인공 신은 진작에 죽었고, 그 뇌를 레기온이 흡수함으로써 어떤 능력을 얻게 된 게 아닐까 하는 것이군요. 신에겐 레기온의 한탄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그는 기종은 몰라도 레기온이 쳐들어오면 어디서 오는지 어디에 있는지 다 아는 생물 레이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레기온이 그의 능력을 흡수해서 역으로 인간을 급습하는 것에 이용하고 있지 않을까. 이번 제86 기동타격군이 역습을 받아 자칫 괴멸될 수 있었던 원인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얀 레기온 <무지비한 여왕>은 사실 주인공 신의 두뇌를 이용한 포르트 타입이 아닐까 하는, 지금의 신은 [시린]처럼 복제품이거나. 물론 필자의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상황이 딱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은 소름이 정말 자주 찾아와서 읽는데 정신을 딴 데 팔 여가가 없었군요.

 

 

맺으며, 원래는 수요일쯤 올라가야 될 리뷰를 지금 올리는 이유가 당췌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를 정도로 구성이 꽤 치밀했기 때문이군요. 위 리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뭔가 멋있게 조리 있게 써보려고 이틀이나 고심했는데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사실 본 리뷰에선 인간의 기준에 맞춰 쓰긴 했는데 정확히는 [시린]과 에이티식스의 서로 상반된 의지, 각오라 할 수 있어요. 자, 죽어서도 인간을 위해 [시린]의 뇌가 되기를 자처하는 병사들과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해 전장에 서는 에이티식스의 각오는 과연 똑같을까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에이티식스들이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는다면 전장에 적합하지 않는 인간의 몸을 왜 버리지 않는가. 그것은 언제고 전장 밖으로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망치로 뒤통수 때리는 일격 같은 게 있어요. 결국은 겁쟁이에 현실도피 중인 거 아닌가 하는 답을 요구하죠. [시린]은 인간의 뇌를 복제한 로봇이지만 인간과 똑같은 사고를 합니다. 명령을 우선하지만 로봇임에도 의지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를 탈환할 때 [시린]들이 보여준 광기는 정말... 이 작품은 꽤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필자의 적극적인 추천작입니다.

  1. 1,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고 살아남은 에이티식스들과 레나가 힘을 합쳐 쪼그라든 전선을 유지하고는 있었던.
  2. 2, 노파심에서 쓰지만 진짜 앨리스가 아니라 언더월드에서 현실로 나온 앨리스가 몸체로 썼던 로봇 같은, 비유적인 말입니다.
  3. 3, 이 부분은 소아온에서도 언급이 되었죠.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는 영혼의 자아가 버티지 못한다고...
  4. 4, 또 노파심에서 쓰지만 단순히 기지 안에 고립된 인원을 구출하기 보다 전략적 의미가 더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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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의 스승님 7 - L Novel
미츠오카 요 지음, 김보미 옮김, 코즈믹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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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 떨어트려 올라온 놈만 키운다는 비유적인 말이 있습니다. 자, 이걸 이 작품에 등장하는 렘르실 제국에 빗대어 보자면요. 황제에게 아들 둘에 딸이 하나 있어요. 다음 보위를 남매 중 한 명에게 물려주긴 해야겠는데 나라 사정이 개판 5분 직전인 겁니다. 마물과의 대전으로 국내 사정이 피폐한데다 옆 나라는 마물과의 전쟁도 끝났겠다 우리 전쟁하자며 깔짝대지 국정을 이끌어가야 될 관리직 귀족 놈들은 사리사욕에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으니 황제가 보기에도 이것들 참으로 노답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마누라를 전쟁터에 보내서 죽게 만들어 놓고 그 공로를 가로채서는 의기양양 권력을 독식하는 후작 나부랭이도 눈에 거슬리고, 아들 놈 하나는 방구석 폐인 배불뚝이같이 생긴 것도 울화통인데 마마보이 기질까지 보이니 나라고 뭐고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황제도 골방지기를 자처해버려요. 국정은 그나마 유식하고 올바르게 성장한 장남 '알프레드'에게 모두 맡겨 두고요. 그런 황제의 근심은 모른 채 나라는 더욱 썩어가기만 했죠. 거기에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이라고 후작 나부랭이 아들 놈이 엄마 죽인 원수가 지 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트럭 핸들을 엄한 곳으로 돌려서는 어디 이세계에 갈 놈 없냐고 두리번거리다 목표물 발견하고 돌진을 하니 그게 주인공 '윈'이었다라는 말씀. 뭔 뚱딴지같은 말이야고 해도요. 필자가 이 작품을 읽고 느낀 점 그대로 썼을 뿐이랍니다. 아무튼 저 위에서 사자 새끼를 언급 해놓고 엄한 소리만 늘어놓는다고 하실 텐데, 어쨌건 내가(황제) 국정에 무관심하면 자식들이 알아서 치고받고 싸우다 누군가는 이기겠지. 이긴 놈에게 황위를 물려주면 되지 않을까 해서 내란에도 개입하지 않았더랬죠.

 

그게 나라를 팔아먹을 놈이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분골쇄신할 녀석이든. 하지만 황제의 기쁜 오산은 마왕을 토벌한 용사 레티와 그녀의 스승 윈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내란으로 권력의 향방이 정해져 가는 가운데 황제는 자신의 앞에 누가 있는지 보게 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녀 '코넬리아'와 그녀의 종사 '윈', 그 자리에서 황제는 주인공 윈이 어지러운 시국을 넘어 난세의 영웅이 될 그릇이 되는지, 그리고 장녀 코넬리아가 황족으로써 걸맞는지 시험에 들어가면서 사자가 새끼를 벼랑이 떨어트려 올라온 놈만 키운다는 비유적 말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죠. 자식들이 280여년 제국 역사를 이끌어갈 인물에 걸맞는가. 그런데 황제의 기쁜 오산인 주인공 윈의 존재 덕분에 국내의 어려운 사정들이 해결되어 간다는 것.

 

자, 황제의 시험에서 정답을 도출한 자식은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주인공 윈의 입장은 어떻게 변화 할 것인가.

 

사실 내란이든 귀족들이 저지르는 부정부패 등은 아무래도 좋아요. 황제가 자식들에게 뭘 바라는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우매하게 행동했던 후작 나부랭이의 자식이라든지. 이 작품의 관심사는 오로지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라 할 수 있군요. 밑바닥부터 올라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는 주인공과 자신이 안주할 장소를 제공해준 주인공을 사모하여 옆에서 같이 걸어 가려는 히로인의 관계. 철이 들 때부터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였던 히로인은 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인간다운 정을 느끼게 되었고 이것이 사모하는 마음으로 연결되는 건 필연이라는 듯 연결이 되어가는 장면들은 참으로 애틋하게 하죠. 자나 깨나 그만을 생각하고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그래서 용사를 조종하려면 남자를 수중에 두면 된다는 말까지 나오며 이들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였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었군요.

 

맺으며,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에서는 완전한 엔딩에 속하긴 합니다만. 조금 더 에필로그 장면을 그려 줬으면 좋았을 텐데 오픈 엔딩으로 끝나버리니 뭔가 허전하군요. 그래도 마왕을 무찌른 용사의 미래상을 보여준 것으로는 이 작품만 한 게 있나 싶은데요. 힘을 가진 자를 차지하기 위한 내분이라든지 용사라는 새로운 마왕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다 못해 길을 떠나는 칙칙한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하는 미래를 택한 것에서 훈훈한 감동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용사 레티의 질투하지 않는 마음을 들 수가 있군요. 자신의 목줄을 쥐려면 누굴 사로잡으면 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어요.

 

바로 주인공 윈이죠. 용사 레티가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그(윈)이는 평민으로써 힘이 없어요. 귀족들이 그를 수중에 넣고 명령이나 협박을 통해 용사를 움직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을 소유하면 용사를 손에 넣는 거나 다름없게 되는 상황에서 나보다 그(윈)의 자유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곁엔 또 다른 히로인 황녀 '코넬리아'가 있었습니다.

 

6권에서 다소 설정에 구멍을 보여주긴 했지만, 무난하게 끝났군요. 조금 아쉬웠던 건 주인공의 성장이라는 면에서 그를 조금 더 굴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내란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키워가고 궁극적으로 백성들을 위하는 영웅이 누구인가를 되새기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역시나 신(神)을 개입 시킴으로서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설정은 좀 아닌 거 같았군요. 내란의 주모자 등 흑막에 대해서도 급하게 끝을 맺어 버리고, 좀 더 어리석은 자들 가령 레티의 큰언니나 이번에 등장하는 오빠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카타르시스라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꽤 수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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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의 스승님 6 - L Novel
미츠오카 요 지음, 김보미 옮김, 코즈믹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하세요.

 

 

 

 

얼마 전 외국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적응을 못하고 겉돌고 따돌림당하더래요. 그래서 의사에게 갔더니 천재의 소질이 보이니 그쪽 방면으로 공부 시키면 어떠냐는 소견을 듣게 돼요. 엄마는 그 길로 아이가 원하는 공부와 틀에 맞는 교육을 시켰어요. 강요가 아니라 아이의 뜻에 따라 아이의 틀에 맞춘 결과 그 아이는 10대 초반에 미국 굴지의 대학 입학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죠.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어른이 바라보는 천재라는 틀에 아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춘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 비유하자면 히로인이자 용사 '레티'를 들 수가 있죠. 그녀는 어릴 때부터 천재의 기질을 보였으나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엔 그저 기행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레티는 집에서 겉돌고 무시당하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죠.

 

그녀의 천재 기질을 주인공 '윈'이 본 것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도록 배려를 해주었죠. 그리고 그녀는 10살에 용사라는 천재로 각성해서 암울했던 세계를 구원했습니다. 자, 여기서 그녀를 천재(용사)로 이끈 건 누구일까. 그 누구도 아닙니다. 그저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윈은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잡아주었을 뿐이죠. 어린 나이에 한창 보호받아야 될 그녀가 외로운 길을 걸을 때 곁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가족이 아니라 주인공 '윈'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이것입니다. 힘들 때 곁에 누가 있었는가. 만약 레티의 집에서 그녀의 행동을 기행이라 치부하지 않고 그녀의 눈 높이에 맞는 틀에 맞춰서 교육을 시키고 배려를 해주었다면 분명 역시 용사의 길을 걸었을 테죠. 또한 집안과의 사이도 돈독해졌을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꼭 지나가고 나서야 후회를 합니다.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는데 손을 들어봐야 노빠꾸일뿐이죠. '메이비스 공작가(家)'에서 레티의 존재는 그런 것입니다. 버스에 애를 혼자 태워 보내놓고도 버스를 붙잡기는커녕 걱정도 하지 않았어요. 그 결과 후회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그때는 몰랐겠죠. 장녀 '스테시아(레티에겐 큰언니)'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레티의 아버지는 그때 버스를 붙잡을 걸 그랬다고 되뇌어 봐야 이미 버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클라이후드루프 후작가(家)' 장남 '제이드'가 촉발한 국가 전복 시도는 내란이라는 결과를 낳아 버렸습니다. 레티의 큰언니 스테시아는 자기도 어린 레티를 업신여겨놓고 그녀가 용사로 각성하여 누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시기를 해버립니다. 그녀(스테시아)는 우둔함의 결정체를 보여주죠.

 

그래서 제이드의 속임수에 넘어가 국가 전복에 발을 들이밀어버립니다. 그것이 국가와 가문을 멸망으로 이끈다는 걸 모른 채, 우둔한 장녀를 보며 레티의 아버지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적 레티의 기행을 곱씹고 멀리한 걸 탓하듯이 어린 레티의 곁에 누가 있었는지 아버지는 깨달아 가요. 우둔한 건 장녀가 아니라 자신이 아닐까. 그렇기에 가문은 멸족하겠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난을 피한 레티가 있는 한, 핏줄이 끊길 일 없을 거라는 자조 섞인 말 밖에 할 수 없는 모습에서 많은 걸 깨닫게 해줍니다. 사실 이렇게 길게 쓸 만큼 레티 집안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아요. 수십 쪽에 불과한데요. 그럼에도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저 위에서 아이를 대학에 입학 시킨 엄마처럼 우둔함 보다 현명함을 선택했다면 분명 미래는 바뀌었을 거라는.

 

이번 이야기는 창세신과 동등하다는 파괴신을 현현시켜 세계를 다시 쓸려고 했던 '사라 페롤'이 남긴 유산을 둘러싼 최종편입니다. '사라'는 얼핏 보면 세계를 멸망 시키는 마왕과도 같은 존재지만, 그녀의 시작은 어느 왕국에서 왕의 증손녀를 보필했던 시녀에 지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왕의 몸에 마왕이 깃들면서 왕국은 멸망의 기로에 섰고, 그녀는 증손녀를 안고 어떤 마도사와 함께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을 하였죠. 그때 그녀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절망을 느꼈고, 차라리 세계를 다시 만들면 이런 어려운 지경에 빠진 사람들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1차원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버립니다. 그래서 같이 탈출한 마도사가 만든 금단의 기술을 훔쳐 파괴신을 현현 시키려 했으나 용사 레티에 의해 저지 당하고 말아요.

 

마왕과는 별개로 또 다른 지역에서 마왕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뻔한 걸 레티가 저지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라가 생전에 했던 어려운 사람 구제라는 업적은 그녀를 성인(聖人) 반영에 오르게 했고 레티는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생전 업적을 기려 치부는 감춰 버립니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실험에 희생되었음에도, 그녀의 의지 자체가 궁극적으로 세계를 새로 만들어 어려운 사람 구제라는 선에서 입각한 것인지라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렇게 좋게 끝나나 했지만 그런 그녀가 남긴 파괴신 현현에 관련한 유산들을 노리는 자가 당연히 나오기 마련일 것입니다. 사라가 남긴 세계 구제라는 의지보다 오로지 '파괴신'에만 현혹된 사람. 이번 이야기는 그 사람과 싸우는 이야기인데요. 용사 레티에게 걸리면 그 누가 되었든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전투는 새로운 양상을 띄워 가요.

 

사실 이렇게 끝나면 정말로 좋을 거라 필자는 생각하였습니다. 버스 떠나고 나서야 손드는 멍청이에 대한 교훈과 시녀로써 본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위해 분골쇄신했던 시녀의 숭고한 정신은 작품의 질을 올리는데 이보다 좋은 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주재를 놓고 마치 용두사미처럼 세상 살다 이렇게 답답한 작품은 또 있을까 했던 게 이번 6권이군요. 사라의 유산을 노리는 악당 마도사가 나와요. 제도에서 유괴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죠. 마도사 본분에 입각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데 정도의 길을 걷기보다 사도의 길을 걸으며 남이사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전형적인 악당인데요. 이놈이 노리는 사라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레티는 맞서가죠. 여기서부터가 답답함의 정수를, 고구마를 트럭째 싣고 와서 들이붓습니다.

 

분명 일도양단할 수 있었던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빤히 바라보고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파괴신이 현현하면 마왕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텐데 사라의 유산을 노리고 유적으로 들어가는 악당을 뒤쫓아 빨리 붙잡아야 되건만 입구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뭔 이야기를 그리 해대는지 모르겠고, 뒤따라 잡아서도 바로 전투에 들어가기보다 악당이 하는 말 다 듣고 각성하는 거까지 다 관람한 끝에 '저 사람, 엄청난 힘을 얻었어'라니요. 용사가 되더니 자신감 만땅입니까? 사실 여기까지는 용사와 악당 간 서로 대화가 끝나기 전이나 변신이 끝나기 전에 치는 건 매너가 아니니까 기다려준다는 클리셰라 치부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런 행위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입니다. 레티와 윈은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했다가 그냥 칼질 한 번으로 끝났을 상황에서 궁지에 몰려 가요.

 

더욱 문제는 일찌감치 전투에 돌입했다면 궁지에 몰릴 일도 없었고, 괜히 똥폼 다 잡고 그러다 엑스트라도 아니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거예요. 자신들의 행동에 반성의 기미는 없다는 것, 여행의 길동무이기도 하고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이 죽었는데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사람 맞나? 이 얼마나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란 말인가요. 그래놓고 주인공 '윈'은 죽은 사람 되뇌며 레티와 싸우고 싶었던 거 아님? 이러고 있습니다. 참고로 레티는 정말로 궁지에 몰려서 죽을뻔하였고요. 거기에 죽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엑스트라 또한 자신을 도우러 오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하는 말 한마디 없고 뜬금없이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작가가 제정신인가 싶더라고요.

 

맺으며, 주인공 윈과 히로인 레티를 보고 있으면 이선희 가수가 부른 '인연'이라는 노래가 생각 납니다. 특히 인연이라는 노래를 가미해서 만든 드라마 '다모'의 뮤직비디오(유튜브에서 검색)와 이 작품과 연관해서 읽으면 감성을 엄청 자극하죠. 인연이 맞닿아 그 사람만을 생각해가는 과정이 참 애잔하게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레티가 딱 그렇죠. 주인공 윈을 바라보는 레티의 시선. 정말 이 여운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기까지 보면 정통 판타지에 순정을 넣은 수작인데 중반을 넘어서부터 속칭 발암적인 전개는 이 모든 여운을 다 말아먹어 버립니다. 악당 마도사와의 전투씬은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처참함 그 자체였군요. 상대의 실력이 허접해서 처참한 게 아니라 전개 자체가 허접해서 처참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전개로 서적화할 마음이 생겼는지 작가와 출판사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악당이 저기에 들어가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다거나, 몇 번이고 무찌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 뭔가의 사연도 없으면서도 하지 않은 것, 레티라면 저지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아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행위,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것, 여담으로 쓰지만 콘솔이든 온라인이든 게임상에서 전투 전에 그러하듯 상대와 말을 주고받으며 상황상 단계를 밟아 가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빤히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저지할 수 있었는데 왜 가만히 보고 있는가. 그로 인해 사람을 죽게 만드는가. 작가가 문제인가? 다음 7권이 마지막이어서 다행이랄까요. 이런 작품을 왜 여태껏 봐왔는지 필자 자신도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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