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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5 - 죽음이여 오만하지 말지어다,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타사 작품이긴 한데 '소드 아트 온라인(SAO) 앨리시제이션'을 보신 분이라면 과연 이렇게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기준점은 무엇으로 잡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데요. 영혼을 가졌다면 인간의 모습이 아니어도 인권을 줘야 하나,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면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할까. 즉,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의 인권도 보장해줘야 할까. 만들었다고 주인이라면 종교적으로 인간을 창조한 신(神)이 그 주인이고 그 주인이 마음대로 하겠다면 과연 피조물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을까. 고로 로봇을 만들었다고 인간은 주인이 아니며 로봇을 함부로 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면? 자, 소아온의 앨리스가 현실로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을 요약하면 이것이죠.
'창조주는 주인이 아니다'
연방은 붕괴한 공화국의 에이티식스를 규합해 '제86 기동타격군'을 만들었습니다. 그 수는 여단급인 4천여 명, 주인공 신과 그 일행은 연방에 주워져 편안한 삶이 보장된 미래를 걷어차고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아 다시 전장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공화국이 붕괴하고 1년하고도 몇 개월 뒤, 제86 기동타격군은 첫 번째 임무로 서쪽으로 진격하다가 멸망한 줄 알았던 공화국 구원에 나섰고() 신과 동료들은 레나와 조우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레나는 공화국에서 파견이라는 형태로 다시 신과 동료들이 속한 기동타격군의 핸들러로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돌아오지 못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머나먼 길을 떠나 죽었을 거라는 그들을 연방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여전히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으며 전장에 서는 신과 동료들을 바라보며 그것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마음 아파합니다. 그런 아파하는 마음 자체가 그들에겐 모독이 된다는 걸 모른 채.
'찾으러 오렴'
주인공 '신'이 이전의 이야기에서 고기동형 레기온과 전투 후에 들었던 말입니다. 의지가 없는 한탄만을 쏟아내는 레기온이 의지를 가지고 말을 했다는 것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자비한 여왕>이 남긴 말의 의미를 찾고자 신과 동료들 그리고 제86 기동타격군은 그 여왕이 목격되었다는 '로아 그레키아 연합왕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연합왕국에서 소아온의 '앨리스'를 만나죠(). 여기서 인간의 기준은 무엇으로 정하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의 말을 유창하게 하지만 몸은 로봇을 인간으로 봐줘야 할까? 소아온의 앨리스는 영혼을 가지고 있죠. 비록 몸체는 로봇이라도요. 이 작품의 앨리스는 인간의 뇌를 복제하고 있습니다. 마치 레기온처럼...
이 작품에서 나오는 앨리스의 정식 명칭은 [시린]이라고 합니다. 앨리스처럼 모두가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완전히 인간의 모습과 다름없는 [시린]은 오로지 인간을 구하는 기쁨만을 안고 레기온에 맞서 싸우고 있었어요. 그걸 창조한 사람은 '시체의 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연합왕국의 셋째 왕자 '비카', 악취미라 할 수 있죠. 왜 하필 인간 그것도 소녀의 모습을 한 로봇인가(). 그 모습으로 인해 감정이입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아무렇지 않게 레기온에 돌진해서 산화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녀 로봇군단을 보고 신과 동료와 그리고 레나가 받았을 충격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뇌를 복제한, 어쩌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그 로봇들을 아무렇지 않게 산화 시켜가는 '비카'의 결단력에서 이 세상에 괴물이 있다면 레기온이 아니라 인간일 거라고 서술하기 시작하죠.
<무자비한 여왕>을 찾으러 기동타격군 여단 병력이 총출동했습니다. 사실은 <무자비한 여왕>도 여왕이지만 연합왕국이 레기온의 햇빛 차단 조치로 말라죽게 생긴 걸 구원하는 차원이 더 컸어요. 그런데 레기온이 여왕이라는 떡밥(정보)을 뿌리면서 연합왕국을 고립 시켜 멸망으로 이끌려고 했던 의도는 신을 위시한 기동타격군이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온리 에이티식스로 이뤄진 최강의 전력을 자신의 전장으로 끌어들여 분쇄하려는 의도. 그 의도에 말려 들어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가 레기온 수중에 떨어지면서 '레나'등 제86 기동타격군 일부가 고립되고 맙니다. 신을 위시한 대부분의 부대는 레기온 거점 공략에 나섰던 참이고, 역으로 연합왕국이 가진 난공불락의 거점이 고기동 레기온 단 한기에 의해 공략 당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요. 여기서 참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흐릅니다.
단 몇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여단 병력 몇 할이 사라져 버립니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여럿을 희생 시키는 것, 그리고 모든 [시린]이 몸을 던져 활로를 개척하는 부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저지르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보라는 듯,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될 괴물이 있다면 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말로 소름이 장난 아니었군요. 전장을 위해 인간의 뇌를 복제해서 로봇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감정이입해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놓고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백업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악취미, 후반부는 웃으면서 돌진해서 산화해가는 [시린]들에게서 정체 모를 혐오감과 섬뜩함 그리고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주인공 신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레기온]이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감정이 없어져 가요.
바람의 검심이라는 작품을 보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떤 등장인물이 카오루에게 켄신의 검집이 되어 달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버릴지 모르는, 오직 검만을 위해 살았고 불안만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안정을 되찾고 있을 곳을 주는 역할, 이 작품에서 레나는 주인공 신이라는 검의 검집이 되어 줄 것인가가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그녀는 2년 전 86구에서 처음으로 에이티식스들을 만나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었죠. 인간은 평등해야 된다면서, 이런 서투른 감정이입은 그들의 긍지에 상처만 준다는 걸 모른 채, 하지만 말실수는 여전해도 그녀가 자신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준다는 게 전해졌는지 에이티식스들은 그녀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에도 고쳐지지 않는 말실수가 여전하지만, 여전히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은 애잔하게 하죠. 그중에서 특히 마음이 망가지다 못해 없어져 버린 주인공 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의 검집이 되어줄 것인가 하는 기대를 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흥하듯 신은 자신들을 버리라는 레나의 말을 일축해버리죠.
사실 인간의 기준을 무엇인가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찾는 게 이번 5권의 주된 내용이긴 한데요. 가령 [시린]은 만들어진 존재고 영혼이 없는 그저 쇳덩어리에 불과하지만 하는 행동은 인간과 똑같지 않느냐, 그리고 뇌도 인간의 그것을 복제한 것이고, 윤리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런 그녀(시린)들을 마구 죽음(소모)으로 내몰아도 되는가. 뇌는 이해해도 감정이 거부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있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기에, 그러니까 로봇은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어떤 학자(이름 모름)가 주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한창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송두리째 뒤집어엎어버리는 충격적인 복선이 투하됩니다. 마치 블랙 불릿의 나나호시 유산 중 하나인 세바퀴 자전거가 등장했을 때의 소름이 이 작품에도 나와요.
신을 위시한 제86 기동타격군의 본연의 임무 <무자비한 여왕>의 존재 확인에서, 함락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를 탈환 후 나타난 '하얀 레기온'이 뿌린 한탄 '저, 착하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돌아와 주었으면, 했어요' 레기온의 중추신경(CPU?)은, 그것은 죽은 인간의 뇌를 복제한 것, 한탄은 그 뇌의 주인의 죽음 직전의 말을 내뱉고 있다고 하죠. 혹은 생각(메모리), 주인공 신에겐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레기온의 공습 때 갈려나간 1세대 어른들 중에. 연합왕국과 연방은 '하얀 레기온, <무자비한 여왕>'의 정체가 레기온을 만든 과학자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지만 이 대사로 인해 레기온의 최종 보스는 주인공 신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합니다. 그걸 반증하듯 연합왕국의 '비카(시린을 만든 미친놈)'도 주인공 신의 어머니를 자주 언급하기도 하고요.
또는 주인공 신은 진작에 죽었고, 그 뇌를 레기온이 흡수함으로써 어떤 능력을 얻게 된 게 아닐까 하는 것이군요. 신에겐 레기온의 한탄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그는 기종은 몰라도 레기온이 쳐들어오면 어디서 오는지 어디에 있는지 다 아는 생물 레이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레기온이 그의 능력을 흡수해서 역으로 인간을 급습하는 것에 이용하고 있지 않을까. 이번 제86 기동타격군이 역습을 받아 자칫 괴멸될 수 있었던 원인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얀 레기온 <무지비한 여왕>은 사실 주인공 신의 두뇌를 이용한 포르트 타입이 아닐까 하는, 지금의 신은 [시린]처럼 복제품이거나. 물론 필자의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상황이 딱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은 소름이 정말 자주 찾아와서 읽는데 정신을 딴 데 팔 여가가 없었군요.
맺으며, 원래는 수요일쯤 올라가야 될 리뷰를 지금 올리는 이유가 당췌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를 정도로 구성이 꽤 치밀했기 때문이군요. 위 리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뭔가 멋있게 조리 있게 써보려고 이틀이나 고심했는데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사실 본 리뷰에선 인간의 기준에 맞춰 쓰긴 했는데 정확히는 [시린]과 에이티식스의 서로 상반된 의지, 각오라 할 수 있어요. 자, 죽어서도 인간을 위해 [시린]의 뇌가 되기를 자처하는 병사들과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해 전장에 서는 에이티식스의 각오는 과연 똑같을까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에이티식스들이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찾는다면 전장에 적합하지 않는 인간의 몸을 왜 버리지 않는가. 그것은 언제고 전장 밖으로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망치로 뒤통수 때리는 일격 같은 게 있어요. 결국은 겁쟁이에 현실도피 중인 거 아닌가 하는 답을 요구하죠. [시린]은 인간의 뇌를 복제한 로봇이지만 인간과 똑같은 사고를 합니다. 명령을 우선하지만 로봇임에도 의지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연합왕국 최전선 기지를 탈환할 때 [시린]들이 보여준 광기는 정말... 이 작품은 꽤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필자의 적극적인 추천작입니다.
- 1,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고 살아남은 에이티식스들과 레나가 힘을 합쳐 쪼그라든 전선을 유지하고는 있었던.
- 2, 노파심에서 쓰지만 진짜 앨리스가 아니라 언더월드에서 현실로 나온 앨리스가 몸체로 썼던 로봇 같은, 비유적인 말입니다.
- 3, 이 부분은 소아온에서도 언급이 되었죠.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는 영혼의 자아가 버티지 못한다고... - 4, 또 노파심에서 쓰지만 단순히 기지 안에 고립된 인원을 구출하기 보다 전략적 의미가 더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