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21 - 유니탈 링Ⅰ,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박용국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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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필자가 늘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명탐정 코난과 김전일을 가둬두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여느 작품에서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뭔 일 터지는 것도 어쩌면 주인공이 근처에 가니까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주인공으로 인해 사람들이 구원받는 게 아니라 주인공 때문에 고통을 받는, 어쩌면 이 세상에 악이 있다면 주인공이 악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잘 난 것도 생각해볼 일이라고 괜히 나댔다가 주인공과 대척점(가령 이 작품에서는 카야바 아키히코)에게 눈도장 찍혀서 너라면 나의 이상을 실행 해주겠지라거나, 너라면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야라며 주인공에게 모든 걸 떠 맡기는 바람에 애꿎은 엄한 사람들이 고생 길을 걷게 되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요.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이 타인을 고통받게 하는 모순, 물론 이 모든 건 필자의 망상이니 태클은 사양합니다.

 

아무튼 이제 VR게임이라고 하면 치가 떨릴 만도 하겠건만 오늘도 키리토는 ALO (신)아인크라드 22층에 마련한 집 '로그 하우스'에서 '아스나'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군요. 아스나가 집에서 90분이나 걸려서 등교한다는 걸 알면 오토바이도 있겠다 가서 좀 도와주던지. 부모끼리 타협하게 해서 자기 집에 데려오든지, 전철과 버스 갈아타고 등교하는 아스나가 고생이 참 많아요. 자기 딴에는 재활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의 키리토 곁엔 '앨리스'가 매실 장아찌를 믹서기에 간 듯한 음료를 마시고 있다는데 무슨 맛일까(그야 매실 장아찌 맛이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아스나가 로그인을 했긴 했습니다만. 어째서 앨리스를 보자마자 방의 기압이 올라가는 착각을 불러올까, 그야 방에 키리토와 앨리스 단둘만 있으니까지. 눈은 웃고 있지 않다라는 말은 여기서 하는가 봅니다.

 

자, 느닷없지만 지진이 일어나서 키리토와 아스나 둘의 보금자리 로그하우스(집)가 반파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군요. 뜬금없지만 인간들이 재미로 개미집에 물을 부어 홍수를 만들 때 개미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지. 아무튼 개미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인간을 욕하면서 다시 집 지을 생각에 앞 날이 암담해 할 겁니다. 키리토와 아스나에게 있어서 (구)SAO때부터 인연이 깊었던 '로그 하우스'가,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러는 걸까 한 번쯤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도 쏟아낼 법도 하겠건만 그런 한탄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집 내구도는 13시간 후에 0이 되어버린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내려집니다. 이 집으로 말할 거 같으면 둘의 소중한 딸 유이를 만나게 해줬고, 키리토와 아스나 둘의 관계를 진전시켜준 둘도 없는 보물과도 같은 집이죠. 특히 아스나의 경우는 보수적인 엄마에게 인정을 받게 해줬던 아주 고마운 집이기도 하고요.

 

근데 문제는 집이 부서진 것만이 아니라 지진이 일어날 리 없는 게임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구)SAO 1층에서 그때처럼 다시금 하늘이 변화를 보이면서 이들에게 또다시 그날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레벨과 스텟 초기화 및 장착된 아이템과 애용하는 템 이외의 장비가 소실되어 버리죠. 집은 빠개졌지, 장비는 거의 다 없어졌지, 끼고 있는 템도 얼마 뒤 스텟 초기화로 인해 낄 수조차 없다고 하지. 사면이 초가지붕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겁니다. 게다가 템 벗으면 스텟 올리기 전엔 못 낀다고 진작에 좀 알려주든지 템 다 벗고 나니까 밝혀지는 건 또 뭐람, 키리토는 졸지에 팬티 차림으로 지내게 생겼습니다. 아스나야 그렇다 치지만 앨리스와 스구하(키리토 동생)의 눈은 어떡하나. 앨리스도 1년 넘게 언더월드에서 키리토를 돌봤으니 상관없나.

 

그동안의 SAO, GGO, ALO 게임을 잊어라. 이제부턴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됩니다. 부제목으로 쓴 듀랑고가 얼마 전에 서비스 종료했다죠. 아무튼 레벨 1에서 시작하는 야생이랄까요. ALO 알브헤임이라는 기반을 누가 뭣 때문에 시스템 전반을 갈아엎고 새로운 시스템을 심었는지 모릅니다. 100여 개나 되는 [더 시드] 기반 모든 게임이 한데 뭉쳐졌다는 전대미문만 이들에게 들이밀어질 뿐, 그리고 (구)SAO 1층 때처럼 어나운스로 대충 요약하면 '끝까지 살아 남아라'라는 숙제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내려져요. 요컨대 석기시대부터 청동기를 넘어 철기시대를 거쳐 문명을 발전시켜라 뭐 그런 일이 벌어지는데요. 그러해서 키리토와 아스나의 집 '로그 하우스'도 다시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죠. 키리토는 빤스만 입고요. 깨작깨작 돌을 부수고 풀을 엮고, 나무를 베고, 곰을 해치우는 등 서바이벌이란 이런 거라는 걸 몸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생활계 작품이 다 그렇듯 무미건조해지기 쉬우나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글 재주로 심심할 틈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남편 잡는 와이프라든지, 빤스만 입고 있는 키리토의 등짝을 앨리스와 스구하가 스매시한다거나, 곰을 해치울 때 빤스차림으로 덤빈다거나, '헐벗은 원시인 주제에'라는 신랄한 독설은 배꼽을 쏘옥 빼놓죠. 거기에 시스템 변화로 사냥이든 PK든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 불안 요소를 가미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는데요. (구)SAO때처럼 로그아웃을 못하는 건 아닐까. 여기서 작가는 전략을 반전시킵니다. (구)SAO때 로그아웃을 못하게 했다면 이번엔 로그아웃을 해도 아바타가 게임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 다시 로그인할 때까지 온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폴리곤과 데이터로 된 아바타에 지나지 않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감정이입된 캐릭터가 타인에 의해 능욕을 당한다면?

 

맺으며, 작가가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시스템을 갈아엎고, 마치 이세계물처럼 무언가를 시도해서 스킬을 얻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게 식상하다기보다는 작가 특유의 글 재주로 생활계 스킬을 쓰면서 깨작깨작 거리는 게 동화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시스템 변화로 그동안의 지식이 전부 쓸모 없어졌다는 약간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을 가미한 두근거림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몰입도를 상당히 끌어올려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절한 상황 연출 일러스트 또한 극중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고요. 특히 앨리스가 키리토와 엮여 곤욕 치르는 일러스트는 참으로 훌륭한? 근데 후반부 이 작품의 외전인 -프로그레시브-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더군요. 그것도 우리나라엔 아직 정발 되지 않은 이야기를,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는데 혹시나 외전 -프로그레시브-를 보시는 분이라면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이번 21권을 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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