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1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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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 생각하는데, 여행의 목적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낭만을 찾기 위함이 아닐까 싶어요.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풍요로운 대지를 만끽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 한 소절, 정말 현대를 살아가는 사축에게 있어서 꿈만 같은 이야기일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배를 곪아서야 경치가 다 무슨 소용이고,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지어봐야 돌아오는 건 서글픈 마음뿐이겠죠. 그래서 간혹 판타지 소설을 접하다 보면 이것들 돌아다니면서 먹고 자고 하는 돈은 어디서 조달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아요. 노숙도 영화에서 나오는 모닥불 피워놓고 별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건 허구라고 어떤 예능 프로에서 증명하기도 하였죠. 영화처럼 노숙하다 입 돌아가기 십상이라고, 왕초도 이렇게 안 잔다고 할 때는 얼마나 웃기던지요(예능에서).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은 간혹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령 엘프 '피아'의 경우라 할 수 있군요. 그녀는 무구한 시간을 살면서 언젠가 지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반드시 이별을 한다는 미래를 가지고 있죠. 예전 어떤 만화에서 히로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같이 늙어가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참고로 히로인은 영원을 살아가는 사이보그). 그래서 그녀(피아)는 시리우스의 아이를 가지려고 무던히도 애씁니다. 시리우스가 가고 없는 미래에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해지기 위해. 이건 늑향의 호로와 일맥상통하기도 하죠. 그래서 필자는 욕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끊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1). 좀 붕떠 있긴 한데 피아는 아련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그런 피아가 이번에 확실하게 시리우스에게 어필하면서 슬슬 2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여행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죠. 그런데 지금 돈이 없어요. 그야 그렇죠. 애들 실력이 느는 만큼 비례하듯 먹는 것도 나날이 늘어나서 식비가 감당이 안 돼요. 눈치 안 보고 손에 닿는 거라면 마구 입에 욱여넣는 여자 3명에 근육바보 한 명과 멍멍이 하나, 주인공까지 하면 현실에서도 식비가 감당이 안 될걸요. 왜 많은 나라가 일부 일처제 하는지 아세요? 그건 식비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죠(물론 농담).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시리우스는 참 능력 있는 남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애들을 굶기지는 않으니까요. 노숙은 해도요. 하지만 이제 슬슬 돈이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굶을지 몰라요. 그래서 수인국 '아비트레이'에 왔긴 한데, 수인국(國)에 수인들(특히 갯과)에게는 신앙이자 추앙을 받는 '호쿠토(짱 큰 늑대)'를 데려온 게 신의 한수였다고 할까요.


약장사라도 시작했더라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호쿠토가 길을 나서자 하늘에서 신(神)이 내려와도 이러지는 않겠다 싶을 정도로 수인들이 열광하니 재미가 없어요. 하여튼 일본 작가들 신(神)격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라니까요. 그래서 일행들은 할 수 없이 방콕을 갔더랬죠. 호쿠토를 신격화하는 수인들 덕분에 좋은 여관에서 싸게 묶고, 참 편리하다 싶군요. 여관에서 나가질 못하는 어느 날 시리우스와 호쿠토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요. 수인국 왕녀 '메리'가 찾아오면서 거대한 음모의 서막이 열리는데..는 없어요. 메리는 한 8~10살쯤 되어 보이는 순진무구한 여자애로써 호쿠토를 찾아와 뭔가 소원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수인국에서는 호쿠토와 같은 뭐라더라 까먹었는데 신수인가? 하여튼 신에 가까운 존재에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인지 소문이 있데요.


그 소원이 참 애달프죠. 메리는 눈이 안 보여요.


​시리우스는 메리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메리가 눈이 안 보이게 된 원인을 알아가요. 이 이야기는 9권하고 이어집니다. 필자가 9권 리뷰에서 언급을 안 했지 싶은데, 그때 '레우스의' 두 번째 여친이 있는 마을이 마물에게 습격을 받게 되었고 그 습격을 사주한 인물이 있었죠. 그 인물이 이번에 등장하면서 시리우스에게 대적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은 은근슬쩍 적(에너미)을 개과천선 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차 없이 없애버리는 시리어스를 보여주기도 하죠. 그래서 싸움이 벌어지면 꽤나 처절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투에서는 원래 주인공이 나서서 뽐을 내기 마련인데, 이번에 메리의 눈을 실명시킨 장본인과의 전투를 거치면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메리의 어머니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모성(母性)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딸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죠. 사실 처음부터 모성을 자극하는 건 아닙니다. 수인답게 단련에 힘쓰다 보니 애를 어떻게 대해야 될지 잊어버린, 처음엔 애를 주워와도 이러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싸늘한 시선만 보내는데 용케도 애가 삐뚤어지지 않았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건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고 밝혀지면서 서투른 엄마라는, 오덕 세계에서 먹혀 들어가는 이야기를 들고 오다니 작가도 제법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하지만 시리우스보다 나이가 더 많은(아마 20살쯤?) 첫째 아들이 있는데도 서툴다는 포지션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양날 같은 면도 보여줘요. 작가가 상당히 무리한다고 할까요. 게다가 엄마 일러스트는 어디를 봐도 10대인데? 여담이지만 아빠 일러스트는 끝까지 없는 비참함이란.

 

뭐, 그렇게 오늘도 시리우스와 그 패거리들은 또 한 건을 해냅니다. 참 돈 벌기 쉬워요. 수왕에게서 노잣돈 넉넉히 받는데, 현실에서도 이렇게 잘 풀리면 아무도 굶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 


맺으며, 히로인 1호 에밀리아는... 얘는 글렀습니다. 갈수록 인간적으로는 괜찮은데 인격적으로 '시리우스의, 시리우스를 의한, 시리우스를 위한'만 주창하고 있어서 이러다 남북 전쟁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을 안고 사는 게, 시리우스의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김건모가 부릅니다. '잘못된 만남',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마다하지 않던 애가 이젠 동생을 남 대하듯 '당신, 당신' 거리며 온리 시리우스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떨 때는 소름이 돋아요. 어릴 적 부모를 잃거나 가정폭력을 당하면 그 충격으로 커서 내 사람(가족)에게 강한 집착을 보여준다고 하던데 딱 그런 분위기입니다(2).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교육을 모토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안 어울리는 장면이라 할 수 있죠.


  1. 1, 사실 작품성도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천선필 역자로 바뀌기 전엔 오타와 문맥파괴로악명이 높았죠.
  2. 2, 레우스와 애밀리아 남매는 어릴적 부모를 잃고 노예로 몇년이나 시달려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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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자격을 박탈당한 아저씨지만, 사랑하는 딸이 생겨서 느긋이 인생을 즐긴다 1 - L Books
오노나타 마니마니 지음, 후지 초코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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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악평이 있으니 이 작품의 팬이시라면 안 보는 게 좋습니다.




37세 아저씨, 판타지에서 이 정도 나이면 손주 볼 나이겠죠. 한때 모험가로써 전설을 써 내려갔던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흑마법사(35세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가 되어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도 예전 같지 않은 게, 근래에 들어선 스킬만 쓰면 HP가 깎이는 병까지 얻었지 뭡니까. 이제 슬슬 은퇴할 나이 건만 20년 넘게 모험가를 하면서 돈은 땡전 한 푼 모아두지도 않았군요. 지금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길드를 찾아가 일거리를 달라고 하니 매정하게도 길드는 '너 님 모험가 자격 박탈' 선고를 해버립니다. 그동안 아저씨의 등골을 쪽쪽 빨아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 쓸모없으니 꺼지라는군요. 게다가 갈 땐 가더라도 빌려준 무기도 놓고 가라고 합니다. 길드는 아저씨가 벼랑에서 간신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거마저 잘라 버리죠.


세상 온천지에 박정한 놈들 밖에 없어.


한때 용사 파티의 일원으로써 용사에게 싸우는 법까지 알려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건만, 박정한 용사 놈들은 아저씨가 병에 걸리자 바로 퇴출 시켜 버렸죠. 이런 놈들이 용사라니 이 세계도 갈 데까지 간 게 아닐까 싶더군요. 길드를 나서다 아저씨는 용사 패거리와 조우하게 돼요.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마주친 용사 패거리들은 아저씨를 놀려대기 바쁩니다. 말이 좋아 놀린다지 이건 비아냥에 모욕에 인간 취급을 안 해주니 용사라는 놈들 인성 개차반이 따로 없어요. 아저씨 이쯤 되면 화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좋은 말로 하면 성격 좋은 사람, 나쁘게 말하면 비굴한 무지렁이 딱 그 느낌이었군요. 작가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콩쥐와 팥쥐를 연출하고 싶었던 걸까요. 온갖 역경을 이겨내 나를 무시한 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려 했던 걸까요.


자, 이렇게 '한때 잘 나갈 땐 잘도 이용해먹더니 쓸모 없어지니까 패대기치는 놈들'이라는 밑밥을 뿌려 두었습니다. 사실 이건 전형적인 주인공이 병이든 뭔가에 의해서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이후 회복하여 복수할 거라는 복선인데 문제는 아저씨 성격상 자신을 퇴출시킨 용사 패거리들이 다시 파티로 들어와 줄 수 있냐고 하면 냉큼 들어갈 성격이라는 거죠. 위에서도 서술했다시피 아저씨 성격이 비굴한 무지렁이거든요. 화를 내지 않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속된 말로 눈치를 엄청 살피는 성격으로 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해지는 스타일이죠. 즉, 이 말은 굉장히 착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 특징이 불의를 못 참고, 곤란을 겪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죠. 사실 정의로운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은 내 안 보는 데서 해줘라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끊임없이 되뇌게 돼요. 내 코가 석자인데 덮어놓고 나대다간 제명에 못 산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만도 하겠건만 이런 작품들의 특징이 그런 교훈을 멍석 말아버리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아저씨가 숲에서 줍게 되는 소녀 '라비'도 한몫 거들어요. 유유자적 여행을 하며 어떤 숲에서 화살 맞고 낑낑거리는 펜릴(짱 큰 늑대)을 구해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인간 소녀였다는 것. 그 뒤 아저씨는 '라비'를 맡겨둘 곳을 찾아 같이 여행을 떠나는데요. 작가는 부창부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애(라비)가 아주 아빠(아저씨) 성격을 뛰어 넘어요. 펜릴로 변하게 된 일, 자시을 죽이려던 사람에게 쫓기던 일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어디에 갖다 버리곤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의 단점을 열거해보자면요. 스포일러 주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일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인데요. 아저씨, 라비를 구해주기 위해 발사한 스킬이 반사되어서 자신(아저씨)의 저주가 풀려 버리는데 이게 제일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어요. 일찍이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가였고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의 스승이자 용사 파티에 들어갈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몰랐다? 까지는 좋아요. 근데 라비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스킬을 썼는데 '그게 반사되어 주인공의 저주가 풀리고 전성기의 실력을 되찾았다.' 이걸 글이라고 쓴 거냐고 도서를 패대기칠뻔하였습니다. 게다가 되는대로 갖다 붙이기식 설정을 혀를 내두르게 하죠. 이제 막 생각났다는 것처럼 '나, 이런 스킬도 쓸 수 있어'하며 형편 좋게 스킬을 써대는 모습들은 보는 이를 창피하게 합니다.


그리고 낄 데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머리 들이미는 건 어떻게 좀 안 되나 하는 장면이 매우 많아요. 딴에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설치는데 오히려 그게 반감을 사게 되더라고요. 미치 아저씨가 아니면 사건사고가 해결이 안 된다는 것마냥 포장을 해대는 게 상당히 보기가 안 좋더군요. 이세계 전생물처럼 고딩이 이세계로 가서 신문물 기술로 무지한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뭐 그런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요. 한술 더 떠서 '라비'의 행태도 어딜 봐서 얘가 9~10살 먹은 어린애인가 하는 장면도 있다는 것인데요. 이건 심각한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합니다만. 사람을 도와주는데 있어서 맹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도 아빠가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주저하는 것에 삐지고 울어버리는 대목은 이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나마 장점을 꼽으라면 라비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뽑혔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우리 딸(1)처럼 힐링물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단언컨대 아니올시다입니다. 분명 라비는 귀엽게 뽑히긴 했지만 이것뿐입니다. 아저씨의 성격과 행태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작품이 발매될 수 있을까 의문이 끊이질 않았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단 아저씨의 성격을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하지 않는다면 이 작품이 빛을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착한 성격의 사람을 욕되게 해선 안 되지만 이 작품의 아저씨는 도가 지나칩니다. 작중 어떤 여자애가 아저씨 보고 이런 말을 하죠. '위선자', ​필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했군요. 물론 아저씨는 겉만 착한 게 아니라 골수까지 착한 사람이긴 한데... 너무 인위적이라는 거죠. 라비의 귀여움이 다 묻힐 정도로... 2권이 발매된다면, 일단 아저씨가 용사 패거리들을 다시 만난다는 복선이 있는지라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해서라도 2권은 구매해보겠지만 이후는 글쎄요. 사실 '라비'만 아니었으면 1점 주기도 아까운 작품이랄까요. 그 라비 성격도 어딘가 어긋나 있지만요.


  1. 1,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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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소녀를 구하는 자 - Goodbye to Fate
니시노 료 지음, 후지 초코 그림, 정은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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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꽤 많이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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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소녀 한 명을 구해주고 싶었을 뿐.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는 소설을 읽다 보면 늘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 이외에도 분명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 사람들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하는 것이군요. 그러다 문득 모두가 마왕성에 도착한다면 마왕 입장에서는 이보다 당황스러운 건 없을 테니, 이 생각만 하면 웃음이 떠나지 않기도 했는데요. 사실 세상 사람 모두가 용사라면 애초에 마왕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죠. 그렇다면 모두의 힘을 제각각으로 하면 어떨까. 그러면 중도에 포기하는 자도 있을 테고, 힘이 다해 죽는 자도 있을 테고, 모 작품처럼 가전제품을 파는 종업원이 된 자도 있을 테죠. 그리고 용사 파티에 끼여보지도 못하고 영웅이 되고 싶은 꿈을 접은 자도 있을 겁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위즈'처럼요.


어릴 적, 세상을 구한 영웅을 동경해 나도 크면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제법 머리도 좋았어요. 만약에 이 세상에 용사가 강림한다면 이 아이가 분명 용사로 선택되지 않을까. 그 꿈이 얼마나 허황된 건지 소꿉친구 '알루클'이 신의 계시를 받기 전까지는 몰랐죠.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범재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선택된 자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진리. 용사가 된 소꿉친구를 따라다니며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숨겨진 힘 따위는 더더욱 없는 비참한 현실을 접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일행들은 무능한 놈이라고 낙인찍어서 그를 파티에서 나가기를 종용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위즈'는 선택을 하죠. 자신은 마을 사람 A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요즘 숲에서 여자아이 줍는 게 유행인가?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위즈는 여전히 마을 사람 A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죠. 여기서 좀 불만인 게 이 작품은 노력하는 자를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7년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강해지기 위해 수련에 매진했다면 마을 사람 A라도 도적 몇 명은 잡을 수 있겠건만 소녀를 유린하려는 도적 3명에게 쩔쩔매고 결국 죽임당하기 일보 직전에서 되려 소녀에게 구출되는 수치 플레이란. 이 소녀 '아론'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는지 모릅니다. 추운 북방에서 원피스 하나 입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으로 들어왔다가 도적들에게 둘러싸인 것이죠. 그래놓고 '이길 줄 알았는데(대충 비슷함)', 첫 만남부터 어딘가 4차원적인 모습은 그녀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시사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마인이라고 불리는 절대악이 부활하려는 이때, 혼자서 여행이라니.


위즈는 아론으로부터 호위 의뢰를 받아 그녀의 마을로 떠납니다. 이 여정이 위즈에게 있어서 사람을 구하는 게 꼭 선택된 용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죠. 세상 모두를 지킬 순 없어도 한 명의 여자아이를 지킨다는 것. 이것은 용사가 하는 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이 여정에서 위즈에게 힘이 없다고 해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래서 가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을 멸망 시킨다는 '마인'의 부활이 임박함에 따라 마물이 득시글 거리면서 위즈와 아론의 앞을 가로막죠. 여기서 주인공 위즈는 저렇게 강한 마물을 상대로 내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며 참 현실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노력해도 마을 사람 A는 A 일 뿐이라는걸.. 하지만 아론은 용사란 사람을 구한다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고 알려줍니다.


자, 망설이는 위즈에게 상황은 그로 하여금 용사가 될 것인가 그대로 마을 사람 A가 될 것인가를 선택하게 합니다. 마인을 쫓아 북방으로 온 영웅 알루클과 그 일행들, 한때 위즈가 몸담았던 파티가 위즈와 아론을 가로막아요. 그리고 '마인'을 처치하러 왔다고 하죠. 이미 도서 제목이 스포일러를 하고 있으니 마인이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알지 않을까 싶군요. 이 작품은 그래서 선택을 강요합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여자아이를 죽일 것인가, 여자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멸망 시킬 것인가. 중간은 없습니다. 마인을 없애고 여자아이를 구한다는 선택지 따윈. 위즈가 영웅(용사) 일행을 이길 리가 없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존재를 지킨다는 흔한 클리셰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위즈는 그런 거창한 건 모릅니다.


그저 아론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들어주고 싶었을 뿐.


뭐랄까. 이 작품은 사람을 구한다는 의미를 되새겨줍니다. 세상 모두를 구한다고 해서 그게 용사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죠. 악마가 씌었으니 죽일 수밖에 없다는 1차원적인 생각을 가진 자를 용사(정확히는 일행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위험에 처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구해주는 게 용사라면서, 눈앞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마가 되어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작은 소녀를 구해주지 못하는 게 무슨 용사인가 하는 물음. 그리고 그저 작은 소망을 바라는 소녀의 마음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진정한 용사가 아닐까 하는 물음. 아론이 말했던 힘이 있어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자가 사람을 지킨다는 의미. 그 소녀가 지금 바라는 점 딱 하나. 고행으로 돌아가 자신은 지금 죽을지언정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맺으며, 오랜만에 리뷰 이벤트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글이 다소 두서도 없고 재미도 없군요. 다듬어 보아도 나아지는 건 없고. 아무튼 이 작품은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존재를 지키려는 클리셰를 담고 있습니다. 판타지물에서 흔히 등장하기도 하죠.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든지, 제물을 바치기 위해서라 든지로 여자아이를 죽이려는 사람들로부터 지키려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 작품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인'이라는 세상을 멸망 시키는 악을 몸에 품게 된 소녀를 지키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주인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을 사람 A로 만들어 놨다는 것이죠. 이것은 힘이 있다고 사람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지키는 진정한 용사가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물론 처음부터 의지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무데뽀로 도적 3명에게 덤볐다가 골로가기 직전에 히로인이 구해주는 수치를 선사하죠. 이건 뭐 의지보다 자포자기에 가깝고. 그래놓고 도적보다 더 강한 마물을 상대로 히로인 지키겠다고 설레발치다가 몸통 빵구나기도 하고(또 히로인에게 구해짐), 그런 주제에 마을이 마물에게 짓밟히는 순간인데 내가 저런 놈을 어떻게 이겨 하며 갑분싸하는 만드는 능력은 대단했죠. 이쯤 되면 아론이 여자아이라서 흑심 품고 구해준 거냐?라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돼요. 또한 7년 동안 수련한 건 뭐냐 이놈아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주게 하죠. 그러나 이 모든 건 중반 이후에 다 날려 버립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죠. 사실 단권으로 끝나다 보니 진행이 상당히 빠른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NTN과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도서를 제공해주신 NTN과 위즈덤하우스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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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21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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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꽤 많이 있으니 주의 하세요.





로렌스와 호로가 '늑대와 향신료'라는 온천장을 만든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온천장이 몰려있는 골짜기에서 이 정도 기간이면 어엿한 중견 사장님 소리도 들을만 하겠건만 여전히 신참 취급인 게 로렌스는 영 못마땅합니다. 마을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선배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굽신 거리는 게 이놈의 텃세는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그래도 뭐 예쁜 마누라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도 얻었고, 온천장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하니 거렁뱅이가 지천에 널린 세계에서 이보다 성공한 인생이 또 있을까. 이대로 여생을 마친다 해도 억울하지는 않을 터, 영원을 살아가는 호로와 마지막엔 웃으며 헤어지자고 약속도 했으니 지금의 생활에 불안이야 있을 수 없으리라. 딸내미가 외간 남자(콜)를 따라 세상으로 나가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빠 몰래 가출을 단행한 딸내미를 목놓아 찾아도 돌아오는 건 울음 섞인 메아리뿐.


매일 식음을 전폐하는 남편을 보다 못해 호로는 제안합니다. 딸내미 찾으러 가볼래?라고요. 호로는 갯과(늑대)답게 젖을 떼고 한번 품을 떠난 새끼는 더 이상 찾지도 않고 관심도 거의 없건만, 역시 순수 인간인 로렌스가 시들어가는 건 두고 볼 수만은 없었죠. 그래서 남방에서 올라온 호로의 동족 '세림(하얀 늑대)'에게 온천장 모든 걸 맡겨두고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여기서 참 여러 가지 복선이 나오는데요. 영원을 살아가는 호로가 둘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언제까지고 여행을 하고, 로렌스가 수명이 다 했을 때 그녀는 그대로 동료들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십수 년 전 동족의 소식을 듣고 절망했던 호로가 다시 동족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딸의 이름으로 예전 동료의 것을 붙여줄 정도로 각별히 여겼는데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여행이 가지는 의미는 어쩌면...


사실 여행으로 끝을 맺는 건 둘에게 있어서 최고의 이별이 될 것입니다. 나이 먹지 않는 호로는 언제까지고 온천장에 머물 수가 없어요. 지금도 열너댓 살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호로와 다르게 남편인 로렌스는 나날이 늙어가고 있는데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대로 여행을 떠나버리는 결말'이라는 복선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이런 엔딩이 작품을 끝내는데 있어서 어쩌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작가 나름대로의 배려로 다가오죠. 비록 걱정 많은 '세림(하얀 늑대)'의 망상에 불과했지만요. 둘(로렌스와 호로)은 이미 약속한걸요.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삶의 끝에 로렌스가 수명이 다해 먼저 죽는다 해도요. 그래도 남겨질 호로에게 있어서 불안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녀가 로렌스를 먼저 보내고 영원 같은 시간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예전 18권 시놉시스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회상하듯 '그때는 정말 즐거웠지(대충 비슷함)' 이 말이 이제서야 대충 윤곽이 잡힙니다. 이 말 자체가 스포일러였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요. 사람의 기억이란 흐려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니 그렇다면 지금의 행복을 어떻게 미래로 가져가면 좋을까. 첫 페이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은 글을 써서 미래로 가져가면 어떨까. 그리고 혼자 남았을 때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으며 그때는 즐거웠지 하며 추억할 수 있으리라. 분명 이러면 혼자 남아도 외롭지는 않을 테지. 17권 이후 호로 이야기만 나오면 계속해서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근데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종이와 잉크 값이 장난 아니군요. 좋은 분위기였는데 누가 전직 상인 아닐까 봐 로렌스는 찬물을 끼얹어 버리죠. 하지만 이미 약속했으니까. 웃으며 헤어지자고. 그러니까 그녀가 계속해서 웃을 수 있도록.


결혼도 하고 딸내미도 얻은 아줌마는 여전히 꽃다운 나이를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것에 일희일비하고, 용돈을 받으면 세상 다 가진 듯 해맑은 웃음을 보여줍니다. 이게 얼마나 귀엽던지요. 글로 되어 있음에도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진다는 걸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묘사가 대단합니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서 몸이 굳었는지 불도 못 피워 뻘짓하는 남편을 보며 어이없어 하고, 기생벌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일면도 보여줍니다. 딸내미가 콜을 따라 세상에 나가 성녀라는 소리를 듣고 급기야 그림(벽화?)으로까지 남겨진다는 것에 조바심을 내며 나도 그림!!이라며 로렌스에게 조르는 모습에서 어디가 현량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유쾌하다고 할까요. 종이와 잉크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일터에서 알게 된 동료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합니다.


맺으며, 다시금 옛날(1~17권)을 보는 듯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식상한 게 아니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인데요. 여전히 먹보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호로가 세림(하얀 늑대)의 오빠 집에 쳐들어가서 고기 전골을 얻어먹기도 하고, 딸내미 찾아 여행을 하며 이거저거 사달라고 떼쓰는 모습은 그때를 떠올리게 하였군요. 특히 용돈 받았을 때 꼬리로 풍차 돌리기(비유적) 하는 장면은 매우 압권이죠. 그러다 종이와 잉크 사기 위해 저축하는 게 어떻냐는 로렌스의 말에 그렇게 할게라는 보습은 영락없는 어린애를 보는 듯했고요. 슬슬 권태기에 접어들 때도 되었건만 언제까지고 신혼이라는 것처럼 티격태격 해대는 모습은 입가를 흐뭇하게 하는 게 있습니다. 집안의 행복은 마누라 기분에 달렸다는 것마냥 로렌스가 호로의 기분을 맞춰주는 모습은 이 시대의 영락없는 남편들의 자화상 같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비록 세림(하얀 늑대)의 망상으로 끝이 났지만 이번에 어쩌면 둘은 여행을 하며 끝을 맺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와 버렸습니다. 이것 또한 괜찮은 엔딩이 아닐까 해서 여운이 좀 남았군요. 여행으로 만나 여행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호로는 동료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이번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또한 로렌스가 호로를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애잔하기만 합니다. 언제까지고 같이 할 수 없다는 슬픔보다 혼자 남겨질 그녀를 위하는 모습은... 글을 쓴다는 의미라는, 지금 보고 느끼고 모든 것을 기록해 미래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꽤나 가슴에 와닿았군요. 여담이지만 둘이 여행을 떠나는데 세림(하얀 늑대)이 내가 개 썰매를 끌듯 둘의 짐마차를 끌까 독백하는 장면은 어이없으면서도 꽤나 웃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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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토하는 소녀 8 - S Novel
나미아토 지음, 케이 그림,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생판 모르는 애를 주웠습니다. 이 아이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려 보석을 토합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실존한다고 해야겠죠. 애를 주운 건 좋은데 이 일을 어떡한다. 여기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할 겁니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모른척할 겁니다. 그야 알려지면 자신은 죽고 애는 빼앗길 테니까요.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지키려 할 겁니다. 아이의 체질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게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죠. 이 작품의 주인공 '스푸트니크'는 보석을 토하는 아이 '클루'를 자신의 보석점 종업원으로 기용해 지키기로 마음먹어요. 그리고 클루의 체질을 고쳐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죠. 무엇이 한창 젊은 나이의 스푸트니크 등을 떠밀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클루가 정기적으로 토하는 보석을 가공해 팔면서도 그녀를 이용하려 들지 않아죠.


그런 점이 클루에게 있어서 좋은 점으로 작용을 했을까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언니도 잃고, 마녀들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고, 이상한 아저씨(이번 8권에 등장)가 쫓아와서 무서운 얼굴로 구해줄게 하는데 마음 고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클루는 그런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죠. 게다가 세상을 인식하고 나니 도적들에게 배를 차이는 나날이었고, 클루는 인격적으로 성장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푸트니크에게 구해지고 나서도 평범한 성격의 아이로 지내는 건 무리였겠죠. 즉, 그녀(클루)가 스푸트니크에게 편향된 연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유년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에 기인하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8권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클루의 기이하고 편향된 연심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발랑까진 애 같은 느낌과 집착이 너무 강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푸트니크는 클루에게 어떤 사람일까. 이런 물음을 클루에게 던진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에너미)인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아프게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겠죠. 그래서 그녀는 보호받는 걸 마다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역설적이게도 이게 10대 초반 여자애가 가질만한 생각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그에게 적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클루는 용기를 내서 머나먼 길을 떠나죠. 지금 그녀가 있는 곳, 마법학교가 있는 뷔알톤 시(市). 여기라면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스푸트니크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하면서 클루는 자신이 무얼 하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우려 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이별을 불러오는 줄도 모른 채.


그냥 또래의 평범한 아이처럼 보석을 팔며 친구를 사귀고, 바람피우는 스푸트니크를 야단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분명 힐링물이었을 겁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가 사람에게 치유를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불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언제까지고 함께 하는 이야기(?? 이거 어디서 많이 읽어본 이야기인데)였다면 분명... 하지만 편향된 연애관(1)을 가진 아이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스푸트니크도 심각한 소심쟁이에 츤데레라서 그녀를 지키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을 거치게 하는 통에 클루의 마음을 더욱 조바심 나게 만들어 버리죠. 엇갈림이랄까요. 그래서 체험학교(클루가 다니는)가 있는 뷔알톤 시(市)에 스푸트니크가 와 있다는 걸 알아버린 클루는 예상한 대로 상황을 심각하게 꼬아버리기 시작하는데요. 이래서 이 작품을 읽기 싫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클루의 체질이 들통나면서 스푸트니크는 그녀(클루)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것인데요. 사실 선택이고 자시고 간에 아직 둘이 보석점을 운영하면서 아웅다웅하던 시절, 마법소녀(우웩)가 스푸트니크 보석점에 모습을 들어낸 시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겠죠. 둘이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요. 사실 이 서점에서 이미 마법사(마녀)들에게 클루의 존재가 들통났고, 미래는 파탄 밖에 없었다는 걸 그동안 간간이 복선이 투하되어 왔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보석은 마법의 매개가 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는군요. 즉, 마법사(마녀)들이 클루를 손에 넣는다는 건 그런 의미. 아무튼 주인공이 여느 영웅물처럼 없던 힘이 솟아나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히로인을 지켜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면에서 이 작품도 꽤나 현실적이죠.


두 번째로는 7권에서도 언급했던 클루의 가족사에 대한 것인데요. 이번 8권에서 마법사(마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클루의 언니의 등장과 어릴 적 스푸트니크의 이웃집 누나 유키의 복선이 완전히 회수되었습니다. 죽었다고 여겼던 클루의 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스푸트니크에게 있어서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야기는 클루에게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9권에서 다시 언급해보도록 할게요. 사실은 시간도 시간이고 만사가 다 귀찮은(;;;)...


맺으며, 스포일러를 할까 말까 참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부제목으로 기나긴 이별을 쓸려고 했는데 눈치 빠른 분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제목으로 스포일러 한다고 소리 들을까 봐 여기에 씁니다(;;;;). 이번 스푸트니크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이게 상당히 애틋하게 다가와요. 누군가를 지키고는 싶은데 힘은 없고, 그래서 확실히 지켜줄 만한 상대에게 클루를 맡기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못습은... 그 누군가가 클루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스푸트니크가 마지막으로 클루를 만나는 장면에서 종교 판타지물에서 가끔 나오는 '너와 나의 앞길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이라는 대사가 나왔더라면 필자는 분명 울어 버렸을 겁니다(참고로 필자는 무교). 일러스트도 참 애잔하게 만들죠. 그러나 필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변함없는 클루의 행동에서 쓴웃음만이...


여담으로 6권 리뷰처럼 애틋한 연애 이야기를 써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고 이제는 어느 작품을 읽던 현실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게 돼서 주관적으로 쓰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사실 클루의 나이를 조금만 더 높게 잡고 성격을 조금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돼요. 불행한 과거를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길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자신의 체질을 이해해주고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주는 사람(유사한 작품이 있긴 하죠). 이 작품은 어둠과 공존하지만 분명 밝은 빛을 내릴 수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히로인(클루)의 성격은 지치게 만들고(성장하지 않는 히로인), 클루를 노리는 마법사(마녀)와의 관계는 견우와 직녀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성이 다분했군요. 일단 9권이 나와봐야 총평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으로써는...


  1. 1.1,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로 마주 보는 것. 클루는 집착성이 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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