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여행 2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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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리뷰가 아니라 감상문을 짧게 써보겠습니다. 사실 리뷰를 쓸려고 두어 시간을 끙끙댔지만 좀처럼 좋은 글이 떠오르지가 않았는데요. 이번 2권은 1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서 딱히 새로운 느낌은 없었군요. 이번 2권 역시 세계를 여행하며 들린 나라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접하고 난감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곤 하는 일레이나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들린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 못 할 풍습을 접하면서 즐기기도 하고, 때론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에 이해 못해도 그러려니 하며, 때론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 주기도 하면서 노잣돈을 벌던 그녀, 이번에 그녀가 접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상인들에게 부모를 잃고 사람들에 의해 마을로 내려왔던 수인 자매의 기구하고 슬프고 반전이 서려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담으로 세상에 미련이 남아 토착신이 된 고양이와 고양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일레이나, 백합을 꿈꾸는 왕녀, 구울의 나라에서 황당한 죽음, 온 나라가 유행을 쫓아가는 무미건조한 이야기, 수인 소녀 엘리제와 같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잇속은 반드시 챙기는 일레이나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피어나기도 하고요.

 

유유자적 빗자루를 타고 여행을 하나는 마녀, 가끔 판타지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든 현실을 벗어나 일레이나같이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질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거기에 더욱 부채질한다고 할까요. 황당하고 기묘한 만난을 제외하면 비 내리는 초원이라던지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어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음에도 끌리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이 돈값을 하나? 하면 미묘합니다(할인받아서 산다고 해도 8천800원). 근래에 보면 가격은 높은데 7천 원대 작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상당히 많죠. 출판사에선 종이 질이 다르다고는 합니다만... 어쨌건 이 작품은 심각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웃긴 포인트도 없는, 그저 여행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어서 흥미 위주인 다른 작품보단 순하게(마일드) 읽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거 하나만은 높은 점수를 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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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8 - In Omnia paratus,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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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주변 나라와 전쟁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7권에서도 언급했지만 타냐의 나이 13~4세가 되었군요. 망할 존재X에 의해 샐러리맨에서 TS되어 여자애가 된 이후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곤 입이 찢어져도 못합니다. 눈을 떠보니 사생아인 것도 모자라 교회에 버려지고 개도 안 먹을 죽을 먹으며 커오다 9살 철이 들면서 군에 입대한 그녀, 이것은 그녀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군도 엄연한 조직 사회, 능력을 과시하면 내 살길 하나는 있겠지 했는데 문제는 이게 그만 돌아오지 못할 강이 되어 버린 것이죠. 능력 과시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이처럼 개고생한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준 게 바로 타냐가 아닐까 하는데요.

 

적당한 무훈을 세우고 후방에서 잘 먹고 잘 살려 했는데 군은 유능한 병사를 놀릴만한 조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북부전선, 서부 전선, 남부 전선을 거쳐 지금은 동부전선에 왔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4년, 연방(소련) 침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 중인 타냐에겐 모든 게 부족합니다. 이 작품은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보니 대전 말기 독일의 참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요. 먹는 것부터 해서 포탄과 총알까지, 그리고 심각한 인적 자원 고갈은 노동 인구 감소로도 이어져 물자 보급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타냐에게 내려온 믿기지 않는 명령...

 

'너에게 미끼가 될 것을 명하노라'

 

연방의 남부 자원 지대를 빼앗을 목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시행하는 제국, 그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처럼 타냐에게 양동을 걸으라는 직속상관 제투아 중장의 명령이 떨어집니다. 그가 친히 전선에 착임이라 쓰고 좌천되어 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 좀 써먹어야겠다. 아랫동네에서 우리가 대규모 작전 중이니 너님이 친히 적진에 고립되어 적 지원부대의 발을 붙잡아라 이럽니다. 뭐 어떻 하나요. 까라면 까야죠. 일부러 적진에 고립되어 버린 타냐, 그리고 이게 웬 떡이냐며 3~4개 사단으로 타냐의 203 마도대대(지금은 레르겐 전투단)을 포위하지 뭡니까. 사실은 타냐가 차지하고 있는 철도선을 노리고 온 것이지만요.

 

그리고 그걸 빌미로 우리 구하러 가자고 동부 군(軍)을 꼬드기는 제투아 중장, 중장이라도 별이 3개입니다. 아무리 좌천되어 낙하산 타고 왔다지만 넓게보면 부하된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죠. 이렇게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제투아 중장의 연방군 걷어차기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진흙탕 도랑에 빠진 제국을 살리기 위해 제투아 중장의 일발 역전극에 휘말려 고생 꽤 나 하는 타냐, 그 와중에 그녀와 그녀의 부대원들은 질적 향상을 보인 연방군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과거의 영광이여~ 하늘은 내 것, 니 것도 내 것이라면서 몰려오는 적들 엉덩이를 신나게 두들겨 줬던 게 엊그제인데 이젠 호각을 보이다 못해 밀리는 사태까지, 거기에 괴물같이 변한 '메어리 수'의 내습은 완전 3배 빠른 빨간 기체라 할 수 있었습니다. 타냐는 물론이고 그녀의 수하 두 개 중대가 온 화력을 쏟아부어도 꿈쩍을 하지 않는 메어리 수를 보고 있자니 이거 i필드(1)도 적당히, 명령불복종을 밥 먹듯이 하고 머리에 피 몰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던데 이러다 메어리 수는 최종 보스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었군요.

 

어쨌든 간에 여전히 이데올로기라든지 공산주의 배척 주의나 온갖 정치색이 난무하지만 아무래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기껏 여자애로 환생 시켜놓고 그에 따른 상황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 작가에게 저주를 퍼부을 뿐, 여자들에게 있어서 전쟁은 가혹하기 그지없죠. 전생의 기억과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을 걷지도 못하고 철이 들자마자 군에 들어와 이때까지 전쟁만을 치러오고 있으니 여자라는 걸 잊어버린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마 1권에서던가 이에 관련해서 언급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와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래도 사족을 달자면 일러스트가 13~4세에 맞게 올림머리를 했다든지 같은 약간은 여자다운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능력도 어지간히 발휘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던집니다. 괜히 미래에 잘 살아 보겠다고 있는 머리 없는 머리 풀가동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더니 돌아오는 건 '잘 하네? 저기도 가봐!'라는 소방수 역할뿐,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다가 수단에 얽매어 목적을 잃어버린 것이죠. 그럴 때마다 존재X를 저주하며 망할 망할이라고 욾조리지만 정작 자신은 여차하면 부하들을 방패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혼자서라도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걸 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1. 1, z건담인가 zz건담인가부터 표현되기 시작한 일종의 사이킥 방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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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모험가 4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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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완결편입니다. 사실 1~2권을 읽었을 때 4권이 끝이라고 해서 좀 아쉬웠는데 4권을 읽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군요. 참고로 웹에선 계속해서 연재 중이라고 합니다. 여튼 필자는 이 작품의 모토라고 해야 할지 아이덴티티라고 해야 할지 늘그막에 모험가로써 재능이 꽃 피어서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된 주인공을 그린다.라고 느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일단 여행은 합니다. 동료들과 함께요. 세계로의 여행, 말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사실 1~2권은 그 시작을 알려서 조금은 두근거림이 있었죠.

 

여튼 바람의 요정 실프족 '샨디'와 계약하면서 새로운 동료로 맞아들인 이그니스와 두 엘프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지금은 마법의 나라에 왔습니다. 두 엘프녀와 샨디가 마법에 소질을 보여서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게 해주려는 심산으로 왔긴 한데 오자마자 마치 주인공을 기다렸다는 것마냥 귀족들의 파벌 싸움이, 물론 이그니스는 끼일 마음이 없었겠죠. 그러나 운명은 얄궂게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진 '리제로테'라는 귀족 영애를 구해주게 되면서 이그니스는 판타지 정석대로 수라장을 해결해나가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요. 좋은 놈이 있으면 나쁜 놈도 있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사람 마음이 다 다를 테니 천국에서라도 악당은 존재할걸요? 당연히 선한 측인 주인공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리제로테의 아버지(참고로 대귀족)가 리제로테를 구해준 은혜를 베풀어 너 님에게 일을 하사하노라~ 이러니 판타지 중세 시대 계급사회에서 천민급에 버금가는 일개 모험가가 거기에 대놓고 싫어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거기다 모험가에 대한 허황된 환상과 이상향에 쩔어 사는 리제로테까지 보살펴라 이러니 내가 이러려고 모험가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몰려와요.

 

남자라면 일단 돌격이지라는 리제로테(참고로 여자 애입니다.), 그녀의 조상이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고 나라를 세운 구국의 대영웅이라나요. 그 피를 이어받았으니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귀족의 소양 따위 개나 줘버려, 막내딸이라고 오냐오냐로 길렀던 게 화근이었던 걸까. 한 번쯤은 아버지도 그렇게 한탄 하겠건만 그 애비에 그 딸내미, 이걸 봐야 되는 이그니스는 당장에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위가 빵구날 지경입니다. 닥돌하는 리제로테의 고삐를 잡고 칼 좀 휘둘러 보라 했더니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체계적인 훈련은 받았는지 폼 하나는 그럴싸해서 이게 또 기가 찰 노릇, 더욱 문제는 실전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모험가 다운 훈련을 시켜가는 나날이 지속됩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웃겨줍니다. 단칸방의 침략자를 읽은 분이라면 순식간에 빠져들지 싶군요. 리제로테는 포르트제 왕녀 '티아'와 비슷합니다. 초장에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것도, 일상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그니스와 말싸움하는 것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나선 능글맞아가는 것도, 그렇게 귀족 영애를 모험가로 키워가면서 귀족 파벌 간 싸움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리제로테가 상대 파벌에 잡혀가는 플래그가 섰는데 어째서 그녀의 언니가 납치되냐고요. 상황은 개판이 되어 갑니다. 이거 이야기는 꽤나 시리어스한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올까. 자, 어쨌든 그동안의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겠지? 귀족의 품격 따윈 개나 줘버렸는데 실력이라도 뽐내야지 않겠어? 근데 내(리제로테)가 나설 차례는? 이봐! 작가 양반? 옜다 선심 쓰듯 던져주는 단 한 장면으로 그녀의 잔가가 발휘됩니다. 나도 할 땐 한다고요. 그래도 여전히 훈련과 공부가 필요한 그녀, 이대로 이그니스의 하렘에 동참하는 걸까?

 

맺으며, 대부분의 라노벨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엔딩에서 맺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여행 중에 침대에서 뒹구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이건 히로인=처녀라는 공식 때문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어요. 내키는 대로, 사실 이게 잘못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속 시원해지는 경우라고 할까요. 알몸 다 내 보여주면서 끼약~ 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욕망에 몸을 맡기고 가식적이지 않은 게 이 작품의 장점이지 않나 합니다. 물론 디테일 높은 표현은 없으니 굳이 찾아보진 마세요.

 

그런데 여타 라노벨에서는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인 파티는 별 볼일 없다는 공식이 자주 비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는 사실 좀 그렇긴 합니다. 또한 여자 3명 다 이그니스랑 동침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도 보수적인 독자는 꺼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더욱이 이번 4권에서는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90%가 여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남자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4권은 남자 같은 여자애라든지 리제로테와 언니, 이그니스가 초보 모험가 시절의 동료였던 리제로테의 호위 역인 유리에까지...

 

개그도 적절히 들어가 있고 심각한 것도 없어서 부담 없이 읽을만했지만 역시 4권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작은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작가의 한계인지 기존 판타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이번 4권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만의 색, 가령 실비아 같은 무녀와의 계약에 관련해서 복선을 파헤친다던지 그녀들과의 합체기(침대에서 말고) 같은 걸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무녀와 적성자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더군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책 받은지 1년은 넘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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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고독자 4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시메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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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리퀴다이저' 나이: 29살, 주인공 '우츠기 미노루'와 제트 아이들이 속한 <특과>를 적대하며, 기분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루비 아이가 기생 중인 세일러복에 뿔테 안경 교복 도착증 환자가 표지 모델이 되었군요. 좀 의아했던 게 1~3권이 제트 아이가 소속된 <특과>의 히로인들이 모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왜 루비 아이인 그녀일까. 사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읽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권을 다 읽고 나니 하나의 공통점이 떠오르더군요. 그것은 표지 모델들은 하나같이 죽을 만큼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희로인들을 참 험하게 다룹니다. 8년 전 괴한의 의해 목숨을 잃은 주인공 미노루의 친누나, 8년 동안 그를 주워 길렀던 의붓 누나 노리에와 학교 친구 토모미는 기억이 소거되지 않았다면 아마 정신병원에 입원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특과>의 리더 10살 초등학생 여자애 '교수(코드네임)'는 아직이지만 이번에 플래그를 세웠으니 조만간 고생 꽤 나 하지 싶습니다. 여기에 그 고생병은 적측인 리퀴다이저에게까지 전염되었으니 우리의 주인공 미노루군은 죄도 참 크지요. 참고로 유미코도 여러 의미에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수우가 의식불명이 되고 나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는 미노루, 미노루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마음의 벽이 AT 필드를 만들듯이 미노루는 과거 가족이 몰살되고 자신만 살아남은 기억 때문에 고독을 선택하며 살아왔죠. 그 결과 써드 아이는 그에게 절대적 간섭 불가인 외피를 만들어 내게 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결정적으로 틀린 게 있다고 역설하기 시작하는데요. 의붓누나 노리에와의 평범하고 단란한 생활과 토모미와의 재회를 거치고 유미코와 수우를 외피에 받아들이게 되면서 자신이 가진 외피는 사실 타인의 간섭을 거부하는 영역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를 배워간다는 것입니다.

 

그로써 존재 의의를 발견한 미노루, 그리고 결정적으로 뇌사상태였던 수우를 외피에 받아들여 미지의 힘으로 그녀를 깨우면서 그 추측은 진실이 되어 갑니다. 사실 이 말은 스포일러리긴 합니다만, 여담으로 여기서 기가 막히게도 도서 표지에서도 대놓고 스포일러 질을 한다는 것이군요. 여튼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한데, 이로써 주인공 미노루가 가야 될 미래는 정해진거나 다름없게 되었는데요.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 손에 들어온 것을 소중히,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위한 외피라는 것마냥 후반부 많은 활약을 합니다. 그러다 리퀴다이저도 어쩌면 플래그가 서버렸는지도 모르겠군요. ​

 

여튼 이번엔 제트 아이와 루비 아이 가리지 않고 죽여댈려는 미지의 적, 루비 아이 <스팅거>를 맞이해서 모두가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입니다. 능력은 별거 아닌 거 같았던 스팅거에 의해 다들 나자빠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루비 아이중 최강이라는 교복 도착증 환자 리퀴다이저 마저 스팅거와의 전투에서 별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나뒹구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그녀 미노루와 수우를 함정에 빠트려 수우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장본인이죠. 꼴좋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꼴사납게 물웅덩이에 구르면서도 자신의 옛 제자를 살리기 위해 인간적으로 미노루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는데요. 사람을 죽인 죄인이자 적이라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포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뭐랄까 내용이 한치의 소홀함 없이 알차게 흘러가긴 합니다. 역시 레키 작가답다 싶을 정도로 필력도 좋습니다. 관련 지식도 풍부하고요. 그리고 미노루의 내면적 갈등과 성장을 이전보다 확실히 잘 표현하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은 껍질 속에서 나오길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과감히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랄까요. 거기에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것처럼 적에게 손을 내밀어 구원을 해주는 모습은 청소년물에 어울릴만한 영웅스러운 장면이 아니었나 합니다.

 

하지만 기승전결 부족은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레키 작가의 특성인지 SAO에서도 래핑코핑으로 엘리시제이션까지 우려먹더니 여기서도 리타이어 되지 않는 루비 아이로 엄청 우려먹을 모양입니다. 또한 미노루를 포함해서 애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인가 하는 개연성 부족도 좀 있고요. 물론 가족을 지킨다는 사명이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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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4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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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에 빗대어 보자면 남자 주인공과 여러 히로인을 들 수가 있는데요. 남주는 아무런 감흥 없이 요컨대 떡을 주기는커녕 만들지도 않았는데도 히로인들은 제멋대로 호감도가 올라가서 김칫국을 마시곤 왜 바라봐 주지 않는 건데? 같은 이야기로 이어지니 보는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죠. 근래에 들어서 이런 흐름은 다소 진정되어 가곤 있긴 한데 아직도 많은 작품에선 이런 흐름을 표방하고 있기도 합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어느 카페에서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거라는 게시물에서 어느 회원이 그걸 부정하자 '너 님 연애 안 해봤지?' 말이 돌아온 게 기억나는데요.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에서라고 첫눈에 반하지 말란 법은 없겠죠. 현실에서도 길 가다맞을 순 있습니다. 그런데 라노벨에서의 상황은 개연성이 없잖아요. 남주가 해준 것도 없고 그냥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괜스레 볼이 빨개진다던지, 가슴이 두근거린다던지, 느닷없이 연애 감정이 각성한 건가? 꼭 보면 초반엔 아닌척하다가 중반 넘어서서 이러더라고요. 이런 필자를 향해 '혹시 너 님도 연애 안 해봤지?'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또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 작품도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남주 하나에 히로인 여럿, 그리고 다들 호감도가 엄청 올라가 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른 게, 찬찬히 음미하듯 들여다보면 어떤 한 가지로 귀결되는 걸 찾을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배려', 아무리 꼴통 남주라도 이거 하나만 있으면 무적이 됩니다. 물론 이 작품의 주인공이 꼴통이라는 소리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이 작품의 주인공 고블린 슬레이어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애는 물론이고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을 겁니다. 왜? 그에겐 철천지원수 같은 고블린을 멸족 시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죠.

 

이것으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득을 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접수원 누님인데요. 그녀는 초보 모험가 킬러인 고블린을 퇴치해주는 그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죠. 아침에 의뢰를 들고나가서 저녁에 귀환하지 않는 모험가들을 보며 마음 앓이를 해야 했고 그걸 보살펴준 게 고블린 슬레이어였는데요. 그렇게 그가 고블린만 잡기를 몇 년, 자연스레 접수원 누님은 그를 눈으로 좇았고 그만 사모하는 마음이 생겨 버렸습니다. 거기다 하나같이 자신에게 흑심이 있는 다른 모험가와 다르게 자신을 여자로 바라봐 주지 않는 것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도 하죠. 보통은 반대지만 창잡이처럼 게슴츠레 가슴을 쳐다본다던가를 그는 하지 않습니다.

 

소치기 소녀, 여신관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녀들을 대하는 모습의 공통점은 배려라고 할 수 있죠. 그녀들의 말에 '그래, 그런가'같이 무심하게 대꾸하는 듯 보여도 그녀들의 부탁이나 그녀들이 아이 달래듯 하지 말라고 하면 그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구하려고 필사적인 모습과 겉멋에 살지 않고 실용적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 거기에 타의가 개입되곤 하지만 흑심 없이 자신들을 보살펴주는 다정한 모습, 그러나 우리의 고블린 슬레이어는 둔감계 주인공이라는 거, 꼭 보면 이래요. 자신이 베푸는 선의는 당연하지만 타인이 자신에게 베푸는 호감엔 둔감한...

 

그건 그렇게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이번 4권은 쉬어가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주인공인 고블린 슬레이어 입장에서 진행되었다면 이번엔 주변 사람들 특히 여러 히로인들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당연히 접수원 누님과 여신관, 소치기 소녀도 등장해서 그를 연모하는 모습과 그의 입장에서 세상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등 그 나이대에 맞게 두근거림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여신관인가 소치기 소녀가 그랬나 그런 그를 빗대어 난봉꾼 같다는 소리도 나왔던 거 같군요. 도서를 며칠에 걸쳐 읽다 보니 기억이 흐릿해져 이 단어가 진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다들 얼핏 알고 있는 겁니다. 그의 성품에 이끌린 여자들이 많다는걸, 솔직히 이 정도 돼야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적어도 이 작품은 의미 없이 두근거리거나 괜스레 볼을 빨갛게 물들여서는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아, 순간 잊고 있었던 어떤 작품이 떠올라 또 씁쓸하게 하는군요. 또 어쨌건 간에 이런 여자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의 고블린 슬레이어는 혼자서 잘 싸돌아다닙니다. 의뢰를 받아 단독 고블린 토벌은 물론이고 창잡이랑 중갑 전사와 어울려 칙칙한 파티를 꾸려선 나쁜 마법사를 혼내준다던지, 그러다 저녁놀이 비치는 마을에 돌아와 문득 자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서 묘한 감정을 받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녀왔어, 어서 와' 같이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이것이 정상적인 삶이 건만... 그에게 봄이 올 날은 언제일까요.

 

맺으며, 요컨대 이 작품은 솔로를 위한 지침서쯤 된다고 할까요. 현실과 이상은 다르고, 돈도 중요하고 면상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겉모습보다 내면이라는 것이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착해빠져선 현실 세상은 살아갈 순 없겠죠. 판타지의 주인공이야 착하면서 강하니까요. 그래도 이런 연애 작품의 공통점은 주인공을 좋아하는 히로인들의 격은 좀 다르다는 겁니다. 저렴하지 않아 보인다고 할까요. 현실에서 이런 여자 만나려면 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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