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3 - 마음, 열려라, 새로운 문,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하루는, 메리... 너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뭐 어쩌라구. 이제서야 겨우 한 발 내딛나 했다. 그런데 꿈과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땅을 찾듯 이곳저곳을 쏘다녀봐도 미래 따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 과연 사랑이라는, 꿈에 나올까 무서운 그것에 얽매인다고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 이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이런 단어조차 나오지도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걸핏하면 픽픽 죽어 나가는 현실에서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과연 타인을 감싸주고 보다듬어 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걸까. 그래서 메리는 현상 고정을 선택하고 하루는 말도 못 붙여보고 차였다고 좌절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적에게 풀려나 오르타나로 가기 위해 들린 베레 항구, 유메가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해적 무리에 남는다는 선택을 하자 이들에게 또다시 이별이라는 아픔이 찾아옵니다.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파티에서 그나마 끈 역할을 해줬던 유메의 선택은 이들에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전력 면에서도 정신적인 케어에서도, 그러나 영원한 이별은 아니기에 유메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도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다시 만나자는 희망을 보냅니다. 그리고 오르타나로 다시 길을 떠나는 일행. 근데 길을 모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라고 했던가 오르타나까지 길을 아는 케지만이라는 상인의 호위를 맡아 수백 킬로나 되는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아빠한테서도 동정받은 적 없는데?!'

 

신종 란타가 출연합니다. 이름하여 '케지만' 하루 일행이 오르타나까지 호위를 해주기로 한 상인이라고 하는데요. 란타와 유메가 빠져버린 공백을 채워주기 위해 긴급 투입된 엑스트라인 듯한데 말하는 게 정말 배꼽 빠지게 합니다. 내청코의 자이뭐시기처럼 유감 캐릭터라고 할까요. 현실적인 지적을 하지만 말하는 꼬라지가 비호감인 란타를 순화 시킨 듯한, 그래서 다들 질색을 하지만 개의치 않고 신부 대모집이라며 은근히 하루 일행(여자 파티원)을 꼬시다가 저질 소리 듣고, 다른 곳에서도 여자들이 상대를 안 해준다고 자기 입으로 떠벌리다가 하루 일행에게 동정받더니 아빠한테서도 동정받은 적 없다고 발끈. 결국 세토라에게 길들여져서 주종 관계 역전.

 

고통받는 초식동물 주인공

 

내가 이렇게 힘을 내는 건 혼자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신은 너에게 시련을 내리는 걸 거야. 지지리도 복이 없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케지만의 호들갑으로 환상의 상인 '레슬리 캠프'에 발을 들여버린 하루히로 일행은 또다시 고통을 받습니다. 고부가가치 렐릭(유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레슬리라는 상인의 환상을 쫓아 케지만이 저지른 만행 앞에서 의뢰주 보호라는 당면 과제를 외면하지 못 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아니면 더스크 헬름 ->다룽갈을 거쳐 이들에게 또다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제공하기 위한 신의 시련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캠프 안이었는데 펼쳐지는 이상한 세계 '파라노', 거기서 이들을 맞이하는 건 2005년작 킹콩이라는 영화에서 볼법한 식인 생물들...

 

혹은 마.마.마의 세계랄지 꿈을 먹는 메리라고 할지, 작가의 표현력이 대단하던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몽환적인 장면들이 이어져요. 사실 몽환적인 건 비유적이고 실상은 꿈을 먹는 메리의 세계관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군요(비유적). 근데 그것보다 문제는 파티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 혼자되는 무서움에 벌벌 떠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내면의 어둠과 나약함을 떨쳐내고 일어설 것인가 먹힐 것인가라는 시련의 시작이랄까요. 하루는 뿔뿔이 흩어진 파티에서 하필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늘 그랬어요. 궁상맞게 파티와 찢어지는 일이 있으면 꼭 혼자가 되는, 그런 반동인지 하루의 내면은 언제나 혼자가 되기 싫다는 어둠이 자리하고 있죠.

 

앨리스C

 

혼자 떨어져 몽마에게 잡아먹힐 뻔한 하루를 구해준 가면을 뒤집어 쓰고 손엔 삽을 든 여자 애, 앨리스.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하루를 이끌고 그녀(앨리스)는 파라노를 구경시켜줍니다. 그리고 꿈을 먹는 메리처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죠(어디까지나 비유적. 같다는 게 아니라). 앨리스는 하루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하루는 파티와 떨어지고 비로써 자신의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시하게 되죠. 외톨이라는 무서움, 그런데 유물 찾아 들어온 캠프에서 왜 이런 시련을 보여줄까. 아마도 유물이란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걸 떨쳐 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뭐 그런 메시지가 아니었나 합니다. 안 그럼 뜬금없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은 성장하나?

 

맺으며, 케지만의 개그 하나만으로도 이번 13권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라노벨을 읽으면서 이렇게 웃은 적은 없군요. 필자의 필력이 딸려서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게 한스럽다고 할까요. 중반 이후 파라노 세계는 좀 뜬금없긴 한데 오르타나를 앞에 둔 시점에서 하루히로 일행의 성장을 보다 더 진행 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닐까 하는군요. 이제 얘들 성장시킬 때도 되었죠.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하루와 메리의 관계도 좀 진전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요. 쿠자크와 시호루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지만, 유메는 란타를 버리지 못할 듯하고...

 

아무튼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앨리스는 하루에게 어떤 포지션일까 하는 궁금증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루를 도와주며 상냥한 일면을 보여주지만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림갈로 넘어오면 현실의 기억은 다 지워지는 반면에 그녀만큼은 기억이 남아 있다는 복선은 무엇 의미하는지. 현실이지만 현실은 아니다라는 복선이 아주 조금 나와서 앨리스의 존재는 하루가 꾸는 꿈의 일부일까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군요. 14권은 외전이고 15권은 되어야 이 궁금증과 추측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내년은 되어 나오겠군요. 이렇게 기대되게 만들어 놓고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5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종족의 숙원인 진화를 이루기 위해선 때론 가슴 아픈 이별도 하고, 때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이슬이 되어 사라질지언정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우리 흑묘족은 시궁창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작중 분위기가 바뀌어 갑니다. 그동안 스킬과 레벨업에 매진하는 통에 흔한 먼치킨 이세계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사건사고에 휘말려 강적과 싸우면서도 먹는 거라든지 등장인물들과 만담을 하듯 어딘가 가벼운 장면만 연출하였던 거에 비해 이번엔 진짜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가슴 아픈 이별도 하는 등 모험이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호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부모와 같이 살던 때부터 흑묘족이 처한 현실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던 프란. 불가촉천민이라는 수인족중에 최하위 지위에서 늘 노예의 삶만을 강요받았던 흑묘족. 진화만 할 수 있다면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종족 비원을 등에 업고 많은 흑묘족이 진화에 나서나... 프란의 부모 역시 진화를 바라며 여행을 하였죠. 그러나 여행 중에 프란을 낳고 얼마 뒤 부모님은 객사, 남겨진 프란은 노예로 붙잡혀 많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 반동이 있어서일까, 스승(검이자 주인공)을 만나 무슨 주박처럼 진화라는 현실을 붙잡고자 프란 역시 여행을 하였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울무토' 던전이 있는 마을, 여기서 진화의 단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이 작품을 빗대어 보면 딱 그렇습니다. 보통 성장물이나 영웅물에선 흔한 패턴이지만 전생물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이죠. 프란과 스승은 그동안 여행하면서 강적들을 만나 정말로 죽을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의 특징은 소년물과 다르게 그걸 뛰어넘었을 때 강해진다는 클리셰는 이 작품에선 기용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잔챙이 모험가보다야 쑥쑥 자라긴 하는데 파워 인플레가 보통 소년물과 반대로 가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죠. 주인공이 강해지면 적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주인공(여기선 프란)이 뛰어간다는 성장이라면 적들은 날아다니는 격으로 강해져만 가요.

 

이번 울무토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려지죠. 마을에 들릴 때마다 만나는 길드 마스터가 강하다는 건 이제 식상하고, 던전 마스터를 만나러 갔더니 500년 묵은 흑묘족이 있질 않나. 던전에서 길빵 하려다 프란에게 된통 당해놓고 되레 복수한답시고 약물 도핑 해온 쓰레기 모험가라든지. 여장남자 오카마 '엘자'는 그나마 프란에 꼽혀 사족을 못쓰며 물심양면 지원해준다지만, 물론 언급한 것 중에 적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아무튼 더욱 놀라운 건 프란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은 진화를 이룬 수인족들의 등장은 이전의 가벼운 분위기를 내던지고 새로운 '암울한 세계로'라는 타이틀을 던지는 게 아닐까 했군요. 프란은 원래는 울무토에서 수련을 하며 단서만 찾으려 했는데요.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는 프란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갑니다. 진화에 성공한 수인족 족장의 소개로 마치 게임 속 퀘스트 의뢰마냥 찾아간 던전 마스터의 영향으로 프란과 스승은 본격적으로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게 돼요. 흑묘족이 왜 진화에서 도태되었는가. 아직은 복선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수인족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진화하는 것에 비해 유독 흑묘족에게만 가혹한 조건이 붙은 이유는? 그리고 흑묘족이 노예로 전락하게 된 원인이 밝혀지죠. 그러나 지금의 프란으로써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힘이 없거든요. 아무리 먼치킨 주인공(스승)이 붙어 있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라는 것마냥 이야기는 상당히 암울하게 흘러갑니다.

 

힘의 차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먼치킨 주인공을 비웃듯 강적이 참 많이 나와요. 여기서 더욱 차원 높은 어찌할 수 없는 강함을 만났을 때 동물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리듯 결국 프란의 가슴에 절망이라는 글자가 새겨집니다. 흑묘족을 노예로 전락 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받고 있는 수인족의 왕 '수왕'의 등장은 프란으로 하여금 힘의 차이가 무엇인지 똑똑이 알아가죠. 흑묘족의 원수 수왕, 하지만 이야기는 수왕만의 문제가 아니라 흑묘족에게도 죄가 있다는, 그렇기에 신은 공평하게 기회를 주듯이 흑묘족으로 하여금 시련을 돌파해보라는 복선을 던집니다. 시련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암담한 미래에 가능성을 걸고 프란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맺으며, 역시 진화라는 단서에 근접하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왕의 등장과 프란을 노리는 사인(교회 단어로 표현하면 이단자)들의 암약등 이전까진 놀면서 가벼운 장면들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이랄까요. 하지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처럼 그녀의 착한심성(?)과 귀여운 겉모습에 속아(?) 도와주는 이도 많다는 게 위안이죠, 이번에 등장하는 오카마(여장 남자) 엘자는 자칫 암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에 빛을 내려줘요. B등급 모험가로 울무토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인 그녀(?)는 프란에 꼽혀 사족을 못 쓰는 모습이 상당히 유쾌합니다.

 

엘자에게선 혐오라는 단어는 찾을 수가 없었군요. 프란을 괴롭히면 누가 되었든 그게 설사 길드 마스터라고 해도 부X를 떼어 버리겠다고, 물론 클리셰마냥 쓰레기들도 등장하지만 엘자와 더불어 무섭지만 온화한 길드 마스터와 진화에 성공한 옆 종족 할아버지와 던전 마스터 흑묘족 '루미나'를 만나면서 그동안 성격에 있어서 무표정하고 뭘 생각하는지 도통 모르게 했던 프란이 울고 웃고 조금은 감정을 보이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프란을 위해 동행해주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응석 부릴 만도 하겠건만, 마치 그걸 잊어버렸다는 양 행동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게 합니다. 여담으로 프란의 일러스트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진화해서 귀엽게 나왔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3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심각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읽고 나서 느낀 점은이럴 줄 알았다였군요. 언제나 둔한 주인공(혹은 히로인) 때문에 혹사하거나 피해를 보는 건 주변 인물들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마리엘라는 둔하기 짝이 없어요. 요리는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어째서 쓰레기가 나오는지,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데 뭔 소리 하는지 못 알아듣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던지,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 씨가 되어 주변인을 개고생 시키는 것도 예사죠. 이번에 링크스와 지크는 마리엘라의 말 한마디에 한 달 넘게 원숭이 퇴치에 시달리는 형벌 같은 걸 받아 버려요. 아무튼 포션을 만드는 능력 하나는 먼치킨급은 아니지만 꽤 출중한 반면에 자신에게 보내지는 감정이라던가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질 못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이런 감정은 늘 큰 화를 불러오죠.

 

남 연애사는 잘 알아채는 주제에 자기와 연관된 연애에는 깨닫지 못하는, 그래서 이번에 링크스가 큰 마음먹고 그녀에게 고백하려다 말도 못 꺼내보고 침몰해버리죠.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어 놓고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 좀 둔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선 거의 치매급으로 업그레이드해갑니다. 먹을 것에 환장해서는 먹을 것을 주면 누구라도 따라갈 거 같은 의심 없는 성격은 나중에 기둥서방을 모시고 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걱정스럽죠. 그래도 그녀는 바라는 게 딱 하나 있답니다. 지크와 링크스와 언제까지고 왁자지껄한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을 노예에서 구해주고 따듯한 일상을 제공한 그 마음에 지크 역시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는 건지 이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지 작가 스스로도 판단을 못 내린 것인지 얘(지크)가 정신이 왔다 갔다 합니다. 링크스와 연적이 될 만도 하겠지만 링크스가 대두되면 나는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고, 링크스의 존재가 가라앉으면 내가 그녀를 좋아하나? 그런 건가? 자신을 구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사모의 마음이 충돌해서 얘(지크)는 마리엘라와 반대로 개성이 참 강하다 할 수 있어요. 다만 잘 들어내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주변에선 기정사실로 몰아가는 분위기이기도 해서 어쩌면 우리~

 

마리엘라와 지크와 링크스 셋이서 보내는 시간, 마리엘라를 놓고 한쪽이 고백한다고 했음에도 말리거나 시기와 질투하지 않는 생활. 셋이서 거리를 걸으며 밝은 대화를 주고받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거 같은 일상은 마치 꿈에서 깨어나라는 듯 무심하게 종말을 고합니다. 이런 작품에서 이런 등장인물들이 해피한 엔딩을 맞이해가는 게 참 드물죠. 위에서 언급한 '둔하다'의 의미, 비단 인간관계에서 둔함을 넘어 사람 잡는 둔함마저 겸비했을 때는 무엇이 일어나나. 파탄이겠죠. 이번 이야기는 초반부터 파탄이라는 복선이랄지 플래그랄지를 뿌려갑니다. 한때의 행복이 주는 안락함, 언제까지고 곁에 있을 거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상황은 위기 때 판단을 흐리게 할 뿐이라는 걸 깨달아봐야 늦습니다.

 

힘이 없으니까 지켜지는 게 당연하고 생각은 내가 안 해도 옆에서 해주겠지. 물론 느낌상 그렇다는 것이고요. 애(마리엘라)가 그만큼 둔하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포션 재료를 구하러 던전에 내려갔을 때 비록 안전한 층이었다곤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던전임에도 혼자 떨어져 약초를 채집하던 마리엘라를 덮치는 악의는 예정된 거나 다름없었죠. 그 악의에서 지켜주고자 링크스가 한 행동은, 언제부터인가 자기는 끝까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채 깨닫지도 못했을, 그것이 사모하는 마음이라는 걸 마지막까지도 이해했을지도 의심스러웠던 링크스의 '살신성인'한 정신은 마리엘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모든 것에서 모지리였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야기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합니다. ZZ건담에서 나오는 자크 머리 Z건담 같은 개그의 초반을 이어 저물어가는 생명이라는 후반은 완전히 뜬금없이 다가와요. 물론 이미 1권에서 그럴 것이라는 플래그와 이번 3권에서도 중간중간 그럴 것이라는 플래그가 있어 왔으니까 당연히 회수되어야 마땅합니다만. 자신의 둔함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눈물 쫙 쫙 뽑는 히로인이 클리셰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참고로 여기서 둔함이란 그 사람의 마음을 몰라줘서 그런 게 아닌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둔함이라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작가가 그럴 마음이었겠지만), 수동적인 히로인의 최후라 할 수 있죠.

 

아무튼 씁쓸한 느낌만 들게 한 에피소드군요. 사실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의 남주들은 크게 와닫지 않았었습니다. 링크스와 지크가 마리엘라를 바라보며 뭉게뭉게 피워가는 연심과 성장은 눈부시다 할만하지만, 뭐랄까 연애에 대해 꽃을 피우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든 좀처럼 감정이입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후반 남주중 하나가 리타이어 되었을 때도 사실 이럴 줄 알았다는 느낌만 받았다고 할까요. 그만큼 히로인 마리엘라의 행동은 누구 하나 잡겠다는 식이었으니까요. 필자의 필력이 저질스러워서 구체적으로 언급 못하는 게 아쉽군요. 그래도 나은 점이 있다면 마리엘라는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다는 것입니다.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라는 게 들통나면 닭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포션만 만들 수 있다는 미래가 있었음에도 더 이상 보호받길 거부하죠.

 

맺으며, 중반까지 글자 그대로 질 떨어지는 저질스러운 3류 개그 때문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온천에 몰려있는 원숭이 퇴치 작전에서 길드 마스터를 쳐다보는 암컷 원숭이를 표한한 것이나. 아이켄 플라이는 또 뭔지, 던전 공략하면서 바퀴벌레 퇴치 작전도 그렇고, 그래놓고 후반에 갑자기 시리어스로 몰고 가면 어쩌라는 것인지. 작가는 재미있다고 쓰는지 몰라도 읽는 독자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더군요. 능력이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필하는 것인지 한마디로 갑분싸가 따로 없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3점? 그런데 언제 나오나 고심했던 마리엘라의 스승으로 보이는 인물의 등장은 또 어떤 태풍을 불러올지 궁금해서 4권을 안 볼 수도 없고... 미치겠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2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아다치 신고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고블린 퇴치하러 갔다가 좀 희귀해 보이는 반지를 손에 넣었습니다. 득템일까? 팔아서 언제나 쪼들리는 살림에 보탤까? 그러한 마음에 도구점에 갔던 고블린 슬레이어는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감정이 되지 않은 거 끼었다가 저주라도 받으면 어쩌려고?(라는 분위기) 그래서 그는 마녀(창잡이 파트너)의 소개로 도시 외곽 어느 집을 방문하게 돼요. 거기서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있어서 인생과 지식이라는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게 되는 사람을 만나죠. 고전 술사(아크 메이지), 고령도 아니고 젊지도 않은 슬슬 황혼기에 접어드는 듯하면서도 검의 처녀에 뒤떨어지지 않는 요염함을 가진 마법사를 만나는데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반지의 감정을 바라지만 그녀(고전 술사)는 되려 자신의 일을 도와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그 의뢰란, 길드에서 몬스터 매뉴얼 개정판 제작 의뢰를 받았는데 외면은 못하겠고 그러니 고블린 배 갈라 보고 싶은데 협조 좀? 본편에서의 요염함을 검의 처녀가 맡고 있다면 외전은 고전 술사가 승계하고 있다고 해야 될까요. 1권에서 신랄하게 비꼬았던 1세대 폴리곤 같은 일러스트임에도 고전 술사의 일러스트는 아날로그적 요염함이 묻어나요.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에겐 다 무슨 소용이랴. 그런 낌새를 느낀 것인지 그녀는 그가 들고 온 반지를 팔아주면 밤 시중도 해줄 수 있는데? 라지만 그는 '고블린 퇴치에 필요한 걸 받겠다.'

 

자그마한 시작, 마치 시작의 마을에서 용사를 꿈꾸는 소년이 나무 막대기를 들고 길을 떠나는 듯한. 그런 만남입니다. 용사의 파티에 빠지지 않는 '현자'라는 위치, 학자로써 탐구열이 남달라 남들은 우웩 하며 눈을 돌릴만한 짓을 저질러 주는데요. 가령 본인이 직접 고블린 배를 갈라서 5년 후 미래 고블린 슬레이어가 여신관에게 했던 것처럼 내장을 덕지덕지 바르는 괴팍한 짓도 서슴지 않는 고전 술사의 담력은 어쩌면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은 과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들은 이후 더 없을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어쩌면 슬픈 예감 밖에 들지 않는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매뉴얼 개정판 의뢰로 시작한 만남은 어느새 고전 술사 개인 의뢰로 넘어갑니다. 고블린 배를 가르면서도 학구열 치곤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그녀, 지식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문과 내지는 철학과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 충실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신들의 놀이 판과 주사위라는 문구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학구열이란 무엇인지 조금식 밝혀져 가죠. 괴짜(고블린 슬레이어)와 괴짜(고전 술사)의 만남, 같은 과에 속해서 그런지 대화도 스무스하게 흘러갑니다. 이런 장면들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요. 모험이란 서로의 눈 높이에 맞춰 서로의 지식과 맞물릴 때 비로써 빛을 본다는 듯이...

 

그런데 그걸 바라보는 소치기 소녀의 마음이 울렁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마음속에 자리 잡아버린 그(고블린 슬레이어)의 등을 좇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가 퇴근하면 밥을 해주고 말을 걸어주는 것뿐, 나와 그의 과거를 알고 있기에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반대하지 못하는 아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지키는 것뿐, 부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일을 그만두고 안전한 일을 찾으면 안 될까?(분위기가 그렇다는 말) 사축이 되어 혹사당하는 남편을 보는 듯 애가 타들어 가지만 지금은 그저 그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밖에 못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작가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외전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일부 히로인들의 호감도 축적이 어떻게 이뤄졌냐를 다루고 있죠. 접수원 누님의 경우에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의뢰를 묵묵히 받아주는 그의 고마움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눈여겨볼만합니다. 그리고 여자를 여자로 봐주지 않는 그의 시선에서 이 남자라면 안심하고 곁에 있어도 되겠다는 느낌, 힘이 있다고 뻐팅기지 않고 남의 공적을 가로채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군소리 없이 받아주는 고마움, 그게 고블린 한정이라는 것에서 다소 불만이지만, 뭐 어떠랴. 내가 마시려고 타놓은 거긴 한데 차 마실래요? 마셔주는 그를 보며 흐뭇해지는 감정...

 

아무튼 고전 술사와 고블린 슬레이어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며칠 걸리는 거리를 가며 그와 둘이서 야영을 해도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 덮쳐지지 않는다는 안심은 여자에게 있어서 보물과도 같은 거겠죠. 그전에 고전 술사는 현혹을 걸어서 혼자 X위하게 만들어 버린다고는 합니다만(전력이 있는). 별을 바라보며 지식을 풀어놓는 고전술사와 '그런가'와 같이 짧은 문장만을 대답하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사이는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모험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앞으로도 없을 모험 다운 모험, 고블린을 때려잡고 배를 가르고 그러면서 위기에 빠지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뒤로 가면서 고블린의 배를 가르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지만 이거 또한 뭐 어떠랴.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더욱 높은 곳이라는 걸 이야기는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암흑의 탑'에 진리가 있을지니. 최종 도착지를 거기로 정한 두 사람의 여행은 종말을 향해 갑니다. 또 언급하지만 1권에서 1세대 폴리곤 같은 일러스트라고 험담을 하였는데 2권을 보면서 철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고전 술사의 일러스트도 그렇지만 암흑의 탑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는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뭔가 애틋한? 또는 몽환적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긴 일러스트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별....

 

맺으며, 본편 초반에서 느꼈던 다크함이 살아 있습니다. 고블린에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이나 그걸 표현한 것이나,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보다 내면적인 모습도 많이 언급되고 있어요. 가령 소치기 소녀가 고블린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같은 시간을 살아도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은 다르다는 게 느껴지곤 하죠. 언제까지고 정체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갈려는 소치기 소녀의 내면적 갈등. 여기에 고전 술사의 엔딩은 가슴 먹먹하게 해줍니다. 허를 찔렸다고 할까요. 본편을 통틀어 이런 분위기는 찾을 수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정도였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쓰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표지에 불만이 많습니다.

 

아무튼 고블린 슬레이어의 무례한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본편에서 머메이드(인어)를 보고 '고블린인가?라든지 외전에서 고전 술사 보고는 '여자였군'이라지 않나(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절대 못 알아볼 리 없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이 작품의 몇 없는 개그 포인트이죠. 그 외에 엑스트라의 일상은 무언가를 시사하기도 하는데요. 젊은 전사의 경우 1권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꺾일만할 텐데도 초보들이 위험한 의뢰에 빠지지 않게 지도를 하는 부분에서는 죽음이라는 공포에 망가지는 자가 있는 반면에 극복하여 일어서는 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즉 다크함만이 있는 건 아니다라는 의미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미궁 - L Books
토아자 세이 지음, 시라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고* 극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필자 리뷰 인생에 최대 난관에 봉착하다. 그동안 간간이 힘든 도서가 몇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 애매한 건 없었군요. 쓰고자 하면 못 쓸 것도 없는데 근래에 들어와 필력이 삭아버린 필자로써는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야기가 중반에서 끝맺음 했다면 비교적 쓰기 쉬웠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중후반부 해답 편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방대하게 늘어나버립니다. 이걸 다 표현해야 될지 등장인물만 간추려서 대충 때려 박을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였군요. 어쨌건 성격상 대충 할 수는 없는지라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양해 바라고요. 근데 다 읽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도서미궁에서 만난 영원불멸 흡혈귀와 인간이 서로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미적지근한 사랑도 아니고 그 흔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의 어긋난 시곗바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랑의 여정에서 험난함은 필연이죠. 사실 영화 스피드에서 험난한 상황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 못 간다고도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것을 비웃듯 모든 역경을 이겨내 비로써 상대의 곁에 다가가 진실된 사랑을 쟁취한다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이 여정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장 힘들게 한건 기억 개찬(改竄)인데요.

 

이 작품은 상대에 대한 기억과 사모하는 감정이 심어진 것이라면? 그리고 모든 것이 허구였다고 밝혀졌을 때 충격을 딛고 인간은 얼마나 높이 도약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을 새로 썼고(개찬) 나는 그 개찬에 맞춰 인생을 살아간다. 심어진 감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결실을 맺어갈 때 눈부신 미래만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깨고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했을 때 사람은 여전히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상대가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걸 증명하라는 듯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대에 올린다. 충격적인 진실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주인공 '소우시'는 5년 전 도서미궁에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도서관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옵니다. 5년 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받은 충격으로 그 당시의 기억과 마법을 잃어버린, 그리고 지금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기억)을 찾아 다시 도서미궁으로 발을 들여요. 도서관 형태를 띠고 있는 미궁, 사람을 거부하는 동시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도서가 잠들어 있는 곳에서 소년은 흡혈귀 '아르테리아'를 만나요. 그리고 그는 어떤 일로 인해 그녀의 종복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그녀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요.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는 아르테리아를 의식하게 되고 이 의식이 나비효과처럼 점점 부풀어 올라 현실을 잔혹하게 만들어 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이야기는 반푼이 악마 에리카를 소우시 대척점으로 내세우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무너트리려고 합니다. 소년과의 첫 만남은 최악, 그녀(아르테리아)를 사랑하는 건 심어진 기억일 뿐이고 사실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게 아닌, 에리카는 인류의 적인 흡혈귀(아르테리아)를 말살해야 된다고 그녀(에리카)는 주장하죠. 하지만 견우와 직녀가 이런 심정이었을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런 심정이었을지, 아르테리아를 향한 마음 앓이가 심해져 가는 소년에게 현실은 잔혹함을 들이밀기 시작합니다. 소년에게 가해지는 핵펀치 '너님 기억 개찬(改竄) 된 것임' 그런데 일편단심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주인공의 연심은 바다가 눈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진하게 다가오죠.

 

심어진 기억이라도 자신을 구해주었던(1) 아르테리아의 마음은 진심일 거라는 믿음 하나로 소우시는 난관을 헤쳐 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마왕 부활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이들에게 놓인 오작교는 붕괴하기 시작해요. 믿고 있었던 마음과 기억이 사실은 새로 쓰여져 내 기억에 덧칠 되었다는 사형선고, 그리고 상황은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소년에게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역설하기 시작하죠. 이 이야기는 인간 소년과 흡혈귀 소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너는 나를 믿고 오작교를 넘어올 수 있느냐? 다리가 삭아 붕괴하여 떨어지더라도 너는 기어서 올라올 수 있느냐?라고 묻기 시작합니다. 소년은 말합니다. 가겠다고...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많으나 어차피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주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역경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소녀의 곁에 다다를 수 있을까. 5년 전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보다도 더 따끈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고 부서지는 오작교를 뛰어넘어 그녀에게로 갈 수 있을까. 참고로 아르테리아는 10살 체형, 로리콘? 아무튼 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랑이라는 것에는 험난함이 따르기 마련이죠. 역경을 뛰어넘은 자야 말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흑막이나 뭐니 그런 건 어차피 들러리일 뿐...

 

맺으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이군요. 일단 범인이 누구냐를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서 긴장감이 없어요. 생각한 대로 진행이 되고 생각한 대로 결말로 이어지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 덕분에 진입이 낮아서 5점, 원서에서 원래 말투가 그런지 번역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주인공 말투가 3류 배우를 보는 거 같아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빵점.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 빵점, 주변의 말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일편단심인 건 좋지만 주변을 말려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희생은 얼마든지, 그것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져 정작 자신을 소중히 해주는 무엇을 간과하는 주인공의 태도에 빵점, 빵점 두 개언급해야 되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1. 1,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 언급을 안 했는데 주인공은 에리카와의 첫만남에서 사망직전까지 두둘겨 맞습니다.
    여기서 첫번째로 아르테리아가 부활 시켜주고, 에리카와 두번째 만남에서 또다시 죽게 생긴걸 아르테리아가 구해주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