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3 - 마음, 열려라, 새로운 문,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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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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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메리... 너를 좋아하니까'

 

그래서 뭐 어쩌라구. 이제서야 겨우 한 발 내딛나 했다. 그런데 꿈과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땅을 찾듯 이곳저곳을 쏘다녀봐도 미래 따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지금. 과연 사랑이라는, 꿈에 나올까 무서운 그것에 얽매인다고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 이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이런 단어조차 나오지도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걸핏하면 픽픽 죽어 나가는 현실에서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과연 타인을 감싸주고 보다듬어 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걸까. 그래서 메리는 현상 고정을 선택하고 하루는 말도 못 붙여보고 차였다고 좌절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적에게 풀려나 오르타나로 가기 위해 들린 베레 항구, 유메가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 해적 무리에 남는다는 선택을 하자 이들에게 또다시 이별이라는 아픔이 찾아옵니다.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파티에서 그나마 끈 역할을 해줬던 유메의 선택은 이들에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전력 면에서도 정신적인 케어에서도, 그러나 영원한 이별은 아니기에 유메가 그랬던 것처럼 하루도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다시 만나자는 희망을 보냅니다. 그리고 오르타나로 다시 길을 떠나는 일행. 근데 길을 모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라고 했던가 오르타나까지 길을 아는 케지만이라는 상인의 호위를 맡아 수백 킬로나 되는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아빠한테서도 동정받은 적 없는데?!'

 

신종 란타가 출연합니다. 이름하여 '케지만' 하루 일행이 오르타나까지 호위를 해주기로 한 상인이라고 하는데요. 란타와 유메가 빠져버린 공백을 채워주기 위해 긴급 투입된 엑스트라인 듯한데 말하는 게 정말 배꼽 빠지게 합니다. 내청코의 자이뭐시기처럼 유감 캐릭터라고 할까요. 현실적인 지적을 하지만 말하는 꼬라지가 비호감인 란타를 순화 시킨 듯한, 그래서 다들 질색을 하지만 개의치 않고 신부 대모집이라며 은근히 하루 일행(여자 파티원)을 꼬시다가 저질 소리 듣고, 다른 곳에서도 여자들이 상대를 안 해준다고 자기 입으로 떠벌리다가 하루 일행에게 동정받더니 아빠한테서도 동정받은 적 없다고 발끈. 결국 세토라에게 길들여져서 주종 관계 역전.

 

고통받는 초식동물 주인공

 

내가 이렇게 힘을 내는 건 혼자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신은 너에게 시련을 내리는 걸 거야. 지지리도 복이 없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케지만의 호들갑으로 환상의 상인 '레슬리 캠프'에 발을 들여버린 하루히로 일행은 또다시 고통을 받습니다. 고부가가치 렐릭(유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레슬리라는 상인의 환상을 쫓아 케지만이 저지른 만행 앞에서 의뢰주 보호라는 당면 과제를 외면하지 못 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아니면 더스크 헬름 ->다룽갈을 거쳐 이들에게 또다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제공하기 위한 신의 시련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캠프 안이었는데 펼쳐지는 이상한 세계 '파라노', 거기서 이들을 맞이하는 건 2005년작 킹콩이라는 영화에서 볼법한 식인 생물들...

 

혹은 마.마.마의 세계랄지 꿈을 먹는 메리라고 할지, 작가의 표현력이 대단하던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몽환적인 장면들이 이어져요. 사실 몽환적인 건 비유적이고 실상은 꿈을 먹는 메리의 세계관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군요(비유적). 근데 그것보다 문제는 파티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 혼자되는 무서움에 벌벌 떠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내면의 어둠과 나약함을 떨쳐내고 일어설 것인가 먹힐 것인가라는 시련의 시작이랄까요. 하루는 뿔뿔이 흩어진 파티에서 하필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늘 그랬어요. 궁상맞게 파티와 찢어지는 일이 있으면 꼭 혼자가 되는, 그런 반동인지 하루의 내면은 언제나 혼자가 되기 싫다는 어둠이 자리하고 있죠.

 

앨리스C

 

혼자 떨어져 몽마에게 잡아먹힐 뻔한 하루를 구해준 가면을 뒤집어 쓰고 손엔 삽을 든 여자 애, 앨리스.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하루를 이끌고 그녀(앨리스)는 파라노를 구경시켜줍니다. 그리고 꿈을 먹는 메리처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죠(어디까지나 비유적. 같다는 게 아니라). 앨리스는 하루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하루는 파티와 떨어지고 비로써 자신의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시하게 되죠. 외톨이라는 무서움, 그런데 유물 찾아 들어온 캠프에서 왜 이런 시련을 보여줄까. 아마도 유물이란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걸 떨쳐 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뭐 그런 메시지가 아니었나 합니다. 안 그럼 뜬금없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은 성장하나?

 

맺으며, 케지만의 개그 하나만으로도 이번 13권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라노벨을 읽으면서 이렇게 웃은 적은 없군요. 필자의 필력이 딸려서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게 한스럽다고 할까요. 중반 이후 파라노 세계는 좀 뜬금없긴 한데 오르타나를 앞에 둔 시점에서 하루히로 일행의 성장을 보다 더 진행 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닐까 하는군요. 이제 얘들 성장시킬 때도 되었죠.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하루와 메리의 관계도 좀 진전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요. 쿠자크와 시호루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지만, 유메는 란타를 버리지 못할 듯하고...

 

아무튼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앨리스는 하루에게 어떤 포지션일까 하는 궁금증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루를 도와주며 상냥한 일면을 보여주지만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림갈로 넘어오면 현실의 기억은 다 지워지는 반면에 그녀만큼은 기억이 남아 있다는 복선은 무엇 의미하는지. 현실이지만 현실은 아니다라는 복선이 아주 조금 나와서 앨리스의 존재는 하루가 꾸는 꿈의 일부일까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군요. 14권은 외전이고 15권은 되어야 이 궁금증과 추측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내년은 되어 나오겠군요. 이렇게 기대되게 만들어 놓고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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