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1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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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믹을 먼저 접하고 라노벨을 평가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원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미컬라이즈화가 진행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스킵은 피할 수가 없어요. 코믹계에서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하는 늑향만 하더라도 스킵이 상당히 이뤄졌죠. 던만추(외전 포함)나 소아온 프로그레시브등 내로라하는 코믹들 역시 스킵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코믹 작가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1권만 읽고 2권은 주문하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였군요.

 

늘 코믹화되면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느냐도 있지만 작화도 그에 못지않게 평가 기준이 되죠. 사실 이런 건 주관적이라서 누군 잘 그렸네, 누군 못 그렸네 등 설왕설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필자는 사실 중립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하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언급해보자면 '노력 좀 하셔야겠습니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묻어 갈려 하지 말고 작가 본연의 힘과 느낌으로 밀고 나가야만 살 수 있겠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는데요. 사실 만화라는 취미에 발을 들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봐왔던 필자로써는 초창기엔 어쩔 수 없는 작화여도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던지라 이 작품도 그걸 가능성을 보이긴 하였군요.

 

아무튼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작이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원작인 라노벨을 보셨겠지만, 그래도 조금 언급해보자면요. 유곽(창관)에서 약사인 양아버지를 도와 약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마오마오'라는 소녀가 인신매매되어 후궁에 팔려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약사로써 능력을 인정받아 생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천재는 아니지만 수재에 버금간다는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것도 가미되어 있죠. 요컨대 명탐정 코난이 장래 취직할 자리를 약사로 정했다고 보시면 되려나요. 다만 마오마오의 본업은 약사이고 부업이 탐정이지만요.

 

후궁에서의 삶, 딱히 왕의 눈에도 들 일도 없이 그저 빨래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녀에게 후궁은 감옥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중요한 사건이 터지는데요. 상급 비(妃)인 코쿠요와 리화의 갓난 자녀들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꼬여만 가게 되죠. 화장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어떤 하얀 가루가 일으킨 왕자와 공주의 죽음의 위기. 나서는 걸 싫어했던 마오마오는 그녀만의 표현 방법으로 두 상급 비에게 해결 방법을 적은 연통을 넣으나 한쪽의 아이는 살고, 한쪽의 아이는 죽어버리는 행운과 비운을 동시에 맞고 맙니다.

 

여기까지라면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는 천운이고, 죽은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이 시대의 평범한 인식이었죠(이 부분은 원작인 라노벨에서만 표현된). 그렇게 끝났으면 마오마오도 그냥 빨래나 하며 계약 기간이 끝나는 1년하고 수개월 뒤에 다시 유곽으로 돌아갈 수 있었건만. 해결 방법을 알려준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 모친의 의뢰를 받은 고자 환관 '진시'가 그녀를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마오마오의 후궁에서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죠. 사람은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요.

 

이쪽의 의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실 웃으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어 희희낙락하는 진시의 첫인상은 그녀로 하여금 언젠가 그 면상을 할퀴어 줄 테다라고 할 만큼 최악이었으니. 질이 나쁜 건 그저 평범한 고자 환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고위 관리라는 것에서 마오마오가 그(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기만 하다는 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인데요. 평민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목과 몸통이 분리될 수 있는 상황 가령 사건 해결이라던가 약을 만든다던가를 진시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들이밀며 마치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통에 조용히 살고 싶었던 마오마오는 죽을 만큼 그가 미울 수밖에 없게 되죠.

 

그렇게 마오마오는 진시에게 불려가 살아남은 아이의 모친의 독 시식 담당이 되어 후궁에서의 남은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그런 생활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것마냥 사건이 일어나요. 그리고 진시는 마오마오를 닥달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죠. 자기도 나름대로 머릴 굴리면서도 마오마오를 그냥 재미있는 장난감 취급하며 일일이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그런 기질 때문에 더욱 미움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정신병 환자랄까요. 이게 훗날 그런 인연으로 흘러갈지 지금은 몰랐겠죠. 궁금하면 원작을 보시길,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맺으며, 스킵이 장난 아니게 심하군요. 원래 코믹화되면 스킵은 피할 수 없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약 사건은 통으로 편집된 듯한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는 수준이고(사실 원작 라노벨 1권에서 최대 포인트중 하나이죠), 마오마오의 비이상적인 독 오타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왼팔 사연도 그냥 미친X 수준으로만 표현되었군요. 이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버린 비취궁의 시녀들의 호들갑도 개그로써 흥미로운데 생략되었고, 리화 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에피소드는 말 못할 정도로 처참하군요. 리화 비의 애절한 대사는 이 작품의 백미였는데... 작화는 1권인데도 뒤로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는 되는데 스킵 부분에서는 암담하네요. 이러다 추리 부분에서도 스킵이 일어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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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8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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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부활해버렸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할 거 같았던 성녀의 지저분한 과거와 탐욕에 의해 부활은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걸 막으려 했던 다나카는 국제적으로 역적이 되어 있군요. 본 작품의 작가의 차기작인 '니시노'라는 작품에 보면 세계는 이케맨 위주로 돌아간다고 역설하기도 하는데 누가 같은 작가가 아니랄까 봐 여기서도 신랄하게 외모지상주의를 까데기 하기 시작합니다. 간장 얼굴과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성녀의 말 중에 누구의 말을 더 믿냐는 뭐 계급과 정치적 발언력을 떠나서라도 후자에 귀를 기울이는 건 뻔한 것. 그래서 다나카는 위기를 맞아 갑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다나카에겐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데요. 몇 달 만에 수도로 돌아왔더니 부하의 와이프가 글쎄 바람이 나버렸던 것, 유능한 부하를 잃을 수 없었던 다나카는 발 벗고 그(부하)를 도와주게 되는데 마왕은 토벌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이미 세계는 쑥대밭이 되어 가고 페니 제국(다나카가 체제 중인 나라)도 마왕의 공격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아주 심각하게 흘러가는데 말입니다. 그걸 반증하듯 대성국(성녀가 사는 나라)은 다나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페니 제국은 성녀의 말을 외면 못하여 다나카를 잡아다 투옥을 해버려요. 절체 절명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해야 되나, 사실 다나카야 모가지가 몇 번을 잘리더라도 그에겐 그닥 아무런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일단 마왕은 마왕이고 지금은 부하 와이프 불륜을 더 시급히 해결하고 싶은데 이야기는 요상하게 흘러갑니다. 그가 노력하면 할수록 어찌 된 게 다나카의 여난(女難)은 어디까지 흘러갈까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동안 간간이 얼굴만 비추고 특수한 성벽이 있다는 복선을 투하했던 왕녀의 등장은 다나카를 마왕 이상으로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분코로리 작가에게 걸리면 멀쩡한 히로인이 없다는 걸 이 작품과 니시노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는데요. 왕녀도 가세합니다. 에스텔만 해도 버거워 죽겠는데 왕녀는 그보다 더 심한 성벽으로 들이대니 동정의 멘탈은 견딜 수가 없어요.

 

게다가 학원도시에서 구해줬던 오토코(여장 남자 애)까지 막대기를 들이대면서 에스텔 버금가는 짓을 해대고 있으니 다나카로써는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게 되었죠. 이젠 히로인만이 아니라 낭자애까지 섭렵하는 글로벌하게 판이 커진다고 할까요. 문제는 일이 안되려면, 항상 세상은 좋은 쪽보다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듯 주변에서 오해를 사버리는 통에 온통 고추밭을 경험하게 된다는 거죠. 평소에 그렇게 외치던 섹X 망상에 벌을 내리려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거야말로 주인공의 본분, 마왕 타도를 조건으로 왕과 협상을 하며 다나카는 실낱같은 생명 연장의 꿈을 꾸기 시작하죠.

 

그런데 괜히 러키 스테이터스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것마냥 주변에서 도와주지를 않네. 특히 에스텔은 리타이어 된 줄 알았건만 기사회생해서는 다나카가 일궈놓은 실낱같은 기회를 묵사발로 만들어 버리면서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기억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왔고, 아닌척하고 돌아다니긴 했는데 골수 다나카빠인 그녀가 그의 곁에서 이전 성격을 연극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 하느님 같은 다나카를 비난하고 감옥에 처박히게 해줬던 성녀를 그녀가 가만히 내버려 둘 리는 만무하죠. 에스텔의 특징은 특이한 성벽만이 아니라 행동력도 들 수가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관된 행동을 보여줬던 그녀가 관심사가 바뀐다고 해서 수그러지진 않을 터, 그렇다면 행동만이 있을 뿐이죠. 문제는 그 뒷감당을 그녀가 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판국에 에스텔만 해도 버거워 죽겠는데 왕녀까지 완전히 S가 되어서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설치면서 히로인들이 어디까지 망가질까를 두고 대회를 열기 시작합니다. 이에 질세라 로리곤 크리스티나에 이르러서는 그 정점을 찍어주는데요. 띠지에도 쓰여 있었으니 여기서 언급해보자면, 작품 내에서 마왕 혹은 그 이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션트 드래곤인 크리스티나가 글쎄 임신을 하였다고, 아빠는 뭐 들으나 마나죠. 거기다 소피아가 대성국에서 몰래 들고 온 하얀 가루를 먹고 완전히 뽕쟁이가 되어 버리면서 이야기는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참고로 노파심에서 쓰자면 이게 싫다는 게 아니라 이 직품의 핵심 흥미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졸지에 국제적 역적이 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썩을뻔하였지만 괜히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마냥 실낱같은 희망을 끄집어내는 게 참 흥미롭죠. 사실 머릿속엔 온통 섹x라든지 성희롱 밖에 생각이 없는 주인공이라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만. 그걸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니 크게 태클 걸 여지는 없어 보이는 게 이 작품만의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예전만 못해지기도 했죠. 문제는 주인공이 나대지 않는 반면에 히로인들이 설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특히 에스텔과 왕녀는 거침이 없습니다.

 

맺으며, 기승전결이 아쉽군요. 사실 돌이켜보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죠. 다나카가 귀족이 되고 마을을 건설하긴 했지만 이건 하나의 흐름일 뿐이고요. 여타 히로인들과는 걷 돌고 에스텔과는 엇갈리고, 다나카는 지레짐작으로 넝쿨째 들어온 호박을 발로 뻥 차버리면서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둔함. 그런 주제에 여자로 하여금 배려 받는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화술은 여전. 그로 인해서 히로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막대해서 에스텔이라는 괴물을 낳아 버렸다는 자각은 없어요. 에이션트 드래곤조차 처녀 임신하게 만드는 실력은 가히 난봉꾼 엘렌을 뭐라 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에서 질이 더 나쁘다고 할까요. 하지만 상황적인 개그는 그걸 상쇄하고도 남으니까... 그러니까 필자는 하차하지 못하고 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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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2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원성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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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여전히 글도 깁니다.

 

 

 

뭐, 확실히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비단 픽션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싼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38선이 생기는 거 보면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카스트도 허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 내 외모지상주의 사상에 찌든 고등학교라는 자그마한 사회를 이룬 곳에서 외모 중위권 이하는 인간 취급도 안 해주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해요. 외모와 제력을 동일선상에 두고 인간을 판단하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넓은 면에서 본질은 같은 거니까요. 사실 이런 부분은 픽션이니까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 달렸다고 하겠죠.

 

니시노는 그냥 송충이는 솔 잎만 먹고살아야 된다는 진리를 계속 실천했더라면 어땠을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고 나아 갔다면 적어도 비참한 현실은 직시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터부시 혹은 배덕감을 얼마나 충실히 표현하느냐에 따라 집중도의 높 낮이가 정해지고, 그 높 낮이에 따라 작품의 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그런 표현력에 있어서 매우 충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터부시 되는 인간의 존엄을 살살 건드려 집중도를 높이고,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모습은 현실이나 픽션이나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군요.

 

아무튼 니시노는 오늘도 커뮤니 장애에서 오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문화제를 준비 중인 A반(니시노 학급)에서 그는 오늘도 걸레를 들고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군요. 그의 곁에서 반장 '시미즈(여학생)'는 마치 오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니시노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고요. 사실 반에서 왕따 당하게 된 시초는 시미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문화제 준비 첫날에 자기의 위치를 모르고 설치는 니시노가 못마땅하게 느껴져서 하대하듯 대한 게 시작이었죠. 그전에 송충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니시노에게도 잘못은... 없겠죠. 왕따 당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왕따시킨 사람이 잘못이니까요.

 

그렇게 니시노의 카스트 등급은 반을 벗어나 전교에서도 최하위에 이르게 되고 말아요. 갈수록 그의 학원 라이프는 시궁창을 넘어 지옥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기야 문화제 수익금이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그 도둑으로 니시노가 지목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으레 제일 못난 놈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카스트 제도이죠. 사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그냥 괴롭힘으로 희열을 느끼는 저급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극복하고 괴롭히는 상대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전 작 '다나카'를 보셨다면 분코 로리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기도 하죠. 주인공이 빛 보는 일은 없다고, 그리고 멀쩡한 히로인도 없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거기에 외모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이야기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히로인 따위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런 대표적인 히로인이 시미즈가 되겠죠. 얼굴로 모든 걸 판단해서 니시노가 범인이 아님에도 몰고 가려는 투철한 준법정신은 정말 눈물을 앞을 가리죠. 이게 다 그의 면상이 찌부러진 개구리 같아서일까요. 근데 니시노의 내면을 보려고 해도요. 입만 열었다 하면 시니컬한 애늙은이같이 말을 해대니 도통 감정이입이나 동조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게 그가 괴롭힘당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태어나면서 얼굴을 온라인 게임처럼 고를 수도 없는 걸. 그렇다면 찌그러져 있기나 하던지라는 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든 히로인이 느끼는 공통점이라 공통점이라는 점에서 니시노의 입장은 정말로 처참하다 할 수 있죠. 근데 사실 외모야 그렇다 처도 말투에서도 누가 커뮤니 장애 아니랄까 봐 듣는 입장에서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것도 원인이기도 합니다. 정작 문제는 본인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 골치 아픈 거죠.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왕따 당하는 원인 제공을 솔선해서 하고 있으니 동정하려 해도 해줄 수 없는 특이한 주인공이랄까요.

 

그런 와중에 등장한 '로즈'라는 금발 로리는 니시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뒷세계 동종 업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쟁관계라는 입장에서 서로 죽여야 되는 팔자. 얼떨결에 그녀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은 건 좋은데, 썩어도 준치라고 그녀가 품은 마음을 간파한 덕분에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게 천운이라면 천운이라고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로즈와는 평범하게 대화를 잘 해요. 그런데 다른 이성과의 대화는 원활하지 않는 이상함. 시미즈라는 여학생도 그런 점에서 많이 의아해하기도 하죠. 아무튼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그가 가는 곳에 은근슬쩍 따라붙는 로즈의 정체는 무얼까.

 

"나는 지금 XXX를 생각하면서 자X하느라 바쁘거든?"

 

1권 리뷰에서 로즈를 머리에 꽃 꽂은 여자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평가가 틀렸으면 어쩌나 했는데요. 사실 전조는 있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개구리 면상을 전학 오자마자 어프로치를 해대고 급기야 목숨이 구해지고 본격적으로 대시하는 모습들에서 예사롭지는 않았죠. 주인공이 돼지 체형이든 간장 얼굴이든 내면이 괜찮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히로인이 붙었는데, 로즈를 보며 이 작품도 그런 계열인가도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녀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로즈가 죽을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 그녀가 꾸민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언급은 없군요.

 

무슨 말이냐면...

 

중반 이후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추리물에서 기용하는 해답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에서 로즈의 정체가 드러나죠. 이 부분을 보면서 과연 분코 로리 작가답다 했습니다. 이전 작 다나카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멀쩡한 히로인이 없다는 계보를 이 작품에서도 그녀를 통해서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롭게 합니다. 사실 틀에 박힌 클리셰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분코 로리 작가의 손에서 쓰여진다면, 다나카를 보신 분이라면 예상 가능할 겁니다. 제대로 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요. 노파심에 쓰자면 형편없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표현력에 있어서 거의 동인지 수준이죠. 그렇다고 복수물에서 흔히 보는 그런 동인지 같은 거라면 오산이고요.

 

그리고 니시노가 왕따 당하게 된 원인도 밝혀지죠. 시미즈라는 여학생은 그저 당겨진 방아쇠에 맞춰 목표물을 총알 선상에 갖다 세워 놓은 것뿐, 진정한 흑막이 모습을 드러낼 때 니시노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여기서도 다나카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군요. 다나카에게 빠져 죽고 못 사던 에스텔을 그대로 옮긴 듯한. 그래서 필자는 1권 리뷰 때 히로인 취급이 좋지 못하다고 언급을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3권을 리뷰를 위해서 범인을 밝히고는 싶지만(눈치 빠른 분이라면 알 텐데?), 이건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죠. 그저 니시노는 여자복이 없다고만, 그도 이제야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자는 없다는 걸 눈치 까고 더 이상 청춘을 학교에서 찾지 않겠다는 부분에서 좀 서글퍼지기도 했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시사하는 건 분수에 맞게 살자. 송충이는 솔 잎만 먹자.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이 작품에서는 사회적 매장). 얼굴만 보는 사람 중에 멀쩡한 사람 없다. 누명을 쓰면 차분하게 반박하자를 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성을 기르자. 자신을 괴롭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면 호구 밖에 되지 않는다를 보여주죠. 그럼에 인생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부모를 잘 둔 금수저야 아무렇게 놀아도 금수저지만, 흙 수저는 노력하지 않으면 흙 수저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벌써 자기 일을 하는 니시노와 노는 것에 정신 팔린 아이들. 니시노는 그 아이들의 허황된 꿈 이야기를 짓밟아 줄 수 있을까.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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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의 베르세르크 1 - S Novel+
잇시키 이치카 지음, fame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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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비평을 넘어 비난에 가까우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작품에 대한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늘 그렇지만 길이 꽤 깁니다.

 

 

 

 

 

마을 사람 A에서 끝났을지도 모를 운명이었던 소년이 용사 내지는 영웅으로 성장한다의 계보랄지, 옛날 판타지의 정석인 시작의 마을에서 출발한 소년이 여행을 하며 동료를 모으고 마왕을 무찔러 용사로서 개선한다. 겸사겸사 잡혀갔던 공주를 구해서, 혹은 공주라는 미끼를 던진 비굴한 왕의 환영을 받으며 온실 속에서 자란 공주와 결혼해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 작품에서 공주는 록시라 할 수 있고, 용사는 페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별 볼 일 없는 마을에서 태어나 일찍이 부모를 다 떠나보내고 왕도로 온 주인공 페이트, 성기사 5대 명가 중 하나인 하트 가문의 히로인 록시라는 소녀. 이들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뭔가가 시작되는 건 틀림이 없는데 왜 이리 리뷰 쓰기가 귀찮아지는지 모르겠군요. 여러 리뷰들을 들러보니 평들이 대체로 좋던데, 필자는 하도 이런류의 작품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이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즉, 흥미가 없으니 리뷰 쓰는 것도 귀찮아질 수밖에요.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늘 문제가 되는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먼치킨화 때문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무슨 무슨 스킬 대중소니 뭐니 갖다 붙이고,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닫았다. 나갔다 들어왔다. 항상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평가할 때 들먹이게 되는 스테이터스(창)의 등장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딱 그런 전형입니다.

 

요는 독자는 그런 거 궁금하지 않다가 되겠죠. 뭘 잡아먹고 자기 스테이터스가 얼마나 올랐나 들여다보고, 적을 만나면 상대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고 오매나 쎄다. 그래놓고 도망가는 주인공은 이제까지 한 번도 못 봤군요. 그래도 어쩌겠어. 싸워야지, 그리고 이김, 뭐 하러 스테이터스 창을 들먹이냐고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기척에서 알아본다고 하는데 상대의 스테이터스 창이나 엿보는 치트나 써재끼니 공감이 되나. 사실 이런류의 작품을 이 작품 말고도 더 보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작가가 흥미롭게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겠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떤가. 다 틀려먹었지만 딱 하나 히로인 록시의 존재로 그나마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록시도 호감을 받을만한 히로인은 아니었습니다. 귀족인 그녀가 계급 사회에서 평민인 페이트를 동등한 관계로 여기는 것은 정말로 에러죠. 본이 서지 않는 것이고 정적에 빌미를 제공하고, 작중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선을 유지했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앉아 차를 마시고, 남자(페이트)의 방에 호위도 없이 들어간다던가, 역시 호위도 없이 평민 옷을 입고 마을에 쏘다니기도 하고. 근데 문제는 이런 폐해가 나타나지 않으니 더 질이 안 좋다고 할까요. 이런 부분에서 웹 소설의 기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죠. 흥미 위주의, 신데렐라를 꿈꾸는 사람 심리를 이용해 흥미를 끌어내려는 전형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며 개연성 없는 호감도 올리는 행위, 이거 정말 끔찍하지 않을 수 없어요. 수년 전 유년시절에 한번 봤던 인물이라며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구하려는 거 같긴 한데, 그게 왜 5년 후에 갑자기 남주 없인 못 사는 것으로 진화가 이뤄지는가. 다윈의 진화론은 다시 써야 되는 거 아닐까. 그래도 이유는 있다고 억척스럽게 서술은 하려고는 합니다. 성기사라는 입장과 아버지의 죽음, 온통 적밖에 없는 성기사 세계에서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년의 등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이 사람만은 날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괴물이 아닌 동등한 사람을 봐준다는 안심. 커서 기둥서방에게 당할 확률 99%랄까요.

 

록시의 가치를 언급 해놓고 까는 건 무슨 경우인가 하시겠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사실 주인공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모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근본적인 마음은 페이트 덕분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았기에,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탱을 해줌으로써 가지는 호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트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어서 둔감남으로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록시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상대가 필요했던 거고, 그걸 받아주는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 그에게서 용기를 얻어 그녀는 잔다르크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참 먹먹하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으로 넘어가 보자면, 폭식이라는 먹을 것만 밝히는 쓸모없는 스킬 보유 때문에 마을에서 버림받다시피 왕도로 와서 라팔 3남매에게 죽도록 혹사 받다가 록시에게 구원받고 그녀의 호의에 냉큼 받아들여 하트 가문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 5년 동안 벌은 은화 2개로 무기를 산 게 마검 '그리드'죠. 그리드는 주인공의 스테이터스를 먹고 진화를 해간다는 흉악한 놈입니다. 주인공은 이놈을 들고 활성화된 폭식을 잠재우기 위해 고블린 등 마물들을 잡아가는데요. 폭식이란 7대 대죄 중 하나인 그 폭식이 맞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품은 줄어들지 않는, 그렇게 배도 채울 겸 마물을 잡아가면서 성장을 해간다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도 사실 지적하고자 하면 양파같이 계속 나옵니다. 경비를 서다가 얼떨결에 도둑을 죽인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니 보통 살인을 저지르면 패닉에 빠지지 않나요. 게다가 유괴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람을 거부감 없이 잘도 써는군요. 여느 주인공들도 그렇던데 주인공이라면 다들 사이코패스인가? 거기다 처음 사냥에 나가면 떨거나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실패하는 모습도 보이는 리얼리티는 없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마물을 사냥해왔다는 것마냥 능숙한 솜씨는 역시 주인공 보정빨이겠고요. 하룻강아지가 베테랑 기질이 있는 모험가도 죽사발 내버린 오크 킹을 썰어버리는 행위는 용서받을 일인가 하는 고찰을 끊임없이 하게 합니다.

 

7대 대죄에 관해서는 다른 리뷰어 분들이 해줘서 필자는 생략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라노벨 입문자가 본다면 상당히 가슴 뛰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는 인간이 쓰레기들에게서 괄시를 받다가 우연찮게 힘을 얻고 성장해서 괄시했던 인간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죠.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구멍이 스펀지처럼 숭숭 뚫려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픽션에서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밀어봐야 재미없을 뿐이지만 읽다 보면 보이게 되는 걸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옛날에 시놉시스를 읽고 모 출판사에 정발 요청을 할 정도로 흥미를 느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형적인 웹 소설 기반 그 이상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하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7대 대죄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닐까 싶지만, 이것도 1권부터 끝이 보이니까 몇 권 안 가서 결말이 나버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먹어도 먹어도 성에 안 차는 폭식이라는 스킬 때문에 점차 미각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결말은 뻔하죠. 그걸 방증하듯 천룡의 등장이 되겠고, 그것(천룡)으로 인해 히로인과 접점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천룡을 쓰려트려야만 되는, 날로 커져만 가는 폭식의 배고품이 과연 천룡을 먹음으로써 해결이 될까. 그리고 끝은, 마검 그리드는 천룡을 목표로 하라고 부추기도 했던 것에서 그리드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기도 했군요.

 

맺으며, 그래도 히로인 록시 때문에 10점 만점에 5점은 줄 수 있겠습니다. 외전에서 그녀가 보인 마음의 다짐은 심금을 올리죠. 작 초중반에 나왔던 여느 히로인들과 똑같다(헤픈 히로인) 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군요. 마냥 주인공에게 들러붙는 것이 아닌 자기 발로 미래를 개척하고 누구를 지켜야 될지 명확하게 인지하며 앞으로 나아갈려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페이트도 그제서야 자신이 모셔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느끼고 행동에 나서는 모습에서 겨우 주인공답다 싶었군요. 참, 하나 더 좋은 점수를 주자면 갈색 피부의 히로인이 한 명 더 나올 거 같긴 하지만 1권 한정해서 여러 히로인이 등장하여 수라장 만들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냐면요. 페이트는 상거지 평민 주제에 하트(록시) 가문에 취직하게 되면서 개천에서 난 용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근데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진짜로 용으로 승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록시를 구원해주고 장래에 둘이 같이 산다거나하면 로또죠. 그리고 그리드에게 쎄빠지게 모은 스테이터스를 몽땅 빼앗기는 것에서 블랙 기업 이미지가 들어 저렇게 지어봤습니다.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해뒀는데도 이 정도 스포일러로 뭐라 하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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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4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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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 근접하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세상사 내 마음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권력의 톱에 앉은 사람도 세상사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제일 밑바닥 신분인 평민이라면 더 하겠죠. 그저 약사로써 인생을 걸었고, 양아버지와 욕심 없이 환자들을 보살피며 유유자적 살아갔던 소녀 '마오마오'의 인생은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친아버지가 씨만 뿌려놓고 나 몰라라 했을 때부터? 아니면 양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약에 미치고 독에 환장하는 정신병을 얻었을 때부터일까. 사람이 한눈만 팔면 바퀴에 찌부러져 말라비틀어진 개구리를 입에 넣는 아이처럼 금세 약초와 독초를 찾아 산야를 누비는 그녀에게 벌을 내리듯 인신매매 당해 궁궐에 입궐하게 된 그녀의 인생은 파란만장하였으니. 이것도 인생이라며 즐기는 그녀의 성격은 참 고약하다고 하겠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반드시 따라붙는다고 하죠. 2천 명의 궁녀와 1천 명의 환관이 살고 있다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과 같은 후궁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는 끝을 고해갑니다.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별로 이상할 게 없었던 사건들이 합쳐지니 거대한 음모가 되어 소용돌이쳤고 그 근본 원인이 선제(先帝, 지금의 왕 아버지)의 병적인 성(性)적 취향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허망하게만 흘러갑니다. 왕의 성은을 기대하며 후궁에 머물며 이제나저제나 했던 궁녀에게 있어서 왕이 자기에게 손짓하면 이것보다 기쁜 것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한번 성은을 입으면 밖으로는 영원히 나가지 못한다는 점, 선제의 성(性)적 취향과 맞물려 궁녀들은 버림받다시피 하였으니 궁녀들이 품었을 원한은 높다 하였을 겁니다. 내가 이러려고 궁에 들어온 게 아닌데 말입니다.

 

게다가 각 부족이 뭉쳐 나라를 유지했던 중세 시대에서 뻘짓 못하게 씨족 수장의 딸을 후궁이라는 인질로 보내야만 했을 때, 그 딸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게 되면 이보다 불쌍한 경우는 없겠죠. 약혼자가 있었다면 더욱, 그래도 상급 비(, 후궁 서열 1위)의 취급을 받았으니 딱히 나쁜 삶은 아니었을 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일찍이 잘 나가던 집안이었고, 씨족 속에서 권력도 나름 있는 집안의 공주처럼 자랐으니 권력욕도 좀 있었으리라. 황후도 노려볼만했을 터, 그래서 딸은 눈이 돌아갑니다. 세금 탈루와 뇌물이 판치는, 권력에 맛을 들이고 그 권력을 손에 쥐면 으레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처럼 돈맛도 알아버린 딸은 사실 왕의 성은 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입장. 버려진 왕(선제). 근데 말입니다. 한창 권력과 돈맛을 알아가는데 인질로 잡아올 땐 언제고 쫓겨나다시피 본가로 돌아가라고 하면?

 

모든 원흉은 선제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니 권력욕에 물든 후궁들 때문이었다고 할까. 또는 딸을 후궁으로 들이고 뒤에서 조종하는 관료들 때문이었을까. 선제는 후궁들에게서 권력욕에 찌들은 끝 모를 지옥을 엿보았고, 그것으로 인해 성적 취향은 날로 어린애만 찾는 병이 들고 맙니다. 종국엔 공허하게 생을 마감해버리는 비운의 왕이 되어 버리죠. 그래서 2천여 명이나 되는 후궁들은 가해자인 것과 동시에 피해자인 입장에 서게 됩니다. 선제를 몰아붙인 가해자, 그 악의가 돌아돌아 수십년후 원한이 되어 자기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피해자. 수장의 딸 또한 피해자인 것도 동시에 가해자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코스프레를 너무 심하게 몰입하는 바람에 눈에 뵈는 게 없게 되었을 때 그녀의 운명은 정해진거나 다름없었다고 이야기는 서술하기 시작하죠.

 

사실 이런 부분은 끝에 가서야 밝혀집니다. 그동안은 추리물답게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담담히 풀어가죠. 어느 정도 재료가 모였을 때 본격적으로 이제까지 뒤에 있었던 인물들이 표면에 올라서서 우리가 그랬다고, 우리가 범인이라고 밝혀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권력욕과 복수심이라는 악의에만 가득 찬 악인만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을 바로잡고자, 그것이 틀렸다고, 곪아버린 상처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악역 아닌 악역이 등장해 이야기를 참 슬프게 흘러가게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시스이'라는 소녀, 어느 날 문득 전조도 없이 당돌하기 그지없는 소녀를 만났을 때부터 마오마오는 조용히 살고 싶었던 삶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죠. 조금만 더 빨리 시스이의 정체를 밝혔더라면 슬프고 먹먹한 결말은 맞이하지 않아도 되었지 않나 하는...

 

시스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지면이 길어지는 데다 핵심 스포일러라서 일단 본 작품을 보시라고는 말 밖에 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군요. 보통 추리물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던 인물이 해답편에 들어가면 정말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하기도 하는데 시스이가 딱 그렇습니다. 그녀는 그저 곪을 대로 곪아버린 어머니(위에서 언급한 수장의 딸)를 보다 못해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가 저지른 죄를 씻기 위해 움직였다고 할 수 있어요. 악역을 자처하면서까지... 마오마오는 그런 그녀를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녀를 동정하지도 않고 도우려 하지도 않는 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건 그녀가 너무나 보잘것없는 하녀일 뿐이기에 그녀로써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녀(마오마오)는 일련의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맺으며, 시스이의 엔딩은 정말 가슴 먹먹하게 만들더군요. 그림으로 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먹먹함을 느끼곤 했지만 글로 된 라노벨에서 이렇게 먹먹함을 느끼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오마오는 결국 진시의 정체를 알고야 맙니다. 원래는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아버리면 인생이 크게 바뀐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알고 싶지 않았는데 그 고자 환관이 멋대로 까발려 버리니 참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민폐가 아닐 수 없지 않을까 싶은. 그래도 마오마오의 엔딩에서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군요. 주근깨에 빼빼 마른 여자애 어디가 좋다고, 후궁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고를 수 있는 입장이면서 마오마오를 고집하는 건 아마도 진시의 본 모습 그래도 봐줘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용하지 않으려는 마음, 아니 애초에 귀찮아했으니 그게 더 끌렸을까요.

 

마오마오의 친아버지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그동안 못 지켜줬던 반동을 이번에 풀겠다는 것마냥 설치고 다니지만 마오마오는 알아주지 않는 게 웃음 포인트입니다. 애초에 아버지라 여기지도 않고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으니(이 부분은 츤데레 같았군요), 참고로 마오마오 친아버지는 지금으로 치면 국방부 장관이랍니다. 그것도 대통령(여기선 왕)도 어찌 할 수 없는 괴짜라고. 그래서 다들 평민으로 여겼던 마오마오가 사실은 고위 관리의 딸이라고 알게 되었을 때 벙찌는 모습도 웃음 포인트죠. 비록 서자(왕족 혹은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지만. 사실 이 부분은 '평범한데 먼치킨' 부류이기도 하죠.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좀 갈릴 듯... 아무튼 1부(라고 언급은 없지만)가 끝이 났습니다. 선제가 싼 똥이 발효가 되어 수십 년 후 냄새를 풍기게 되었고 후손들이 뒤치다꺼리하느라 개고생하는 이야기였다고 할까요. 사실 선제도 욕먹을 입장은 아니지만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읽는 분들의 감정과 주관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중립 내지는 평가를 내리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만큼은 추천하고 싶군요. 작가가 독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요소요소 개그라든지 가령 고문하려 집어넣었던 감옥에서 뱀을 잡아 구워 먹는다던지 같은 틀을 깨는 개그가 이 작품의 흥미 포인트입니다. 거기에 심각함과 평범한 그리고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절묘하게 조합하는 게 일품입니다. 물론 그저 그런 지나가는 형식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도 있지만요. 하지만 식상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흥미를 내미는 것에서 작가의 역량을 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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