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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의 베르세르크 1 - S Novel+
잇시키 이치카 지음, fame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인 비평을 넘어 비난에 가까우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작품에 대한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늘 그렇지만 길이 꽤 깁니다.
마을 사람 A에서 끝났을지도 모를 운명이었던 소년이 용사 내지는 영웅으로 성장한다의 계보랄지, 옛날 판타지의 정석인 시작의 마을에서 출발한 소년이 여행을 하며 동료를 모으고 마왕을 무찔러 용사로서 개선한다. 겸사겸사 잡혀갔던 공주를 구해서, 혹은 공주라는 미끼를 던진 비굴한 왕의 환영을 받으며 온실 속에서 자란 공주와 결혼해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 작품에서 공주는 록시라 할 수 있고, 용사는 페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별 볼 일 없는 마을에서 태어나 일찍이 부모를 다 떠나보내고 왕도로 온 주인공 페이트, 성기사 5대 명가 중 하나인 하트 가문의 히로인 록시라는 소녀. 이들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뭔가가 시작되는 건 틀림이 없는데 왜 이리 리뷰 쓰기가 귀찮아지는지 모르겠군요. 여러 리뷰들을 들러보니 평들이 대체로 좋던데, 필자는 하도 이런류의 작품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이젠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즉, 흥미가 없으니 리뷰 쓰는 것도 귀찮아질 수밖에요.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늘 문제가 되는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먼치킨화 때문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무슨 무슨 스킬 대중소니 뭐니 갖다 붙이고,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닫았다. 나갔다 들어왔다. 항상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평가할 때 들먹이게 되는 스테이터스(창)의 등장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딱 그런 전형입니다.
요는 독자는 그런 거 궁금하지 않다가 되겠죠. 뭘 잡아먹고 자기 스테이터스가 얼마나 올랐나 들여다보고, 적을 만나면 상대의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고 오매나 쎄다. 그래놓고 도망가는 주인공은 이제까지 한 번도 못 봤군요. 그래도 어쩌겠어. 싸워야지, 그리고 이김, 뭐 하러 스테이터스 창을 들먹이냐고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기척에서 알아본다고 하는데 상대의 스테이터스 창이나 엿보는 치트나 써재끼니 공감이 되나. 사실 이런류의 작품을 이 작품 말고도 더 보고는 있지만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작가가 흥미롭게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겠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떤가. 다 틀려먹었지만 딱 하나 히로인 록시의 존재로 그나마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록시도 호감을 받을만한 히로인은 아니었습니다. 귀족인 그녀가 계급 사회에서 평민인 페이트를 동등한 관계로 여기는 것은 정말로 에러죠. 본이 서지 않는 것이고 정적에 빌미를 제공하고, 작중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선을 유지했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앉아 차를 마시고, 남자(페이트)의 방에 호위도 없이 들어간다던가, 역시 호위도 없이 평민 옷을 입고 마을에 쏘다니기도 하고. 근데 문제는 이런 폐해가 나타나지 않으니 더 질이 안 좋다고 할까요. 이런 부분에서 웹 소설의 기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죠. 흥미 위주의, 신데렐라를 꿈꾸는 사람 심리를 이용해 흥미를 끌어내려는 전형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바라보며 개연성 없는 호감도 올리는 행위, 이거 정말 끔찍하지 않을 수 없어요. 수년 전 유년시절에 한번 봤던 인물이라며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구하려는 거 같긴 한데, 그게 왜 5년 후에 갑자기 남주 없인 못 사는 것으로 진화가 이뤄지는가. 다윈의 진화론은 다시 써야 되는 거 아닐까. 그래도 이유는 있다고 억척스럽게 서술은 하려고는 합니다. 성기사라는 입장과 아버지의 죽음, 온통 적밖에 없는 성기사 세계에서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년의 등장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이 사람만은 날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괴물이 아닌 동등한 사람을 봐준다는 안심. 커서 기둥서방에게 당할 확률 99%랄까요.
록시의 가치를 언급 해놓고 까는 건 무슨 경우인가 하시겠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사실 주인공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모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근본적인 마음은 페이트 덕분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았기에,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탱을 해줌으로써 가지는 호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트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어서 둔감남으로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록시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상대가 필요했던 거고, 그걸 받아주는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 그에게서 용기를 얻어 그녀는 잔다르크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참 먹먹하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으로 넘어가 보자면, 폭식이라는 먹을 것만 밝히는 쓸모없는 스킬 보유 때문에 마을에서 버림받다시피 왕도로 와서 라팔 3남매에게 죽도록 혹사 받다가 록시에게 구원받고 그녀의 호의에 냉큼 받아들여 하트 가문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 5년 동안 벌은 은화 2개로 무기를 산 게 마검 '그리드'죠. 그리드는 주인공의 스테이터스를 먹고 진화를 해간다는 흉악한 놈입니다. 주인공은 이놈을 들고 활성화된 폭식을 잠재우기 위해 고블린 등 마물들을 잡아가는데요. 폭식이란 7대 대죄 중 하나인 그 폭식이 맞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품은 줄어들지 않는, 그렇게 배도 채울 겸 마물을 잡아가면서 성장을 해간다는 이야기인데...
주인공도 사실 지적하고자 하면 양파같이 계속 나옵니다. 경비를 서다가 얼떨결에 도둑을 죽인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니 보통 살인을 저지르면 패닉에 빠지지 않나요. 게다가 유괴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람을 거부감 없이 잘도 써는군요. 여느 주인공들도 그렇던데 주인공이라면 다들 사이코패스인가? 거기다 처음 사냥에 나가면 떨거나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실패하는 모습도 보이는 리얼리티는 없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마물을 사냥해왔다는 것마냥 능숙한 솜씨는 역시 주인공 보정빨이겠고요. 하룻강아지가 베테랑 기질이 있는 모험가도 죽사발 내버린 오크 킹을 썰어버리는 행위는 용서받을 일인가 하는 고찰을 끊임없이 하게 합니다.
7대 대죄에 관해서는 다른 리뷰어 분들이 해줘서 필자는 생략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라노벨 입문자가 본다면 상당히 가슴 뛰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는 인간이 쓰레기들에게서 괄시를 받다가 우연찮게 힘을 얻고 성장해서 괄시했던 인간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죠.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구멍이 스펀지처럼 숭숭 뚫려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픽션에서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밀어봐야 재미없을 뿐이지만 읽다 보면 보이게 되는 걸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옛날에 시놉시스를 읽고 모 출판사에 정발 요청을 할 정도로 흥미를 느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형적인 웹 소설 기반 그 이상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하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작가는 7대 대죄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닐까 싶지만, 이것도 1권부터 끝이 보이니까 몇 권 안 가서 결말이 나버리지 않을까 싶더군요. 먹어도 먹어도 성에 안 차는 폭식이라는 스킬 때문에 점차 미각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결말은 뻔하죠. 그걸 방증하듯 천룡의 등장이 되겠고, 그것(천룡)으로 인해 히로인과 접점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천룡을 쓰려트려야만 되는, 날로 커져만 가는 폭식의 배고품이 과연 천룡을 먹음으로써 해결이 될까. 그리고 끝은, 마검 그리드는 천룡을 목표로 하라고 부추기도 했던 것에서 그리드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기도 했군요.
맺으며, 그래도 히로인 록시 때문에 10점 만점에 5점은 줄 수 있겠습니다. 외전에서 그녀가 보인 마음의 다짐은 심금을 올리죠. 작 초중반에 나왔던 여느 히로인들과 똑같다(헤픈 히로인) 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군요. 마냥 주인공에게 들러붙는 것이 아닌 자기 발로 미래를 개척하고 누구를 지켜야 될지 명확하게 인지하며 앞으로 나아갈려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페이트도 그제서야 자신이 모셔야 될 사람이 누구인지 느끼고 행동에 나서는 모습에서 겨우 주인공답다 싶었군요. 참, 하나 더 좋은 점수를 주자면 갈색 피부의 히로인이 한 명 더 나올 거 같긴 하지만 1권 한정해서 여러 히로인이 등장하여 수라장 만들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냐면요. 페이트는 상거지 평민 주제에 하트(록시) 가문에 취직하게 되면서 개천에서 난 용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근데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진짜로 용으로 승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록시를 구원해주고 장래에 둘이 같이 산다거나하면 로또죠. 그리고 그리드에게 쎄빠지게 모은 스테이터스를 몽땅 빼앗기는 것에서 블랙 기업 이미지가 들어 저렇게 지어봤습니다.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해뒀는데도 이 정도 스포일러로 뭐라 하시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