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2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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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평온한 판타지, 태어나 보니 아버지가 못쓸 놈 이세계 환생, 아이 엠 티처,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던데 노숙을 밥 먹듯이 하는 여행, 선생이 이래도 되나 싶은 제자가 곧 하렘.


표지: 히로인 리스, 정령 나이아를 주운 이후 메딕으로 활약 중이다.


12권 줄거리: 수국(수인족 나라)에서 떠나던 시리우스는 길에서 뭔가를 줍는다. 아주 작고 귀여운 이 생물은 무엇이더냐. 마물에게 습격을 당하고 있던 등에 날개가 달린 어린 소녀 '카렌'을 도와 이 소녀가 나고 자랐다는 마을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녀가 살았다는 마을은 강력한 용족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포인트: 카렌은 진리다. 13권을 기대하자. 표지(13권)가 아주 잘 뽑혔더라.


특징: 벌꿀은 비싸다.



조금 강한 스포일러 주의




카렌의 종족은 등에 날개가 달린 '유익인'이라고 한다. 장식이 아니라 날 수도 있다는데 카렌은 어려서 아직 날지 못한다. 라기보다 날개에 문제가 있다. 한쪽은 정상적인데 한쪽은 작은(스몰) 비대칭으로 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본인은 상관하지 않는 듯하지만, 호기심이 왕성하여 엄마와 함께 물가에 나왔다가 인간들의 눈에 띄어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노예상에 붙잡혀 가던 중 마물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자 노예상들이 그녀를 미끼로 던지고 줄행랑을 처 버렸다. 그걸 지나가던 시리우스 일행이 구해주게 되면서 같이 다니게 된다. 짧은 기간이었다곤 해도 노예상에 잡혀있는 동안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 데다 미끼로 던져지기까지 했으니 어린아이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리우스 일행에게 구해진 이후에도 카렌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번 12권은 조그마한 아이가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이야기다. 사람을 경계하고, 손길을 거부하는 카렌은 유독 '피아(엘프)'만 따르는 통에 다른 히로인들은 안달이 난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자신들에게만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니 겉몸이 달아서 비위를 맞춰가는 모습들이 꽤나 유쾌하다. 그런 와중에 '레우스'가 벌꿀을 따오는데, 애 입맛을 고급으로 만들어 버리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이럴까 싶을 정도로 카렌은 벌꿀에 빠져 살게 된다. 그 모습이 마치 곰 같다. 곰돌이 푸우가 꿀단지를 들고 있듯이 말이다. 아주 환장을 한다. 이예 시리우스가 예전 마법 학원에 다닐 때 마법 학원장 '로드벨'인가를 구워 삶을 때 썼던 케익을 줘본다. 들고 우적우적 먹을 만큼 마음에 들었긴 한데 카렌 왈: 벌꿀이 더 좋아! 카렌은 누구도 하지 못했던 시리우스를 격침시켜 버린다.


카렌은 딱히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무서운 일을 겪었으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마음을 열고부터는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그 나이에 맞게 귀여운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시리우스는 카렌의 마법 적성을 조사하면서 안타까운 걸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속성'이라는 것이다. 마법 학원에 다닐 때 이걸로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던가. 카렌은 거기에 더해 한쪽 날개가 비대칭이다. 마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었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카렌에게서 그림자는 엿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님들이 필사적으로 보살펴 주었을 테지. 그리고 카렌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용족들이 따뜻한 마중을 해준다는 클리셰가 기다리고 있다. 어째서 유익인이 사는 마을에 용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이제 카렌을 엄마의 품으로 돌려보낼 때가 왔다. 길을 잃은 아이는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다. 여행을 하며 정이 들 대로 들어버린 이들에게 있어서 이별이라는 건 새로운 교육으로 다가올 테지. 마을에 도착해서 카렌의 부모를 찾긴 찾았는데 엄마가 병석에 누워있다. 아빠는 안 계신다. 카렌이 태어나기 직전에 돌아가셨단다. 작가가 이야기를 얼마나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싶었길래 이러나 싶었다. 애는 무속성에 날개 비대칭이고 편부모 슬하라는 이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은 다 가져다 놨다. 거기에 엄마는 인간들이 쏜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분명 안타깝고 가슴 먹먹한 장면일 것이다. 근데 어찌 된 게 이야기 진행되는 느낌은 소 닭 보듯이 어딘가 무덤덤하게 흘러간다. 왜 그럴까 했더니 시리우스 일행이 있으니까 엄마가 죽지는 않겠지 하는 안심감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리우스 일행은 유익인 마을에서 체류를 시작한다. 카렌의 엄마를 치료해주고, 용족들과 화합을 하는 등 여행과 교육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맞게 무난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시리우스가 아직 마법 학원에 다닐 때 쳐들어왔던 어떤 용족이 이 마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살인귀로서 사람들을 죽이는데 삶의 낙으로 살았던 그 용족은 시리우스에 의해 격파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여기 용족과 트러블이 일어날 줄 알았더니 어째서 아련함을 묻어내며 살인귀를 추억 속의 그 사람으로 치켜세우는지 대력 난감함 시추에이션이 발생한다. 특히 모험가 길드에서 수배령을 내릴 정도로 흉악한 그 용족이 일으킨 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령하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어서 필자는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별의 때는 다가온다. 그동안 여행하며 카렌에게 무속성 마법을 가르쳐 주며 나날이 발전하는 카렌을 제자로 받아들일지 심각히 고민하게 된다. 이제 5~6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를 엄마의 품에서 떨어트리는 게 옳은 일일까. 아빠를 닮아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해서 지식 흡수율이 굉장히 좋다. 이대로 마을에서 썩히는 것보다 시리우스 일행과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식을 쌓는 게 카렌에게 도움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유익인이라는 희소성이 큰 종족을 세상에 내놔도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카렌을 유괴하려 했던 노예상들의 뒷배가 13권에서 반드시 등장하여 시리우스를 가로막을 거라는 복선이 투하되어 있다. 그래서 묻는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카렌은...


애가 은근히 호전적에다 직설적이다. 시리우스의 케익을 격침 시켰고, 용족의 촌장에 해당하는 할아버지를 칼로 쑤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카렌은 장난으로 했지만, 할아버지 팔엔 피가 묻어난다. 엄마는 못생겼다고 대놓고 디스를 한다. 애들의 순수함이란 잔혹하고 무섭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 그 엄마는 감언이설에 속아 정신 차리고 보니 남자에게 집 열쇠를 주는 등 기둥서방에 당할 만큼 좀 어리숙한 게 문제랄까. 아무튼 카렌은 지식 흡수율이 얼마나 좋은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 아빠가 생전에 세계를 여행하는 방랑자여서 그런지 그 딸도 은근히 역마살끼가 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좁은 마을로 만족하진 않겠지. 성장한 새가 둥지를 떠나듯 카렌도 어설프게나마 날갯짓을 해본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근데 무속성에 날개 비대칭에 편모슬하라는 괴롭힘당하기 딱 좋은 소재를 채용해놓고 그런 분위기는 하나도 없는, 위 리뷰 쓴 게 무엇인가 싶을 정도로 작가는 소 닭 보는 듯한 진행을 보인다. 시리우스 일행이 이런 괴롭힘을 해결해준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왠지 이번 12권은 작가가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카렌의 귀여움을 조금 더 어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히로인들이 우왕좌왕하는 거만 넣어놓고 말이지. 아빠가 돌아가시는 대목이나 식음을 전폐하던 엄마의 모습 등에서는 emotion이 부족한, 번역의 문제인가 원서 자체의 문제인지 감정 전달에서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무미건조함 같은 게 있다고 할까. 특히 '나는 말이지' 같은 번역에 있어서 원서엔 '와타시와 네'라고 되어 있을 텐데, 이 부분을 '나, 있지'라고 좀 더 부드럽게 번역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맺으며: 14~5권에서 완결 시킬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시리우스가 히로인들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게 되면서 여행을 끝을 알리게 되었다고 할까요. 조금 더 훗날이 되겠지만, 가족계획이라던지 태어나고 자랐던 대륙에 가고 싶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보이게 되면서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한 12권이었군요. 아무튼 이번 12권은 꿀이라면 환장을 하는 카렌의 귀여움이라는 걸로 퉁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시리우스가 히로인들에게 청혼을 하든 말든 그건 상관없어요. 복상사로 죽어버리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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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여동생이 나한테만 짜증나게 군다 1 - L Novel
미카와 고스트 지음, 토마리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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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짜증 나는 러브 코미디, 인생은 실전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렘? 우리나라 법엔 사촌과 결혼은 금지되어 있다.


표지: 말해 무얼 하나. 이작품의 히로인 '이로하'다. 내청코(1)의 그 이로하가 각성하면 이렇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맹랑하다. 여자로서 자신의 무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 이로하 같은 여자와 엮였다간 경찰서 간다. 이로하뿐만 아니라 작중 등장인물 일러스트가 잘 나왔다.


스토리: 제목 그대로다. 오빠 친구를 놀려 먹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이로하'와 그 오빠 친구인 '아키테루'가 벌이는 러브 코미디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파서 청춘인 내청코와 청춘의 집합소인 사쿠라장 하위 버전이 아닐까 한다. 이로하만 아니면 느낌으론 좀 더 사쿠라장에 근접한다고 할까. 아무튼 이로하 성격이 매우 강렬해서 내청코를 즐겨본 독자들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는 하는데,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내청코만큼이나 흥미를 끌진 못할 듯하다.


포인트: 이로하가 투하하는 폭탄은 전부 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이다. 처리하려면 EOD를 불러야 할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폭탄이란 외모적 비하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군에서 쓰는 폭탄을 말한다. 


특징: 동정을 치료하는 약은 없다.



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주의, 글이 매우 긴 초장문 주의




짜증 나게 굴면 상대를 하지 않으면 된다. 주인공 아키테루는 부모님이 해외로 부임하면서 혼자 살고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혼자 살다 덜컥 죽기라도 하면 누가 알아줄까 싶어 옆집 동년배 남자애를 친구로 만들어 집 열쇠를 건네 놨다. 이게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후회막급인지는 그때는 몰랐겠지. 내 방 침대에 여자애가 무방비로 퍼질러 엎어져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걸 보기 전까진 말이다. 아키테루는 부모님이 해외로 부임한 이후 혼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여자애는 누구인가. 아싸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분명 부러워할 만한 상황일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여자애와 단둘이, 그것도 침실이라는 시추에이션은 청춘에 있어서 큰 획을 긋는 이벤트라 할 수 있겠지. 그것이 폭탄이 아니라면 말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언제부터 침실을 장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쇠를 옆집 친구에게 맡겨놓은 시점부터겠지. 열쇠를 아무리 숨겨놔도 찾아서 몰래 들어오는데 막을 재간이 없다. 불법 침입이다. 근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되려 나랑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요? 같은 협박을 해오는 통에 무난한 인생을 살고 싶은 아키테루에게 있어서 성범죄자라는 꼬리표는 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만 봐도 이로하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동정을 놀리는 포인트도 잘 알고 있어서, 가슴을 강조하는 몸짓을 한다던지 일부러 몸을 부딪혀 온다던지 한창 피가 몰리는 청소년의 인내심을 극한까지 자극하는 게 이로하다. 그래놓고 에햇~ 이러고 있으니, 주인공 아키테루에게 있어서 얼마나 짜증 나는지 제목으로도 잘 표현 해놨다 할 수 있다.


혹시 얘가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러나 싶겠지. 하지만 동정은 속지 않는다. 이렇게 짜증 나게 구는데 이게 호감일리가 없잖아?라는 게 아키테루의 생각이다. 호감의 다양성을 아키테루는 부정한다. 꼬꼬마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관심을 끌려고 못된 짓을 하는 걸 두고 가정폭력범으로 몰고 가는 그로써는 이로하의 짜증 나는 행동이 호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호감이 있다면 상냥하게 대해주는 편이 효율적으로 좋지 않나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효율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낭비 없는 삶이 그의 목표다. 그러니 이로하의 행동이 이해될 리가 없다. 그럴 틈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이건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면 세상은 참 편하겠지. 아키테루는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충돌한다. 효율적으로 이렇게 성가시게 구는 애가 날 좋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짜증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확실하게 거부하는 게 어떨까. 효율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인생의 낭비를 요구하는 이런애(이로하)는 내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은 것에서 이번엔 독자들을 짜증 나게 한다. 학교에서 조신한 척 호박씨를 까면서도 주인공의 퇴로를 차단하며 궁지로 몰아가는 이로하를 내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싶다. 필자로 하여금 또 다른 짜증을 유발하는 건, 주인공 주변은 이로하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아키테루를 향해 '쑥스러워 한다'라며 남의 감정을 무시한다는데 있다. 아키테루는 마트 시식코너에서도 천하의 못쓸 놈으로 만들어가는 이로하 때문에 고초를 겪는다. 이걸 두고 또 쑥스러워한다는 주변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작품은 은근히 남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하는 왜 이렇게 아키테루를 성가시게 하는가. 호감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이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호감을 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정말 관심이 없다면 상대조차 하지 않겠지. 표현으로는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미인이라는데 뭐가 아쉬워서 아싸 동정에게 관심을 주겠냔 말이다. 아키테루는 효율을 중시하면서 그녀의 호감을 알아채주지 않는다. 둔감? 애초에 관심이 없는데 둔감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짜증이 나는 것이고. 생각해보면 이로하가 자신에게 이렇게 짜증 나게 하는 이유라도 밝혀내야 되지 않을까. 또한 이쯤 되면 이로하도 포기할 만도 하겠는데 그렇지 못하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지 않을까. 이런 사정이 중후반에 밝혀지긴 한다. 그래서 이 분위기만 놓고 볼 때 사쿠라장을 연상시킨다.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로하는 받은 호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게 잘 먹히지 않고 있어서 문제지만.



스포일러 주의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번엔 이로하와 정반대되는 히로인 '마시로'가 등장한다. 아키테루의 사촌이다. 소심 냉혹한 성격으로 아키테루와는 화장실 신이라는 이런 청춘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로 첫 만남(사촌이니까 사실 첫 만남은 아님)을 가졌다. 그러니 첫인상은 최악이다. 그런 그녀가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 온다. 그리고 밝혀지는 마시로의 그간 행적은 빈말로도 좋지 않다. 귀족 규슈만 다닌다는 여고에서 이지메를 당한 끝에 방구석 폐인이 되어 버렸고, 이걸 고치기 위해 아키테루의 학교로 전학을 한 것인데, 마시로 집안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라면서 어째서 딸내미가 학교에서 이지메 당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뒀냐는 희한한 시추에이션이 발생한다.


아키테루의 학교로 전학 시키면서 같은 반이 되도록 뒷공작을 펼쳤음에도 이전 학교에선 왜 도와주지 않아서 딸을 방구석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걸까. 아빠는 바람둥이라는 영문모를 설정도 그렇고. 아무튼 심적으로 지쳐 마음을 닫아버린 마시로의 마음을 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아키테루의 장래가 걸린 일로서, 장래 삼촌이 경영하는 대기업에 취직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마시로에게 달렸다. 근데 그녀는 아키테루를 똥으로 보고 있다. 첫 만남이 화장실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지내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간다. 마시로가 마음을 닫아버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래서 아키테루는 그녀의 마음을 열려고 갖은 애를 쓴다. 문제는 이로하가 아키테루에게 짜증 나게 굴었던 방법을 거의 비슷하게 쓴다는 것이다.


남의 마음에 개입한다는 건 정말 신중해야만 한다. 여기서 몇 번째인지 모를 짜증 나는 부분이 이것이다. 마시로가 왜 마음을 닫아버리고 타인을 멀리하는지에 대한 이해보다 억지로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하는 데에 있다. 하는 짓이 딱 변태다. 그녀가 과거 당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세상엔 나쁜 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음에도 그냥 자신을 피해서 도망가는 애를 쫓아가서 물에 빠트리는(같이 빠졌지만), 물리적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론을 들이밀어서 상대로 하여금 납득 시키려는 아집도 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곤 해도, 상대의 기분을 헤아려 주는 것보다 이것이 최선의 길이라며 자기 뭣대로 판단해서 남의 마음에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근데 마시로가 안고 있는 진짜 고민은 따로 있었다. 이걸 말해주기 전까지 아키테루는 삽질을 했음에도 작가는 언급조차 안 한다.


친구 여동생이 짜증 나 죽겠다면서, 정작 주인공이 마시로를 짜증 나게 만드는 시추에이션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전쟁에서 적이 싫어하는 짓을 골라서 하라고는 했지만 마시로는 적이 아니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이 한 행동은 옳고 결과적으로 잘 풀린다는 것이다마시로와도 결국 잘 풀린다. 과정보다는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것일까. 남의 영역에 함부로 침범하면서 죄의식이 없고, 말 한마디에 상대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음에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청춘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키테루는 이로하가 짜증나 얼굴 안 보면 된다. 그런데도 어울린다는 건 '기만'이지 청춘이 아니다. 그리고 필자가 언급한 사쿠라장 같다 했던 건 '5층동맹'라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부 끈으로 이어진 인연이고, 이 끈은 주인공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 냈으면서도 친구 여동생이 짜증 나게 군다는 건 역시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아싸들에게 몰매나 맞으라지.


맺으며: 에필로그 부분에 보면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쇄국 정책을 펴는 나라는 언젠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외국이 쳐들어오면 개국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문명이 발달한다' 일본도 에도 막부 말에 흑선 개항이라는 개국을 거치긴 했지만, 이런 청춘 러브 코미디에서 쓸만한 단어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군요. 당장 우리네 역사만 봐도 일본에 의한 개국 때문에 수탈이라는 아픔이 있죠. 적어도 필자 같은 올드 유저 입장에서는 개국 = 수탈이라는 이미지가 좀 있어요. 작가 딴에는 '마시로'를 예를 들어 아무리 닫힌 마음이라도 언젠가 열리며 마음을 키워 간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나 본데요. 개국이 반드시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진 않는다는 역사를 비춰볼 때 비단 마시로만이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내포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작가가 이런 점을 알고 있다면, 이 작품의 장르이자 아이덴티티인 청춘 러브 코미디는 등장인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가시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해가 되는 게 이로하가 아키테루를 대하는 것이나, 마시로의 마음을 열려 했던 아키테루를 보고 있자면, 쇄국정책 운운은 남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부분을 인정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군요. 이런 가벼운 러브 코미디에 죽자고 달려드는 필자가 좀 안 좋게 비칠 수 있겠습니다만. 나이 들고 보니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느 작품을 읽어도 이상보단 현실적인 부분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솔직히 필자와 맞지 않았습니다.  


  1. 1,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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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2 - 끝없는 해변의 리조트 나이트,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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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1권 리뷰 참조(https://blog.naver.com/ssi29/222031252438)


표지: 본격적으로 그녀들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라오(단발머리)의 오른쪽 눈과 토리코(금발)의 왼손을 주목하자. 토리코가 들고 있는 AK 소총은 이세계에서 주웠다. 엄마가 전직 군인으로 사격술은 엄마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소라오가 들고 있는 빛바랜 파라솔은 '이세계 피크닉'이라는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접혀 있다는 것에서 놀고먹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역설한다. 토리코가 들고 있는 AK 소총은 이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표현한 거라 할 수 있다(아마도).


2권 스토리: 소라오와 토리코는 이세계에서 길 잃은 미군부대와 조우하였으나 어찌할 수 없이 자기들만 현실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죄책감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인간성이 발동해 구출에 나선다. 토리코가 거의 어미새 만큼이나 따랐던 '사츠키'가 이세계에서 실종된 이후,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그녀(사츠키)의 단서가 발견된다. 더불어 이세계의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미지의 존재와 접촉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간다.


포인트: 햇빛을 자주 보자.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사람은 히스테릭 해진다.


특징: 콜라를 데워 먹으면 무슨 맛일까.  



스포일러 주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방금까지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고개를 잠깐 돌렸을 뿐인데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마냥 존재를 찾을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작품은 그런 공포가 서려있다.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있다.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풍화되어 무너져가는 건물이 있다. 잔잔한 물웅덩이가 있고, 낯선 생물이 배회한다. 세상 찌든 떼를 벗겨내듯 낙원적으로 비치는 몽환적인 이세계는 마치 심신을 치유하듯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상은 개미지옥인데도.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다 동충하초 같은 뭔가를 발견한다. 자세히 보니 바탕은 인간.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배회하는 낯선 생물이 다가온다. 순간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인식은 침식되어 간다. 잠을 자다 가위에 눌린다는 느낌은 이런 것일까 싶은 공포가 엄습해온다.


이세계는 누구나 다 들어올 수 있다. 게이트를 찾아서 들어오든, 휘말려서 들어오든 경로는 여러 가지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부대째로 이세계로 흘러든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찰하다가 많은 군인이 희생되어 간다. 소라오와 토리코는 무언가에 쫓기다 미군과 조우한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이들을 돌볼 여유는 없다. 어떻게 다시 현실로 돌아온 둘은 다시 미군을 구출하기 위해 이세계로 들어간다. 장정 수십 명을 희생자 내지 않고 구출해야만 하는 어려운 미션이 떨어진다. 사실 이 미군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이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은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다. 이세계 주민은 보통 방법으로는 퇴치하기가 매우 어렵다. 귀신을 총으로 쏜다고 죽지 않는 것처럼. 현실로 나갈 수 있는 게이트로 향하던 소라오와 토리코와 미군들을 포위하듯 이세계 주민들이 덮쳐온다.


소라코와 토리코는 이런 위험한 세계에 뭐 하러 가는 것일까. 소라오는 돈이 없다. 부모는 안 계시고, 낯을 가려서 아르바이트도 무리다. 여자면서 위기감도 없이 폐가 탐험이라는 취미를 들인 것도 그녀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러다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로 들어갔을 때 나만의 세상을 발견했다는 기대감에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죽어가고 있다는 걸 인식조차 못한 채 말이다. 토리코를 만난 건 그때다. 토리코의 도움이 없었다면 소라오는 동충하초가 되어 있었겠지. 아무튼 토리코의 도움으로 살아난 소라오는 땅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걸 은둔형 외톨이 히스테릭 녀(女) '코자쿠라'에게 가져다주면서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소라오는 먹고살기 위해 이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덕분에 호강 제대로 한다. 목숨을 담보로...


토리코는 어미새마냥 따랐던 '사츠키'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이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이 '사츠키'라는 사람이 이 작품의 구심점이자 주된 이야기가 된다. 토리코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그녀(사츠키)는 어느 날 이세계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토리코가 사츠키라면 만사 제쳐놓고 덤비는 통에 소라오는 은근히 질투심을 키워 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에 굶주리다시피했던 것이 원인일까. 내가 여기에 있는데 왜 딴 여자에게 한 눈을 파는가 싶은 게 소라오의 속마음이다. 하지만 그녀(토리코)가 잘 되었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눈여겨볼만하다. 사실 소심하고 직설적인 소라오와 만사 긍정적인 데다 인싸기질이 다분한 토리코는 물과 기름이다. 그래서 소라오는 사소한 것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삐친다고 할까.


이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조금 언급해보겠다. 일단 '글리치'라는 지뢰가 있다. 도처에 깔려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발견이 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발을 들인 현실 사람들이 많이 희생된다. 그다음으로 현실 괴담을 바탕으로 하는 이세계 주민(알기 쉽게 필자가 각색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세계 주민은 사람의 머릿속 근원적인 괴담 공포를 읽어 들여 생성된다. '쿠네쿠네'라든지 '팔적귀신'이라든지, 괴담에 나오는 이런 이형의 괴물들이 둘의 앞을 종종 가로막는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런 괴물을 물릴 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리는 통하지 않는다. 마법은 없다. 단, 하나. 인식을 확정 시키고 본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소라오의 능력 이외에는 답이 없다. '쿠네쿠네'의 공격으로 죽을뻔하였다가 살아난 이후 소라오는 이 능력을 얻게 되었다. 토리코는 공간과 물질에 간섭하는 능력을 얻었다. 이 능력으로 둘은 이세계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게 된다.


어쨌거나 이세계에 들어와 그녀들만큼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나 보다. 본격적으로 이세계가 그녀들을 식별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들을 간섭하기 시작한다. 우선 이세계는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사츠키의 존재를 내보인다. 여기서 또 눈여겨볼 것은 소라오의 행동이다. 토리코가 그토록 사츠키를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사실을 감춰버린다. 이것이 이후 그녀들에게 어떤 아픔을 선사하는지 모른 채, 하지만 덕분에 이세계의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이세계의 건너에 무엇이 있는지 어렴풋이 알아간다는 것이다. 미지의 존재와 조우는 ET를 연상시킨다. 이것이 인류에게 있어서 독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세계에 먹힌 사람은 두 번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세계에 들어간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에서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맺으며: 여전히 그로테스크한 표현력이 좋습니다. 이형의 괴물을 표현하는 것에서 타의 추종까지는 아니지만 꽤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특히 오키나와 해변에서 이세계 근원에게 먹힐뻔할 때는 손에 땀을 쥐게 했었고요. 캐릭터들의 성격 표현에서도, 소라오의 소심하면서도 직설적인 모습이라던지, 인싸기질로 은근히 소라오의 신경을 긁는 토리코의 자유분방한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물과 기름 같던 그녀들이 생사를 넘나들며 없어선 안 되는 파트너로서 인식해가는 장면들도 볼만합니다. 샷건(GUN)을 가진 합법 로리(코자쿠라)가 햇빛을 못 봐서 히스테릭 해져서는 소라오와 맨날 티격태격하는 것도 개그로 다가오죠. 아무튼 이제 시작인데 벌써 끝나나? 같은 이세계 근원에 다가가면서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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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용사의 복수담 5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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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나는 응한 적도 없는데 이세계 소환, 마왕을 무찌르는 모험, 이러니까 동정은 어쩔 수 없는 하렘, 인생의 값진 선물 배신, 조금은 적반하장 복수극이종족간 금단의 사랑​, 그리고 질투.


표지: 의미를 모르겠다. 저것들이 왜 나와.


5권 줄거리: 주인공 이오리는 직접적인 복수 대상자인 '류자스'와 마주하게 된다. 30년 전 등 뒤에서 비수를 꼽았던 류자스는 이오리의 절친한 동료였다. 다 함께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마왕을 무찌르러 여행을 했고, 드디어 종착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30년 후, 다시 이세계로 소환된 이오리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 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오리는 류자스와 마주한다. 


이오리 왈: "왜 그랬냐? 꼭, 그래야만 했냐?


드러나는 류자스의 과거, "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이제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한 끝에 증오에 몸을 맡긴 어리석은 남자의 최후가 시작된다. 용사라는, 영웅이라는 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누구나 짊어질 수 있다면 용사라고 불릴 리 없겠지.



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주의



아는 이 하나 없는 이세계로 데려와 용사라 추대하면서 싸우라고 한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방에 처박혔다. 이세계 사람들은 실망한다. 멋대로 불러와,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을 한다. 현실의 고등학생이 조폭을 상대로 이기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하물며 조폭보다 더 무서운 괴물을 상대로 싸우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고 이쪽에서 묻고 싶다. 때를 같이해 어떤 남자의 고향 마을이 마물들에게 짓밟힐 위기에 처한다. 남자는 용사를 찾아가 구해 달라고 한다. 이때 용사는 고립무원이었다. 기사에게 끌려 나가 수련이랍시고 휘둘린 목검에 한대 맞고 팔이 부러졌다. 이런 판에 마물을 물리쳐 달라니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남자의 고향 마을엔 돌아가신 부모님이 맡겨준 여동생이 있다. 남자에게 있어서 여동생은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그 마을이 마물들에게 짓밟힐 위기에 처한다.


증오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용사란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 아닌가?


영웅이란 사람들을 구한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 아닌가?


근데 왜, 여동생을 구해주지 않은 저놈이 용사이자 영웅이라고 칭송받고 있지?


왜, 내 여동생은... 왜, 왜, 왜... 이런 증오가 남자의 정신을 옭매어 왔다.


그렇다면, 내가 용사가 되겠다. 영웅이 되겠다. 그리고 여동생이 남긴 소원을 내가 이루겠다.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모두 계속해서 웃을 수 있을 텐데."


남자는 그림책의 영웅처럼...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조리다. 막 소환된 현실 세계의 사람이 피 튀기는 싸움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아는 이 하나 없는 세계에 떨어져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용사(이오리)에게 뭔가를 바란다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여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증오에 몸을 맡겼던 류자스는 30년 후 다시 이오리가 소환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에야말로 동생의 복수를,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이오리를 죽이고 영웅이 되겠다며 이오리가 마련한 전장에 몸을 던진다. 


그래서 약간은 적반하장식 복수극이라고 장르에 적어뒀다. 이오리는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렸다고는 하나 다급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내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이 훗날 자신의 등에 칼이 꼽히는 결과가 된다. 류자스는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요구만 상대에게 강요했다. 거부 당하자 멋대로 증오를 품는다. 도움의 손길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내미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다는 건 올바른 세상이 아니다. 류자스는 그걸 잊어버린다.


둘은 장장 100여 페이지를 할애해서 싸운다. 마법이 난무하고 피와 살이 분리된다. 근데 이 작품의 장르가 이세계 판타지 아니었나. 왜 드래곤 볼을 찍고 있는지 영문 모를 일이 자꾸 생긴다. 곧 죽을 거 같던 사람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스킬을 쓰고 칼을 휘두른다. 마력과 힘이 다 했다며? 근데 필살기를 물 쓰듯 쓰고, 정신을 갉아먹는다고 하면서 멀쩡히 서 있는 건 뭔가 싶다. 복수극이 행성 파괴급으로 치닫는다. 문제는 류자스 다음 복수 대상자들이 널려 있다는 거다. 다음은 진짜로 행성을 부수는 거 아닐까?


근데 고물 마왕 '엘피'는 뭐하고 있는가, 마왕의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이번엔 힘을 못 쓴다. 일찌감치 리타이어 되어서 던전 저짝에 처박혀 있다. 그녀는 고물 용사(이오리)에게 구해진 이후, 같이 다니며 정들었는지 자꾸 사망 플래그를 세워 왔었다. 그래서 매번 조마조마한다. 이번에 류자스와 전투를 벌이며 별다른 힘도 못 쓰고 한방에 다운, 이에 열받은 이오리의 각성은 참으로 알기 쉬운 소년물 답다 싶다. 결국 엘피는 잡혀가는 공주 역할까지 꿰차며 비운의 히로인이 되어 버린다.


그동안 둘이 싸돌아다니며 눈꼴 시린 장면을 많이도 보여줬다. 그러니 정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겠지. 이오리는 이제 복수 따위 보다 그녀를 지키는데 더 중점을 두게 된다. 마왕 엘피는 앞으로 이오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복수에 미치지 않게 칼집이 되어 줄까, 아니면 인간이길 그만두게 만드는 볼 쏘시개가 될까. 언제부턴가 엘피가 마음속에 들어앉게 되었다. 류자스와 싸우며 그녀를 지켜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사망 플래그가 쌓이고 쌓여 회수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


엘피를 몰아내고 현 마왕의 자리를 차지한 '오르테기어'가 본격적으로 인간들 세상에 침공을 개시한다. 용사가 없는 인간들에게 승산은 있을 것인가. 복수에 미치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눈이 돌아간 용사는 인간들을 구원할 것인가. 오르테기어에게 반기를 든 '사신'의 출현과 엘피의 애완 드래곤의 등장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싸레기 밥만 먹었는지 말 하나하나에 싸가지가 없는 '루시피나(이오리가 첫 번째 생에서 좋아했던 하프엘프 녀)'의 칼날은 이오리와 엘피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흥미진진하긴 한데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기승전결하고는 담을 쌓고 있어서 크게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이번 류자스와의 싸움도 그렇고, 루시피나가 등장해서도 지리멸렬한 게, 옛날 90년대 때 인기를 끌면 질질 끄는 만화를 보는 듯해서 기피감이 든다. 정의에서도 이제 와 류자스의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삐뚤어졌습니다. 같은 전개는 개연성이 없다. 근본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고물 마왕 엘피의 개그가 마음에 든다. 마왕 킥이라든지... 소소한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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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2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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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삶의 희망을 잃고 이세계 전이, 왔더니 게임 속 판타지, 냄새나는 남자보다야 낫겠지 하렘, 실패를 모르는 완전무결 치트.


표지: 별로 의미를 못 찾겠다.


2권 스토리: 실비아와 에코를 영입한 세컨드는 순조롭게 세계 1위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이제 장비를 강화해줄 대장장이를 찾아 영입해야겠는데, 판타지에서 대장장이 하면 드워프다. 이런 약속된 전개를 버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다크엘프가 대장장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특징: 막장, 막장의 사전적 의미는 탄광 갱도의 막다른 곳이다.


포인트: 고양이 수인 에코는 귀엽다. 애가 점점 바보가 되어 간다.




스포일러 주의




참 특이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 영입한 다크엘프 '유카리'의 전직은 암살자다. 사실 이세계에는 스킬을 어떻게 보유하느냐에 따라 직종이 구분되어서 캐릭터로 직종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하지만 판타지에서 대장장이 하면 일단은 드워프다. 이런 기본이 되는 틀을 이 작품은 거부하듯이 주인공 세컨드는 그녀의 전직을 무시하고 대장장이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그녀(유카리)는 노예 출신이다. 주인공에게 구입된 이후 메이드에 비서까지 자처하게 된다올 라운드로서 다재다능한 캐릭터라 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근본을 모르겠다. 여기서 누여겨 볼 것은 주인공 세컨드는 사람 죽이는데 떨려 하면서 사람을 돈으로 구입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현실 일본에서 살았던 감각(도덕적 의미)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돈으로 구입하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 유카리를 영입하고 파티도 어느 정도 꾸려져서 본격적으로 세계 1위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이다. 이미 많은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을 보와 왔듯이 이 작품도 스킬에 의존하며 성장하는 타입이다. 여기에 고생과 수련과 좌절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을 거치는 작품도 찾아보면 있을 수는 있겠지. 적어도 이 작품은 아니다. 현실에서 했던 게임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세계 사람들은 모르는 방법으로 스킬을 올리고, 던전에 들어가 아이템을 손쉽게 얻는다. 주인공 세컨드와 그의 하렘은 단 며칠 만에 모험가 최고 등급에 올라버린다. 사실 소설가가 되자 출신작들 대부분은 흥미 위주다. 내가 못하는 걸 대신하는 대리만족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이세계에 가면 어떤 모험을 하고 이렇게 강해질 거라는 망상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를 디스 하는 건 아니다. 이걸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대신한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던전에 들어가 폭렙을 이룬다. 세계 1위를 하기 위해선 스킬을 올릴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과정에서 힘든 건 하나도 없다. 솔직히 이런 게 뭐가 재미있고 흥미가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광석 몇 개 갖다 주고 모험가 최고 등급에 올라 버렸다는 황당한 전개도 있고, 아무리 방어구와 몸이 튼튼하다지만, 파티원을 마루타로 이용해서 광물을 모으는 꼼수는 너무한 거 아닐까 싶다. 정작 마루타 본인은 재미있다고 웃고 있지만. 이쯤 되면 삶 자체가 놀이다. 이렇게 무리 없이 강해져서 세계 1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게임 폐인을 괜히 폐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으로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남의 과거는 캐면서 정작 자신의 비밀은 밝히지 않는다. 유카리를 영입할 때 아무리 세뇌를 푼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녀의 과거와 비밀을 캐내려고 말을 아무렇게나 던진 게 주인공 세컨드다. 이후 실비아는 세컨드에게 한가지 의문을 가진다. 어째서 던전이나 이세계에 대한 걸 잘 알고 있지? 참고로 이세계는 세컨드가 했던 게임의 세계관이다. 그러니 말할 수 없지. 전생에 게임 폐인이었다는 걸 어떻게 말해. 물론 다른 숨겨진 비밀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세컨드는 실비아의 의문에 기어이 답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려 하면서 정작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건 신뢰의 문제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녀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세컨드는 자신이 영입한 하렘을 이용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 점은 프롤로그에서 잘 나타나 있다. 혼자 도는 것보다 팀을 짜서 도는 게 효율이 좋다고 한다. 이 말은 그녀들을 동료로서 동등한 입장으로 대하는 게 아닌 그저 경험치 셔틀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유카리를 영입할 때도 딱히 누가 되었든 대장장이 스킬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동료란 신뢰로 구축된 인연을 말한다. 남의 비밀은 밝히려 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 시점에서 신뢰고 뭐고 없다. 


그리고 뜬금없는 전개, 유카리가 세뇌되었다는 복선은 전혀 투하하지 않고 뒤늦게 그녀의 옛 주인이 걸은 세뇌가 문제다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앞에선 성격 개차반같이 언급해놓고 뒤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니 감안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무책임한 전개가 몇 번이나 일어난다. 어쩌라는 느낌이다. 던전에서 렙업할 때도 마침 꼼수가 생각났다며 참 편리하게 일을 진행 시킨다. 잘 놀다가 느닷없이 '그녀'를 언급하며 아련한 마음을 품는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 같은 전개도 있다. 급기야 과금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세계로 전이 직전 사뒀던 레어 카드로 꼼수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대체 이런 게 뭐가 재미있고 흥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이렇게 바라는 대로 다 들어주는 세계에서 1위를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게 된다. 


후반 관심 종자가 출현할 때는 화룡점정이다. 



맺으며: 가끔 발매사 L노벨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필자가 그동안 수백 권을 읽어 오면서 비슷한 장르에 식상해버린 나머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일 수 있으나 과연 이런 작품이 팔릴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군요. 작품에서 중요한 개그도 없고, 위기의식도 없고, 그렇다고 하렘이 꽁냥대기나 하나. 온통 스킬 설정에 설명에 던전에서 렙업에 바라는 대로 다 되는 세계관에서 무슨 흥미를 찾으란 걸까 싶군요. 누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데 누군 아주 쉽게 떼돈 버는 모습에서 이런 게 차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보는 필자 자신도 영문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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