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전생 4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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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강줄기를 따라 웬 남정네 곰 한 마리가 떠내려온다. 건져서 꺼내보니 상류에 곰(베어) 부락이 있단다. 뗏목을 타고 있는데 누가 밀어서 빠졌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하니 범인도 찾고,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어떻게 좀 도와 달라는 말에 주인공은 웨어울프 자매들을 이끌고 곰 부락으로 향한다. 이 작품은 전생에서 산을 오르다 삐끗하는 바람에 비명횡사했더니 백곰으로 환생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극의 콜라 곰처럼 새하얀 게 특징이다. 말도 할 줄 알고 전생의 지식을 이용해 웨어울프 자매들의 집도 지어주었다. 엘프 모녀를 만나 그녀들을 도와줬고, 자매와 엘프 모녀를 노리는 악당들을 퇴치하는 등 이세계에 떨어지고 참 바쁜 나날을 보낸 게 주인공이다. 어째서 거의 다 여자들 밖에 안 만나게 되는지는 미스터리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아무튼 간에 곰 부락에 도착했긴 한데, 부락 이름 그대로 온통 곰 밖에 없다. 곰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문명을 만끽하고 있다. 모습만 곰일 뿐이고 감정이나 행동은 인간이랑 똑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여자 하나 두고 피 튀기는 싸움도 일어나고, 강한 수컷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곰들도 있다. 사람 사는 동네는 다 똑같은가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무튼 여차여차 무서운 사건을 하나 해결했는데 글쎄 주인공이 저주를 받아 먹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백곰에서 흑곰이 되어 버린다. 이게 무슨 복선이 될 줄 알고 필자는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건 잊지 않았다. 왜냐면 3권은 상권이고 4권이 하권이라서, 이번 4권에서 뭔가 큰 비밀이 밝혀지지 않을까 해서다. 또한 모습이 바뀌어도 이전까지 날 좋아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날 좋아해 줄까, 떠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에 그친다.


사실 그딴 거보다 지금 곰 부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치정 싸움을 좀 어떻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고, 이야기도 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건 똑같을 것이다. 곰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근데 필자는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문득 의문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리뷰 쓰는 필자는 이런 이야기까지 써야 되는 자괴감이 무척 몰려오는데 대충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1권에서 보여줬던 도망자 신세의 여유 없던 생활은 극박한 상황을 연출해서 몰입도가 좋았는데 3권부터는 뭔가 동화적인 이야기들뿐이다. 그래서 심각한 것도 없고, 있어도 주인공이 별 어려움 없이 다 해결한다. 사실 곰을 주제로 했으면 아기자기한 면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치정 싸움으로 번지고 급기야 UFC, 로드 FC를 찍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곰이 되었다고 해도, 어떤 작품에서는 자판기로 환생해도 불변의 법칙이 있는데 반드시 히로인이 붙는다는 것이다. 웨어울프 자매들 중 특히 루루티나는 거의 본처 확정이고, 이번엔 하프 곰이 대열에 끼고 싶어 루루티나와 피 튀기는 설전을 펼치는 게 이 작품의 주된 포인트다. 남들이 치정 싸움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 다만 주인공의 오지랖이 넓어 도움을 청하는데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UFC에 나가서 죽도록 얻어 맞고 뒹군다. 1등 해서 떠내려온 곰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은 것이다. 웨어울프 자매들은 뭐가 좋은지 응원에 열을 올리고, 주인공이 되었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이 작품은 역설한다. 뭐 사실 주인공의 이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에서 호감을 얻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그냥 곰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을 놓고 하프 곰과 루루티나 간 서로의 눈에서 빔을 쏘는 질투심이라던지, 쌍둥이 세 자매의 귀여움이라던지 소소한 볼거리는 있다. 부락에 위기도 찾아오지만 주인공이 잘 처리해준다. 치정 싸움도 결국 제자리 찾을 건 다 찾아간다. 그래서 1권에서 보여 주었던 시리어스 한 상황 같은 건 일절 없다 보니 맥빠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도 라이트 노벨 특성답게 히로인이 엄청 늘어난다. 번식기가 아니면 반응도 없다는데 왜 자꾸 늘리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주인공은 둔해 빠져서 히로인들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모습만 곰이고 상황은 판타지지만 흘러가는 건 학원 청춘 로맨스다. 5권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하차하던지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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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상태 이상 스킬】로 최강이 된 내가 모든 것을 유린하기까지 2 - Novel Engine
시노자키 카오루 지음, KWKM 그림, 오토로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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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 적을 무찌르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 매우 비열하게 보이기도 한다. 상대보다 약하다고 인식을 심어주면서 방심하게 만든 후 마비 스킬을 쏘아서 무력화 시킨다. 그리곤 바로 죽지 않는 독을 주입해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게 만든다. 그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 따라 이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주인공이라고 소리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배신 당하고, 죽임을 당할뻔하여 악밖에 남지 않은 주인공이라도 자기가 쓰는 스킬은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주인공으로서는 달리 살아갈 방법이 없다. 독 스킬도 지속형 밖에 없고. 이세계는 약육강식이다. 먼저 선수를 치지 않으면 내가 죽임을 당하는 세상이다. 주인공이 가진 스킬이 마비와 독(포이즌) 같이 저주 계열 같은 스킬들뿐이다. 레벨업을 통해 스테이터스는 올랐으나 여전히 스치는 칼에도 죽을 수 있는 수수깡 같은 신체로서는 남을 속이고 선빵을 치는 방법 외엔 몸을 지킬 수단이 없다. 그래서 전위를 맞아줄 전사가 필요하다.


'세라스 애슐린'은 살던 나라에서 쫓겨나 인간들의 나라에서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었다. 그녀의 검 솜씨는 단장을 맡을 정도로 출중하다. 하지만 몸담고 있던 나라는 침공을 당하고 그대로 폐망하고 만다. 그녀를 아끼던 왕녀는 침공한 적들 몰래 도주하게 도와준다. 이후 그녀에게 많은 현상금이 걸렸고, 그녀는 길고 긴 도망의 시간에서 지칠 대로 지쳐간 끝에 어느 숲에서 추적자들에 의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때 마침 폐기 유적에서 생환하여 지상으로 올라온 주인공은 그녀를 만난다. 보통 이런 시추에이션에서는 운명의 만남이라는 둥 눈물겨운 순애 드라마가 펼쳐질 만도 하겠다. 그녀는 엘프다. 이 작품에서 엘프는 미(美)에 있어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녀를 소 닭 보듯이 한다. 여기엔 그녀가 변신 마법으로 모습을 바꿨다고는 하나 원판의 미모는 불변이다. 주인공은 그녀를 쫓던 추적자를 골로 보내고 그녀를 놔둔 채 시크하게 떠난다.


'피기마루'는 슬라임이다. 뭐가 못 났는지 동족들에게서 이지메를 당하고 있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지메는 이세계에서 얻은 트라우마다. 망할 클래스 메이트들과 망할 여신은 씹어 먹어도 시원찮다. 그래서 이지메 당하는 피기마루를 주인공은 못 본 채 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주인공과 같이 다니는 동물 클리셰로 개(도그)가 있다면, 이세계에서는 늑대 혹은 슬라임이 대세다. 손가락만 튕겨도 나자빠져 죽을 것만 같은 피기마루는 주인공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약한 놈 둘이 모여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귀여움이라고는 일절 없는 이 작품에 있어서 피기마루는 귀여움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다는 거다. 메인 히로인이 될 거 같은 '애슐린'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일방통행식 직진만 하는 히로인이다 보니 귀여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꽉 막혀서 고구마를 수여하는 그런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자. 말귀도 잘 알아듣고 시키는 것도 고지식하게 잘 한다. 이것도 귀엽다면 귀여운가.


그리고 주인공(+피기마루)과 애슐린은 다시 만난다. 


주인공은 피기마루 업그레이드를 위해, 애슐린은 여행에 필요한 노잣돈을 벌기 위해 어느 지방 도시에 들리게 된다. 보통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 나누고 구해줘서 고맙다는 둥 밥이나 한 끼 하자며 친한 척하겠지만 서로가 소 닭 보듯이 한다. 이게 참 신선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쫓기는 몸인 애슐리에게 있어서 혼자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참으로 야박하고 척박하기만 하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왕녀가 구해준 목숨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그녀지만 한계에 다가온다. 주인공은 여행에 있어서 전위를 맡아줄 전사가 필요하다. 둘은 던전에 내려간다. 애슐리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던전을 공략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데 주인공이 먼저 고부가 가치 템을 선점해버린다. 여기서 주인공이 보인 행동은 무얼까. 주인공은 이미 도적질(?)로 돈은 충분한 상태고 던전에 들어온 목적도 피기마루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어떤 아이템뿐이다. 애슐리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 될까.


애슐리는 쫓기는 몸이다. 천상의 미(美)가 있다면 그녀일 것이라고 작가는 엄청나게 주워섬긴다. 주인공은 애슐리 알게 모르게 구해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거기에 그녀의 미모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사실은 그녀가 쫓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녀가 몸담고 있던 나라를 침략한 나라가 겨우 어디에나 있는 기사단의 단장을 맡던 일개 사람에게 현상금을 걸고 정예군까지 동원해서 쫓을 이유는 없다. 그 나라의 왕족이라면 몰라도. 그 이유가 이번에 밝혀진다. 1권에서도 줄곧 그녀는 쫓겨 다녔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아무튼 그녀의 이런 내막을 알고 나서도 주인공은 그녀를 또다시 도와주게 될까. 주인공은 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래서 소 닭 보듯이 그녀를 대했던 것이고.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알고 만다. 겉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그녀라지만 누구보다 다정하다고, 지구에서 자신을 돌봐줬던 숙모와 겹쳐보게 되는 주인공은 그녀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자, 운명이라는 것이 시작된다. 애슐리를 붙잡기 위해 인간계 최강이라는 용(龍)기사가 주인공 앞을 가로막는다. 이쯤 되면 용기사가 쫓아올 정도로 그녀가 왜 쫓기게 되는지 의문이 들지만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생략하겠다. 아무튼 주인공은 폐기 유적에서조차 느끼지 못했던 위기를 느끼게 된다. 주인공은 후위직 마법사 같은 포지션이다. 레벨은 올랐다곤 해도 스쳐도 사망인 수수깡 같은 게 주인공이다. 그러니 용기사 같은 전위직을 만나면 쥐와 고양이 같은 관계가 된다. 여기서 애슐리를 버리면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작중에는 표현 안 되어 있지만, 주인공이 여기서 그녀를 버렸다면 그가 그토록 중오하는 클래스 메이트들이나 여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비열해지기로 한다.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하는 짓을 보면 여신이랑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위기에 빠진 사람을 버리느냐 안 버리느냐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목격하게 된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 마음을 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전히 비열하기 짝이 없는 여신은 내가 악당이라고 그 존재감을 뿜어댄다. 이쯤 클래스 메이트들은 선민사상으로 똘똘 뭉친 무리와 음습한 놈, 떨거지들의 모임으로 정립이 되어 버렸다. 나중에 주인공과 합류할지 모르는 어떤 히로인은 떨거지들 뒷바라지하느라 죽을 맛이다. 그녀는 주인공을 떠나보낸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착한 히로인에 모든 것을 떠안으려는, 어쩌면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다. 죽을 둥 살 둥 노력은 하는데 레벨업이 신통찮다. 인싸들은 이제 숨길 의향도 없이 자기들 잘 난 맛에 남을 깎아내리고, 비아냥대기 일 수다. 제법 강해 보이는데 레벨에 있어서 주인공 레벨이 비해 1/80도 되지 않는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온갖 잘난 척은 다 한다. 나중에 주인공과 만났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찌부러질지 내심 기대되는 인싸들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착한 사람은 착하지만, 쓰레기 같은 놈들을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모자를 정도로 타락 시켜 간다. 솔직히 쓰레기들을 보여주며 착한 주인공을 띄워주는 약간 그런 게 있다. 이게 이 작품의 약간의 옥에 티.


맺으며: 상냥함과 다정함은 여타 작품 공통으로 주인공이 가져야 할 기본 패시브인가 보다. 다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가진 다정함은 그를 길러주었던 숙모에게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끝에 다다른 삼촌과 숙모의 보살핌은 그를 인간으로서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게 된다. 그래서 그럴까, 주인공의 제의를 받아들여 전위로서 계약하게 되는 애슐리가 우직하게 자신을 지켜주려는 모습에서 주인공은 숙모를 겹쳐보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신뢰하고 지켜준다는 것, 마비되고 독에 걸려 다 죽어가는 적을 앞에 두고도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하려는 그녀에게 주인공은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애슐리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어디서 굴러다니던 말 뼈다귀인지 모르는 자신을 구해주었고, 일자리를 주고, 노잣돈도 넉넉히 챙겨주는 그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만남과 운명이라는 클리셰라면 클리셰일 수는 있으나 그 바탕엔 신뢰라는 전재를 깔아둠으로써 흥미를 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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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4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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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꼬꼬마 '카렌'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인 주인공 '시리우스' 일행은 대륙 간 왕족들이 집합해서 화합을 다지고 있다는 '생도르'라는 나라에 도착한다. 두 번째 부인인 '리스'의 가족과 처남 '레우스'의 여친(마리나)의 가족도 와 있다길래 인사차 들린 것이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생도르는 현재 왕좌의 게임을 찍고 있다. 그놈의 권력이 뭔지 후계자를 놓고 귀족들이 서로 다투고 있고,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 보니 주인공으로서는 처형이 고생하고 있는데 못 본 채 할 수가 없다. 이번 이야기는 완결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만났던 여러 사람들이 대거 나오고, 그들과 유대를 쌓아 인연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 빛을 발하여 대규모 마물의 침공이라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주인공이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사실 무능력이다. 속성을 타고나지 않아 어릴 적 많은 괴롭힘을 당해야 했고, 이에 주인공은 굴하지 않고 보란 듯이 기초적인 마법을 승화 시켜 능력을 얻게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것인데 솔직히 기만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작품의 주인공 특징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력은 많아서 응용하면 감자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듯이 그런 흐름이다. 좋게 말하면 생각과 발상의 차이라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렇게 응용도 못하는 이세계 주민은 똥멍청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무튼 응용의 대가인 주인공은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생도르'는 현재 왕위를 놓고 암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에 제자들이 큰 활약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처남 레우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진다.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동안 레우스의 고생을 보답하듯이 그에게도 꽃 피는 시절이 도래하게 된다. 


왕좌의 난에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된 시점에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지라 주인공은 정보를 모아가게 되는데, 나라(생도르)를 어지럽히는 흑막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교묘하게 사람들 틈새에 숨어 뒤에서 공작을 하는 통에 생도르는 쥐약 먹은 쥐처럼 날로 쇠약해져만 가고 있다. 위정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며 국정은 나 몰라라 하기 일쑤고, 흑막이 꽂아 넣은 배 튀어나온 돼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나라는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역사인데. 아무튼 이런 불의는 못참지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주인공이었다면 오지랖이 엄청난 주인공이라고 폄하해버리려고 했는데 글쎄 흑막이 주인공 세 번째 부인인 '피아'를 인질로 잡아버린다. 역린을 건드리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피아는 주인공의 아이를 임신 중이다.


피아는 엘프다. 이 작품에서도 엘프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인간인 주인공과 맺어지길 바랐다. 주인공이 수명이 다해 죽어도 그의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겠다는 당찬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 아마 주인공으로서는 3명의 부인을 평등하게 대한다지만 피아를 더욱 각별히 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피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모두들 제 일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만능이 아니다. 지킨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펴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흑막은 피아를 인질로 잡고 주인공에게 어떤 요구를 한다. 이렇듯 이전에는 이런 스릴러 같은 이야기는 거의 없었는데 작가가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은 거 같다. 이야기는 웃음기를 빼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흘러간다. 위엄을 보여야 할 왕이 보여주는 딸 바보 같은, 체면을 버리고 볼썽사나운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에서 특징을 틀라면 생도르 왕족 '줄리아'를 들 수가 있다. 왕녀로서 길을 걷는 것보단 기사로서의 길을 걸으며 올곧은 품성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칼을 매우 좋아하고 다소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강자를 만나면 싸워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거리게 되고 마침 눈에 띄었던 '레우스'가 그녀의 표적이 된다. 사람은 싸우며 크고 정이 든다고 했던가. 레우스는 수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올곧은 마음으로 칼을 부딪혀오는 그녀가 싫지만은 않다. 그동안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했던 그에게도 봄날이 찾아온다. 아닌 게 아니라 매형(주인공)은 부인 3명이나 대리고 다니면서 밤마다 알콩달콩 해댄다. 레우스는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슬슬 레우스도 부인을 들여도 될 나이다. 다만 레우스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그리고 일이 터진다. 생도르라는 나라를 붕괴 시키려는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줄리아의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사나이는 좋아하는 여자든, 우정으로 다진 관계든, 뭐든 상관없이 눈앞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 게 도리다. 레우스는 그녀를 구하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어떤 것을 같이 구해주게 되는데 남들은 비웃는 그것을 레우스는 비웃지 않는다. 공감능력은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게 참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인성적이다. 이 일로 비로소 줄리아는 함락되어 버린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데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없는 러브 시추에이션을 레우스와 줄리아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그의 부인 간 관계는 양방향 통행이면서도 한쪽이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 일방통행식 느낌이라면, 레우스와 줄리아는 확실한 양방향 통행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 두 번째 부인인 '마리나'는 어떡하려고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고, 마리나와 조우하게 된 레우스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도 주인공과 그의 부인들 간 보여주지 못했던 살벌한 관계를 이들(레우스와 마리나와 줄리아)을 통해 보여주는데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지고 볶고 할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작가가 이야기 배분에 실패했다고 해야 할지.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도르는 전장이 되어 간다. 주인공은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흑막을 때려잡기 위해, 레우스는 졸지에 지킬 사람이 둘이나 되었지만 이 작품은 양성평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라 여자라고 후방에서 보호받고 그런 건 없다. 이것도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저마다의 인물들은 보호받기보단 힘을 길러 어깨를 나란히 해 같이 싸우는 걸 지향한다.


맺으며: 이야기는 15권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아직 15권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이 작품은 사실 뒷 권이 그렇게 기다려지지 않는 편인데 이번 14권에서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이 궁금해지도록 연구한 끝에 발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법 충격적인 전개를 엔딩에 깔아놨다. 웃음기를 빼고 전장의 리얼리티를 제법 충실히 재현하고 있으며, 압도적인 적들을 맞이한 사람들의 심리도 잘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분투를 하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일행, 그중에 레우스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작가가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전개를 엔딩에 심어놔서 독자들로 하여금 제법 충격을 받도록 한 시추에이션은 제법 큰 점수를 줄만 하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주인공이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은 후방에 있다는 것이고, 지금은 적들을 맞아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14권은 제법 무게감 있게 그려놔서 몰입도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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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10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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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역시나 이 작품도 여느 이세계물 답게 흘러가게 된다. 여신의 눈 밖에 나서 능력 하나 못 받고 세계 끝으로 추방되었지만 지구의 신(神)이 준 능력을 개화 시켜서 나름대로 살 길을 찾게 되는 건 좋다. 물론 시궁창 같은 삶을 언제까지고 영유하라는 것은 불쌍하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는 이는 우중충한 이야기에 발길을 끊을 수도 있으니 아무리 무능력 추남 주인공이라도 살 길을 모색해줘야 되지 않나 하는 게 이 바닥 계통의 불문율인 걸 어떡하겠나 싶다. 이제 주인공은 무능력을 넘어 마법적인 능력은 없어도 마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보고 있자니 넘쳐나는 마력 하나로 누구는 효율이 나빠서 버린 능력을 주인공이 쓰면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사실 그동안 고생을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생사를 오가는 모험을 했나?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힘든 건 부하들이 다 해주고 있다. 보고 있으니 현장직은 현실이나 픽션이나 힘든 건 매한가지더라.


아무튼 초반엔 고생 좀 하긴 했지만 토모에(드래곤)를 만난 후로는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실패와 좌절을 겪고 일어서는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필자는 뭣 때문에 이 작품을 좋게 봤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무능력 주인공이 수련 좀 하더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있다는 느낌뿐이다. 수련도 정신수양 좀 했더니 마력이 뻥튀기 되더란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마력은 곧 힘의 지표다. 이 마력을 이용해 남들은 몇 분 못 펴는 방어막도 주인공이라면 무한정이다. 작가는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본다. 이번 10권은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를 맞이해 마력을 이용한 방어막을 펼치고 그 마력을 이용해 쉽게 소피아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피아는 이세계 휴만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가진 모험가답게 상위 용을 몇 개체나 흡수하여 최종 진화형 셀 보다도 더 강하다. 그런 소피아를 주인공은 손쉽게 제압해 간다. 9권 리뷰에서 소피아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솔직히 그녀의 등장은 갑툭튀다. 어느 날 상위 용(龍) 렌서를 대동하고 나타나나 싶더니 느닷없이 주인공에게 대들다 쪽 다 까고 죽기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다. 휴만이면서 마족 편에 서서 휴만과 전쟁을 치르고, 그때 주인공에게 혼쭐났으면 도망이라도 가던지, 고수는 상대의 능력을 알아본다는데 이번에 다시 호전적으로 덤볐다가 비명횡사할 판이다. 결국 그녀는 고수가 아니었던 거다. 그녀의 등장으로 주인공에게 있어서 앞으로 뭔가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또 다른 복선이 있을까 하는 추측을 하였다. 또는 능력적으로 주인공의 대척점이 되거나, 주인공 인생에 개입해 뭔가 하려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번 10권에서 결말이 나지만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자제한다.


마족의 침공은 주인공의 활약으로 일단락되어 간다. 여신의 강제 소환으로 이뤄진 전투는 주인공의 일방적인 승리로 점철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이렇게 마력을 키우는 이유는 여신 타도가 그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에 개연성을 두라면 이것이다. 현실 지구에서 강제로 납치한 것도 짜증 나는데, 자기 미(美) 의식에 벗어나는 추남이라고 아무런 능력도 주지 않고 세계의 끝에 처박아 버렸다. 그런 주제에 자기 꼴리는 대로 강제로 소환해서 궁지에 몰린 용사들을 도우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9권에서) 마족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리미아 왕국의 용사를 도우란다. 당연히 주인공은 거부하고, 만난 김에 여신을 조져버리겠다는 주인공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다. 하지만 간신히 타협점을 찾아 주인공은 어떠한 능력을 얻게 된다.


소피아와 주인공의 전투로 인해 리미아 왕국의 수도는 초토화되고, 정작 주인공 대신 싸워야 할 용사는 힘은 개뿔도 없으면서 자기도 싸우겠다며 설레발을 치는데, 알고 봤더니 주인공 학교 선배다.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겠나. 하지만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주인공은 선배를 선배라 부르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일은 이후에 일어날 일에서 정체를 숨긴 건 잘한 일이라고 밝혀지는데, 살짝 포인트를 언급해보자면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혹은 주인공의 가르침을 받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어떤 능력이든 소질이 각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주인공이 가진 치트다. 이게 앞으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국 종국엔 주인공 신격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력은 이미 신(神)을 추월하기 직전이고, 그와 같이 있으면 신(神)이 치트를 내려 주는 것처럼 다들 강해지니까. 일본 작가들은 왜 이리 신격화하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고 1부(필자 마음대로 추측)가 끝이 난다. 그리고 등장하는 지구 신(神)으로부터 뭔가를 받게 되는데 이제야 이세계물 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정작 이세계 여신은 나 몰라라 하는데 지구 신은 착하기 그지없다. 그보다 지구 신을 만난 김에 지구에 대려다 달라고 하지. 아무튼 더 이상 주인공은 무능력이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게 된다. 이게 이후의 이야기에서 흥미로 다가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맺으며: 일본 작품이니까 일본색(色)이 짙은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좀 심하게 나온다. 그동안 읽어오면서 애써 외면했는데, 이세계임에도 일본식 이름, 의복이나 식습관, 일본 역사를 모르면 알지 못하는 신들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선 일본 역사 공부하는 줄) 노골적인 카타나(사무라이 칼) 찬양에 근대사를 공부했으면 입에 담지 못할 단어까지 나온다. 일본 내에서만 팔리는 작품이라면 자기들끼리 뭘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국에도 팔리고 있다면 조심해야 될 단어들이 제법 보인다. 출판사야 원서에 최대한 부합하게 번역하느라 고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작가가 주변국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이런 점들은 필자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10권을 읽으면서 손절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 적수가 없게 되는 것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는 16권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용케도 이만큼 나왔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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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상태 이상 스킬】로 최강이 된 내가 모든 것을 유린하기까지 1 - Novel Engine
시노자키 카오루 지음, KWKM 그림, 오토로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카스트가 존재하는 어느 고등학교 2-C반 클래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이들은 빛에 휩쓸려 이세계로 넘어가게 되고, 이들을 소환한 여신은 이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대마제(대충 마왕쯤)를 무찔러 달라고 아이들에게 요청하게 된다. 아이들은 저마다 랭크를 부여받게 되고, 본격적으로 훈련 등을 통해 여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마제를 무찌르기 위한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보통 여기까지 언급하면 흔해빠진 이세계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마왕(이 작품에서는 대마제)을 무찔러야 하고, 그러기 전엔 집에 못 돌아간다는 브레이크도 걸어둔다. 그리고 당연하게 흥미요소로 선남선녀(속칭 인싸)들이 카스트 정상에 군림하며 다른 아이들의 선망을 받게 되고, 용사라는 입발린 소리에 넘어가 여신의 말에 놀아나게 되는 전형적인 이세계 클리셰도 보여준다.


그럼 이 작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언급하라면, 전부 다 "쓰레기"라는 것이다. 작품성이 그렇다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들 거의 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는 폐자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카스트 정상에 있는, 실질적으로 클래스를 이끄는 인싸들 특히 '키리하라 타쿠토'는 겉으로 만인을 평등하게 대하고 매너가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척하지만 사디스트 사이코패스적인 면을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지옥으로 떠밀면서도 태연하고 그걸 배려로 포장하는 바람에 누구도 그의 품성을 지적하지 않는다. '오야마다'는 전형적인 일진이다. 거칠기도 해서 상대를 자살로 몰아가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야스'라는 놈은 이지메 당하면서도 자신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괴롭힘당하는 자신을 구해주는 주인공을 되레 폄하하는 등, 이렇게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쓰레기는 따로 있다. 바로 아이들을 이세계로 소환한 '여신'이다.


말 안 듣게 생긴 아이들이 있고, 이들을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것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와 공포를 심어주면 된다는 걸 여신은 보여준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마물을 보여주고 처치하며 너희들도 저 꼴 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능력이라는 등급을 매기며 이들로 하여금 서로가 내가 너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심어주고 나보다 못한 놈을 깔보게 하여 아이들의 분노와 성화를 분산 시키는 고도의 전략을 짠다. 그리고 마지막 클린히트로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나마 제일 밑바닥에 떨어지는 저놈보단 낫다는 생각 안 들어?라는 시추에이션을 준비한다. 아이들에게는 S 등급부터 용사로써 아슬한 커트라인인 D 등급까지 매긴다. 그렇지 않아도 카스트가 만연하는 클래스에서 이런 등급이 매겨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여기 E 등급이 한 명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마지막 수단, 이세계 기준으로 쓰지도 못하는 폐급인 E 등급의 용사를 폐기하며 너희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여준다는 거다. 여기서 폐기란 사실상 사형을 뜻한다. 너보고 죽으라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 지구에서 카스트가 있다곤 해도 반 친구가 죽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딱 한 명 빼고 그 누구도 E 등급 아이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반론조차 하지 않는다. 인싸 최정점 '키리하라 타쿠토'는 되레 E 등급에게 왜 빨리 안 죽냐며 성화를 부린다. 여신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아이들이 가진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신은 아이들에게 나는 저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로써 여신은 자신의 의도대로 아이들의 통제권을 완벽하게 손에 넣게 된다.


E 등급은 물어 뭐 하겠습니까만, 주인공이 바로 E 등급이다.


타인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걸 배려로 포장하는 솜씨는 키리하라 타쿠토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신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능숙하게 해낸다. 분명 여신이 악의 축이 건만 여기서는 주인공이 악의 축이 된다. 무능한 놈은 발목이나 잡으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게 여신의 지론이고 그에 아이들은 따르게 된다.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이 받은 스킬은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고 치부할 뿐이다. 이렇게 주인공은 단 한 명 '소우고 아야카'라는 여학생의 변론에도 허무하게 폐급이 유배되는 생존율 제로 유적(미궁)에 보내지게 된다. 이 유적(미궁)에 유배된 사람 중에 무사히 지상으로 나온 사람은 없다. 사실상 주인공은 사형이나 다름없는 선고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생존율 0%에 수렴하는 유적(미궁)에서 주인공은 무사히 살아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주인공은 모두에게 버림받게 된다. 주인공에게 잘못은 없다. 그저 이세계에 불려와 E 등급을 받았을 뿐이고, 평소 그는 공기와 친구하는 존재감 없었을 뿐이다. 존재감이 없으니까 타깃이 되고,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이보다 부조리한 것은 것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유적에서 어떻게든 받은 스킬로 살아남는 것뿐이다. 그리고 지상으로 돌아가 여신은 물론이고 적대한 아이들 모두 불살라 버릴 각오를 다진다. 특이한 점은 사실 주인공은 착한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어릴 적 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고 버림받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면적으로는 착한 척을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유적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서 주인공은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유약한 성격으로는 유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1권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를 꼽으라면 "나와 똑같은, 폐급이구나"를 들 수가 있다. 주인공이 이지메 당하는 슬라임을 구해주고 동료로 받아들일 때 했던 말이다. 주인공은 반 친구들에게서 버림받고, 여신에게 죽으라는 악의를 받으면서도 인간을 그만두진 않는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인간관계를 다시 쌓으려는 그의 모습은 제법 짠하게 다가온다. 물론 적대적인 인간에겐 가차없다. 일단 뭘 하든 지상으로 나가야 되는데 유적은 진짜 만만치가 않다. 최종적으로 여신에게 대드는 강자들까지 유폐시키는 곳답게 지금의 주인공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마물들과 싸우면서 주인공은 깨달아간다. E 등급이 알파벳의 E가 아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카드의 조커 같은,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이 죽일 리는 없다. 솟아날 구멍을 찾게 되고 주인공은 그 구멍이 바늘구멍이라도 잡아낸다.


맺으며: 이세계물을 겸비한 흔한 복수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조리하게 버림받고 악의를 받아 죽임당하기 직전의 주인공이 기사회생하여 복수를 향해 조금식 앞으로 나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는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묻는다면, 이세계 복수물이라는 소재를 빼고 봤을 때 인간의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이만큼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인싸들과 여신의 배려로 둔감한 악의와 거기에 맞서는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 그리고 주인공의 긍정적인 생각들 등 필력이 제법 좋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서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적에 떨어진 주인공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고는 하지만 그가 받은 스킬로 어렵지 않게 마물들을 쓰러트리고 결과적으로 폭렙으로 이어지면서 그가 받았던 부조리는 뭣 때문이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아무튼 1권은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히로인 '세라스 애슐린(표지 모델)'을 만나게 되지만 이건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참고로 이 작품은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필자는 웬만해서는 추천 잘 하지 않는다. 특히 인싸의 우두머리 '키리하라 타쿠토'가 어떻게 죽을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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