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2 : 악명의 태도 中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본편으로부터 1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특이하게 '당신(君)'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며, 창을 쓰는 여전사, 하프 엘프 척후, 주인공의 육촌이자 마법사 종누이, 미르미돈(개미 수인) 승려, 그리고 10년 후 물의 도시에서 검의 처녀로 칭송받고 있는 여주교와 파티를 짜고 미궁 탐색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그려간다. 이들은 사실 좋게 보면 혼돈의 시대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신들을 타도하기 위해 [죽음의 미궁]에 몰려드는 모험가들 중 하나고 좀 거식하게 표현하면 먹고살기 위해 몰려온 모험가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거창한 건 없다는 것이다. 본편은 주인공이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이번 외전에서 등장인물들은 처음부터 시작한다. 혼돈의 시대답게 죽음은 늘 곁에 있고, 오늘 보이던 모험가가 내일은 보이지 않는 일이 흔하다. 주인공 일행은 죽음의 미궁에 내려가 마물을 쓰러트리고 재물을 얻고 성장을 거듭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궁 밑바닥에 있다는 마신을 쓰러트리는 걸 목표로 하게 된다.


上권에서 주인공은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여주교를 영입했다. 이때의 여주교는 이미 첫 모험에 실패하여 크나큰 상처를 안고 있다. 그녀는 고블린이라고 하면 치를 떨고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궁의 도시에 있다. 지금은 이 길 밖에 없으니까. 그녀의 인생을 말하는 대목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전에서는 고블린은 거의 나오지 않아 불안에 떠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의 다행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트라우마는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고, 미궁을 탐색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를 여전사와 종누이가 헌신적인 보살핌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다시 걷게 해주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의 과거를 묻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옆에 내가 있다는 안심감을 그녀에게 심어주게 되면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어느덧 웃을 수 있게 된 그녀에게서 잔잔한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암흑과 죽음투성이인 이 작품에서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보살피는 모습은 또 하나의 흥미 포인트가 되겠다.


착실한 모험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소문이 났다. 유명세라는 거다. 미궁을 공략하는 최일선 파티를 바짝 쫓아가면서 실력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솜털이 뽀송한 초보자들이라는 건 사실이다. 미궁 저층에서 이들을 반겨주는 건 대량의 슬라임이다.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고, 사람을 오물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는 통에 고블린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심어주게 된다. 그래서 시종일관 슬라임을 경계하는 이들의 모습은 제법 유쾌하게 다가온다. 초반은 이렇게 긴장감 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주인공은 방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실력이 늘어서 자만을 했던 것일까. 정신은 차렸는데 함정에 빠져서 죽을뻔하기도 하고, 다시 정신 차리고 진행하다가 이번엔 몬스터에게 '혼자' 호되게 당하게 되면서 있는 쪽 없는 쪽 다 까게 된다. 주인공의 수난 시대가 따로 없다. 어쨌거나 혼자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되살아난 주인공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 아니겠나 싶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파티를 꾸려 미궁으로 내려간다.


이 작품(외전)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를 찾으라면 이것이다. 늘 죽음과 이웃하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먹히지 않게 서로를 다독여 주고, 때론 놀리면서 긴장을 이완 시켜주려는 예를 들어 종누이가 입만 열었다 하면 누나 행세를 하며 주인공을 동생 취급하는 모습을 들 수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육촌 녀석이라며 발끈하게 되는데 이게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전사도 은근히 츤데레 같은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을 좋아하는데 티를 내지 않으면서 발끈하는 타입이랄까. 여주교는 아직 트라우마 때문인지 잘 녹아들지 않는다. 하지만 종누이와 여전사의 보살핌으로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스킬을 배우려는 자세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는 이런 건가 싶은 느낌을 들게 한다. 언제까지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자신의 발로 걸으려는 장면 장면들은 주인공 보다 더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근데 미래에서 고블린 이야기가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에서 지금의 모험은 말짱 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번 中권을 1,2부로 이야기를 나눠서, 1부는 주인공의 맨땅 헤딩을 그렸다면 2부는 여주교를 찾아오는 파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째서 여주교는 주인공이 거둬들이기 전까지 미궁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어야 했는가. 보살핌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하나는 너무 소중해서 상처받지 않게 혼자 놔두는 것, 하나는 세상 밖으로 대려 나와 자신의 발로 세계를 여행하게 하면서 위기가 닥치면 같이 싸워주는 것. 새장의 새는 보호받는 것보다 세상을 꿈꾸게 된다. 보다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 내 스스로 걷고, 위험은 내 스스로 지켜가는 것, 찾아온 이들은 여주교의 옛 파티들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며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여주교를 다시 자신들의 파티로 데려가려는 옛 파티들의 이기심을 담담히 그려간다. 당사자 여주교는, 지켜주고 보호받는 것보다 자신의 발로 걷는 길을 택한다. 한번 그렇게 정한 마음은 그녀에게 망설임을 없게 한다. 성장이라는 틀에서 보자면 그녀의 성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맺으며: 고블린은 언급은 되는데 안 나온다.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건 슬라임이다. 어쨌거나 외전2는 여주교를 바탕으로 해서 그녀의 성장과 인간관계를 그려간다. 파티를 위해 밤낮으로 마법을 배우고, 전선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 가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도 작성을 배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도 인상적이고, 미궁에서 파티가 길을 잃지 않게 여러모로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런 여주교를 살갑게 대해주는 종누이와 여전사도 인상적이고. 주인공은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의 곁에서 묵묵히 말을 들어주고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그런가 등등 단답형식으로나마 공감해주게 되면서 그녀를 지지해주는 등 사람의 유대란 이런 건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서 주인공은 없는 걸 보니 여주교의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을까도 싶다. 아무튼 착실하게 성장하는 정도의 길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연계를 펼쳐 그걸 떨쳐내면서 성장해가는 모험의 정석 같은 게 이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빌드 월드 1 - 상 - 유혹하는 망령,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던 세계가 멸망하고, 시일이 흘러 옛 문명의 유산(유물)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유적을 떠도는 헌터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빌드는 재건을 의미한다. 유적이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옛 시대의 도시를 말하며, 유산(유물)이란 과학의 정수 문명의 이기를 가리킨다. 옛 시대의 물건이라면 때묻은 손수건도 가치를 지닌다. 헌터들은 유적으로 떠나 각종 유물을 주워와 헌터 오피스(길드 같은 곳)에서 오늘 일용할 양식을 구입할 돈으로 바꾼다. 이렇게 모인 유물은 기업에 의해 옛 시대를 재건하는데 이용된다. 이런 설정들은 케빈 코스트너의 영화 워터 월드와 유사하다고 할까. 주인공이 바닷속에서 유물이나 흙을 채취해와 판매하고 물물교환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헌터들이 그런 일들을 한다. 그런데 워터 월드 바다에 괴물이 살듯, 당연히 이쪽 세상도 거져먹는 일은 없다. 유적(도시)에는 옛 시대 사람들이 도시를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둔 생물, 기계 병기 통칭 몬스터가 잔뜩 깔려 있다. 세계가 멸망하면서 사람들은 도시를 방어하는 몬스터의 설정을 그대로 두었고, 그 몬스터들은 도시(유적)으로 접근하는 헌터들을 사냥한다.


주인공 '아키라'는 슬럼가 출신이다. 부모가 누군인지 모르며, 뒷골목 허름한 구석이 주인공 보금자리다. 학교 같은 배움이 없어서 글자를 모르며 그 누구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인공에겐 꿈이 있다. 헌터로 성공하여 부를 축적하는 것. 하지만 헌터가 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적엔 도시를 방어하는 몬스터가 있고, 몬스터는 접근하는 모든 걸 거부한다. 또한 헌터를 노리를 헌터들도 있다. 그래서 이 세계는 늘 죽음과 공존하는 세상이다. 오늘 보이던 사람이 내일 보이지 않는 건 흔하다. 주인공은 지긋지긋한 슬럼가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헌터로 등록하고 낡은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유적으로 향한다. 권총 한 자루로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주인공은 세상을 쉽게 보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주인공은 생활이 궁핍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몬스터의 습격으로 주인공은 위기에 빠져 간다.


히로인 '알파'는 사람을 찾고 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유적(도시) 유지 기능 중 하나로 대상(인간)에게 시각과 청각에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확장 인식, 요컨대 VR 뭐 그런데 나오는 NPC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만이 볼 수 있는 VR처럼 기기가 없으면 그녀는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아키라'는 유적을 배회하는 알파를 만나게 된다.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알파를 주인공은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을까. 여기서 주인공 보정이 들어가는 동시에 복선이 된다. 알파를 보려면 특수한 기기가 필요하고 머리에 칩 같은 걸 심어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얼렁뚱땅 주인공 머리에 뭐가 있어서 그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설정을 만들어 버린다. 작가 스스로 주인공 정체 궁금하지?라며 독자로 하여금 의식해서 찾아내게 하는 복선이 아닌 대놓고 복선을 투하 한다고 할까. 이미 주인공 정체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잘한다). 알파는 주인공에게 어떤 의뢰를 하게 된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주인공이 의뢰를 수행하기엔 무리로 판단하여 알파는 주인공을 단련 시키기로 하는 게 1권의 주된 내용이다.


시작부터 주인공 시키 땡잡았네?라는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헌터란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 들어서는 직업이 아니다. 판타지의 모험가처럼 맨몸으로 뛰어들고, 부딪혀서 노하우를 쌓는 더럽게 힘든 직업이다. 거기에 유적을 지키는 몬스터는 초보라고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주 많이 갈려 나간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알파라는 교관을 얻게 된 것이다. 주인공 보정 죽이는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면 그게 또 아니다. 세상에 공짜 없고, 무료엔 댓가가 따른다는 진리를 1권 내내 밑밥으로 깔아 나간다. 알파는 쌩초보 주인공이 뭐가 좋아서 리스크(금방 죽을 수 있는)도 크고 단련에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 일을 하려는 걸까가 두 번째 복선이다. 알파는 특정 기기만 있으면 다른 사람도 인식이 가능하다. 실제로 주인공 외에 알파를 인식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주인공을 고른 이유는? 아무튼 첫 번째 복선에서 주인공 머리에 뭔가가 들어 있는 것과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알파는 자기의 목적을 위해 특수한 능력이 있는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인데, 주인공을 단련 시키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주인공을 제어하거나 다른 생각으로 유도하는 솜씨가 주인공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이뤄진다. 주인공이 의문을 표하면 얼버무리는 솜씨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다고 주인공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혼란을 부추긴다. 즉, 알파는 주인공이 헌터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다. 이러고 보면 악의적으로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것만은 아닌 듯한데 2(下)권이 나와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듯하다. 이렇게 알파가 합류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손쉽게 유적에서 유물을 주을 수 있게 된다. 알파는 구 시대 기능답게 내비게이션 역할도 제대로 해주어 주인공으로 하여금 몬스터와 조우할 확률을 낮춰주면서 생환율이 부쩍 오르게 된다. 그러니까 주인공 바람대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간다고 할 수 있다. 


알파를 만나게 되면서 주인공은 인간관계도 넓어진다. 같은 헌터들을 도와주고, 무기 상점에 눈도장을 찍게 되는데 왜 전부 여자(알파, 헌터, 무기상 주인)들인지 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주인공 보정인가? 나중에 슬럼가 조직을 와해 시키면서 오갈 데 없어진 어떤 여자애도 거둔다. 이게 또 처절하다. 살기 위해 주인공을 어떻게든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소녀가 애처롭게 다가온다. 이런 일상을 보내며 주인공은 알파를 통해 글도 배우고, 세상 살아가는데도 조금식 배워간다. 이 모든 게 다 알파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복선도 가미하면서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낸다. 그러니까 지금의 주인공 삶은 알파가 조종하고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쪽쪽 빨리는 것도 아닌, 어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생각의 영역을 자극하는 제법 충실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그러는 한편 라노벨이 가진 특성 가령 하렘 등등도 충실히 가미하면서 10대들의 입맛에 맞는 전개가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렇게 주인공은 시종일관 알파에게서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간다. 당연히 실력이 늘면 두각을 나타내게 되고 그러면 다른 헌터들에게 노림도 받게 되는 수순으로도 이어진다. 이런 건 판타지에서도 흔히 있는 클리셰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싫든 좋든 주인공은 제법 인지도를 쌓아가고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놓고 보면 뭔가 차분한 판타지 같지만, 필자가 글 쓰는 재주가 없다 보니 잘 표현을 못 하겠는데 이 작품은 세계가 멸망한 아포칼립스를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쉽게 죽고 피가 낭자하고 헌터가 다른 헌터 뒤를 치는 무서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당연히 주인공도 의심병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남을 돕기도 하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람들을 죽이는 등 제멋대로 살아간다. 이걸 또 알파는 신기하게 여겨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연구하려 하는 등 이야기 소재가 참으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주인공 성격이 세 번째 복선이지 싶은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맺으며: 표지를 보고 나서 선입견 생겨버린 것 때문인지 알파의 이미지(느낌)가 필자 뇌내에서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는다. 표지와 작중 이미지(느낌)와 조금 괴리감이 생긴다. 그래서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 소재로서는 독특한데 몰입이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일으키고 말았다. 아무튼 이야기 자체는 판타지 -> SF, 모험가 -> 헌터로 바꿔놓은 이미지가 강하다. 몬스터는 글자 그대로 판타지에 나오는 몬스터와 유사하기도 하고. 몬스터 이미지(그림)는 SF에 나오는 기계 병기 딱 그짝이지만. 어쨌거나 슬럼가에서 오늘내일하던 주인공이 고도의 문명(지식과 능력)을 끼고 있는 알파를 만나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야기를 그려 간다. 흥미로운 것은 둘이 페어가 되어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게 아닌, 알파의 손아귀에 놀아나며 성장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이게 독일 될지 득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 1 - L Novel
카라스 피에로 지음, 키사라기 유리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니스피아(이하 아니스): 17세, 왕국의 제1왕녀로 태어나 축복받은 삶이 약속되었지만 5살 때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녀의 인생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바뀌어 버린다. 마법이 있는 이세계 판타지에서 그녀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 왕족과 귀족은 마법을 쓰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마법을 못쓴다는 의미는 크다. 자연스럽게 주변에서는 그녀를 헐뜯고,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보통 판타지에서 17세면 결혼할 나이고 왕녀면 일찌감치 정략결혼으로 어딘가로 가버렸을 테지만 그녀는 손절 당한지 오래다(사실은 그녀가 주변을 손절한 거지만). 하지만 그녀는 주변 상황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보다 어릴 적부터 그녀의 소망은 마법을 배워서 하늘을 나는 것. 마법이 곧 그 사람의 가치인 세상에서 마법을 못 쓴다는 것에 보통 기죽을 만도 하겠건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엉뚱하게도 마법도구를 만들어 하늘을 날면 안 될까? 그래서 시작한 게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길이다.


유필리아(이하 유피): 15세, 유력 공작가의 영애로 태어나 차기 왕비로서 길러지고 자신도 그 길을 자신이 살아가야 될 삶이라 여겨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히로인이다. 그녀는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데, 아니스와는 여러 가지로 반대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영재교육을 통해 왕비로서의 소양을 다져왔던 그녀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여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마음에도 없는 왕자와 결혼하려고 하는 굉장히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발명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괴짜에다 활발하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아니스와는 완전히 딴판인 대척점에 있는 설정(아마도)답게 감정 표현이 매우 희박한 게 특징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학원 파티에서 그녀의 약혼자인 왕자는 대놓고 그녀와 결혼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그녀는 영애로서의 인생이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티장에 난입한 아니스에게 납치되어 버린다.


이 작품은 마법을 못 써서 손가락질 당하고,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온갖 저지래 다 하고 다니는 통에 왕국의 문제아로 등극한 왕녀 '아니스'와 결혼을 파기 당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귀족 영애 '유피'가 저지르는 마법 혁명을 다루고 있다. 마법을 못 쓰는 게 대수냐, 나에겐 마력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시추에이션(무능 먼치킨)이지만,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빗자루에 램제트 엔진을 달아서 하늘을 날면 되지 않나? 하며 날다 벽에 갖다 박아 버리는 괴짜 아니스의 기행이 흥미로운 요소다. 일찌감치 왕위 계승권도 포기했다. 무늬만 왕녀로서 체통은 내다 버린 체, 발명이랍시고 사고만 치는 딸내미 때문에 오늘도 아빠(국왕)는 새치가 늘어만 간다. 그런 그녀의 눈에 '유피'가 들어온다. 천재라 불릴 정도로 마법에 능통하고 차기 왕비로 길러지며 영재교육을 받아 우수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아니스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유피)를 주워다 조수로 기용하게 된다.


근데 말입니다. 아니스는 유피의 인생이 이대로 망가지는 게 아까워(대놓고 결혼 파기 당하는 바람에 아무도 데려갈 사람이 없다) 그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건데 정작 유피는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온 동네 다 들쑤시고 다니는 아니스 덕분에 유쾌하고 밝은 성격을 띤다. 유피는 인생의 외길로 여겨온 차기 왕비에서 쫓겨난 충격은 클 것이고, 왕비가 되는 길 이외에 살아갈 방법을 배우지 못한 점도 있다. 대체 부모는 무슨 생각으로 딸내미를 이렇게 키웠는지 답답하지만 뒤늦게 부모가 사과하면서 일단락 되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의욕이 없는 유피 때문에 시종일관 밝음과 우중충함이 싸워되는 통에 분위기를 다 말아먹는다. 일례로 아니스가 마법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강연하는데 유피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단답형식으로 질문하는 등 아니스가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감정 표현도 약해서 얘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귀찮아하는지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사실 관심이 없다기보다 아니스의 마법 이론이 이 세계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라서 유피의 의식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야겠다. 아니스는 자신이 마법을 못 쓰게 된 배경을 조사하게 되고, 원인을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세계가 주창하는 마법 이론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것으로 이단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세계의 마법은 정령이 베풀어준다는 이론인데, 아니스는 연구를 통해 정령을 자폭 시켜서 마법을 발현 시킨다는 이론을 돌출하게 되면서 이단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게 된다(근데 아니스의 이론이 맞다). 그러니 유피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이상하지 않다. 자신이 쓰던 마법이 정령을 자폭 시켜서 발현 시키는 거라고 하니 눈이 똥그랗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초중반은 그렇다 치지만, 아니스가 마법을 연구하고 성과를 낸 거라든지 그녀의 포부를 듣고도 동조까진 아니어도 공감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끝까지 이런 것조차 보이지 않고 매사 아니스가 하는 일에 부정적으로만 나오니 '유피'라는 캐릭터는 발암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이건 극히 일부다).


어쨌거나 유피를 다시 사교계로 복귀 시키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업적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아니스는 자신이 발명품을 만들고 유피로 하여금 그 성과를 발표하게 함으로서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 사실 남남이고, 아군 아니면 적(에너미)으로 나뉘는 귀족 세계에서 아니스는 유피를 도와줄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이 작품은 백합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아니스는 유피를 이성으로 보고 있고, 아빠(국왕) 면전에서 커밍아웃도 했다. 딸내미 때문에 아빠(국왕)의 실제 나이 30대지만 겉모습은 50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 한가지 더 있다. 유피의 결혼 상대자는 바로 아니스의 친동생이다. 즉 동생은 왕자라는 소리고, 왕자라는 놈이 파티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상대 여자(유피)를 dog무시한 dog망나니다. 그것도 바람나서 유피를 차버렸으니 희대의 dog놈이 되겠다. 그래놓고 아빠(국왕)과 엄마(왕비)의 말 따윈 듣지 않겠다고 커밍아웃까지 한다.


사실 아니스와 유피와의 관계보다 dog놈 왕자와 아니스가 앞으로 어떤 싸움을 벌이게 될지 이게 더 흥미롭다는 거다. 아니스는 왕위 계승권을 포기했지만 동생이 희대의 역작을 터트려 주어서 정국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혼사를 망치게 되면 왕자의 왕위 계승권은 박탁 당하고, 왕자의 바람 상대자(이건 2권에서 언급해보겠음)는 집안이 몰락될 정도로 징계를 받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이 작품은 말은 왕족과 귀족의 세계라 지칭하면서 이런 부분은 굉장히 느슨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왕족+공작가 혼사에 감히 남작(왕자 바람 상대) 나부랭이가 끼어들어?라는 시추에이션이 없다(2권에서 나오려나).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마물이 쳐들어와 백성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아니스가 먼저 출격해서 처리한 것을 두고 동생(왕자)에게 결혼 파기에 대한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둥, 왕족(아니스)이 앞장서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둥(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상식을 뒤엎고 앞뒤 맞지 않는 행동들은 이 작품의 옥에 티가 아닐까 한다.


맺으며: 아니스가 그토록 이단 + 문제아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마법 연구에 몰두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부분은 굉장히 눈부시다 할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난다는 건 아니스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절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마법을 못 쓴다는 것, 그 답답함을 풀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그 성과를 내어 마법에 가까운 것을 개발해낸다. 이건 이때까지는 거의 없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물품에 마법을 접목시켜 마법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이걸 자기 것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도우고 그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웃을 수 있고 그러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는 그녀의 마음가짐. 그것을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는 주인공(히로인)으로서 굉장히 호감이 간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유피는 그녀의 포부를 듣고도 공감조차 하지 않는 것에서 답답함을 불러온다. 그래도 최후반에서 겨우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지라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백합을 찍지 않을까도 싶다. 사실 하나 밖에 몰랐던 유피가 아니스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배우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아니스에게 마음을 열어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그 과정이 답답할 뿐. 마지막으로 리뷰에서 혁명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는데, 아니스가 하는 짓거리들이 혁명이라 하겠다. 아니스는 이단으로 치부되는 연구와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하니까. 마법을 못 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아이템이 많다.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시 되는 것도 있고. 이걸 유피와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1 - S Novel
와리나이 타리사 지음, 박용국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나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일컫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세계로 내동댕이 처진 지구인이다.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주인공에게 치트라도 내려질 만도 하겠는데 그런 건 받지 않았다. 그런 주인공이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은 던전이었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반인이 마물이 들끓는 던전에서 패닉에 빠지는 거까지는 사실적으로 묘사가 된다. 주인공은 순진했던 것일까. 이런 캐릭터라고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인공은 지나가는 모험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칼에 찔리고 되레 미끼가 되어 마물에게 공격당하는 부조리를 겪게 되면서 그도 이세계의 생태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주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물론 작중엔 표현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이렇게 의도하고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소시오패스다. 처음 이세계로 떨어지고 던전의 위험성을 알게 된 그는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걸 주저하게 된다. 이 작품은 현실적이게도 먹고 자고 하는데 돈이 들어간다는 걸 역설한다. 주인공이라고 시작부터 돈이 있는 건 아니다. 던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혼자선 못 들어가고, 보통 이러면 모험가 길드에 가서 파티원 찾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알바하던 가게 앞에 쭈구려 앉아 있는 '디아'라는 소년을 꼬드겨 총알받이, 고기 방패로 써먹을 작전을 짠다. 처음엔 먹을 걸로 낚더니 파티가 되고 그의(디아) 유용성을 알고 나선 온갖 감언이설로 그를 꼬드기며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 없이 행동하는 장면은 정말로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주인공은 힘들게 얻은 파티원이니 쉽게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위에서 주인공은 치트를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 보정은 어김없이 들어간다. 타인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생명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상대가 얼마나 강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아'의 능력을 알게 되었고, 남들보다 강한 그(디아)를 이용하면 던전을 보다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이용당하는 '디아'는 순진하게도 주인공의 의도를 모른다는 것이고. 자신을 이용해서 보다 쉽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요컨대 기둥 서방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주인공의 질이 더욱 나쁘게 다가온다. 물론 '디아'로서도 파티를 찾지 못해 노숙을 밥 먹듯이 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을 파티에 넣어준 주인공이 무엇보다 고마울 수는 있다.


결정적으로 필자가 주인공을 소시오패스로 단정하게 된 장면은 노예를 이용해서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는 장면이다. 돌이켜보면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써먹을 수 있는데 써먹지 않는 건 낭비고 손해니까 적재적소에 써주는 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걸 당연시 여기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가에 있다. 주인공은 적어도 1권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사이트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이타적이라고 해놨던데 누가 쓴 건지 보는 눈이 없다고 해야겠다. 처음 이세계 던전에 내동댕이 처지고 도움을 요청했던 모험가에게 부조리를 당했으면 거기서 뭔가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남에게 이용당한다는 게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말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그 모험가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역시나 이 작품도 히로인들을 빼놓을 수는 없나 보다. 사람 말을 안 듣는 히로인 '라스티아라'의 음습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소년인 줄 알았던 '디아'는 사실 여자였다는 기믹 아닌 기믹을 심어놓질 않나. 일반인이 이세계에 떨어져 개고생한다는 아이덴티티였을 텐데 일반인 답지 않게 여자 노예 구입에 아무런 저항이 없고. 하다 하다 말하는 여성형 마물을 등장시켜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주인공에 엉겨 붙는다. 히로인은 아니지만, 초장 던전에서 개고생하며 밖으로 나올 때 도움을 받고자 남자 모험가들을 패스하고 여자 모험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소시오패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지구에 여동생도 있다. 독백하는 장면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관계로 보인 건 필자의 착각일까.


사실 파고들면 제법 이야기 구성에 치밀함도 엿보긴 한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떨어진 이유가 여동생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라든가. 주인공의 여동생이 알고 보니 슈퍼 얀데레이지 않을까 하는 것. 주인공이 이세계에 떨어진 건 처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기억을 조작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이걸 생각해내려고 하면 스킬이 강제적으로 주인공 머리를 안정화 시켜버린다는 것.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이용하려 하는 어떤 히로인. 집에서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시달려 정신이 망가진 끝에 주인공에게 집착하려는 어떤 히로인. 이 모든 상황을 이용하려 하고, 여동생이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클리어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던전 100층으로 향하려는 주인공. 이런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분명한 건 웃기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뿐이라는 것이다. 일러스트 '우카이 사키' 작가가 참여하는 작품은 대개 이렇더라.


맺으며: 결국은 먼치킨물이다. 물론 치트를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치트 먼치킨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이다. 타인(마물 포함)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것과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은 이점에 대단히 크다. 이걸 주인공이 가지고 있다. 며칠 만에 누군 몇 년을 고생해야 도달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순수하게 즐기려는 쇼핑에서 능력을 써서 물건을 고르는 낭만 없는 짓거리를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러한 여러 행동들을 합쳐 주인공은 합리적인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계산적으로 살아가서는 올바른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음습함의 대명사가 될 거 같은 '라스티아라'가 관심을 보여오고, 집착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디아' 같은 히로인이 붙게 되는 거 아닐까도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블린 슬레이어 14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고블린 슬레이어가 열심히 고블린을 잡고 다닐 때 왕국은 북쪽 나라를 날름 접수해버린 모양이다. 예전에도 용사가 마신(魔神) 잡으러 다닐 때 고블린 슬레이어는 열심히 고블린을 때려잡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활약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들을 간간이 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렇게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와 시간축이 겹치게 되어 이들에게도 어떤 의뢰가 내려지기도 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엔 북쪽에 새로 편입된 야만인이 산다는 영토로 가서 모험가 길드를 세울 수 있는지, 모험가란 무엇인지 영업 좀 하고 오라는 의뢰가 떨어진다. 사실 말이 북쪽이지 영구 동토나 다름없는 얼음투성이의 땅에 간다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가는 길도 마치 눈이 지천에 깔린 에베레스트를 넘듯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산을 넘어야 한다. 고생할게 뻔한데 거부하지 않은 건 이들이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선대사의 위치란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산을 넘는데 얼어 죽을 판이다. 다른 길도 있다는데 굳이 이런 험한 길을 택한 이유가 뭘까. 엘프 궁수는 묻는다. "왜 이 길로 골랐어?" 고블린 슬레이어는 대답한다. "지나가보고 싶었다" 엘프 궁수는 입만 열었다 하면 모험을 하자였다. 고블린을 잡는데 소극적이고 우웩 하던 그녀가 그녀의 말대로 시작부터 죽을 만큼 모험을 하게 되었으니 불만을 비추지는 못할 것이다. 근데 불만이랄 것도 없이 엘프는 정령에 가깝다 보니 추우나 더우나 어차피 자연이 일으키는 현상, 다들 얼어 죽는데 엘프 궁수만은 날아다닌다. 뭔가 손해 본 느낌이 아닐까도 싶다여신관은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이 다니면서 준비성 하나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 아마도 첫 모험의 실패가 그녀의 준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간간이 그 편린을 엿 보인다. 실패는 준비를 키우고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이번 여행에서 아직 솜털은 남아 있지만 제법 중견 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고 북쪽 지방에 도착한다.


번역가가 경상도 사람일까.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모르는 사투리(&방언)를 정말 잘 구사하고 있다. 몇몇 단어는 뭔 뜻인지 몰라서 검색을 통해 정말로 경상도 사투리(&방언)이라는 걸 알게 된 경우도 있다. 무슨 말이야 하면, 좁다란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존재한다. 하물며 판타지라고 방언이나 사투리가 존재하지 말란 법이 없다. 번역가는 이번 14권에서 북쪽 지방의 방언이나 사투리를 경상도 사투리나 방언으로 번역을 하였는데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완성도가 높기로 제법 유명하다. 부족장의 부인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인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왔다. 그런데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투리'는 다크 판타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를 완화시켜준다. 그러니까 카나리아 같은 음성을 기대했는데 참새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 그런 경우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야만인이 산다고 해서 뭔가 긴장하고 그랬는데 정이 있다. 불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내쫓지 않고 손님으로 환대해준다.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도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경계를 완화시키고 잡아먹는 식인종도 아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술을 좋아하고 유흥을 즐길 줄 안다. 그런 환대 속에서 여신관은 처음으로 바다를 접하게 되어 들뜨고, 부족장의 부인과 성격이 맞아서 친해진다. 서로 믿는 종교가 달라도 그 교리를 인정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것들을 배워간다. 부족장과 금술 좋은 것에 즐거워하고 부러워한다. 여신관은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간다. 사람은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왕국은 북쪽 지방에 모험가 길드를 설립하고 모험가란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북쪽 사람들은 모험가란 도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은 결코 무뢰한이 아니다.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북쪽으로 보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 그럼 모험가란 무엇인가를 보여줄 차례다. 모험가란 모험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북쪽 지방에도 고블린은 있다. 마신이 이끌던 혼돈의 세력에 속하는 고블린은 북쪽 지방에서 낙오되었다고 한다. 이 고블린 무리들이 마을을 습격하게 되었고, 이를 퇴치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거친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북쪽 사람들이 고작 고블린에게 질리는 없다. 바다에는 유귀(幽鬼)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여신관은 말한다. "모험가에게, 맡겨 주세요" 그러해서 다들 배 타고 바다로 나간다. 유귀는 '크라켄'이다. 판타지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마물이 있다면 바로 크라켄이 되겠다. 이번에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팔자에도 없는 크라켄을 잡아야 하고, 엘프 궁수는 이것이 모험이라며 입에 귀에 걸리게 되는데 이걸 두고 볼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니다. 심술을 부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엘프 궁수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엘프 궁수에게 엉덩이를 걷어 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참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왕(王)의 안목대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주변에 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1~14권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장면이 아닐까 하는데,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죽을 만큼 괴롭힘을 당하고 끝끝내 바다에 버려지는 수인 여자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다. 빠진다면 금방 죽어버릴 터다. 비록 버프를 받았다곤 해도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인 여자를 건져 올려 품에 껴안아 구출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했다. 이것으로 북쪽 사람들에게 모험가란 이런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용맹함이란, 적을 맞아 목숨을 다해 싸우는 것만이 아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북쪽 사람들과 연합해 크라켄을 쓰러트려 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생각하는 것도. 


맺으며: 이번에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엘프 궁수의 티키타카가 꽤 재미있게 다가온다. 산을 넘어가다 동굴에서 고블린과 마주치게 되는데, 엘프 궁수가 말하길 "너랑 모험 나서게 되면 대개 이렇다니까. 책임져줄 거야?"라는 말에 고블린 슬레이어가 말하길 "모른다". 바다에서 엉덩이 걷어 차이기도 하고 이제 몇 년이나 같이 모험을 하다 보니 스스럼없게 된 모습은 꽤 훈훈하게 다가온다. 여신관은 이제 중견으로서 자기 할 일을 늠름하게 해내는 모습 또한 대견하게 다가온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이런 여신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어엿한 동료로서 인정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13권에서 시골 소녀를 만난 뒤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변화가 찾아온다. 들뜨기도 하고, 주위를 산만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시골 소녀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 시골 소녀는 모험가로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마 지금의 용사 다음 새로운 용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꾸 혼돈의 세력을 언급하는 거 보면 무관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