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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9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저 동료들을 찾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저씨도 참 난감할 것이다. 말도 없이 파티를 탈퇴해 고향으로 돌아와 숲에서 거둔 딸을 키우며 유유자적 살아갈 동안 동료들은 자기들이 잘못해서 아저씨가 상처받고 떠난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이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저씨 딴에는 한쪽 다리를 잃어 더 이상 모험가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파티에 폐가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 배려해서 말없이 떠나온 것인데 이게 잘못이었던 거다. 아저씨가 떠난 후, 패왕은 그날 아저씨의 다리를 가져간 마물을 찾는답시고 미친 듯이 사냥에 몰두했고, 파괴자는 어느 귀족의 꼬봉이 되어 있고, 엘프는 위험한 실험에 가담하고 있었다. 그저 아저씨의 다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신념으로.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아저씨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3명과 재회하게 된 아저씨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그전에 엘프 '사티(히로인이다)'가 쫓기고 있는 것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 이 작품에는 72명이나 되는 마왕이 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이야기로 신(神)들에게 대항했던 솔로몬이 만들었던 마왕은 이름 모를 용사에게 진작에 토벌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심취해 다시 마왕을 부활 시키려는 사람(이번 9권의 흑막)이 있다. '사티'는 흑막에 의해 실험으로 태어난 쌍둥이 아이들(마왕이다)을 빼내 은거 중에 있다. 사티를 찾으려는 흑막의 공세로 인해 그녀는 날로 피폐해져만 간다. 그래도 그녀에겐 쌍둥이가 위안이다. 이전에 필자가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마왕은 백지와 같은 상태로 세상에 뿌려진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 진짜 마왕이 될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성장할지는 오롯이 주변에 달렸다. 아저씨의 고향에 있는 미토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미토때도 그랬지만 쌍둥이 또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선사한다. 사티와 지내며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내비치고, 사티가 아픈 것을 알자 약초를 구해와 그녀를 간병하는 모습은 훈훈하면서 짠한 장면을 연출한다. 세상에서 나쁜 건 인간들이고, 선한 것은 마왕이지 않을까 하는 장면들. 흑막은 사람들을 이용해 마왕을 인간의 몸으로 출산하게 하는 인체실험 중이다. 쌍둥이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마왕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그걸 만들어내는 인간이 진짜 마왕이 아닐까 하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 그리고 동료들은 마왕을 만들려는 흑막과 싸우기로 한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의 흑막은 제국의 황태자였고, 그의 곁엔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이 난관을 뚫고 흑막이 저지르려는 마왕 계획을 막고 사티를 구해낼 수 있을까.
사티는 강하지만 여린 마음으로 누군가가 말려들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아 홀로 싸워 가려 한다. 사실 8권에서 이런 연출을 보였을 때 진부하지만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그야 만국 공통 위험에 처한 히로인은 구하고 보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젤린이 엄마 후보인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S급이라는 모험가 최고 등급의 실력이 있고, 자신의 동료와 아빠와 그의 동료들도 하나같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흑막과의 싸움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작품은 가족애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싸움보다는 사티를 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맺으며: 8권을 읽고 어서 빨리 9권이 나오길 엄청 기대했었다. 그야 흑막에 맞서 싸우는 히로인(사티)을 구하는 이야기니까. 막 뭔가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을 거 같고, 눈물 나는 상봉도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거의 목숨 잃기 직전의 히로인을 구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적과 마주하는 주인공 그 주인공 등을 바라보며 눈물 짖는 히로인은 진부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명장면일 것이다. 필자는 이런 장면들을 원했지만 작가는 이런 진부한 장면은 식상했는지 기용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고 정성껏 돌담 쌓듯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대한 적과의 싸움은 치열하기보다 하나의 과정일 뿐 중요하지는 않다. 진짜 이야기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의 가족애를 다루는 것이니까 화려한 전투신은 본말전도에 해당할 것이다. 요컨대 갖은 방해를 물리치고 보다 돈돈해지는 가족을 그린다고 할까.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아빠와 딸만 있는 게 아닌, 여행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도 포함되어 간다. 이게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몇 개 보인다. 9권 한정 흑막과 내로라하는 강대한 적들의 어이없는 최후, 진짜 흑막은 여전히 따로 있으며 아직도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 쌍둥이의 귀여움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만 잘 살렸어도 다른 이야기는 필요 없었을 거라는 점, 아니 명색이 가족애인데 왜 쌍둥이에 대해선 별로 언급을 안 하는지 필자는 작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튼 안젤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사티와 연관이 되어 매우 마니악한 연출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떡밥으로 엄청 뿌려댔던 안젤린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이지만 그걸 본 필자는 이렇게 갑자기? 뜬금없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젤린의 정체가 밝혀져도 변하지 않는 가족애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또 가족이 점점 불어나고 대식구가 되어 가는 모습이 훈훈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