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3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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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리히타인 공국와의 전쟁은 주인공의 참전으로 싱겁게 막을 내린다. 아마 여동생을 죽이려 했던 오빠는 주인공의 실력을 간과했던 거 같다. 하기야 1천 년 전 2대 황제이자 [군신] 본인 등판인 줄 알았다면 오빠도 다른 전략을 짰겠지. 게다가 5대 정령 무기 중 하나인 [천제] 소유라는 걸 알았다면 더더욱. 근데 아무것도 모른다. 후손이랍시고 나타난 게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같이 생겼으니. 그러니까 이미 이때부터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나 싶다. 주인공은 히로인 '리즈'를 황제의 자리로 올리려 하고 있고, 오빠들은 '리즈'를 죽이려 하고 있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죄다 적일뿐이다. 보통 여느 작품에서고 적은 주인공에게 다 죽는다. 이렇게 초반부터 적들은 주인공의 실력을 간과하고 있으니 그 말로는 정해진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남은 관건은 그 과정이 어떻게 되는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목표가 되지 않을까.


이번 이야기는 리히타인 공국을 까부신 주인공이 황제에게 치하를 받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동맹국인 레벨링 왕국으로 향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의 간계로 지방에 좌천되었다 주인공의 활약으로 다시 금의환향하여 승진과 더블어 제4군의 사령관으로 임명받는다. 이로써 주인공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게 된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치밀성을 엿볼 수 있는데, 중앙 대륙을 통일하고 싶어 하는 황제의 주인공과 딸(리즈)을 이용하려는 꿍꿍이와 여동생과 주인공을 없애려 하는 제1황자의 꿍꿍이를 교차하듯이 그려 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인공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길을 떠나야 하고, 히로인 리즈도 군(軍)의 사령관이 되었으니 주인공과 별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주인공이 너무 유능해도 탈이라는 걸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주인공은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고 싶어 실적을 쌓았지만 아직 황제의 그릇이 되지 못하는 리즈에게는 과중한 사령관이라는 자리와 임무를 부여받게 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제의 의중(주인공 이용)과 제1황자의 꿍꿍이가 맞아떨어져서 아무리 [군신]이라고 불리는 철수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교훈적인 의미에서도 흥미롭다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일말의 불안을 느끼며 레벨링 왕국으로 향하는데,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건만 제2황자가 주인공 면상 좀 보자며 찾아온다. 제2 황자는 북방에서 차기 황제의 자리에는 관심도 없고, 용한 점쟁이처럼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건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다 꿰고 있다.


마치 주인공이 2대 황제 본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주인공에게 이거저거 참견하고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돼~라며 훈수 두는데, 이런 인간이 좋게 비칠 리는 만무하다. 주인공은 미래에 제2황자는 적이 되지 않을까 마음속 메모장에 저장. 사실 이번 3권에서 제2황자는 큰 비중이 없다. 레벨링 왕국으로 가는 주인공을 만나 그의 미래에 대한 충고를 하고 떠난다. 아마 지금의 주인공 심리 상태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1천 년 전 주인공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를 언급하며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에게 충고하는 마음의 멘토 같은 인물이랄까. 황제의 자리에는 욕심이 없는 듯하지만 그가 가진 군사력은 막강하다. 이후 주인공 하기에 따라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흥미요소 중 하나다. 이렇게 길게 언급하는 이유는 제2황자는 1회성 캐릭터가 아닌 앞으로도 쭈욱 등장하지 싶어서다. 


아무튼 레벨링 왕국에 들어서긴 했는데 레벨링 제1왕녀가 어째서 도적을 때려잡고 있는지 모를, 이번 3권 히로인 '클라우디아'와 주인공의 첫 만남은 이렇게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시작한다. 사실 주인공이 레벨링 왕국에 오게 된 이유가 그녀의 16세 생일인지 성인식인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중앙 대륙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제국이 말이 동맹이지 속국이나 다름없는 왕국의 왕녀 생일식 참가에 황자를 보낸다? 제국의 황제는 레벨링 왕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파했고, 그 해결을 위해 주인공을 보냈지 않나 싶다. 요컨대 황제도 알고 보면 주인공을 키워주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착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진 않겠지. 사자는 새끼를 벼랑에 떨어트려 올라온 놈만 키운다잖는가.


당연히 왕녀 생일식만 치른다면 이보다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레벨링 왕국은 1천 년 전 주인공의 부하가 세운 나라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있어서 각별한 나라고, 이 나라가 멸망하는 꼴을 당연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 10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한다는데 1천 년이나 지났으니 사람들도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왕의 자리에 앉고 싶다는 생각은 왕의 피를 이은 사람들에겐 당연한 흐름이 아니겠는가 하는 일이 일어난다. 하필 주인공이 특사로 도착한 날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왕녀 '클라우디아'는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왕도를 벗어난다. 보통 이러면 쿠데타 군을 무찌르고 피신한 왕녀가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왕권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판타지의 정석일 것이다. 사실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대로 가면 식상하다는 걸 아는지 제대로 뒤통수를 준비해 놓는다.


작가가 히로인들의 특성을 참 개성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리즈는 황녀라는 황위 계승권까지 있고, 군의 사령관까지 되었음에도 어딘가 딴 세상에 사는 사람이다. 책임감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데 만사 심각하게 생각하기 보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참 편하게 살아가고, 그러다 일 터지면 주인공이 구해줘야 되는 쓸모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런 성격임에도 민중의 지지도는 또 높아서 계륵 같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군의 지지도 많이 받지만 군을 이끌 카리스마는 부족하여 주인공같이 누군가가 참모로 보좌해주지 않으면 자잘한 전쟁에서는 이겨도 큰 전쟁은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오빠에 의해 페르젠(옆 나라)으로 잔당들을 토벌하러 가게 되었음에도 일말의 불안이나 경계를 하지 않는 점에서 그녀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3권의 히로인 클라우디아는 영악 그 자체다, 토끼같이 연약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보호 욕을 자극해놓고 결말에 이르자 토끼 가죽을 뒤집어쓴 여우라고 밝혀지는 부분은 진짜 작가가 허를 찌르는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리즈는 토끼 그 자체다. 귀엽고 앙증맞고 세상 불안 따윈 안중에도 없이 살아가는 천진함은 한편으로는 힐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언니 로즈에게서 성교육을 잘못 받는 바람에 이상한 개념을 탑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인공은 고초를 겪는 게 이 작품의 또 다른 포인트다. 그 언니 로즈는 주인공을 일찌감치 애인으로 만방에 선포해서 침 발라버리고, 자매지간이지만 성격은 딴판인,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참 잘 살린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히로인 '아우라'는 4권에서 언급해보겠다. 4권에서 리즈랑 아주 큰일 당하는 듯...


맺으며: 3권을 기점으로 이제 어느 정도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난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1천 년 전 주인공의 행동에 의한 피해자들의 복수극의 시작이랄까. 주인공은 주인공 나름대로 1천 년 전(사실 주인공에게 있어서 3년전이다.)의 아픔 때문에 리즈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있다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충실하다고 해야 할지 흥미롭다고 해야 할지 집중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꽤 좋다. 다만 흑막에 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좀 허술해 보인다. 대륙을 전쟁의 업화에 이르게 할 모양인데, 대륙을 호령하는 제국이 이런 흑막의 움직임을 캐치 못한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작품이 18세 이상 관람가였다면 장난 아닐 것 같은, 로자(리즈의 언니)에 의한 섹드립이 많이 등장한다. 다만 이유 있는(가문을 이끌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섹드립이라서 저속하지는 않다는 게 위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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