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2 - 타천의 날개,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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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못다 한 이 작품의 설정에 대해 조금 언급해보겠습니다. 이 세계는 인간을 포함한 5대 종족이 서로 대립하며 세계대전을 펼치는 중인데요. 누구와 동맹을 맺는 건 아니고, 서로가 잘났네 못났네 하며 자존심 싸움도 하고, 마법이 날아다니고 현대의 총기류가 등장하는 SF와 판타지가 섞여 있어요. 주인공이 속한 그룹은 인간 측으로 현대 신문물(총기류)을 이용해 다른 4대 종족과 맞서고 있죠. 그래서 문득 필자는 인간에게 핵폭탄은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미처 이것까지는 생각 못한 듯하더라고요. 적대 종족들은 핵폭탄에 버금가는 마법들을 잘만 쓰는데 말이죠. 그래서 인간은 다른 종족에 비해 열세이고 오늘내일하는 처지입니다. 그런 때에 주인공이 나타나죠.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딱히 난세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주인공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인간과 대립하고 있었던 악마족 영웅 '바네사'를 물리치며 열세에 몰린 인간에게 광명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실 주인공은 5대 종족 간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한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느닷없이 세계가 '덮어쓰기' 되어 한창 전쟁 중인 세계관으로 전이되어버립니다. 이쪽 세계에서의 인간은 열악한 지하에 거주하는 등 열세에 몰려있는 상태죠.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주인공의 세계를 다른 세계로 '덮어쓰기'한 놈이 누구인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지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겸사겸사 이쪽 세계의 인간들을 도와가면서 말이죠. 그 과정에서 인간족 영웅 '시드'가 남긴 칼도 줍고(이게 엑스칼리버일 줄이야), '린네'라는 메인 히로인을 구출하게 되는데, 이게 하렘의 시발점이 되리라는 건 그땐 미처 몰랐... 사실 이 작품의 설정인 5대 종족 간 전쟁은 아무래도 좋아요. 진짜 이야기는 주인공의 하렘 만들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흥미를 뽑아야 되는 라이트 노벨에서 하렘이 빠지면 그건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죠. 라노벨에서 아무리 못난 돼지라도 반드시 생기는 게 하렘이니까요.


그래서 그럴까 일단 '린네'를 메인으로 앉혀 두고, 주인공이 제일 처음 만나 까부수는 악마족의 영웅 '바네사'는 몽마(서큐버스)의 화신으로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왔더랬죠. 그리고 이세계에서 인간들을 이끄는 지휘관 '잔(2권 표지 모델)'은 남장 여자에다 주인공 소꼽친구라는 설정이고요. 이렇게 벌써 3명을 포섭하고 부족했는지 이번엔 '바네사'의 심복인 '하인마릴'이 찾아와요. 찾아와서 잘도 우리 언니를 때렸겠다?라며 전투 포즈를 취하지만 어마나 주인공님, '하인마릴'도 몽마(서큐버스)로서 만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주인공에 호감을 보이는 듯한 장면은 흐뭇하기만 합니다. 듣기로는 '바네사'는 나중에 또 출연한다고 했으니 '하인마릴'도 언니 따라 출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품은 5대 종족 간 싸움을 그리고 있지만, 그건 명분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주인공이 5대 종족과 소통하여 전쟁을 멈추고 각 종족의 히로인들을 포섭해 하렘을 완성하는 변강쇠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주인공 일행은 다른 구역의 레지스탕스의 지원 요청에 따라 그곳으로 가게 되죠. 거긴 엘프들을 위시한 천사, 요정, 드워프의 연합체인 만신족이 있었고, 어찌 된 일인지 만신족은 분열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사실 지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서도 히로인은 나오나?가 중요한 것이죠. 이번 2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츤데레 귀여움이라고 하겠습니다. 얘들 세계대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전쟁 중인 거 맞나 싶을 정도로 피폐하고 긴장감 높은 현실은 내다 버리고 엘프녀가 말 하길 '우리 대장로가 잡혀갔는데 좀 찾아주지 않을래?'를 시전하더란 말이죠. 이 엘프녀는 3권 표지를 장식하며 화려하게 주인공의 하렘에 들어오는, 지금은 츤데레 역정을 내며 크르릉 이빨을 보이지만 이것도 곧 주인공의 상냥함에 함락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아주 유쾌한 히로인이 아닌가 싶어요. 엘프녀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천사 vs 엘프+요정+드워프 이런 구도가 되어 버렸더라고요. 요컨대 같은 편끼리 싸우는 거죠.


자,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데요. 엘프녀가 말하는 대장로의 성별이 무얼까? 예상하신 대로 히로인입니다. 이 정도면 작가가 아주 노리고 이 작품을 집필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근데 아쉽게도 작가는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지금은 주인공 하렘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이쯤 되면 메인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린네'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하나하나 늘어날 때마다 걱정도 늘어나고 질투도 늘어나지만 마치 고양이를 처음 본 개가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전전긍긍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 중 하나랍니다. 주인공은 히로인들이 늘어나도 그런가 보다하고 남일처럼, 언젠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누군가를 단죄한다면 그건 주인공이 되겠죠. 이렇게 지금까지 기준으로 고정 히로인 3명, 예정 히로인 2명, 긴가민가 히로인 2명(대장로와 소개하지 않은 히로인 1명), 가능성 히로인 1명(3권에서 출연하는 듯) 이렇게 3천 궁녀 의자왕도 울고 갈 주인공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하렘왕 같은 그런 이야기인가 싶은데 그렇진 않고요. 작중 흐름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스파이스 정도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5대 종족 간 전쟁과 그걸 풀어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죠. 이미 악마족을 평정했고, 이번에는 만신족을 평정해버리려고 합니다느낀 점은 주인공의 상냥함은 우주 최강이었다는 것이군요츤데레 엘프녀의 귀여움은 주인공의 상냥함과 더블어 우주 최강. 어쨌건 2권까지 읽고 느낀 바로는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 존재했었던 영웅 '시드'의 역할을 주인공에게 시켜 세계 정복을 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이미 두 종족으로 무력화 시키다시피 했으니 영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죠. 엑스칼리버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제 남은 두 종족만 요리하면 완성?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덮어쓰기 하는 원흉도 찾아서 메인 요리로 곁들이고,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 있던 인간족 영웅 '시드'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하면 방해하는 '절제기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밝혀야 하는데 5대 종족 전쟁보다는 이렇게 뒤에서 암약하는 존재와 싸우게 진짜 이야기가 않을까 싶었군요.


맺으며: 짜임새가 좋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목적보다 수단이 앞서서 메인 내용보다는 설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여느 이세계물 하고는 차별을 많이 두고 있어요. 설정 이야기에 잡아먹히지 않게 차라리 몸으로 때우라는 듯, 미지의 적 진영과 맞닥뜨리게 함으로서 흥미를 유발하죠. 다만 이 과정에서 긴장감 넘치는 싸움보다는 이야기하면 서로 통한다는 듯, 형식적인 싸움은 해도 결과적으로 종족은 달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평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사실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악마족'바네사'도 그렇고 이번 엘프녀도 그렇고, 말과 상냥함으로 무장한 주인공에게 함락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래도 작가는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눈꼴 시린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러브러브 상황을 저주하듯, 메인 히로인 '린네'를 투입해서 평화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1권부터 끼얹어 오고 있습니다. 2권까지 읽으면 주인공 앞 길을 은근히 막기 시작하는 '절제기관'과 '린네'의 연관성을 눈치채게 되죠. 린네의 정체는 앞으로도 큰 스포일러라서 밝힐 순 없습니다만. 써놓고 보니 상당히 비꼬는 듯한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을 주겠습니다. 설정과 캐릭터들의 개성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에 나오는 엘프녀가 작중 분위기를 많이 살리고 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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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0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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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들라면, 조그마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나아가 나라(國)가 연관되는 큰일로 번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전개는 여느 장르에서도 볼 수 있는 점이긴 한데, 본 작품의 작가는 여기에 무슨 일이 터질 거 같은, 매 순간 긴장감을 잘 표현한다고 할까요. 이번 10권에서는 4~5권 이후부터 줄곧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蝗害, 메뚜기 재난)의 전말과 그걸 이용해 무슨 꿍꿍이를 펼치려는 황후(皇后)의 오래비와 그 일가에 대한 진실에 조금 더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없다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만, '마오마오'는 그동안 줄곧 들어온 황해에 대한 단서와 발생 원인 등을 찾기 위해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 '진시'의 계략에 빠져 반강제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황해는 마오마오가 그동안 겪었던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된 재난이었고, 사건에 연루된 범인들의 공통점도 '서도'를 가리키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엔 진시와의 밀당 이야기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그동안 복선으로 나왔던 황해의 대책과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티비에서 가끔 보죠? 메뚜기 떼가 화면 가득 날아다니는 모습을요. 지나간 자리엔 풀 한 포기조차 남아있지 않죠. 현대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데 중세 시대쯤 되는 본 작품의 시대 배경에서는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보다 메뚜기 떼를 이용해 누가 득을 보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같은 흥미 요소를 넣으면서 자그마한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능력을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마오마오가 겪었던 사건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그 도착점은 어디인가를 맞춰 보라는 듯 답을 알듯 말 듯 추리 요소를 넣음으로써 몰입도도 높여주고 있죠. 라고 해도 마오마오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이고, 맞으면 죽는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참고로 그녀는 누군가가 판단할 재료만 모을 뿐 사건 해결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모인 재료들은 어느 한 인물을 가리키게 되죠. 황후(皇后)가 줄곧 이를 갈며 복수하고자 했던 어떤 인물. 이 작품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되곤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황후인데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유년시절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며 자란 끝에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황후의 복수극과도 연계되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이런 연계 시키는 능력이 제법 좋아요. 황후는 지금의 황후 자리에 앉게 해준 마오마오를 매우 좋아하고 있죠. 마오마오는 황후의 고향인 서도에서 황해 발생 원인을 찾고 있고요. 결과 그 발생 원인이 황후의 집안과 관계있다? 같은, 단서를 모으면서 앞으로 피바람을 예고하기도 하는데요. 근데 사실 이거보다 그 과정에서 마오마오가 조사차 시골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되고, 여러 남자와 동행하는 마오마오를 보며 은근히 애간장 태우는 진시의 모습이 흥미로웠군요.


맺으며: 결과적으로 그동안 복선으로 간간이 언급되었던 황해에 대한 복선이 회수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지몽매한 시골 농민들의 해충에 대한 인식과 개선해야 될 점등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많았기에 크게 건질 이야기는 없었는데요. 그래서 그럴까 작가는 이번 10권에서 마오마오 주변 인물을 이용해 개그적인 요소라든지, 안타까운 이야기를 제법 많이 넣어 놨습니다. 재미적인 요소로는 집오리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바센'이라는 호위무사라든지, 언제나 텐션 높게 까불거리며 마오마오의 신경을 건드리는 취에라는 여성이라든지(이번에 도적 유인 미끼로 마오마오를 쓸 정도로 담대한 성격)이젠 사실상 마오마오를 진시의 정실로 기정사실화해서 대우하는 주변 인물 등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군요. 


그리고 안타까웠던 건 2대에 걸쳐 황제의 후궁이었던 '리슈 비'의 몰락이었는데요. 9살에 입궁하여 수천 명의 후궁 중에 단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하나로서 올라섰지만 세상 물정 어두워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후궁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나 어느 시골 오리 부화장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오마오하고도 비교적 인연이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군요. 다만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서 작은 위안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사실 마오마오와 진시의 관계보다 리슈 비와 그녀를 걱정하는 어느 인물의 관계가 더 애틋했군요. 이 작품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약과 독을 향한 마오마오의 저돌맹진만 봐도), 리슈 비에게서 성장이라는 가능성이라는, 홀로서기 하려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마음 아프게 했다고 할까요.


마오마오는 결국 금단증상에 빠져 돌아가실뻔 합니다. 그녀의 아이덴티티는 약과 독이죠.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 궁에 있을 때는 기미 상궁이 되어 독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 황해 조사하면서 그럴 기회가 거의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헛것이 보이고.... 집안 내력이 하나같이 괴짜인 점을 볼 때 결국 그녀는 부정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와 진시는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하는데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마오마오. 옆에서 뭐라 말하는데 남의 일처럼 차갑게 식힌 과일 좀 안 나워 주려나, 맛있는 과자를 나눠주지 않으려나는 등 현실 도피하는 것도 재미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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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2 - ~ 파멸의 문명으로 시작하는 세계 정복 ~, S Novel+
카즈노 페후 지음, 준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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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한창 청춘을 구가해야 될, 낭낭 18세에 요절해서 이세계로 날려 왔더니 사악(邪惡) 속성이라는, 전생에 나라 팔아먹은 팔자를 얻어 맨땅 헤딩하듯 나라를 일으키는 주인공의 이야기 제2탄입니다. 구박데기로 전락해서 떠돌이 생활하며 오늘내일하던 다크엘프 무리들을 규합해 국민으로 만들어 '마이노그라'라는 나라를 창건하고 온 숲을 마기(魔氣)로 뒤덮어 여기가 지옥이라는 듯 세상과 동떨어진 기괴한 모습의 나라를 만들기를 몇 달.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나라다운 모습을 갖춰 갑니다. 하지만 국민이라고 있는 게 꼴랑 다크 엘프 500여 명 뿐이어선 국가 체면이 서지 않는 관계로 이웃 마을과 나라를 접수해서 인구를 늘려 보겠다는 구상을 펼치는데요. 사실 주인공은 속성이 사악이라도 평화를 사랑하는 중증 대인 기피증 환자여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싫어하고 있죠. 그래서 평화적으로 교섭해서 동맹을 맺고 인적 교류 등을 시도하게 되는데 사실 이런 이야기가 쭈욱 이어져서 조금 지루한 편입니다.


이번 이야기도 그 연장선에 있는데요. 인적 자원이 없다 보니 국가 중추를 담당할 관료가 없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주인공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에무르(히로인)'등 몇 명이 기용되어 혹사당하는 실정이죠. 이번엔 시종을 뽑는다고 어린 쌍둥이(히로인) 자매를 기용하는 바람에 만천하에 주인공은 로리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여느 라노벨에서 보여주는 흥미를 끌기 위한 장면일까 했습니다만. 쌍둥이 자매가 이세계에서 다크 엘프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더라고요. 주인공에게 주워지기 전의 어떤 상황으로 인한 정신과 마음이 망가진,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서 조금은 섬뜩하고 안타까웠군요. 어쨌건 이 쌍둥이 자매가 중추적으로 나서서 이웃 마을과 소통하고, 주인공이 앓고 있는 대인 기피증을 조금식 케어하는 뭐 이런 이야기들이 쭈욱 이어집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읽는데 인내심을 요구하니 조금 많이 참아야 합니다.


참고 나면 진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우리나라에 정발해준 출판사가 3권을 내주려나 모르겠는데, 아마 3권 정발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만큼 1~2권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좀 지루해요. 주인공과 아투(메인 히로인)의 의미 없는 러브러브 신파극과 건물을 지으며 부가되는 능력치 등 이런 설명이 제법 많죠. 근데 건물을 지으며 부가되는 능력치를 받는다의 설정은 나름 신선했군요. 가령 진료소를 건설하면 상처 회복 속도가 올라간다던지. 그 외에는 나라를 건설하고, 인구 정책과 내정을 살피는 것으로 구구절절 말이 억수로 많아요. 나라 창건하는데 쉽지만 않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던 이야기가 이번 2권 중후반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요. 처음 숲에 왔던 시절에는 동물은 고사하고 그 흔한 고블린조차 없던 것에서 어느 순간 어떻게 나타났는지 고블린을 위시한 각종 마물이 등장하면서 사태가 예사롭지 않게 흘러간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합니다.


마물의 침공에서 어디선가 많이 본 시추에이션이라고 느낀 주인공이 기억을 더듬어 밝혀낸 진실은... 이세계는 주인공이 하던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죠. 자, 근데 이세계로 넘어온 게임 유저가 주인공만이 아니라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친다면 어떤 흥미를 유발할까라는 실험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1권에서 나왔던 북방에서의 주인공과 유사한 속성의 마녀 출현, 그리고 본격적인 마녀의 침공과 마녀와 싸우는 성녀의 장면 장면에서 주인공과 그의 일행과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군요. 그동안 어딘가 가벼운 이야기로 따분하게 했던, 가령 주인공과 아투의 의미 없는 러브러브 신파극 같은 개연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세계대전 발발 같은 웅장한 이야기로 바뀌어 가는군요. 작가의 말투도 좀 바뀌어서 이제야 이야기 다운 이야기를 보여줄까 기대를 하게 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아투(메인 히로인)에 버금가는 새로운 유닛이자 영웅 등급인 '이슬라(세컨 히로인)'의 등장이군요. 주인공이 소환했어요. 나라가 기틀이 잡혀가고 해서 도시 방어 목적으로 소환했는데요. 히로인이라고는 했지만 개미 여왕의 모습으로 사마귀와도 비슷한 마물형으로 등장시켜 상당히 충격을 줬죠. 그럼에도 성격은 성녀가 있다면 바로 그녀(이슬라)라는 것마냥 등장하자마자 만인을 보다듬는 국모(國母)로서 추앙받으며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죠. 작가의 성향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아투(메인 히로인)와 은근히 기싸움을 벌이지만 엄마 속성으로 아투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은 흐뭇하기까지 하는, 편견이 있는 사람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고 할까요. 위에 언급한 쌍둥이 자매와 인연이 매우 깊게 형성되는데, 2부 스포일러를 접한 필자로서는 이 부분에서 어떤 플래그를 봐야 했군요.


맺으며: 주인공의 사상이기도 한, 사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악당이 아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사악이라는 정의를 내린 부분은 꽤 와닫았는데요. 영화는 안 봤지만 조커가 떠오르기도 했군요. 그럼에도 착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타인을 판단할 때 그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라는 심오한 부분이 있다고 할까요. 주인공은 사악 속성에 맞게 타인에게 비치는 형상은 도화지에 아무렇게 그려 놓은 듯한 마왕 그 자체고 거기에 얽매어 편견을 보이는 이세계 사람들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 쌍둥이 자매 등,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은 순수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으니 너무 깊게 파고들진 마세요. 솔직히 작품 내용 2/3는 그냥 흘러 보내도 무관한 이야기들인지라... 아무튼 3권부터 이야기뿐만 아니라 진도면에서 꽤 흥미로워질 거 같더군요. 북부 마녀의 등장과 성녀와의 대립이라는 3각 구도와 마물의 침공, 필사적으로 국력을 키우려는 주인공이 맞물려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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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게이트 2 - 02. 망령평원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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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설 주의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죠. 주인공도 이제 어느 정도 이세계에 적응해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맨땅에 헤딩하듯 일어서는 인생 역전극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가볍게 보는 소설에서 문학적이기보다 흥미 위주가 더 잘 팔리니 어쩔 수는 없겠죠. 주인공이 게임을 클리어하고 500년이 흐른 현재, 고렙 유저들이 로그아웃한 탓에 마치 외국 자본 빠져나간 개발도상국 마냥 낙후된 세계가 되어버린 이세계에서 주인공의 능력은 한마디로 개사기급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엔 게임하던 감각으로 이세계 사람들을 대했다 상식에서 괴리감이 상당하여 고생은 하였지만 이제 말 조심도 제법 하게 되었군요. 많은 사람과 만나 인연(주로 히로인들)을 맺었고, 플래그도 다수 세웠습니다. 역시 인싸는 어딜 가나 환영받는 법일까요. 그래도 작가는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켜 주인공과 친구 하도록 유도해주는군요. 이번 2권에서 둘은 쿵작이 잘 맞아서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될 듯한 분위기입니다.


숲에 갔더니  사당이 있고, 안에 새끼 여우가 있군요. 다 죽어가는 새끼 여우를 주워다 보살폈더니 길고양이에게 간택당한 집사마냥, 새끼 여우는 집사가 좋다고 달라붙습니다. 알고 봤더니 새끼 여우는 엘레멘트 테일이라는 최상위 몬스터라는, 성체는 주인공도 이길까 말까 할 정도로 매우 강한 마물로서 굴 삶아 먹다가 진주 발견한 행운을 주인공은 얻어 버립니다. 주인공 행운 스탯치 낮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쨌거나 테이밍 형식으로 계약을 맺고, 이름도 붙여주고 둘이서 아주 콩 볶아 먹듯이 행복한 나날(약속된 전개마냥 새끼 여우는 암컷 모습)... 이때 필요한 짤이 잡았다 요놈 포돌이 사진, 새끼 여우를 머리에 얹고서 도시로 돌아온 주인공은 새끼 여우의 위기를 알렸던 고아원의 꼬마 히로인을 찾아갑니다. 이번 이야기는 게임에서 퀘스트의 시작을 알리듯, 꼬마 히로인에게서 시작된 고아원 지키기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1권에서 메인 히로인 '슈니'가 나온다고 필자가 언급했던 거 같은데, 미안하게도 꼬마 히로인과 새끼 여우에게 밀려 버렸습니다. 안습.


일러스트도 그럭저럭 잘 뽑혀서 꼬마 히로인과 새끼 여우를 보고 있으면 아주 귀여워 죽습니다. 이러니까 덕후는 밥맛이라고 하겠지만 뭐 어떠리오. 아무튼 간에 새끼 여우가 왜 숲에서 갇혀 있어야 했는지, 그리고 고아원을 노리는 돼지 녀석(작중에 돼지 녀석이라고 언급 됨)을 막기 위해, 차기 고아원 원장(히로인)에게 필요한 스킬을 가르쳐 주기 위해 책 표지에도 나와 있는 망령 평원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힐! 힐! 힐! 아픈 좀비를 낫게 하기 위해 힐! 힐! 힐! 온라인 게임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게 뭔 뜻인지 아시겠죠. 히로인(차기 고아원 원장)은 광렙을 목표로, 눈은 뱅글뱅글, 속은 우웩! 자고로 물량전을 이길 장사는 없다 했는데 이길 장사는 있습니다. 주인공 리밋 해제! 이 작품은 안 그럴 거 같았는데 주인공 모습이 중2병 같아 멋있군요. 근데 작가가 이 싸움에 너무 몰입했나 약간 분량 조절에 실패한 듯한, 얘들 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잊을뻔한 전개 끝에 목적보다 수단이 앞서버린 조금은 황망한 시추에이션이 벌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목적은 달성하지만 새끼 여우가 왜 숲에 갇혀 있었는지는 밝히지 못한, 돼지 녀석을 혼내주는 카타르시스도 바랐는데 이건 다음에 나오려나요. 그것보다 새끼 여우와 꼬마 히로인에게 밀려버렸던 메인 히로인 '슈니'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슈니는 500년 전, 주인공이 사라진 이후에도 줄곧 '달의 사당(주인공이 운영하는 상점)'을 지키며 이제나저제나 주인공이 오기만을 기다린 서포트 캐릭터(NPC)였죠. 가끔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NPC에게도 감정이 생기면 어떨까 싶을 때가 있는데 '슈니'가 딱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세계는 게임 세계관임과 동시에 NPC가 감정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오타쿠들의 바람이랄지 희망이랄지 이상향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자신의 주인과 감동의 재회, 500년간 줄곧 기다렸던 주인공을 드디어 만났을 때, 정형화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감정이 생기고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 텍스트의 안타까움은 시각적인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군요.


맺으며: 꼬마 히로인 '미리'가 치고 나오는 게 심상찮습니다. 이러다 메인 히로인 자리를 꿰차지 않을까 싶을 정도군요. 이제 9살이라고 하는데 잡았다 요놈, 철컹 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무튼 이 작품의 흥미 포인트는 틀에 박힌 스케줄이 아니라 어디 마실 나가듯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것이군요. 자세히 설명은 힘든데, 오늘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각박한 삶보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타인을 도와주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현실적인 분위기로 대화를 하는 장면 장면들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뭐 꼬아서 말해보면 주인공이 먼치킨이니까 가능한 것이겠죠. 이미 '달의 사당(주인공이 운영하는 상점)'은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높고, 메인 히로인 슈니는 각 나라에서 서로 모셔갈려고 하는 인재(人材)인데다 주인공 자체적으로도 돈이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이걸 두고 여유 부린다고 하는 걸까요. 여유가 있으니까 주변을 돌아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라도 꾸밈없는 모습들이라서 더 와닿는 거 같습니다.


사실 슈니를 자주 언급한 이유는 그녀가 나오면서 주인공의 대단함으로 모두가 무릎 꿇고 우러러보는 시추에이션이 나오면 어쩌나 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클리셰 중에 클리셰고, 어떻게 보면 카타르시스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주인공이 이세계에 처음 왔을 때 기사단들에게 괄시를 당했던 부분이 있어요. 근데 주인공이 운영하는 '달의 사당'과 주인공의 부하인 '슈니'가 가진 파워는 이세계에서 그 누구도 간섭하지 못할 성역 같은 걸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주인공이 '달의 사당'과 '슈니'의 주인으로 밝혀진다면? 이런 부분에서 작가가 독자들이 바라는 게 뭔지 잘 아는 듯하다고 할까요. 주인공을 싸구려 같지 않은 대단함을 히로인으로부터 찾는 능력이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일단 히로인을 누구나 자신의 수하로 들이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으로 키워놓고, 그 히로인의 주인이 주인공이라는 걸 들이밀 때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시라 같은. 이세계물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에야 식상한 설정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런 설정에서 묘한 두근거림이 있다고 할까요. 물론 주인공도 그에 따른 능력도 출중해서 히로인을 욕되게 하지 않는, 이런 점들이 흥미로워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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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군사관, 모험가가 되다 1
타쿠마 토모마사 지음, himesuz 그림, 김정규 옮김, 이토 아츠히코 원작 / 길찾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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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인줄 알고 구매했더랬죠. 가격도 7천 원이나 했고, 온라인 서점 앱에서는 만화(코믹)라고 쓰여 있는 걸 찾지 못해서 평소처럼 구매 후 택배 도착하자마자 뜯어보니 똭!!!! 그렇다고 딱히 만화(코믹)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원작이 라이트 노벨인 만화(코믹)는 더 이상 구매를 안 하려 했던 필자는 술 진탕 마시고 새벽 찬바람 맞은것마냥 정신이 번쩍 들었군요. 아무튼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다소 다른데, 일본명은 '우주 항공 사관, 모험가가 되다'입니다. 발매 당시 SF와 우리가 아는 이세계 판타지를 엮어 놓아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SF는 흐려지고 이세계 판타지가 부각되어서 실망하는 분위기인가 보더군요. 일본에서는 현재 4권(라노벨)이 발매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발매입니다. 아무래도 일단 만화(코믹)로 먼저 간 보고 라노벨을 출시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찌 될진 모르겠군요.


주된 이야기는 지적 생명체 '벅스'와 인류와의 접촉으로 촉발된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요. 주인공은 우주함 사관이 되어 벅스의 본거지를 찾다가 의문의 공격을 받아 타고 있던 우주함이 격침, 탈출해서 불시착한 행성이 이세계 판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도착하자마자 마물에게 쫓기던 히로인 '클레리아'를 구해주는데요. 사실 이런 부분은 히로인이 위기에 빠졌다, 주인공이 구해준다, 이후 같이 동행한다, 메인 히로인이 된다. 같은 클리셰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의사소통 부제라는 것이군요.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 혹은 여신에게서 능력을 받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걸 막아놓으면서 차별을 꾀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짓 발짓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고 히로인 '클레리아'의 성격도 참 흥미로운데요. 주인공이 도와줬다고 대뜸 호감도 맥스를 찍는 것보다는 도와주는 것에 고마워하고, 그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은 마물과 싸우다 다친 '클레리아'를 도와주며 생색내지 않는 젠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주인공은 언제나 상냥해야 된다는 이 업계의 불문율이니 어쩔 수 없겠죠. 팔, 다리를 다친 그녀에게 의족(표지 참조)을 만들어 주고, 그러고 보니 등장하자마자 팔, 다리가 잘린 히로인이라니 꽤나 파격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녀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그녀가 가고자 하는 장소까지 동행하기로 하는데요. 여기서도 흥미로운 게 여느 작품이라면 대충 흘려버릴, 밥하는 장면 등 현실감 있는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것이군요. 히로인 입장에서는 뭐 이런 다재다능하고 착한 사람이 다 있을까 주의 깊게 관찰하며 장래에 남편감 보는 듯한 시선은 이런 작품의 클리셰가 되겠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시선이 노골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주인공이 다친 자신을 버려도 이해하는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하는, 이러 면에서 비록 만화(코믹)이지만, 만화(코믹)임에도 이런 걸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능력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세계관이 말이 안 되는 게, 벅스는 범 우주적으로 침공 중인데 어째서 이 행성은 안전한가를 두고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뭐 이건 나중에 밝혀지겠죠. 어쨌거나 고도의 문명과 낙후된 문명의 만남에서 지구 역사 중 하나인 대항해시대 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침공하는 그런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군요. 라노벨 업계로 표현하면 결국은 이세계 전생의 한 축이 되겠고요. 주인공은 문명(스킬, 스테이터스)의 이기를 이용해 마물을 퇴치하고 히로인을 도와주죠. 히로인의 반응도 딱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을 보는 시선이고요. 아마 이것 때문에 처음엔 우와! 하다가 독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필자는 그것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서 이 작품을 평가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작화는 거짓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필자가 이 작품에 대해 호의적인 건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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