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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2 - 타천의 날개,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못다 한 이 작품의 설정에 대해 조금 언급해보겠습니다. 이 세계는 인간을 포함한 5대 종족이 서로 대립하며 세계대전을 펼치는 중인데요. 누구와 동맹을 맺는 건 아니고, 서로가 잘났네 못났네 하며 자존심 싸움도 하고, 마법이 날아다니고 현대의 총기류가 등장하는 SF와 판타지가 섞여 있어요. 주인공이 속한 그룹은 인간 측으로 현대 신문물(총기류)을 이용해 다른 4대 종족과 맞서고 있죠. 그래서 문득 필자는 인간에게 핵폭탄은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미처 이것까지는 생각 못한 듯하더라고요. 적대 종족들은 핵폭탄에 버금가는 마법들을 잘만 쓰는데 말이죠. 그래서 인간은 다른 종족에 비해 열세이고 오늘내일하는 처지입니다. 그런 때에 주인공이 나타나죠.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딱히 난세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주인공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인간과 대립하고 있었던 악마족 영웅 '바네사'를 물리치며 열세에 몰린 인간에게 광명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실 주인공은 5대 종족 간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한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느닷없이 세계가 '덮어쓰기' 되어 한창 전쟁 중인 세계관으로 전이되어버립니다. 이쪽 세계에서의 인간은 열악한 지하에 거주하는 등 열세에 몰려있는 상태죠.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주인공의 세계를 다른 세계로 '덮어쓰기'한 놈이 누구인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지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겸사겸사 이쪽 세계의 인간들을 도와가면서 말이죠. 그 과정에서 인간족 영웅 '시드'가 남긴 칼도 줍고(이게 엑스칼리버일 줄이야), '린네'라는 메인 히로인을 구출하게 되는데, 이게 하렘의 시발점이 되리라는 건 그땐 미처 몰랐... 사실 이 작품의 설정인 5대 종족 간 전쟁은 아무래도 좋아요. 진짜 이야기는 주인공의 하렘 만들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흥미를 뽑아야 되는 라이트 노벨에서 하렘이 빠지면 그건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죠. 라노벨에서 아무리 못난 돼지라도 반드시 생기는 게 하렘이니까요.
그래서 그럴까 일단 '린네'를 메인으로 앉혀 두고, 주인공이 제일 처음 만나 까부수는 악마족의 영웅 '바네사'는 몽마(서큐버스)의 화신으로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왔더랬죠. 그리고 이세계에서 인간들을 이끄는 지휘관 '잔(2권 표지 모델)'은 남장 여자에다 주인공 소꼽친구라는 설정이고요. 이렇게 벌써 3명을 포섭하고 부족했는지 이번엔 '바네사'의 심복인 '하인마릴'이 찾아와요. 찾아와서 잘도 우리 언니를 때렸겠다?라며 전투 포즈를 취하지만 어마나 주인공님, '하인마릴'도 몽마(서큐버스)로서 만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주인공에 호감을 보이는 듯한 장면은 흐뭇하기만 합니다. 듣기로는 '바네사'는 나중에 또 출연한다고 했으니 '하인마릴'도 언니 따라 출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품은 5대 종족 간 싸움을 그리고 있지만, 그건 명분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주인공이 5대 종족과 소통하여 전쟁을 멈추고 각 종족의 히로인들을 포섭해 하렘을 완성하는 변강쇠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주인공 일행은 다른 구역의 레지스탕스의 지원 요청에 따라 그곳으로 가게 되죠. 거긴 엘프들을 위시한 천사, 요정, 드워프의 연합체인 만신족이 있었고, 어찌 된 일인지 만신족은 분열을 보이고 있었는데요. 사실 지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서도 히로인은 나오나?가 중요한 것이죠. 이번 2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츤데레 귀여움이라고 하겠습니다. 얘들 세계대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전쟁 중인 거 맞나 싶을 정도로 피폐하고 긴장감 높은 현실은 내다 버리고 엘프녀가 말 하길 '우리 대장로가 잡혀갔는데 좀 찾아주지 않을래?'를 시전하더란 말이죠. 이 엘프녀는 3권 표지를 장식하며 화려하게 주인공의 하렘에 들어오는, 지금은 츤데레 역정을 내며 크르릉 이빨을 보이지만 이것도 곧 주인공의 상냥함에 함락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아주 유쾌한 히로인이 아닌가 싶어요. 엘프녀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천사 vs 엘프+요정+드워프 이런 구도가 되어 버렸더라고요. 요컨대 같은 편끼리 싸우는 거죠.
자,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데요. 엘프녀가 말하는 대장로의 성별이 무얼까? 예상하신 대로 히로인입니다. 이 정도면 작가가 아주 노리고 이 작품을 집필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근데 아쉽게도 작가는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지금은 주인공 하렘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이쯤 되면 메인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린네'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하나하나 늘어날 때마다 걱정도 늘어나고 질투도 늘어나지만 마치 고양이를 처음 본 개가 어쩔 줄 몰라하는 것처럼 전전긍긍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 중 하나랍니다. 주인공은 히로인들이 늘어나도 그런가 보다하고 남일처럼, 언젠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누군가를 단죄한다면 그건 주인공이 되겠죠. 이렇게 지금까지 기준으로 고정 히로인 3명, 예정 히로인 2명, 긴가민가 히로인 2명(대장로와 소개하지 않은 히로인 1명), 가능성 히로인 1명(3권에서 출연하는 듯) 이렇게 3천 궁녀 의자왕도 울고 갈 주인공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하렘왕 같은 그런 이야기인가 싶은데 그렇진 않고요. 작중 흐름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스파이스 정도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 진짜 이야기는 5대 종족 간 전쟁과 그걸 풀어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죠. 이미 악마족을 평정했고, 이번에는 만신족을 평정해버리려고 합니다. 느낀 점은 주인공의 상냥함은 우주 최강이었다는 것이군요. 츤데레 엘프녀의 귀여움은 주인공의 상냥함과 더블어 우주 최강. 어쨌건 2권까지 읽고 느낀 바로는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 존재했었던 영웅 '시드'의 역할을 주인공에게 시켜 세계 정복을 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이미 두 종족으로 무력화 시키다시피 했으니 영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죠. 엑스칼리버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제 남은 두 종족만 요리하면 완성?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덮어쓰기 하는 원흉도 찾아서 메인 요리로 곁들이고,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 있던 인간족 영웅 '시드'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하면 방해하는 '절제기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밝혀야 하는데 5대 종족 전쟁보다는 이렇게 뒤에서 암약하는 존재와 싸우게 진짜 이야기가 않을까 싶었군요.
맺으며: 짜임새가 좋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은 목적보다 수단이 앞서서 메인 내용보다는 설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여느 이세계물 하고는 차별을 많이 두고 있어요. 설정 이야기에 잡아먹히지 않게 차라리 몸으로 때우라는 듯, 미지의 적 진영과 맞닥뜨리게 함으로서 흥미를 유발하죠. 다만 이 과정에서 긴장감 넘치는 싸움보다는 이야기하면 서로 통한다는 듯, 형식적인 싸움은 해도 결과적으로 종족은 달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평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사실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악마족'바네사'도 그렇고 이번 엘프녀도 그렇고, 말과 상냥함으로 무장한 주인공에게 함락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래도 작가는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눈꼴 시린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러브러브 상황을 저주하듯, 메인 히로인 '린네'를 투입해서 평화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1권부터 끼얹어 오고 있습니다. 2권까지 읽으면 주인공 앞 길을 은근히 막기 시작하는 '절제기관'과 '린네'의 연관성을 눈치채게 되죠. 린네의 정체는 앞으로도 큰 스포일러라서 밝힐 순 없습니다만. 써놓고 보니 상당히 비꼬는 듯한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을 주겠습니다. 설정과 캐릭터들의 개성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에 나오는 엘프녀가 작중 분위기를 많이 살리고 있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