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습격 2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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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이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이세계인의 고도로 발전된 마법을 기반으로 한 물리력 방어에 현대 지구 문명의 무기 체계로는 뜛지 못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탄압을 받던 엘프들이 지구로 망명을 왔고, 그들의 과학력을 바탕으로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결전 병기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져듭니다. 이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건 일본 변신 특촬물의 히어로 같은 거라 보시면 되는데요. 작가도 후기에 특촬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고요. 그래서 주인공은 마치 히어로가 변신하듯, 미국식으로는 아이언 맨이 슈트를 장착하듯 그런 흐름입니다.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야기 대부분이 이세계인들의 지구 침략보다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와 난민들에 시각을 맞춘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전쟁보다는 재난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심리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어떻게 변해가나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이번 2권은 어쩌다 '아수라 프레임'의 선택을 받아 장착한 채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키며 난민들을 이끌고 일본 방어 중추인 인공도시 '나유타'로 향한 주인공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권에서 전쟁이 시작되고 가족과 떨어졌는지 자세히 생각은 안 나지만 군대의 보호를 받게 된 주인공은 통제를 벗어난 사람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몸소 깨닫고 인간 불신에 빠져 있었죠. 거기에 '아수라 프레임'을 장착하고 적들과 싸우면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이세계인들을 처치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윤리성 때문에 갈등을 많이 내비칩니다. 그래서 마치 에반게리온처럼 장착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 '아수라 프레임'은 주인공의 마음에 반응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요. 어떻게 보면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들 심리, 주인공이라고 사람(이세계인)을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는 갈등을 보고 있으면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전쟁보다는 난민들의 삶과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많이 넣어 놨습니다. 여기엔 살아가기 위해 노점을 펴고 스포츠를 하며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는 식의 밝은 이야기도 있고, 엘프들이 이세계인들과 작당하고 지구 침략하는 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트리며 어리석은 면도 보이는 등 사람이 사는 세계라면 있을 법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는데요. 그런 와중에 난민들은 쥐까지 잡아먹으며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선택받은 사람들(주인공과 그 일행 같은)은 배양육(합성고기) 밖에 없다고 투정 부리고, 진짜 고기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고, 급기야 '아수라 프레임'을 그런데 쓰라고 만든 게 아닐 텐데도 야생동물 잡으러 가는 장면 등 편치 않은 모습도 다수 보여줍니다. 근데 알고 보면 불안정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을 케어하기 위한 연장선이라는 것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였군요. 결국 에반게리온의 신지처럼 내가 아니면 누가 싸워 같은 전개를 보여주니 다소 식상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특촬 히어로물로서 그에 따른 중2병식 설정이 많이 나옵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청소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더군요. 특히 13세 하프 엘프 소녀라든지 싸움 잘하는 태닝 여고생이라든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죠. 그리고 영웅이라면 당연히 우릴 지켜줘야 된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영웅이라도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 평범한 사람이 생사를 걸고 싸우는데도 그런 걸 알아주지 않는 이기적인 면면들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긴 해야 하는데, 위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이 작품의 타깃이 저연령의 청소년이라서 그런지 심각한 범죄 같은 것보다는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장사하는 그런 장면들을 더 보여주니까 그냥 드라마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건 없고요. 메인 히로인인 '아인'의 경우도 주인공을 남편으로 보고 따라다니지만 일선을 넘거나 애간장 태우는 것도 없고, 하프 엘프 소녀도 고만고만한 성격이고... 그러다 보니 읽는데 고생한 필자는 2권에서 하차할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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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소녀의 살아가는 길 3 - S Novel+
사토 마토 지음, 니리츠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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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2권 이후 오랜만이라 다시 설정을 설명할까 했지만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하고, 대신 이번 분기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방영되고 있으니 그쪽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3권은 2권에서 간신히 물러나게 한 4대 인재(人災) '만마전'과 더불어 최악의 인재로 일컬어지는 '꼭두각시 세상 [그릇]'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여주 '메노우(이하 여주)'는 '아카리(히로인)'를 죽이기 위해 소금검(劍)을 찾아 지금은 멸망해버린 서쪽 소금 대륙으로 발길을 서두르고 있으나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며 그녀의 발을 붙잡기만 합니다. 이번엔 인신매매범들에 의해 '아카리'가 납치되어 버리고 찾으러 갔더니 어릴 적, 같은 수도원에서 자란 '사하라(히로인)'도 붙잡혀 있지 뭡니까. 그래서 구출하여 대리고 나왔더니 하는 말이 '나를 처형해 줘', 뜬금없던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이 이번 3권의 핵심이 됩니다.라고 했지만 리뷰에선 많이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측은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도 그럴게 이세계 전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세계로 전이 당하거나 차원의 틈에 끼여 이세계로 끌려 들어간 것도 모자라 낯선 환경에 놓여 천애 고아나 다름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야 되니까요. 그 고통은 얼마나 클지는 가늠할 수가 없죠.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애틋한 마음을 안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발현된 능력을 쓰다 보면 망가지는 건 자신. 능력 발현의 반동으로 기억을 잃고 있을 자리를 잃고, 인간성을 잃고 껍데기만 남아 능력의 그릇이 되어 폭주하고 위험시 되어 배척 당한 끝에 살해당하는 미래밖에 없는 지구인. 1천 년 전 이세계 전이로 이 세계에 도착한 지구인 4명(5명)에 의해 이세계의 문명은 붕괴하였고, 간신히 문명을 재구축한 이세계인에게 지구인들은 제일 먼저 없애야 될 적일 뿐이죠. 그 선봉이 여주 같은 처형인. '아카리'는 지구인이고, 여주는 자신의 본분에 따라 아카리를 죽여야만 합니다.

그런 여행이긴 한데, 보통 이런 여행에 있어서 결국 클리셰가 되는 건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서로의 마음이 통해버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건 처형인이 본분을 잊고 죄수에게 정을 느끼게 되어 보호하게 되는 시추에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이런 행위가 배신이 되고 이단이 되어 이세계는 여주를 죽이려 들죠. 그러고 보니 마법 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내 능력은 시간 회귀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 있는 시간대로 넘어가 상황을 재구축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카리'의 능력은 시간 회귀이고, 그녀에게 있어서 여주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1~2권에서 아카리는 몇 번이나 마마마의 '호무라'처럼 시간 회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투하되었고, 3권에서 회수되며 여주가 아카리를 죽이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아카리가 여주를 살리기 위한 여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 회귀는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었고, 회귀할수록 인과 관계가 틀어져 내가(아카리) 알고 있는 미래와 어긋나는 등, 그로 인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해서 4대 인재 '만마전'의 봉인이 풀린다거나, 사실 2권에서 어떻게 '만마전'의 봉인이 풀려 그녀가 인간계로 나올 수 있었나를 곱씹어 보면 이번 3권에서 아카리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이 부분은 2권에서 언급이 되었는지 지금에서야 기억은 안 납니다만. 여주는 아마도 모르고 있고, 물러나게는 했지만 여전히 인간계에 있는 만마전은 겉모습이 어린 소녀라도 인간성을 잃은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어찌 되어도 좋은 상황이죠. 비단 만마전만이 아니라 나머지 3대 인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그래서 여주에게 빨리 아카리를 죽이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보호하고 세상과 맞설 건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카리는 알고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을 정면으로 비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로 넘어와 치트를 받고 능력을 구사하는데도 몸에 무리가 안 가나? 같은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거든요. 모든 행위에는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걸, 엔터테인먼트에 비유하자면 강철의 연금술사가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등가교환이라고, 불을 때는데도 볼 쏘시개와 발화체가 필요하듯 능력을 쓰는 데 있어서 단순히 마력만이 아닌 무언가, 대포를 쏘는데 포탄도 포탄이지만 추진 화약도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죠. 이 작품에서 댓가는 기억이고 기억이 소실되면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다소 시리어스적인 설정을 잡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건 트리거가 잡아 당겨진 채 고장 난 총알이 가득 찬 총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세계인들은 지구인을 척결 대상으로 보고 있고, 여주는 그런 일을 하고 있죠.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표면적보다는 내면적으로 들어가 보면, 오히려 이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등 피해자는 이세계인들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지구인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사하라(히로인)'의 '나를 처형해 줘'는 3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것도 수도녀라면 궁극의 목표인 처형인으로서 잘나가는 여주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클리셰 범주에 들어가서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처형인으로서 주변의 인정을 받고 있는 여주가 못마땅한,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나는 도달하지 못한 결승점. 현실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저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는데 같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라는 걸 표현한 게 아닐까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력을 통해 저 자리를 꿰찰 것인지 질투에 사로잡혀 눈이 멀 것인지는 본인 행동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카리가 여주에게 보내는 감정은 순애라 할 수 있고, 그동안 리뷰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여주 보좌관인 모모가 이번 3권에서 여주에게 보여주는 감정은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이라 할 수 있었군요. 여주를 위해서라면 방해되는 건 무엇이 되었든 목숨까지 바쳐서 없애려 드는 광기는 솔직히 좀 발암이긴 합니다만. 여주를 위한다는 합리적인 부분도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3권 히로인 사하라가 보여주는 여주에 대한 집착은 결국 언니의 뒤를 쫓아 똑같은 길을 걷고 싶었던 동생의 감정과도 비슷했습니다. 또는 언니만 부모에게 이쁨 받는다는 질투에 언니만 사라지면 내가 이쁨을 받을 텐데 같은 일그러진 애정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그래서 금기된 능력에 손을 대고, 결국 말로는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의 인간 관계는 좀 특이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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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4 - 신벌의 짐승,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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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런 말까진 안 쓰려 했는데 주인공의 머리가 좀 모자라 보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살고 있던 세계가 덮어쓰기 당해서 동일 세계이자 다른 세계 즉, 평행세계로 넘어가게 되었죠. 거기서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 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평행 세계에도 있을 거라 여겨 찾아서 누가 세계를 덮어쓰기 했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를 조사하고 있었는데요. 자, 여기서 생각해 볼 일은 원래 세계는 진짜 원래 세계가 맞나? 원래 세계도 누군가에 의해 덮어쓰기 당한 거 아닐까? 답은 맞다지만 아직까진 주인공은 모른다. 이쪽 평행 세계로 넘어와 악마족, 만신족(엘프), 성령족(슬라임)과 교류하면서 보아온 주인공의 시각에 이들이 정말로 인간족을 멸망 시킬 정도로 호전적으로 비쳤는가? 답은 '아니다'죠. 물론 주인공이 건너 오면서 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불가침조약도 맺고 공통의 적이 생겨서 손을 잡기도 하고 시한을 둔 휴전을 성립 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후 이들 환수족을 뺀 3종족은 주인공 일행에게 상당히 호의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3종족과 평화 협정을 맺고 일시적 휴전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남은 환수족(수인)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환수족은 3종족과 다르게 상당히 호전적으로 특히 환수족을 이끄는 영웅 '라스이에'는 이때까지 주인공이 만난 그 어떤 적보다 강하여 상당히 고전하게 되죠. 근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이세계 즉, 평행 세계의 진실을 '라스이에'에게서 듣게 됩니다. 그동안 주인공이 간과했던 내용들로서 결국 주인공의 원래 세계도 덮어쓰기 당한 세계일 거라는 기정사실이 투하되고, 그 덮어쓰기를 하는 흑막이 존재함을 '라스이에'에게서 듣습니다. 덮어쓰기 하는 흑막은 1권부터 나온 복선이긴 하지만, 이번에 명확하게 드러나는데요. 결국 여기서 진실이 뭐냐면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서 인간족을 뺀 4종족은 피해자라는 소리입니다. 흑막에 의해 자신들의 존재가 말살되고 봉인되었거든요(아래에서 설명). 주인공은 평행 세계에서 다른 종족들을 만나 인간과의 융화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환수족과 더블어 나머지 3종족과 손을 잡고 흑막을 깨 부셔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라스이에'는 인간족을 믿지 못하고 있고, 그 이면엔 주인공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의 세계에서 인간족만 살아남았다는 의미는 영웅 시드에 의해 환수족 포함 4종족은 전멸했다는 뜻이고, 여기까지라면 전쟁에서 패했으니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 영웅 시드가 흑막에 놀아나고 있었다면? 결국 환수족 입장에서는 절망 속에 죽어 갔다는 소리죠. 그걸 뒷받침하듯 주인공은 앞서 이쪽 평행 세계에서 영웅 '시드'라 자처하는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가 가진 인간 우월 이념을 보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주인공은 '라스이에'에게 들은 정보를 취합해 가장 이로운 해답을 도출해야 하잖아요? 누가 진짜 적인지. 그런데 해결할 머리 회전은 고사하고 흑막을 불러내 사태(덮어쓰기)를 해결하려는 '라스이에'를 막아서는 기행을 터트려 버립니다.

물론 라스이에가 너무 호전적이라 막을 시간이 부족했고, 주인공의 머리 회전율은 작가가 이렇게 의도를 했으니까 그럴 수는 있겠죠. 그것으로 인한 흥미도를 이끌어 내고, 적(에너미)이지만 말은 새겨듣자 같은 메시지도 던지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말을 새겨듣지 않은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종족 제6종족과 싸워야 하는, 가스통 들고 용광로에 뛰어드는 형국을 맞이하게 되죠. '라스이에'는 주인공에게 흑막을 처치해서 덮어쓰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고를 분명히 했고, 그 경고를 무시한 댓가는 세계 멸망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영웅 시드만 찾아대고 3종족과 소풍이나 다니며 덮어쓰기를 해결할 의지는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없었던 게 확실하군요. 뭐 '라스이에'는 갑자기 등장하자마자 주인공 일행을 죽이니 마니 하며 주인공과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교섭력과 이해력을 보여주지 않은 시점에서 뭔 변명을 한들....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라스이에'를 만난 시점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집필하면서 이점을 간과한 거 같더군요. 되레 라스이에를 없애야 될 적으로 인식시켜 버립니다. 흑막을 없애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고, 주인공보다도 강한 라스이에를 이때까지 히로인들을 구워삶았듯이 구워삶으면 그보다 든든한 아군도 없을 텐데 왜 이런 설정으로 가는지 모르겠군요. 뭐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런 흐름이 식상하긴 합니다. 이렇게 흘러갔다면 필자는 또 따지고 들었겠죠. 작가 입장에서는 뭐 어떡하라는 심정일 테고요. 그래서 그런지 라스이에의 성격을 상당히 극단적으로 만들어 놨는데요. 흑막을 불러내기 위해 희생을 얼마든지 치를 태세고 그 희생은 유사 세계 덮어쓰기를 단행하여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의 전이를 말하는 것이었고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막아야 되는 사태였죠.

맺으며: 아무튼 세계 덮어쓰기의 전말이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결국 흑막은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이고 인간 포함 5종족(이번에 새로 1개 종족 추가해서 6종족)은 희생양이었을 뿐이라는 게 밝혀졌고요. 거기에 주인공이 시드의 목적을 간과하고, 라스이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계 멸망이라는 테크를 타게 되었습니다. 좀만 빨리 알아차렸다면 어쩌면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야 겨우 알아차리고 고함이나 치는 꼬라지라니... 정작 이걸 해결해야 될 인간 영웅 시드는 흑막에 놀아나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지는군요. 그건 그렇고, 자잘하게 납짝 엘프라느니 히로인들의 만담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원래 인간과 적대 관계였던 엘프녀는 백치미를 동원해 메인 히로인 자리로 치고 올라왔고, 주인공에게 자기(엘프녀) 약점이 될 수 있는 총알을 만들어주는 기행까지 엘프녀를 보고 있으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싫은 게 아니라 꽤나 흥미롭죠. 슬라임 양의 귀여움도 독보적이고요. 이건 진짜 보고 느껴 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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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공간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 인간이 있군요.




자기 생각과 맞지 않다면 논리적으로 설명 할 일이지 원색적인 비난만 한다면 자기 인성이 개차반이라는 걸 알리는 것 밖에 더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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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8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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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능력이 너무나 사기스러워서 밸런스 붕괴를 일으켰고 결국 내용이 너무나 황당하여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되어버린 비운의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의 말 한마디 "죽어" 하나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원령(유령)이든 그게 핵분열의 원자든 심지어 중력까지 죽여버리니 이보다 황당한 능력이 또 있을까 싶은데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표면적이고 진짜는 따로 있죠(아래에서 설명). 그래서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이되면서 능력을 받은 게 아닌, 원래 지구에 있을 때부터 '즉사'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태어날 때부터 '순수한 재앙'으로서 어느 종교에 신(GOD)으로 떠 받들여지던 존재였죠. 인간의 모습이어도 속은 인외의 존재로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다는 듯이 상대를 죽여버리니 지구 측에서 보면 사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유아 때 길을 잃어 종교단체 밖으로 나왔던 때고, 그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결국 주인공은 감옥 같은 지하 시설에 감금당하여만 했죠.

이렇듯 작중 지구는 여느 이세계물처럼 평온한 지구의 모습이 아니라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일족도 있고, 주인공과 비슷한 인외의 존재(유령, 천사등 인외의 것들과 로봇 등등 온갖 것들 다 나옴)등 지구 자체가 이세계라는 듯한 설정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세계스럽다고 개그적인 밝은 모습이 아니라 상당한 오컬트를 자랑하죠. 외전에서 주인공이 기거하는 지하 시설에 끊임없이 잠입하려는 인외의 존재나, 거주구에서도 존재하는 인외의 무엇 등 괴기 공포물의 한 장르를 보는 듯한 게 특징이죠. 그런 분위기의 정점에 있었던 주인공을, 참고로 지구에서 주인공은 핵폭탄 맞은 적도 있나 봅니다. 그런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해서 풀어 놨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이세계 전이에서의 일들이 너무 강렬하여 원래의 이야기가 퇴색되는 바람에 이 작품이 평가절하 당하는 게 아닐까 해서 상당히 안타깝다고 할까요. 그나마 '아사카(주인공에겐 엄마와 같은 존재)'와 메인 히로인 '토모치카'가 있었기에 주인공이 통제되고 있는 것이지, 순수한 재앙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로 접근한다면으로 이 작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8권은 여전히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현자의 돌을 모으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같이 소환되었던 반 친구들은 대부분 사망해버렸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것들도 이제 한두 명만 남고 다 리타이어 되어 갑니다. 참고로 이세계만 오면 어째서 다들 쓰레기가 되는지 주인공 반 친구들도 능력을 얻자마자 거의 다 인성 파탄자가 되어 버렸죠. 1권에서 능력을 받지 못한 주인공 포함(애초에 주인공은 지구 때부터 즉사 능력 보유) 4명을 드래곤 밥으로 남겨두고 도망가 버렸던 것만 봐도. 그러니 이런 작품이 그렇듯 그런 인성 파탄자들이 주인공을 깔보는 건 당연하고 그러다 전부 골로가는 패턴으로 이어졌었습니다. 이제 이런 설정은 식상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사기적이어서 개연성을 부과하려고 이렇게 반 친구들의 성격을 파탄자로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이세계 소환 원흉인 현자들도 그렇고(주인공에 의해 궤멸), 여신도 주인공에게 깝죽거렸다가 두 명 중 하나는 개념이 소실되어 영원한 잠에 들어 가야만 하는 등 이세계 쓰레기 청소에 일등공신이 있다면 바로 주인공이겠죠.

이제 이런 것들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 했더니 본격적으로 인외의 존재들을 투입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이 세상 모든 치트물 주인공을 한대 모아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실험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강해서 판타지의 정석 용사 따윈 지나가는 개만도 못한 취급이었고, 사랑과 정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마법 소녀도 나왔고, 마블에서 나올법한 영웅들 같은 능력자들이 엄청 나오죠(물론 진짜 마블 영웅들이 나온다는 건 아님). 이번에도 이젠 범우주적으로 놀고 있는 살인귀와 해적들, 우주를 몇 개나 품고 있는 인외등 정신이 아찔해질만한 존재들이 등장하죠. 그래서 적정선이라는 브레이크는 없고, 때론 주인공에 의해, 때론 지들 마음대로 능력을 휘두르다 지들끼리 싸우며 등장하자마자 골로 가는 등 마치 항아리에 여러 독충들을 넣어놓고 싸우라는 것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죠. 여신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인공에게 리타이어 되고 그러자 여신에 의해 봉인되었던 존재들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자신들을 통제하던 여신이 죽자 사도들까지 이 세상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날뛰면서 이세계는 멸망이라는 테크를 타버리는 게 이번 8권의 이야기입니다. 그 중심에 주인공이 있는 건 덤.

맺으며: 위에서 조금 언급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능력은 수동과 자동 겸용입니다. 그래서 더 괴랄 한데, 자동일 때는 보통 상대가 보내는 살의에 반응할 때이고 그 즉시 즉사 능력이 발동되어 상대는 어디에 있든 반드시 죽고 말죠. 그게 초상적이든 추상적이든 가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지독하다고 할까요. 지구에서 주인공의 능력을 너무나 두려워해 어느 나라에서 핵을 주인공에게 날렸지만 주인공은 원자 자체를 소멸 시킴으로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죠. 이렇듯 너무나 사기적이어서 밸런스 붕괴를 일으키지만,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능력에 중점을 두면 안 되고 그에 부산 되는 이야기들, 가령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실험적인 이야기들에 주목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능력이라도 틈은 있기 마련이고, 이걸 찾기 위한 악당들의 노력을 볼 수 있죠. 물론 살의를 비추지 않으면 친구도 될 수 있지만 사람이라는 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끌어안고 자라면 못 자잖아요?

사실 오컬트적인 분위기라고는 했지만 이세계로 넘어가면서 개그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상식을 벗어난 언행을 하면 히로인(토모치카)이 바로잡아주는 태클은 볼만한데요. 이번에 현자의 돌이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거쳐 인간의 아기로 변해가자 기겁하며 쉭쉭~ 저리 가라는 듯 손짓하며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주인공 보고 다 하라는 장면들은 꽤나 웃겨 줍니다. 그런 히로인을 보고 있으면 보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주인공)와 같이 있다는 것, 조그마한 살의만으로도 주인공의 능력이 자동 발동해서 바로 상대는 즉사해버리는 상황임에도 같이 붙어 다니는 그녀의 강심장(이라기보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지만)은, 어쩌면 주인공을 인간으로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아사카와 더블어 주인공의 개념(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자 곧 주인공의 약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언제나 같이 붙어 다니고 주인공은 자신만이 아닌 그녀에게 보내지는 살의에도 반응해 상대를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걸 보고 이골이 났는지 만담으로 이어내는 히로인도 대단하다는 걸 느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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