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8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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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능력이 너무나 사기스러워서 밸런스 붕괴를 일으켰고 결국 내용이 너무나 황당하여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되어버린 비운의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의 말 한마디 "죽어" 하나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원령(유령)이든 그게 핵분열의 원자든 심지어 중력까지 죽여버리니 이보다 황당한 능력이 또 있을까 싶은데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표면적이고 진짜는 따로 있죠(아래에서 설명). 그래서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이되면서 능력을 받은 게 아닌, 원래 지구에 있을 때부터 '즉사'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태어날 때부터 '순수한 재앙'으로서 어느 종교에 신(GOD)으로 떠 받들여지던 존재였죠. 인간의 모습이어도 속은 인외의 존재로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다는 듯이 상대를 죽여버리니 지구 측에서 보면 사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유아 때 길을 잃어 종교단체 밖으로 나왔던 때고, 그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결국 주인공은 감옥 같은 지하 시설에 감금당하여만 했죠.

이렇듯 작중 지구는 여느 이세계물처럼 평온한 지구의 모습이 아니라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일족도 있고, 주인공과 비슷한 인외의 존재(유령, 천사등 인외의 것들과 로봇 등등 온갖 것들 다 나옴)등 지구 자체가 이세계라는 듯한 설정을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세계스럽다고 개그적인 밝은 모습이 아니라 상당한 오컬트를 자랑하죠. 외전에서 주인공이 기거하는 지하 시설에 끊임없이 잠입하려는 인외의 존재나, 거주구에서도 존재하는 인외의 무엇 등 괴기 공포물의 한 장르를 보는 듯한 게 특징이죠. 그런 분위기의 정점에 있었던 주인공을, 참고로 지구에서 주인공은 핵폭탄 맞은 적도 있나 봅니다. 그런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해서 풀어 놨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이세계 전이에서의 일들이 너무 강렬하여 원래의 이야기가 퇴색되는 바람에 이 작품이 평가절하 당하는 게 아닐까 해서 상당히 안타깝다고 할까요. 그나마 '아사카(주인공에겐 엄마와 같은 존재)'와 메인 히로인 '토모치카'가 있었기에 주인공이 통제되고 있는 것이지, 순수한 재앙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로 접근한다면으로 이 작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8권은 여전히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현자의 돌을 모으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같이 소환되었던 반 친구들은 대부분 사망해버렸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것들도 이제 한두 명만 남고 다 리타이어 되어 갑니다. 참고로 이세계만 오면 어째서 다들 쓰레기가 되는지 주인공 반 친구들도 능력을 얻자마자 거의 다 인성 파탄자가 되어 버렸죠. 1권에서 능력을 받지 못한 주인공 포함(애초에 주인공은 지구 때부터 즉사 능력 보유) 4명을 드래곤 밥으로 남겨두고 도망가 버렸던 것만 봐도. 그러니 이런 작품이 그렇듯 그런 인성 파탄자들이 주인공을 깔보는 건 당연하고 그러다 전부 골로가는 패턴으로 이어졌었습니다. 이제 이런 설정은 식상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사기적이어서 개연성을 부과하려고 이렇게 반 친구들의 성격을 파탄자로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이세계 소환 원흉인 현자들도 그렇고(주인공에 의해 궤멸), 여신도 주인공에게 깝죽거렸다가 두 명 중 하나는 개념이 소실되어 영원한 잠에 들어 가야만 하는 등 이세계 쓰레기 청소에 일등공신이 있다면 바로 주인공이겠죠.

이제 이런 것들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 했더니 본격적으로 인외의 존재들을 투입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이 세상 모든 치트물 주인공을 한대 모아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실험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그 외의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강해서 판타지의 정석 용사 따윈 지나가는 개만도 못한 취급이었고, 사랑과 정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마법 소녀도 나왔고, 마블에서 나올법한 영웅들 같은 능력자들이 엄청 나오죠(물론 진짜 마블 영웅들이 나온다는 건 아님). 이번에도 이젠 범우주적으로 놀고 있는 살인귀와 해적들, 우주를 몇 개나 품고 있는 인외등 정신이 아찔해질만한 존재들이 등장하죠. 그래서 적정선이라는 브레이크는 없고, 때론 주인공에 의해, 때론 지들 마음대로 능력을 휘두르다 지들끼리 싸우며 등장하자마자 골로 가는 등 마치 항아리에 여러 독충들을 넣어놓고 싸우라는 것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죠. 여신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인공에게 리타이어 되고 그러자 여신에 의해 봉인되었던 존재들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자신들을 통제하던 여신이 죽자 사도들까지 이 세상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날뛰면서 이세계는 멸망이라는 테크를 타버리는 게 이번 8권의 이야기입니다. 그 중심에 주인공이 있는 건 덤.

맺으며: 위에서 조금 언급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능력은 수동과 자동 겸용입니다. 그래서 더 괴랄 한데, 자동일 때는 보통 상대가 보내는 살의에 반응할 때이고 그 즉시 즉사 능력이 발동되어 상대는 어디에 있든 반드시 죽고 말죠. 그게 초상적이든 추상적이든 가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지독하다고 할까요. 지구에서 주인공의 능력을 너무나 두려워해 어느 나라에서 핵을 주인공에게 날렸지만 주인공은 원자 자체를 소멸 시킴으로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죠. 이렇듯 너무나 사기적이어서 밸런스 붕괴를 일으키지만,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능력에 중점을 두면 안 되고 그에 부산 되는 이야기들, 가령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실험적인 이야기들에 주목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능력이라도 틈은 있기 마련이고, 이걸 찾기 위한 악당들의 노력을 볼 수 있죠. 물론 살의를 비추지 않으면 친구도 될 수 있지만 사람이라는 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끌어안고 자라면 못 자잖아요?

사실 오컬트적인 분위기라고는 했지만 이세계로 넘어가면서 개그적인 부분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상식을 벗어난 언행을 하면 히로인(토모치카)이 바로잡아주는 태클은 볼만한데요. 이번에 현자의 돌이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거쳐 인간의 아기로 변해가자 기겁하며 쉭쉭~ 저리 가라는 듯 손짓하며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주인공 보고 다 하라는 장면들은 꽤나 웃겨 줍니다. 그런 히로인을 보고 있으면 보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주인공)와 같이 있다는 것, 조그마한 살의만으로도 주인공의 능력이 자동 발동해서 바로 상대는 즉사해버리는 상황임에도 같이 붙어 다니는 그녀의 강심장(이라기보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지만)은, 어쩌면 주인공을 인간으로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아사카와 더블어 주인공의 개념(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자 곧 주인공의 약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언제나 같이 붙어 다니고 주인공은 자신만이 아닌 그녀에게 보내지는 살의에도 반응해 상대를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걸 보고 이골이 났는지 만담으로 이어내는 히로인도 대단하다는 걸 느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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