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1 - L Books
CHIROLU 지음, 트뤼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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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세계물이 아닌 정통 판타지물입니다. 마물과 마족과 마왕이 나오고 모험가가 나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데일(남, 18세)도 모험가 입니다. 그는 왕도와 종교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복선이 되기도 한다는 걸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퀘스트로 개구리를 잡고 돌아오던 길 어느 숲에서 어떤 소녀를 만납니다.

 

'라티나'는 마인족의 소녀로서 일족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와 숲 속을 전전하다 남자가 죽은 후, 물고기를 굽고 있던 어느 인간(남자) 모험가 '데일'을 만났습니다. 사실 라티나는 인간보다 그가 들고 있던 물고기 구이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소녀는 먹을 것에 낚여 데일과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왔습니다. 여관+식당+정보 제공처를 겸하는 춤추는 범고양이라는 데일의 거처이기도 한 이곳에서 갑자기 어린애를 들고 온 주인공 때문에 난리가 나는등 소소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이라며 라티나를 알뜰히 보살피는 데일은 딸 바보가 되어가고 마음씨 좋은 식당 주인 부부의 관심 속에서 발견 당시 뼈 밖에 없었던 그녀(8살이라함)는 날이 지날수록 살이 오르는등 무럭무럭 자라고 식당 모험가 손님과 마을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차츰 시야를 넓혀 갑니다. 딱히 마인족과 인간은 앙숙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식당 사람들과 친구들은 그녀가 마인족인줄 알면서도 살갑게 대해줍니다.

 

여담으로 라티나와 데일이 만나는 대목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질만한데요. 숲 속에서 잠깐 휴식 중인 데일의 주위에 마침 라티나가 있었다라는 우연치고는 너무 빤한 거 아니냐고 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작품은 히로인이 뭔가에 쫓기거나 휴식 중인 주인공에게 다가간다거나 하는 만남으로부터 시작하니까 딱히 꼬리 물고 들어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거기다 라티나에겐 어떤 능력이 있어서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개연성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여튼 그렇게 데일을 만나 춤추는 범고양이에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출장을 나간 데일을 기다리기도 하고, 사장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요리를 배운다거나 그 사장님이 해주는 요리에 심취한다거나 꽤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는 틈틈이 여러가지 가르침을 받게 된 라티나는 배우는 게 상당히 빠르고 배려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러 가지 복선이 투하되는데요.

 

여러 복선중에 이런 화제는 싫다는 것처럼 능숙하게 말을 돌리기도 하고, 세상물정에 어둡고, 엄한 곳에서 상식이 결여 되어 있는등, 그러면서 완고한면이 있고 가끔씩 어린애 답지 않은 언동과 그 나이대에서는 비교적 나오지 않을 행동은 단순히 애가 총명해서 그렇다기보다 어떤 이유로 인해 갇혀지낸 어른이 아이로 변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써놓고보니 타이틀이 엄청 많군요.

 

그렇게 라티나는 춤추는 범고양이에서 지내며 자신을 받아준 이들에게서 일족에게 버려진 충격과 혼자 지내왔던 외로움을 치유하면서 차츰 굉장히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 합니다. 처음엔 또 버려질까 안절부절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던 소녀, 올곧으면서도 눈물이 많았던 소녀는 주변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 갑니다. 사실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 입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배려심이 깊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는 등, 출장 나간 데일을 기다리며 침울해하면서도 애써 어른인척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하고 여느 아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징적입니다.

 

데일을 따라 인간의 도시에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친구들를 만들고 가을엔 학교에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버림받은 자신을 타산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준 춤추는 범고양이의 부부와 모험가들에게서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다고 여긴 순간 라티나에게 시련이 닥쳐 옵니다. 그 시련은 뜻하지 않게 학교라는 공간에서 터집니다. 마인족에게 당한 울분을 자신에게 토하는 선생에게서 라티나는 인간족과 마인족은 같은 시간대를 걸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데요. 여담으로 그 선생은 내 딸을 겉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 당했습니다.

 

이건 예전부터 필자가 언급했었던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과 장대한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은 서로 이어질 수 없는 관계다.라고 했던 게 여기에서도 발현됩니다. 압도적으로 오래 사는 마인족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수명 차이에서 모두가 떠난 뒤에도 홀로 남겨질까 두려움에 떠는 라티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이런 라티나를 보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맺으며

 

라티나는 귀엽다.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필자는 귀여움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작품을 구입했습니다. 사실 240여 페이지에 9800원(할인받으면 8천원대)은 궁금증 해소라고 해도 모험을 하기엔 상당한 무리를 강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양손으로 V를 그릴만큼 만족스러웠지만요. 그만큼 라티나 모에가 살아 있습니다. 아이같지 않은 언동에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였지만 표면적으로는 귀엽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 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분량이 들어가 있지 않는 게 흥미롭기도 합니다. 다만 복선을 너무 깔아 버려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습니다. 개중엔 상당히 노골적인 복선도 있어서 오히려 뒷일이 예상되기도 하였다는 게 옥에 티랄까요. 가끔 폭주하는 데일도 눈살이 좀 찌푸러지기도 하였군요. 외에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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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공간 1
아오키 우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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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재혼으로 형제(자매, 남매 이하 형제)가 생겼다는 설정은 사실 가족물에서 흔히 쓰이는 클리셰에 속합니다. 간혹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의 만남은 훈훈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호러물이 되기도 하였었죠. 이 작품도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아카세가와 나오야'는 엄마 따라 아버지가 되는 사람의 집에 들어왔더니 '나카노세 아마네'라고하는 나만한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철이 들 때부터 같이 자라온 남매들이라면 살아오면서 유대를 형성하여 스스럼없이 대한다거나 원수지간이 된다거나 한다지만 이미 철이 들 대로 들었고 2~3년만 더 지나면 성인이 되는 고등학생들이 남매가 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부모의 결혼에는 딱히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서로가 바랐던 건 이상적인 남매상,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 되어 있었다랄까요.

 

필자는 '미열공간'이라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접할 때 오는 약간의 흥분에서 묻어나는 열기, 그리고 두근거림, 필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이제 한 식구가 되었으니 이상적인 남매상은 차지하고, 남매는 서먹한 관계에서 오는 견제가 아닌 조금식 상대방을 알아 가는 것부터 시작 합니다.

 

첫번째가 '아마네'는 자기가 3일 먼저 태어났다고 '나오야'더러 누나라고 부르라며 먼저 포문을 엽니다. 이것을 배려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만... 그녀 나름대로 분위기를 녹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나오야가 누나라고 부르자 환해지는 그녀의 얼굴은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녀는 3일 먼저 태어났다지만 가장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빠릅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나오야를 타인의 남자가 아닌 동생으로서 인식 해나가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감정을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남매가 되었으니 언제까지고 성(1)으로 상대방을 부를 수 없어 이름을 입에 올리지만 망설임의 연속이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서로가 조금식 앞으로 발을 내딛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게 풋풋한 과일처럼 쌍둥이라도 먼저 태어난 쪽이 위라고 했으니(이 부분은 언급 안됨)  3일차라고해도 엄연한 누나라고 설파하는 아마네가 상당히 귀엽다는 것이군요. 어딘가 프리즌 상태였던 분위기가 녹아 갑니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제대로 사과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조금식 밝혀가면서 서로의 성격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친딸을 바라보듯, 언젠가 엄마라고 불러 달라는 새엄마의 말에 자신의 안일함을 깨달은 아마네, 그런 아마네를 바라보는 나오야를 협박(?) 하는 아버지, 그날 밤 자신의 방에서 나오야의 이름을 부르며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마네의 모습에서 가족의 울타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투덜 거리면서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려는 아마네의 성격을 접해가면서 나오야는 조금식 그녀를 누나로써 인정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기어이 누나의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아마네의 성격을 굳이 꼬집거나 대들지 않고 맞춰 주려는 나오야의 성격은 흔히 인기 있는 주인공 범주에 들어 가지 않나 합니다. 배려해주는 남자는 인기가 많죠. 킁킁 거리며 플래그 세우는 듯한 장면도 이어지지만 이 작품은 좀 백합 분위기도 흘러나와서 둘의 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후반부를 보고 있자니 미열의 뜻이 연애에서 오는 미열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당히 풋풋 합니다. 특히 아마네가 부끄럼을 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상당히 귀여웠습니다. 필자는 서로가 견제하거나 틱틱거리거나 완전 북극 저리가라 할 정도로 눈보라가 일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그야 다 큰 애들이 갑자기 남매가 되었으니 서먹함을 넘어서겠죠. 성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고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타인과 한 집안에서 산다는 건 보통 큰일이 아닐테니까요. 그럼으로써 서로가 배려와 존중을 통해서 화해를 이끌어 내고 진정으로 남매, 나아가 가족으로서 정립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클리셰중 클리셰겠지만요. 그전에 작가의 성향을 보면 이런 전개는 애초부터 무리였지만요.

 

마지막으로 아오키 우메 작가 특유의 작화가 상당히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당황스러운 장면에서 2등신이 되는 캐릭터가 묘하게 귀엽군요.

 

 

  1. 1, 일본은 가족이나 연인(최하 친구)가 아니면 상대방을 보통 이름보다 성으로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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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마츠리 2
오타케 마사오 지음, 이기선 옮김 / 길찾기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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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니마츠리의 어원(?)을 좀 찾아 봤습니다. 이전에 1권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분석했던 건 완전 꽝이었군요. 히니마츠리는 매년 3월 3일에 여자아이들의 행복을 빌며 빨간 천으로 장식한 제단에 인형이나 여러 음식으로 올려 장식하는 축제(출처: 네이버 지식백과)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하고 뭔 상관이 있을까... 필자는 모르겠지만 이번 2권을 읽으면서 뭔가 어렴풋이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지만 아직 명확하게 와 닿지는 않는군요. 이건 좀 더 두고봐야 할듯...

 

여튼 닛타에게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있는 히나와 겨루기 위해 안즈라는 여자애가 찾아 왔습니다. 안즈도 염동력을 쓰나 봅니다. 미래에서 왔는지는 모르겠군요. 터미네이터처럼 홀딱 벗고 와서는 폭주족을 쓸어 버리고 특공복을 빼앗아 입고 히나를 찾아다니다 상가에서 무전 취식하며 세상의 쓴맛을 보다가 결국 히나를 찾긴 찾았는데 압도적인 실력차로 안즈 패배, 돌아간다고 해놓고 기기 고장으로 원래의 세계로는 못 돌아가고 안즈는 노숙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밝혀진 건 히나는 조직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그냥 놔두면 지구를 멸망 시킬지도 모를 이 어마 무시한 소녀를 버리다니 대체 어떤 조직인지... 그런 히나를 길들이기 시작하는 닛타는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차하면 연어알로 꼬셔서 말 잘 듣게 만들지만 이번엔 칭찬거리를 찾지 못해 그냥 냉장고에 넣어놨던 연어알이 상해 버렸는데 이걸 주섬주섬 주워 먹은 히나는 식중독에 걸려 버립니다.

 

원래의 세계로는 못 돌아가게 된 안즈는 자존심 때문에 닛타에게 기대지 못하고 살기 위해 동료 노숙자의 어드바이스로 빈캔을 주워다 팔기 시작합니다. 닛타가 그런 자신이 안쓰러워 돈 준다고 했는데 거절했다가 현실을 깨닫고 다시 받곤 고맙다고 머리 숙이는 부분은 이거 개그 만화 맞나 싶은 게... 그리고 히나는 안즈를 핑계를 대는 닛타에게 버려질까 평소엔 하지 않던 집안 청소하다 비싼 항아리 깨어먹고 결국 쫓겨나버렸습니다.

 

결국 히나도 오갈 데 없어져서 노숙자의 길로 들어섭니다. 안즈에게 빌붙어 지내지만 그동안 닛타 옆구리를 찔러서 놀고먹는 그 성격이 어디 가겠습니까.라며 3일 만에 안즈에게서도 쫓겨나버린 히나, 그런 와중에도 착실하게 노숙자 생활을 만끽하는 안즈는 눈물겹습니다. 보통 이런 대목에서는 주인공(?)이 됐으니까 그만하고 내가 먹여줄게 하며 데려가는 게 순리이건만 방치 플레이, 결국 완전히 잊혀지게 되는 안즈는 그야말로 안습이 됩니다. 죄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처서 누구 하나 발을 앞으로 내딛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의 포인트가 무엇이냐면 타인이라도 동고동락하며 부대끼고 살던 사람이 의례 거기에 있겠지 하며 했던 존재가 그 자리에 없게 되었을 때 어딘가 뻥 뚫린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느새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존재가 부재일 때의 쓸쓸함? 결혼은 고사하고 야쿠자의 길에서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리 없을 닛타는 히나가 없어져 기뻐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아닌척하며 은근히 히나의 뒤를 밟는다거나 상가에서 히나의 자취를 느껴 가면서 욱하는 성격에 나가라고는 했지만 결국 아닌척하며 받아주는 닛타에게서 땃땃한 인정이 느껴졌습니다.

 

히나도 그동안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깨진 항아리와 비슷한 걸 구해다 닛타에게 주며 사과하는 모습은 어딘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라고 해도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던지라, 히나가 성장할있었던 건 닛타의 집이 그리웠던 게 더 컸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싸구려 항아리 내미는 히나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군요. 그런데 이런 히나의 뒤치다꺼리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히토미, 히나 옆자리라는 이유로 히나를 돌봐줬던 게 날로 번성하여 이젠 학생회 서기 대리로 들어갔습니다. 원래 히나가 해야 될 일을...

 

개그로 포장한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잘도 풀어냈군요. 아무렇지 않게 노숙자 생활을 해내는 안즈에서 이건 개그가 아니라고 자학하게 하는군요. 어디에 내 놔도 잘 살아갈 거 같은 히나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원래대로 돌아 갈려는 모습에서는 집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걸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른다(히나)와 아이를 길러본 적 없는 야쿠자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고, 서로의 정에 이끌려 가는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입니다. 하지만 히나는 타산적으로 사는 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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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모험가 2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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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볼트 리더를 쓰러트린 주인공 '이그니스'는 레벨 4가 되었습니다. 보통의 모험가가 레벨 3에서 은퇴하는 것에 비춰볼 때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되었는데요.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에 들어선지도 어언 10년,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이그니스는 이제 슬슬 은퇴할까 했습니다. 하지만 노예로 팔려가던 실비아와 계약을 이루고 길드 접수원인 마르시아와도 계약을 이루면서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결실을 맺은 그는 모험가로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여행을 준비합니다.

 

모험가인 이그니스에게 있어서 출발의 마을이나 같은 테레시아를 뒤로합니다. 마치 레벨업 하면 당연히 여행을 떠나야 된다는 것처럼, 느즈막에 모험가로서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된 이그니스는 10년이나 동고동락했던 마을 사람들과 쓸쓸하고 호쾌한 이별을 나누고 예전부터 왕도에서 인연을 맺었던 알프 파티이야기했던 광산 마을 리스턴부르그로 향합니다. 이때 마르시아는 수입이 안정적인 길드 접수원을 그만두고 고생길이 훤한 모험가(레벨 1)가 되어 이그니스의 동료로 파티에 참여 하면서 이제야 주인공에게 정식 파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리스턴부르그에 도착한 이그니스 파티에게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신입 환영회라고 해야 할지 마르시아에게 홀딱 반한 호인족(호랑이) 남정네가 찝쩍거리는 등 다사다난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광석을 캐는 던전에서 새로운 마물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여왕(몹)을 쓰러트리기 위해 대규모 원정이 꾸려지는 등 판타지에 걸맞은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생과 사를 느끼며 살아 있는 것에 축복을, 죽은 자에게 기도를 같은 조금은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왕도부터 몇 달이나 알고 지내오던 알프 파티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리스턴부르그에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였습니다. 새로운 마을에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처럼 나이를 헛먹은 게 아니라는 것처럼 겸손을 보이는 이그니스, 전투에 있어서도 갑자기 손에 넣은 힘을 과시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런 모든 것이 판타지의 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은 자에게 예를 표하고, 모두와 협조를 이뤄내는 주인공 이그니스에게서 모험가로서 관록이 보였습니다.

 

흔히 이고깽이라는 요소는 이 작품에는 없습니다. 이그니스가 손에 넣은 정령의 힘은 만능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향해주는 정령의 힘은 쓰고 나면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는, 쓰고 나면 틈이 보여버리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얼핏 여왕(몹)과의 처절한 전투에서 빛을 볼 거 같았던 그 힘은 공략집단이 붕괴할뻔하였던 최후의 순간에 돌파구로만 작용했을 뿐입니다. 이 정도로만 놓고 봐도 먼치킨이 아닐까도 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쓸 수 없었으니 절대 먼치킨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진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드워프와 술독에 빠져 보기도 하고, 젊은 호인족에게 마르시아를 내놓으라며 시비를 받기도 하고 그러다 친구가 되는, 한때 같은 모험가로서 우정을 나눴던 친구와 이별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쌓았다고 여겼던 알프 파티와도 시원스러울 만큼 이별을 하였고, 리스턴부르그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만남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그니스는 다시 여행을 꿈꿉니다. 하지만 이것은 쓸쓸한 여행이 아닌 그의 곁에는 언제나 실비아와 마르시아가 함께라서 쓸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시 돌리자면, 기승전결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우선 마르시아와의 관계를 질질 끌지 않고 그날 밤 바로 속전속결로 일(?)을 치러 버리는군요. 일단 노예 신분으로서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실비아는 그런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랫동안 노예로 살아와서 그런지 표현이 서툰 그녀는 말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인간의 온기를 찾아 이그니스의 품을 한없이 파고듭니다. 하지만 흑기사의 몸통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그녀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런 만남이 오래갈 수 있을까 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실비아와 마르시아는 장수하는 엘프라는 것, 이그니스가 10년 전 처음으로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을 때 마르시아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과연 이들은 지금과 같이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뭐 이건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요. 여튼 갑작스러운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면서 가슴 아려오는 장면이 간간이 숨어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실비아와 마르시아가 이런 점을 느끼고 고민하는 장면을 넣어 줬더라면 좀 더 애잔했을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이제 와 이런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필력은 그다지 좋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고깽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처음 몇 장 넘기고 바로 도서를 덮을 만큼 잔잔한 일상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고깽에 지친 독자라면 괜찮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진짜 판타지라며 반길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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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3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한신남 옮김, 카타기리 히나타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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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슈타인의 대군을 물리치고 왕도로 개선하던 티글과 에렌은 가늘롱의 부하 글레어스트가 이끄는 1만의 오합지졸에게 기습을 당해 훈련받은 3만이라는 대군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와해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기습이고 독공격이라지만 1만이 넘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면서 패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더욱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혼전 속에서 티글과 에렌은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고, 남부 무오지넬은 또다시 15만의 대군을 이끌고 침공을 시작하여 항구도시를 차례대로 공략하면서 브륀은 2년전 내란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전란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13권은 꽤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여느 작품은 10권이 넘어갈수록 늘어지거나 다소 숨 고르기를 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에 이 작품은 끊임없이 일들을 벌여 두어서 나중에 어떻게 맞춰 갈려는지 오히려 걱정이들 정도군요. 여튼 우선 에렌의 실종을 언급해보자면, 그녀는 글레어스트가 이끄는 군대에 맞서 부하들의 후퇴를 돕고자 적진으로 뛰어들었다가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2년 전부터 에렌에게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내왔던 글레어스트는 그녀를 붙잡은 것을 공표하지 않고 그동안의 욕망에 따라 할짝할짝 거리며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중세 시대 판타지를 주제로 하고 있습죠. 이런 시대에 여자에 대한 처우가 어떤지는 조금만 관련 지식이 있다면 대부분 아시리라 봅니다. 바나디스 힘을 봉인 당한체 글레어스트의 손아귀에 떨어진 에렌의 신변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쯤 에렌과 마찬가지로 행방불명 처리되었던 티글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에렌을 가둔 막사에는 그 누구도 접근이 허락되어 있지 않았고, 그녀를 구출한다고 해도 기력이 다했을 그녀를 업고 어떻게 전장을 빠져나와야 될지도 문제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로는 그동안 간간이 나왔던 마물의 최종 목적으로 '밤과 죽음의 여신 티르 나 파'의 지상으로 현현이 언급되었다는 것이군요. 몇 권인지는 까먹었지만 '티르 나 파'는 예전 티타의 몸을 빌려 현세에 잠깐 얼굴을 비춰서 티글과 대면한 적이 있습니다. 마물에 의해 티글이 가지고 있는 검은 활과 연관이 있다는게 조금 더 밝혀지고, 티글을 이용하여 티르 나 파를 현현 시키려고 하는 거 같지만 지금은 티글이나 다른 바나디스는 이것을 모른다고 밝혀 졌습니다. 이 떡밥으로 유추하자면 최종적으로 마물의 오랜 숙적인 바나디스가 티글과 힘을 합쳐 마물이 저지르려는 일들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세번째 이야기로는 드디어 티글의 왕위 승계입니다. 이건 바나디스 전설이라는 떡밥에 기인하기도 하는데요.(1) 자신은 그렇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대외적으로 명실공히 실력을 인정받은 티글을 브륀의 왕으로 앉혀서 정세를 안정 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덩달아 하렘의 구도도 정립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왕녀 레긴을 본처로 하고 바나디스(일곱 전원은 아니더라도, 에렌+류드밀라) 그리고 티타가 애첩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렇게 밖에 길이 없을 것이다라는 복선이 깔려 버려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네번째로는 발렌티나입니다. 지스터트의 일곱 바나디스중 한 명으로 그녀는 왕의 명령으로 전쟁터로 변한 브륀을 돕고자 티글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의는 보이지 않은 채, 적은 병력으로 브륀을 농락하며 얻을 수 있는 건 얻고, 발을 담그는 척만 하는 책사 기질을 가졌는데요. 이전부터 가늘롱과 내통하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라는 복선을 깔아 왔지만 지금은 딱히 브륀을, 티글을 곤경에 처할 마음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글레어스트와 싸우면서 그녀가 추구하는 이상이 드러나면서 티글에게는 결국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라고 해도 작가가 17권으로 완결 시킨다 했고, 지금 15권까지 나온 시점에서 떡밥만 풀어 놓고 회수는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티글과 에렌이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이 드디어 발현되었다는 것이군요. 에렌을 탈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때 류드밀라가 합세하면서 솟아날 구멍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티글 앞에서 능욕해주겠다며 마지노선만 남겨 놓은 채, 능욕을 일삼던 글레어스트는 날이 갈수록 자제심을 잃어가고 있었고, 티글도 그 생각에 자제심을 잃어가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류드밀라가 아니었다면 자폭을 했을 만큼 티글은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었지만 그것은 동료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서 품고 있는 사모하는 마음이었기에, 이 마음은 방금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티글은 에렌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었고, 에렌도 4권쯤부터던가 티글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때문에 표면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 했는데요. 백작이라도 영지를 가진 귀족 티글과 공녀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평민이나 다름없는 에렌, 애초에 귀족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이 맺어진다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티글은 브륀을 포함하여 주변국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 반열이고 왕녀 레긴 또한 반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티글을 선택할 만큼(필자 예상) 티글은 평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하지만 댐에 가로막힌 강물은 방수(放水) 하지 않으면 언젠가 넘치기 마련입니다. 신분의 차이가 뭐 대수인가, 글레어스트에게 구출되고도 PTSD에 괴로워하는 에렌은 자학으로 그 끔찍했던 흔적을 지우려는 듯 밤마다 술에 절어 있기를 반복하였고, 티글은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본심을 내비치며 그 흔적을 지워 주겠다고 합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귀족과 평민이 맺어진다는 건 귀족계에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후첩이나 애첩이라면 몰라도, 지금 티글은 엘리트로서 약속된 길을, 경우에 따라 왕이 될 수도 있는 길을 마다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리기로 합니다. 남자라면 당연히 이래야죠. 뜸 들이지 않고 기승전결로 후딱 거사(?)를 치러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13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티글과 에렌이 맺어질 수 있게 하려는 개연성 부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녀 연애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렘은 형성하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눈길 주지 않고 오로지 에렌만 바라보며 그녀에게 연심을 품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였고 그녀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이럴 때 질질 끌지 않고 할 땐 하자며 밀어줘버리는, 초반과 후반은 이런 마음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이때까지 어느 에피소드보다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뀌고 나서 일취월장하는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작가도 어느 정도 기대에 찬 모습이고요. 여튼 회수하는 떡밥보다 풀어버리는 떡밥이 많아서 조금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는지라 이번 에피소드는 몰입감이 상당했습니다. 이세계물에 찌들어서 좀 신선한 작품을 찾는다면 이 작품도 괜찮을 듯하군요. 

 

 

  1. 1, 검은 활을 가진자와 일곱 바나디스의 전설, 검은 활을 가진자가 일곱명의 여자와 같이 나라의 위기(아니 창건 했다던가)를 구하고 일곱의 여자에게 용기(用器)를 주어 바나디스에 임명하고 자신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자세한건 생각 안나지만 대충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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