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가 된 너는 영원한 사랑을 시작한다 1 - Extreme Novel
노무라 미즈키 지음, 타케오카 미호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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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노무라 미즈키 작가의 신작입니다. 필자는 잘 알지 못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서 놀라기도 하였군요. 그러나 미숙한 필자는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성에 대해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조금만 더 발을 넓혔더라면 이 작품의 평가는 달라졌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여튼 주인공 우타야는 하굣길 뒷골목에서 연쇄 살인마 칼에 맞아 죽어가게 되었고 그때 시즈쿠라는 어떤 여자애에게서 불사의 몸을 부여받게 되는데요. 우타야는 죽을 만큼 농구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니 이 사건으로 좋아하는 농구를 그만두고 전학을 가야만 했는데요. 요컨대 흡혈귀라는 치트키를 얻게 되면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던 기쁨이 월등한 신체능력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었던 것, 이것이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월등한 신체능력과 불사의 몸을 얻었다고 해서 절대적인 기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역설하고 있는데요.

 

되고 싶어서 흡혈귀가 된 것도 아니고, 싫어서 농구를 그만두게 된 것도 아닌 우타야는 취미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열심히 일하여 벌은 돈으로 도달했을 때의 기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것이죠. 그만큼 우타야에게 농구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년 위 히로인 아야네를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찾아오는데요. 연극부에 소속된 아야네의 손에 이끌려 연극을 시작하게 된 우타야는 농구를 하면서 느꼈던 희열을 연극에서 찾아가고 아야네를 통해 흡혈귀로서의 존재를 재정립하는 등 흡혈귀가 되고 나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흡혈귀가 나온다고 해서 딱히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우타야는 '사실 나는'이라는 만화나 지금은 생각 안 나는 어떤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듯이 대낮에도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십자가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흡혈귀가 되어서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변화된 몸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취미를 잃어버린 주인공 우타야가 길을 잃어버리고 고뇌에 찬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아야네를 만나 도저히 열리지 않을 거 같았던 뚜껑이 그녀의 도움으로 열리게 되고 이끌어준 손을 붙잡아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 전체적으로 보면 아야네가 우타야를 향한 순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키(170이 넘음)를 비난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주인공에 호감을 느껴가게 되고 그의 고뇌를 조금식 알아가며 손을 내밀어 주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다소 허왕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것이 픽션의 묘미이기도 하죠. 이것으로 현실에서 구원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튼 이것 말고도 세계 멸망이라는 복선도 다수 존재하고 우타야 주변을 맴돌고 있는 시즈쿠에 관련한 떡밥이라던지 뒤로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자세히 찾지 않으면 모르는 게 대부분이지만요. 그리고 연극부에서의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트러블에 휩쓸려 학교 전체에 의도치 않게 소문이 퍼진다던지 조용히 살고 싶었던 주인공은 싫어도 무대에 설 수밖에 없는, 격랑 속에서도 정신을 동여맬려는 주인공이 애처롭기도 합니다.

 

어쨌건 전체적으로 보면 순애적인 남성향이 물씬 풍기는데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읽어라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주인공 우타야는 싫으면 싫다고 좀 해주면 될 텐데 주변에 굉장히 많이 휩쓸려 다닙니다. 자주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는데요. 자기 편의주의식으로 주인공 우타야를 대하는 주변 학생들이라던지 그가 안고 있는 고뇌라는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후벼파는 '왜?'라는 단어는 좀 울컥하게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우타야가 연쇄 살인마와 만나는 장면은 너무 뜬금이 없었습니다. 전조도 없이 뒤에서 푹 찌르네? 아니고 나 죽네? 철퍼덕 엎어졌더니 갑자기 어떤 여자애가 나타나서 살고 싶으냐? 이러니 필자의 머리엔 온통 ??????만 떠다녔군요. 여기서 미래에 대한 복선이 나왔지만 필자의 머리엔 그보다 얘도 이세계 환생하는 거 아닐까? 했던, 여튼 이보다 더 심했던 건 우타야가 헤까닥 뒤집혀서 3학년 여학생 카레나와 키스 후 아야네의 반응이었는데요. '혹시 첫 키스였어?'라며 걱정해주는 장면에서 네가 왜 남의 첫 키스를 걱정하고 있냐고 머리를 싸매기도 하였군요.

 

맺으며, 순애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은 분명 희소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작중의 연극으로 상연했던 드라큘라 백작이 진실된 사랑과 그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고 싶어 했다는 것처럼 주인공 우타야는 갈 곳을 잃어버린 흡혈귀가 되어 떠돌다 아야네를 만나 구원받으며 이 작품의 제목처럼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게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불편한 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 우타야의 자주성 결여가 최대의 문제겠죠.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여튼 시즈쿠가 떠밀긴 했지만 천연끼로 똘똘 뭉친 아야네라는 거친 강에 휩쓸려 지지할 곳도 없이 떠내려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야네에게 구원받는, 주인공 우타야가 스스로 선택해서 이룬 것은 무엇일까, 다 읽고 나서도 머리에 떠나질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어서 최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용이 다소 지리멸렬합니다. 특히 연극을 준비하는 부분은 굳이 우리가 이거 알아야 돼? 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나와요. 그래서 책을 몇 번이나 덮기도 하였군요. 아야네의 천연끼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좀... 필자와 맞지 않았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ex노블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ex노블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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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1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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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되기 전에 반드시 죽는다는 신식을 앓고 있었던 마인은 신전의 도움으로 간신히 연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신식이란 몸 안에서 마력이 폭주하여 먹히는 병으로 완치되는 일은 없고 길드장 손녀 프리다가 그랬듯이 오로지 마술구라는 기구에 마력을 덜어내는 것뿐이었는데요. 하지만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평민인 마인의 집안이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지라 마인과 가족은 이대로 죽을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였던가요. 어찌어찌 마술구를 보유하고 있던 신전에 청색 무녀 수습으로 들어가게 된 마인은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원래 신전의 우두머리 신전장에 의해 강제로 잡혀가셔 마술구에 마력만 집어넣는 셔틀로 이용될뻔 하였지만 마인의 아버지 권터의 결사적인 저항과 가족을 해치려는 신관 무리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마인의 폭주로 죽다 살아난 신전장과 신관장은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원래 귀족만이 될 수 있는 청색 무녀 수습으로 그녀를 앉히게 됩니다.

 

여기서 설명 들아가자면, 신전은 마술구에 마력을 집어넣어 필요한 일에 쓰고 있었는데요. 이 마력이라는 게 귀족만 쓸 수 있었고 정변으로 많은 귀족이 숙청되자 신전에 남아 있던 귀족이 고향으로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마술구에 마력을 넣어줄 귀족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마력을 가지고 있는 차원을 넘어서는 방대한 양을 가진 마인이 눈앞에 있으니 신정장의 눈이 뒤집히게 되었죠. 거기다 마인은 평민이니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했다가 마인에게 된통 당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평민에서 귀족으로의 삶을 시작하는 마인에게 델리아와 길 그리고 프랑이라는 시종이 배정됩니다. 하나는 신정장의 첩자, 하나는 신전에서 내로라하는 악동, 하나는 신관장의 첩자, 이들과 신전에서 일을 해나가야 하는 마인, 하지만 꿈에도 그리던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나 아무렴 어때요. 했지만 역시 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사사건건 시비를 트는 델리아와 길에게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귀족의 삶을 몰라 좌충우돌도 많이 겪어 갑니다. 고지식한 절차에 짜증 나고, 평민이 귀족 행세한다는 못난 소리를 많이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라노 시절의 경험과 어른이었다는 관록으로 델리아와 길을 구워삶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행동에 태클을 걸며 이마에 핏대를 세우는 신관장(신전장 아래 계급)에게 끊임없이 지적 당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신관장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마인, 과연 생활계 먼치킨 주인공답다 했습니다. 읽다 보면 이 과정이 참 귀여워 죽습니다. 마인이 뭔가를 하면서 꼼지락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덩달아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설교를 해도 마인을 미워하지 않는 신관장까지 귀엽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통에 늘 누군가가 안아서 이동시키는 건 여전하고, 지적 당하면 날 말하는 게 아닐거야라는 투로 고개를 획 돌려 딴청 피운다던지, 쓸데없는 말로 사업 기밀을 줄줄 흘리는 통에 벤노의 머리털을 다 빠지게 한다던지, 이번 에피소드는 마인의 귀여움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같은 구간을 두세 번 읽게 되었군요. 웬만해서 필자는 이런 말 안 하는데 귀여움만으로 이 도서를 구입할 이유로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여튼 신전에서 생활하며 그동안 주로 벤노에게 안겨 이동했던 것이 프랑으로 바뀌고, 루츠가 그동안 마인을 돌봤다면 길이 그 자리를 장악해가는 등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관장의 일을 도와주며 입지를 늘려가던 마인은 급기야 신전 부설 고아원의 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는데요. 그리곤 곧장 고아원 개선에 나섭니다. 그런데 위 귀여움이 양지라면 이 부분은 음지입니다. 옛날 왕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채우던 수라간 궁녀같이 청색 신관이 먹던 음식으로 연명하던 고아원은 처절함 그 자체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청색 신관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당연히 이들이 먹던 음식으로 연명하던 고아원은 밥을 얻어먹을 수 없게 되었죠. 거의 마인편으로 돌아선 신관장조차 이 부분은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부를 해주는 청색 신관이 없어 적자운영되는 신전에서 입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되었고, 못 먹으면 죽는 것이 당연하고 죽여서라도 고아들의 숫자를 줄여야 된다는 신관장, 당연히 현대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마인은 그것을 부정하고 자신이 힘닿는 데까지 개선해가는 게 좀 찡합니다. 똥과 오줌으로 칠갑되어 기어 다가오는 아이의 표현은 정말 끔찍했군요.

 

어쨌건 생활계 먼치킨인 마인이 할 수 없는 건 없습니다. 하면 되는 것이고,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호 아래 대대적인 개선과 개혁으로 아이들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는 대목에서 문득 이것도 이세계 침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양계장이나 돼지 사육처럼 주는 먹이에만 기대어 살아가던 아이들을 씻기고 교육해 자신의 공방 직원으로 만들어가는 대목 또한 복잡 미묘했습니다. 그리고 '일하면 밥이 늘어나' 하는 대목은 당연하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어릴 때부터 이런 사회생활을 익히게 하는 것도 어딘가 씁쓸했군요.

 

맺으며, 귀여움과 끔찍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인과 몇몇 어른들이 이제 막 걸음을 배운 아이가 내 앞에서 아장아장 걷는 듯한 귀여움을 보여줬다면 한쪽에서는 중세 시대 때 그랬듯이 귀족의 명령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평민, 고아들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으면서도 성인으로 성장한 여자 고아들을 성 노리게로 삼는 귀족들의 역겨움, 똥과 오줌으로 범벅이 된 공간에서 돼지처럼 키워지고 있는 고아들의 처절한 삶, 그리고 이들을 양지로 이끄는 성모 같은 마인이 엮여 혼돈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했군요.

 

하지만 작가는 심각하게 가지 않으려는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진 않습니다. 처음에 꽃을 바친다길래 필자는 무덤에 바치는 줄 알았군요. 원서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도 순화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했습니다. 여튼 이전부터 간간이 느끼긴 했지만 이제 5살쯤 되었고 외견으로는 3살쯤인 마인이 벤노나 신관장같은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이야기하는 것에서도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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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강의 모독자 1 - L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아카이 테라 그림, 원성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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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시기 전에 무언가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풍습이 남아 있는 시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슴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킹콩에서는 '앤'이, 심봉사전에서 '심청이'가 그러 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토지신에게 인신 공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토지신에게 정기적으로 제물을 바치고 풍년을 기원하고 재해를 막아주길 바라는, 그리고 그런 행위에 의문을 품지 않는 제물과 마을 사람들, 이 작품은 낡은 관습이라는 어제를 버리고 다른 내일을 맞이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유키나리'는 이세계 환생자입니다. 전생 전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한 삶 속에서 누나와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화재로 누나를 잃고 자신도 목숨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연금술사 '이르시나'의 연구소였고, 그 뒤 이르시나 여동생 '다샤'와 교회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다 들어간 곳이 깡촌 '프리트랜트'였습니다. 거기서 토지신에게 바쳐지는 '베르타'라는 여자를 구해주게 되고 이후 토지신으로 떠받들어지며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포교를 위해 찾아온 교회 기사단과 전투를 벌여 갑니다.

 

이 작품은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중세 시대라면 빠질 수 없는 교회가 나옵니다. 당연하지만 교회가 믿는 신 이외엔 전부 이교도가 되는 세상, 그리고 아직 토지신을 모시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옛 풍습이 남아 있는 깡촌 프리트랜트, 두 곳은 필연적으로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 중심에 주인공 유키나리와 다샤가 흘러 들어오면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예부터 내려온 풍습에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을 돌리기란 쉽지가 않죠. 특히 제물이 될뻔하였던 베르타는 자신의 죽음으로 마을이 풍요로워지면 그걸로 잘 된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반응과 영주 대행인 피오나는 이것이 잘못된 풍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꿀 경우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시인하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들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어려운 선택지에서 과연 제물을 바친다는 행위를 현대의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있나 하는 심오한 주제를 던지기도 합니다.

 

그렇담 토지신을 죽이고 땅을 풍요롭게 가꾸면 되지 않나? 하는 물음을 던지게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가는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막아 놓았습니다. 토지신을 죽여도 대타가 올뿐이고 토지신이 잘 살도록 해주고 있는데 뭐 하러 개간하는 고생을 하냐라는 게 이쪽 세계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고아들을 모아 세금으로 키우고 3년마다 그 고아를 바치는 행위, 중반까지 기분이 참 더러웠습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면 언젠가 대도 소가 될 수 있는 공식을 이 작품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소를 준비하며 타파 하는 것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였군요.

 

여튼 첫날 토지신을 댕강 썰어버린 유키나리, 토지신을 죽였으니 너 님이 토지신이 되어 주세요. 하는 안하무인 프리트랜트 영주 대행 피오나, 제물이 되다 말아 있을 곳이 없어진 베르타가 있을 곳을 만들기 위해 유키나리에게 들러붙는 장면은 처절 합니다. 그리고 현세에서 변변찮은 삶 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자신을 이세계로 소환하고 돌봐줬던 이르시나를 마녀로 몰아 죽인 교회를 적이라 판단하고 철저 항전을 외치는 유키나리, 이르시나의 여동생 다샤와 함께 교회의 눈을 피해 방랑하다 오게된 프리트랜트에서 그는 교회 기사단과의 결전을 결심 합니다.

 

중반까진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고 반응도 영 시원찮은 주인공 유키나리 때문에 엄청 고생했군요. 눈에 띄지 않으려는, 혹은 다샤의 안전을 위해 날뛰지 않으려는 듯 부조리를 당해도 제대로 되받아쳐주지 않는 유키나리 때문에 몇 번이나 책을 덮기도 하였습니다. 요컨대 피오나가 당신이 토지신을 죽였으니 대신 토지신이 되어라 할 때라든지 다샤가 인질로 잡힐뻔한 상황을 만든다던지 같은, 풍습을 이해하고 거기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 제대로 반응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거기서 분명해줄 말은 있었을 겁니다. 가령 그런 힘에 기대어 살아가지 못한다면 망해버리라든지...

 

그래서 위에 언급한 대로 제물을 바치는 풍습과 이런 시절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습성을 알고 보는 게 낫습니다. 나만 아니면 되라며 고아들을 대려다 키우고 키웠고 키워줬으니 그 은혜를 갚아라는 속 뒤집히는 상황이라던지... 그리고 살아 돌아온 베르타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이런 것을 주인공은 바꿔 갈 수 있을 것인가, 옴니버스식 매 권마다 장소가 다를 줄 알았는데 프리트랜트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계속해서 펼쳐질 거 같더군요.

 

작가의 이전 작 관희 챠이카에서 그랬듯이 이 작품도 섹드립이 많이 있습니다. 딱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딜 가나 하렘은 빠지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군요. 작가도 후기에 아예 대놓고 하렘 운운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는 아직 1권이라서 크게 와 닿는 것은 없었지만 후반부에 보여줬던 역시나 이고깽으로 가는구나 하는 장면에서 다음 권은 조금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하지만 작가는 화려하게 할 생각은 없는 듯...

 

맺으며,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을 습득하고 스킬을 키워가며 맥을 끊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이긴한데 거기에 포인트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나 하는 걸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두번이나 소중한 사람(현실 누나와 이세계 이르시나)을 잃은 청년의 고군분투기라고 할까요. 하지만 아직 1권인데다 작가가 이고깽물에 지쳤는지 좀처럼 주인공의 능력을 표현하지 않아 좀 답답한 단점이 있었군요. 하지만 중후반 그런 걸 날려버리는 상황을 보여줬던지라 2권이 좀 기대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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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1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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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풍작의 신(神) 늑대 호로와 행상인 로렌스가 만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마을에서 인간 남자의 부탁을 받아 몇백 년이나 보리의 풍작을 관장했던 호로는 인간들이 더 이상 자신을 필요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호시탐탐 마을을 떠날 기회만 엿보던 호로는 마침 마을에 들렀던 로렌스의 마차에 숨어들게 되죠.

 

그리고 마차 짐칸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호로를 발견한 로렌스는 기겁하게 되고요(이때 호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 로렌스는 여차저차 말을 나누다 그녀가 자신의 고향인 북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걸 알아 갑니다.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로렌스는 호로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호로는 로렌스가 장사하는데 도움을 주겠노라 하면서 계약은 성립, 이로써 부부 사기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여행이 시작되는데요.

 

로렌스 상인으로써 업그레이드를 시작하다. 현랑 호로라는 살아 있는 신(神)이 붙으면서 로렌스는 그동안 용케도 사기 안 당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걸 연출하기 시작합니다. 로렌스 입장에서는 대등한 거래라 여겼던 것이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더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호로, 그리고 거짓말을 간파하고 배짱이 두둑한(라고 쓰고 사기 치기) 호로의 덕분에 로렌스는 다른 상인들과 거래하면서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하고 예전엔 꿈도 못 꿨을 은화 절하에도 뛰어들기도 합니다.

 

호로의 도움으로 한몫 잡아서 고향이든 어디든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고 싶었던 로렌스, 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듯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라며 호로에 관련된 정보 차단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화를 자초합니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한 이 세계에서 교회는 절대적이고 교회가 신봉하는 신(神) 이외엔 전부 이교도인 세상에서 풍작의 신이라도 교회 입장에서 보면 이교도나 마찬가지, 호로는 풍작의 신의 이름에 걸맞게 로렌스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이교도라는 사슬을 얽매어오기 시작합니다.

 

현랑 호로 대지에 서서 외로움을 외치다. 인간을 위해 수백 년이나 보리밭에 매여 살아왔던 그녀, 이젠 그녀가 필요 없다고 외치는 인간, 신(神)이라는 타이틀에 부족함 없는 현명함과 노련함을 갖추고 있는 늑대의 후예가 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눈물이 많은 그저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젠 없어져 버렸을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숙취에 고생을 하는, 로렌스 머리 꼭대기에 앉아 가사롭군만 외치던 그녀는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상처를 입는 그저 연약한 소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방님 간이 커지게 해주시옵소서' 호로의 정체가 들통 날까 전전긍긍하는 로렌스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습니다. 사과를 정말 좋아해서 로렌스가 사주지 않을까 안절부절 눈치 보는 호로, 그것을 재미있다 바라보는 로렌스, 이것이 모에성을 끌어올린다는 것처럼 호로의 귀여움을 잘도 표현 해놨더군요. 작디작은 체격으로 부성애를 자극하여 로렌스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그러다 외로움에 사무쳐 품을 파고들고, 거래 관련으로 끙끙거리는 로렌스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다 정체가 발각되어서 쫓기면서도 남편을 위해 끝까지 싸워주기도 하고 곁을 지키는, 언제부터인지 정이 들어버린 모습도 보여줍니다.

 

거래 등 경제 관련은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포함해서 이 작품의 매력이긴 한데 더욱 매력인 것은 머리가 안 돌아가는 로렌스에게 길을 제시하며 상인으로써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호로가 매우 인상적이죠. 그리고 로렌스와 지내며 그동안 사무쳤던 외로움을 풀려는 호로의 귀여움이 돋보이고요. 괜히 오래 살지 않았다는 것처럼 문득문득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입니다.

 

맺으며, 이번 1권은 시대의 변화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지만 그동안의 은혜를 잊고, 땅을 풍요롭게 하려는 신의 이해를 몰이해로 되받아치는 인간, 이젠 필요 없다며 쫓아 내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이라도 그리워하는 호로, 외로움을 잘 타는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싶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동정 로렌스, 그런 로렌스를 가지고 노는 호로 등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상당히 많아 시간 가는 줄 몰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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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4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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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생자 시리우스가 은랑족 남매와 함께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무능의 대명사인 무속성이라는 것만으로 괄시와 경멸을 받아야만 했고, 기숙사엔 들어가지도 못하는 차별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 모든 원흉이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학생들만 골라 데려가던 그레고리의 손아귀에서 리스(표지 푸른 머리)를 구해줬고, 그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국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버림받다시피 자라온 리스가 국왕인 아버지와 화해하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선혈의 드래곤 마수에서 은랑족 남매와 리스를 구해주기도 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학교생활에 또다시 태풍이 불어오는데요.

 

i'll be back

 

시리우스와 학원장 로드벨에 의해 그동안의 악행이 드러나 도망갔던 그레고리가 대규모 용병단을 이끌고 학교에 쳐들어와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의 목적은 학생들을 고기 방패로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키고 실권을 잡은 뒤 수인족으로 몰아내고 인간들만 이뤄진 나라를 세우는 것, 그는 심각한 인종 차별주의에 빠져 있는데요. 이번에 그 이유가 나오지만 전형적인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에 지나지 않아 쓴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레고리는 수인족을 경멸하고 무능이라 일컬어지는 무속성을 괄시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시리우스를 누구보다 싫어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리스를 대려 갈려다 시리우스에게 좌절되기도 했고요. 질리지도 않고 다시 나타난 그는 학교를 점거하고 학생들 목에 예속의 목걸이를 채워 쿠데타 준비에 들어가지만 이걸 가만히 두고 볼 시리우스가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제자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궁금했던 시리우스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뒤로 물러납니다.

 

그동안의 훈련을 떠나 첫 실전을 겪게 하는 것, 사자는 벼랑 밑으로 새끼들을 떨어트려 살아 올라온 새끼들만 기른다고 했던가요. 물론 정말로 위험하면 시리우스가 나서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먼지 나게 맞는 건 누구인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진짜 교육이 시작됩니다. 불쌍한 그레고리에 묵념을...

 

이것이 모험이다. 개그 작렬...

 

그리고 마법 학교에 입학한지 4년째 되던 날, 시리우스와 은랑족 남매 그리고 리스는 모험가 등록을 마쳤습니다. 이제야 제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들뜬 남매와 리스는 그동안 자신들을 보살펴 주었던 시리우스에게 소소한 선물을 해준다며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데요. 이게 굉장히 웃겨줍니다. 레우스는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능욕당할뻔한 여자애 둘을 구해주고 '저기~' 하는 여자애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고블린 뿔 뽑는 거 도와줄래?라고 해서 보는 사람을 벙찌게 합니다. 여담으로 레우스는 남자애입니다. 제법 핸섬하게 자란 데다 능력도 좋아서 시리우스와는 다르게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제법 대시를 받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우스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요. 이번 4권에서 시리우스와 동인지에나 나올법한 장면을 몇 개 만들기도 하였군요. 그래서 미래가 좀 불안한...

 

여튼 겸사겸사 여자애들을 대려다 아버지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그 아버지가 딸애도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우리에게 올래? 하는 걸 레우스는 됐고 돈이나 주쇼. 이럽니다. 에밀리아와 리스는 중급 모험가도 쩔쩔맨다는 거대 뱀을 아무렇지 않게 숭덩 썰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해체쇼까지 보여줍니다. 당연히 모험가 길드를 뒤집어지고요. 이제 막 등록한 모험가가 중급 모험가도 쩔쩔매는 거대 뱀을 해체해서 왔는데다 레우스도 혼자서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혼자서 아작 내났으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공식을 여실히 입증해줍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5년이 되었습니다. 졸업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리우스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아니 더 심각하게 흘러가는데요. 학교의 아이돌이 된 은랑족 남매를 대려 갈려는 귀족들이 시리우스가 걸림돌이 된다고 여겨 시리우스에게 가해지는 악의는 입학 때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이젠 에밀리아를 강제적으로 대려 갈려는 귀족까지 나타나자 그동안 눈에 띄는 걸 싫어했던 시리우스는 특단의 조치에 나섭니다. 학교장 로드벨과의 시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것, 그동안 무능이라 괄시했던 시리우스의 진짜 실력을 밝혀 자신에게 가해지던 악의와 제자들이 받던 고통을 줄여 주기도 하는데요. 당연히 이런 이세계 먼치킨물이 다 그렇듯 약속된 주인공의 승리만이 있을 뿐...

 

그런데 여전히 사이다는 부족하고...

 

시리우스 몰래 모험을 떠나는 은랑족 남매와 리스 에피소드는 괜찮았습니다. 여자애들의 호의를 차버리는 레우스라던가, 흔한 모험이 이어지지만 왠지 모르게 개그로 승화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부분은 역시나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교육이라는 주제가 이어지다 보니 아직은 카타르시시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흔직세의 나구모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을 적대하는 무리를 가차 없이 제거하는 사이다는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요. 표면적이 아닌 지나가는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 수인족인 은랑족 남매가 인종 차별주의로 똘똘 뭉친 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되갚아 주지 않고 오히려 위협을 가한 레우스를 혼내는 장면은 어딘가 비정상처럼 느껴지기도 했군요.

 

맺으며...

 

솔직히 이런 작품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전생의 기억과 경험으로 달관했다지만 자신과 제자들을 괴롭히는 귀족이나 학생들에게 되갚아주나 했더니 두어 번 표현해줬을 뿐 그 이상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마인드가 생기더니 아무리 옆에서 발광을 해도 모른 척만 할 뿐입니다. 5년 졸업반이 되어서도 이제 입학한 애에게 괄시하는 욕지거리를 들어도 모른 척,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는 이런 불친절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물론 흔직세 나구모처럼 적대하는 인간 전부 죽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당한 게 있으면 갚아주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자인 은랑족 남매까지 괴롭힘당하고 있는데도 모른척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결국은 에밀리아가 귀족에게 강제로 끌려갈뻔했을 때 겨우 이걸 깨달았는지 졸업 6개월 남겨두고 힘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혀를 차게 하였습니다. 이 녀석 자기중심인가? 했군요.

 

이젠 학교를 졸업했으니 본격적으로 악의와 맞서면서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지지만 몇 개의 복선에서 뒤로도 별반 다르지 않는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달라지겠지 하며 발매될 때마다 꾸준하게 보고는 있지만 솔직히 지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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