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칸방의 침략자!? 27 단칸방의 침략자! 29
타케하야 지음, 뽀코 그림, 원성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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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자다움이란 뭘까? 일본은 여자다움이라는 소양을 기르기 위해 다도회 학원도 있는 등 우리나라같이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나라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문화를 간혹 볼 수가 있죠. 뭐 필자도 평등주의자이긴 한데, 각자에겐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까 굳이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는 주의이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이번 27권은 늘 그렇듯 큰 사건이 있은 후 쉬어가는 에피소드입니다. 몇 가지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첫 번째가 티아를 주축으로 한 클란과 나나의 여자다움, 즉 여자력 키우기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자력 하면 으뜸가는 하루미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측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지식을 모아 뜨개질도 하고 아크로바틱 같은 희한한 운동도 하지만 사람은 원래 안 하던 짓 하면 무리가 오기 마련이듯 잘 될 리가 없죠. 하루미는 여자력은 높지만 주인공에게 존경을 받고 있어서 다른 히로인처럼 격없이 대해지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만, 애초에 현실적으로 따지면 하루미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학교 1년 선배에다 2천 년 전(7.5권, 8.5권 참조) 알라이아 황녀의 환생체인 그녀를 주인공이 격없이 대하는 건 무리가 따르죠. 그래놓으니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한데요. 아마 완결쯤 가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러면 2천 년 전에도 마음을 보답 못 받았는데, 환생하고 나서도 선택받지 못한다면 이보다 불쌍한 히로인은 없을 듯하군요.



두 번째는 시즈카에 영혼 기생 중인 화룡제 아르니아가 온천 달걀에 미쳐 날뛰는 이야기로서 몸무게에 민감한 시즈카가 곤란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턴가 자기 몸에 깃들었던 아르니아 때문에 몸무게에 변화가 찾아왔고, 아직 모르던 시절에 다이어트한다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그녀는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하죠. 이번 에피스도에서는 시즈카, 키리하, 루스가 등장합니다. 온천 달걀 이외에 신사에서 소원 기도를 올리는 것도 있지만 소원이야 뻔한 거고. 세 번째 이야기는 많이 먹기 대회라는 동네 축제에 참가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사나에와 티아, 주인공을 주축으로 해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출동해서 누구 위장이 가장 큰가를 겨루는데요. 그냥 일상생활 같은 거라서 패스. 네 번째는 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몇 달이나 학교에 가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놓인 이야기입니다. 마법사 협회에서 등장인물들 대역을 내세워 등교는 시켰으나 명색이 정의를 추구하는 마법사 협회로서는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해도 학교를 안 다녀 놓고 다닌 것처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시험을 치르게 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은(주로 유리카) 몇 있다 보니 유급 위기가 찾아옵니다. 거기다 주인공과 티아간 경쟁심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통에 왁자지껄해지죠. 티아로서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지구로 돌아가버린 주인공이 못마땅해서 열받은 상태, 클란도 주인공에게 맨날 놀림당하며 곱게 못 죽을 거라 독설을 날리면서도 따라오는 게 흥미롭죠.



맺으며: 이번 27권은 너무 활약하는 것도 독이 된다는 철학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2천 년 전 나라 구한 것만으로도 영웅으로서 대대손손 전설로 내려온 인물이 실존하며 이번엔 행성(포르트제) 전체를 구하는 업적을 이뤘으니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는 말로는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죠. 주인공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만든 회사 주가가 오르고, 택시를 탔더니 이 택시는 주인공이 이용한 택시라며 전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본다면 광기로 여겨지기엔 충분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열기가 식은 후의 일은 어떻게 될까. 군(軍)을 황제의 의중과 상관없이 단독으로도 움직을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말 한마디에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면?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가 전시되었다니까요? 혜택을 받는 기업이 있으면 그렇지 못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고, 힘으로 인해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더 큰 힘을 가진 자가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오겠죠. 그래서 주인공인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지구로 돌아가버린 것에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또 다른 마왕이 되기 전에 몸을 숨겨야 된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 같아 좀 씁쓸해지기도 했군요.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황제가 되고 히로인들을 부인으로 맞이하는 엔딩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게 했습니다만,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예측한 건지 작가는 그에 따른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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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길드의 접수원인데, 야근이 싫어서 보스를 혼자 토벌하려고 합니다 01 길드의 접수원인데, 야근이 싫어서 보스를 혼자 토벌하려고 합니다 1
코사카 마토 지음, 가오우 그림, JYH 옮김 / 노블엔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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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던전이 공략되지 않아 모험가들이 몰려들고, 몰려들면 퀘스트 발주하느라 정신없고, 모험가 = 무뢰배 공식답게 어중이떠중이 자기 잘난 듯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마인드에 내가 누군 줄 알아?라며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들(모험가)을 상대하느라 오늘도 접수원은 이마에 핏대가 섭니다. 접수원 '아리나(이하 여주)'는 그런 모험가를 상대하느라 아주 죽을 맛이죠. 그녀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평온'. 그런데 던전이 공략되지 않아 퀘스트를 받으려 북적이는 모험가들 때문에 평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중이죠. 거기다 선배와 상사는 서류 뒤치다꺼리를 걸핏하면 그녀에게 떠넘겨주는 바람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합니다. 야근을 없애고 일거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선배들과 상사를 담그면 되나? 뭐 그럴 순 없고. 망할 모험가 시키들 얼른 던전을 공략해 줄 것이지 이놈이나 저놈이나 무능하고 자빠졌다며 여주는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붓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나. 니들(모험가)이 힘들다면 내가 해주지. 그녀는 변장을 하고 한창 공략 중인, 길드 최고위 파티들이 고전을 하며 퇴각을 고려하는 최전선에 난입합니다. 그리고 커다란 워해머를 꺼내서 던전 최종 보스인지 뭔지를 단 한 방에 보내 버리죠. 이제 던전이 공략되었으니 야근은 끝이라며 룰루랄라 길드로 복귀만이 남았는데...



접수원직은 현실 공무원처럼 평생 직장이고, 복지도 좋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꿈의 직장입니다만, 투잡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여주는 가명으로 모험가 등록을 해둔 상태고, 오늘같이 던전 공략이 지지부진하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다혈질 소유자로서 세간에서는 그런 그녀를 '처형인'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여주가 처형인인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들통나면 접수원직에서 해고되니까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직접 던전에 내려갔다가 어느 파티 리더(이하 남주)에게 들통나버립니다. 평온을 사랑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무난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여주에게 위기가 찾아오죠. 처음엔 들켰을 거라곤 꿈에도 모르다가 남주가 찾아와서 너 님 처형인 아님? 이번에 파티에 결원이 생겼는데 접수원 그만두고 우리 파티에 가입하실? 여주는 이 세계에서 한 차원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기로 비유하자면 이 세계 모험가들이 F-16 급이라면 여주는 F-22(랩터) 급이죠. 세간에서 처형인은 신비함으로 아이돌급 인기를 끌고 있으며, 길드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중입니다. F-22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녀만 있으면 던전 공략은 너무나 쉽게 가능하니까요. 그러나 모험가 대응 접수원 생활 3년 차, 당연하게도 그녀는 불안정한 삶과 대출도 안 되는 모험가 따위 하고 싶지도 않아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남주가 어떻게든 여주를 파티에 영입하기 위해 여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짓을 저지른다는 것이군요. 남주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 싫을 정도로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될 짓을, 스토커라는 최악의 행동을 서슴없이 해댑니다. 여주가 가는 곳마다 미행해서 마치 우연인 듯 접근하고, 그녀의 의지 상관없이 파티에 들어오라 강제하는 통에 여주는 아주 기겁을 하죠. 워해머를 휘두르며 진짜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는데도 남주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스토커가 범죄인 이유가 여기에 있죠. 여자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기둥서방이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순진한 여자 꼬시듯 친한 척 굴고, 여주가 싫어하는데도 식당에서 옆에 붙어 앉는다거나(여기도 미행으로 따라옴), 나중엔 여주 집이 부서져 여관살이 중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아침에 찾아와 그녀를 불러 대죠. 자기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길드 마스터를 움직이고, 침실에 난입하고, 진짜 소름이 다 돋습니다. 이런 인간이 도시에서 최상위를 달리는 파티를 꾸리고, 자상함과 잘생긴 외모로 여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호감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이 나쁜 게 겉으론 선 한 척, 이면엔 전형적인 악당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싫어도 남주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악의는 없다 해도 행동 하나하나가 현실에서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지만 사법 쪽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전형적인 스토커 형질이라는 것에서 굉장히 혹독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여주의 행동이죠. 이런 질겁할 행동을 하는 남주를 진짜 반죽음으로 만들어서 곁에 못 오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여지를 줌으로써 남주로 하여금 스토커 짓을 계속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로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남주의 성격도 있고, 던전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그를 리타이어 시키면 야근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부조리도 있어서 이도 저도 못하는 중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제일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작가겠죠.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흘러갑니다. 여주 주변을 맴돌며 짜증은 나게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은 안 하는, 악의는 없으니까, 서류 처리도 도와주고 친근하게 말도 걸어주니 조금씩 쓰레기 스토커(남주)에게 마음이 생기는 여주를 보고 있으면 아주 그냥 환장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히로인이 질 나쁜 남캐릭을 좋아하는 속칭 비처녀 논리가 아니라 범죄(스토커)에 굴복하는 이야기로 이끌어 가니까, 정상적인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준법정신에 반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니까 진짜 어이없음이 하늘을 찔러준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어느 순간부터 파티 영입에서 여친 만들기로 선회한 이야기는 여기에 기름을 붓습니다. 스토커가 결국 승리해서 싫다는 여자를 강제로 취하는 그런 느낌이 장난 아니었군요.



맺으며: 사실 지적할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할 스토커 짓에 대한 단죄가 없다는 것, 결국 그 스토커에게 굴복하는 여주, 파티 영입은 뒷전이 되고 여주를 여친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변질되어 가는 남주, 이런 시키가 어째서 남주일까 생각을 들게 하는 저질스러운 행동들(싫어하는 여주의 감정을 철저히 무시하니까 여기서 반감이 제일 크게 온 듯),이걸 포장해서 순애로 만들어가는(여기서 두 번째 반감 생김) 작가, 절대적인 비밀이었을 터인 처형인이라는 이중생활을 지킬 생각이 없는 여주의 답 없는 행동들, 갈수록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리는 게 웃겨 줍니다. 결국 야근도 자업자득이 되어 가고, 길드 마스터에게까지 정체가 발각되어 이용만 당하고, 길드 마스터가 내건 보상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아 먹튀 당하고, 그럼에도 처절하리만치 접수원직에 고집하는 여주, 그 이유로 어릴 적 어느 모험가와의 약속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개연성 없이 감정이입만 엄청 해대서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말은 불안정한 모험가의 삶이 싫다지만 남주의 으리으리한 삶에서, 그녀보다 능력이 한참이나 떨어지는 남주가 그 정도의 삶을 보여주는데 여주의 능력이라면 성(城)을 구입해서 안락한 삶을 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도 하지 않는 변태성, 중반부터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하는 생각을 들게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작품도 본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의 작품이라는 것이군요. 내게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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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03 정령환상기 3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 S노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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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모님 묘소를 만들기 위해 고향 찾아 극동으로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 뭐가 있을지 모를 미개척지를 넘어 여행하던 중 귀족이 보낸 암살자 여우 귀 소녀를 만나기도 했었죠. 알고 보니 현실에서 같은 버스에 탔고, 사고에 휘말렸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이 등교하며 짝사랑을 키웠던, 이세계에 전생하고 다시 만나 정령들의 마을(여우 귀 소녀 고향)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서 못다 한 사랑을 키웠으나 주인공은 여우 귀 소녀를 남겨두고 또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은근히 주인공 로리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령들의 마을에서도 꼬꼬마 히로인들에게 인기 좋았죠. 주인공이 그럴 마음이 있든 없든 업보는 참으로 깊을 것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 드디어 극동 지방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은 했는데, 부모님 고향 찾는 게 만만찮군요. 몇 달이 걸려 겨우 당도한 마을. 또다시 히로인들이 맞이해줍니다. 왕도 슬럼가에서 살 때 여자애들과 이벤트(잡혀가서 두들겨 맞음)를 벌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정령들의 마을에서도 히로인들이 맞이해주고, 체류할 동안 인연을 엄청 쌓더니, 부모님 고향 마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번 3권은 부모님 고향에 체류하며 농사일을 돕고, 사냥을 해서 고기를 나눠주고, 마을 여자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정체를 알게 되죠. 두 분의 묘소는 이미 양지바른 곳에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친할머니로부터 부모에 대한 과거를 듣습니다. 왜 머나먼 서쪽으로 여행길에 올라야 했는지. 도망치듯 나라를 떠나야 했던 부모님, 그 이면에는 이웃 나라에 팔려 갈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인생이 걸려 있었고, 외조부는 딸(주인공 어머니)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공 아버지로 하여금 야반도주를 하도록 했다는 게 밝혀지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살아 계셨습니다. 다행히도 손자(주인공)를 매우 아껴주는 상냥한 분들이었죠. 하지만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은 낯설기만 했고, 와닿지 않았나 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도 5살 때 살해당하고, 7살까지 슬럼가에서 살며 마음이 닳아버린 것인지. 가족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 같았고, 정(情)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촌 여동생과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한 '사요'라는 소녀와 2년 가까이 지내면서도 그녀들의 마음에 응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특히 사요는 길을 떠나는 주인공을 따라가기 위해 결사적이 되죠.



하지만 이웃 마을 무뢰배에게 사촌 여동생과 사요가 몹쓸 짓 당할 뻔하자 이성을 잃고 그 무뢰배를 의미 그대로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 보면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물론 사촌 동생이든 아니든 여성이 그런 일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사람이 아니죠. 아마 지금 그럴 상황(이성이 보내는 호감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했군요.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야 하고, 여기서 주인공은 많은 갈등을 하죠. 복수를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를요. 거기에 아직도 이세계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람을 해치는 것에 주저하며 옳은 일이 무엇인지 갈등을 하고, 무뢰배 사건을 통해 지켜야 할 대상을 위해 심리적이든 신체적이든 보다 강해져야만 하고, 그렇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히로인은 엄청나게 나오는데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많은 히로인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려나요. 뭐 필기 정도는 해두겠죠. 아무튼 이번에도 10살짜리(여우 귀 소녀도 10살쯤) 히로인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유괴 당하기. 슬럼가에서도 10대 초반의 왕녀가 유괴 당하기도 했는데, 주인공은 굿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죠.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니까요.



맺으며: 그동안 복선만 잔뜩 뿌리고 회수를 하지 않아 수단(목적과 수단)에 먹혀 버린 건가 했던 이야기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히로인은 엄청나게 나오지만 하렘은 아니고, 철벽을 치며 오는 호감 메시가 감동 먹을 정도로 쳐내버렸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첫사랑이었던 히로인의 등장은 과연 그에게 어떤 심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 3권을 읽으며 계속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느긋하게 후속권을 읽어야지 했었습니다만,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의 첫사랑의 등장이라는, 깜빡이도 켜지 않고 우회전을 해버려서 4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주인공은 목석이거든요. 이번 3권에서 사촌 여동생과 더불어 메인 히로인이었던 사요가 그렇게 울부짖으며 마음을 부딪혀 왔는데 끝끝내 쳐내버렸고, 그전에는 여우 귀 소녀도 내팽개치기도 했고, 학원 다닐 때는 선생도 내팽개친 상황에서 첫사랑의 등장이라. 뭐 사실 거의 일상생활 이야기만 주야장천 이어지고 있어서 좀 식상하던 차였습니다. 여행을 하고, 농사를 짓고, 농기구를 발명하고, 마을 여자애들은 꺅꺅 거리고, 가끔 무뢰배라는 클리셰나 넣어주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나마 일러스트가 잘 나와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만, 이제부터 이야기가 좀 재미있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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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곰 곰 곰 베어 01 곰 곰 곰 베어 1
쿠마나노 지음, 029 그림, 김보라 옮김 / 엘노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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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식으로 억만장자가 된 15세 소녀, 12살에 학교 가길 포기하고 히키코모리가 된 소녀, 취미는 게임, 하던 온라인 게임이 업데이트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접속했더니 뭔 설문 조사에 응하라네. 응했더니 이세계로 전이. 누군 트럭에 치여 고통스럽게 가는데 이 소녀는 날로 먹습니다. 뭐 그렇다고 그녀가 원해서 간 건 아니고, 이때까지 이세계 전생물이 그랬던 것처럼 이세계 전생이든 전이든 주인공이 원한다고 갈 수 있는 동네는 아니니까요. 물론 선택받았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죠. 그래도 이왕 왔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 보겠습니다. 여주인공 '유나(이하 여주)'는 업데이트 특전으로 곰 세트 장비를 받았습니다. 사춘기로 한창 예민할 나이에 이렇게 창피한 장비를 입고 살아가야 하다니 좌절할 만도 하지만 뭐 어떡하겠습니까. 맨몸은 일반인과 다름없는 쭉정이인걸요. 요컨대 곰 세트라는 장비빨로 살아가야 합니다. 실험 삼아 장비 해제하고 팔굽혀 펴기를 해봤는데 일반 소녀만큼의 근력밖에 나오지 않았죠.



전이후 숲에서 울프에게 포위되어 위기에 빠진 '피나'라는 소녀를 구해주고 그 소녀의 인도를 받아 마을로 가면서 이세계 생활이 시작됩니다. 여담이지만 이 피나라는 소녀가 여주 유나와는 대척점에 있는 관계라 할 수 있는데요. 여주는 현실에서 학교에도 안 가고(중학교에 진학 안 한 최하 초졸 혹은 초등 중퇴자), 친구도 없고,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과 주식만 하는 머리는 좋지만 인생 패배자 같은 인간이었다면, 피나는 아픈 엄마의 치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숲에 약초를 구하러 가고, 엄마를 위한 치료비와 생활을 위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 모험가 길드에서 마물 해체 등을 하며 소녀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죠. 그녀 나이 10살, 7살짜리 여동생도 보살펴야 하며,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참고로 피나의 마물 해체 능력은 마장동 정육점 사장들 보다(아마도, 비유적임, 태클은 안 받음) 능숙한 일면을 보여줍니다. 이후 피나는 여주와 행동을 같이하고 그녀가 떨어트리는 콩고물을 주우면서 생활을 이어갑니다.



이후 생활은 여느 이세계물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마물을 쓰러트리며 레벨 업과 능력을 얻고, 길드에서 양아치들의 시비에 휘말리죠. 모험가 등록을 하고, 장비빨로 무쌍을 찍으며 고속 성장하는, 이세계 주민으로서는 이런 불합리도 없을 거라는 치트를 받아 갑니다. 즉 이 작품은 그냥 가볍게 읽는 용도로만 이용해야지 뭔가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작품은 아닌 것이죠. 물리 법칙 작용이 안 되는 마법 주머니라든가, 드래곤 볼의 캡슐처럼 집이 튀어나오고 기타 등등 포션빨의 여주 능력처럼 생각하는 것들이 실현되는 뭐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보여줍니다. 그래도 애써 의미를 찾자면, 불쌍하다고 함부로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1권에서 서브 히로인인 소녀 가장 노릇을 하고 있는 피나의 경우, 도와준답시고 돈을 적선하는 것보다 마을 안내와 마물 해체라는 일거리를 주며 정당하게 돈을 벌게 한다는, 어떻게 보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설정은 있다는 것입니다. 뭐 여주 입장에서는 리얼한 해체쇼를 직접 안 해도 된다는 타산이 깔려 있긴 합니다만.



맺으며: 현대에서 도시 생활, 그것도 방구석에만 지낸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여 봤을 여자애가 이세계로 전이하자마자 울프(늑대형 마물)을 아무렇지 않게 도륙하고, 능력을 파악하고 마법을 배운답시고 울프들을 학살해가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은 여지없이 이세계물의 한계를 보여주는 거 같았군요.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인다는 거부감은 아예 없습니다. 인간형인 고블린을 학살할 때도 그렇고요(사람은 인간형을 해칠 때 거부감이 가장 크다고 하죠). 위기에 빠져 생존 본능에 따른 살육이라는 개연성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 작품 자체가 개그성이 강하고 가볍게 읽는 용도에 지나지 않다 보니 심각한 장면은 사실 이야기 진행에 방해되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피해자는 여주나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자연법칙으로 살아가는 울프류들이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게 되죠. 그냥 숲에 모여 있었다는 이유로, 물가에서 물먹고 있었을 뿐인데, 여주에게 뒷치기 당해서 뼈와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팔려가는 불합리란. 여주는 마을 근처에 있는 생물이란 생물은 모조리 씨를 말려버리죠. 이러니 다른 모험가들의 원성을 살 만도 하지만, 처음 시비 붙었던 모험가를 물리적으로 진짜로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여주에게 대항할 모험가는 없었습니다. 여주는 타협으로 사회를 원만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내게 조금만 불합리가 있어도 못 참는 불같은 성격이죠. 그런 주제에 피나를 도와주는 상냥함도 있다는 영문 모를, 밤에 길 가다가 칼 맞에 맞으면 피나 같은 사람이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바로 여주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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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빌드 월드 7 - 초인(超人) 리빌드 월드 11
나후세 지음, 긴 그림, JYH 옮김 / 노블엔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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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의 본질은 유적에서 구시대 유물을 구해와서 돈으로 바꿔 연명하는 모험가의, 흔히 트레저 헌터라 불리는 그런 이야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물보다는 사람들과 싸워대고 정치적으로 얽히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는군요. 주인공 아키라와 대척점에 있었던 카츠야와의 싸움, 건국 주의자들과의 피 튀기는 싸움, 무기 시장을 양분하는 두 개의 거대 기업 사정이 얽힌 싸움, 주인공을 없애려는 정치인, 유물은 뒷전이고 이런 싸움에 휘말려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고, 역설적이게도 유물 수집해서 번 돈 보다 이런 싸움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돈이 더 많을 지경입니다. 사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는 것처럼 이 작품도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전쟁이 터지는 불운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그런 싸움에 휘말릴 때마다 불운을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소용이 없어요. 이 불운은 급기야 도시 중추를 좌지우지하는 정치가를 불러들이게 되고, 이익이 얽혀 주인공을 없애려는 시도까지 일어났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척점에 있었고 사사건건 시비를 털었던 카츠야와 결판을 짓는 싸움도 일어났었죠. 결과 카츠야는 그렇다 처도 주인공과 마음의 공유까지 이루며 잘하면 주인공 편으로 올 거 같았던 유미나(히로인)까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7권은 보다 넓은 세계로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도시가 그냥 가서 죽으라고 냈던 의뢰를 두 팔을 잃어가며 클리어 한 주인공은 헌터 레벨이 엄청 오르게 되었습니다. 뭐 당연하게 주인공을 이용해서 지위를 굳건히 하고 이익을 보려는 정치가가 나타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주인공도 보다 좋은 장비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 불만은 없는 상황입니다만. 주인공 헌터 레벨은 현재의 도시에서는 거의 최고 등급에 해당하기에 그동안 얘기가 나왔던 동부로 시야를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도시 공무원 히로인이 주인공 담당이라며 들러붙습니다. 내가 도시와의 협상을 해준다는 둥, 장비 구매나 대여도 알아봐 준다는 둥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지만 내심은 영웅에 버금가는(건국 주의자들을 격퇴했으니) 주인공에 빌붙어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수작질. 이런 마음은 알파에게 바로 들통나지만 왜인지 그녀(알파)는 주인공을 설득해서 역으로 이용하는 말미잘과 흰동가리 사이가 되는 게 좀 웃기죠. 그리고 히로인 세대교체인지 셰릴(거의 메인 히로인급)을 밀어내고 그녀(공무원)가 7권에서 메인 히로인이 됩니다. 주인공에게 실적을 쌓게 하고 그 명성에 들러붙어 피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짓을 해대지만 그 벌인지 엄청나게 굴러다니게 되죠. 셰릴이 그동안 당했던 건 새 발의 피일 정도로요.



아무튼 이번 7권부터 구영역 접속자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구영역 접속자죠. 구영역 접속자는 지금은 멸망한 초문명을 이룬 구시대 유적이나 그 문명에 기계 없이 자유롭게 접속이 가능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주인공에 접속한 내비게이터 알파가 그 예죠. 접속 자체를 놓고 보면 뭐 별거 있나 싶지만, 그 영역이 방대합니다. 작게는 로컬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강제로 끌어내고(카츠야가 이 경우), 크게는 지금의 시대의 문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먹으면 구영역 접속자가 저지르는 해킹은 아무도 못 막는다고 하죠. 실제로 이번 7권에서 그런 인물이 등장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인물은 듣는 이 지치게 하는 타인과의 거리감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발암 카츠야를 보내고 날라리 양아치를 투입하는군요. 그런데 주인공보다는 엉뚱한 사람을 신경 쓰기 시작하죠. 아무튼 구영역 접속자 사람들의 가치가 더 큰 이유는 유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적엔 돈이 되는 유물이 많습니다. 단순히 돈만 되는 게 아니라 구시대 문명을 부활 시킬 수 있기도 하죠. 그 유물을 손쉽게 입수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구영역 접속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가치는 대단하고, 그런 사람이 발견되면 사활을 걸고 확보하려는 건 당연하게 되죠.



맺으며: 다 떠나서 7권 한정 엑스트라로 여겨졌던 공무원 히로인이 역대급 히로인으로 등극해버려서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7권 최대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거리감 없는 양아치(얘도 구영역 접속자)가 신경 쓰는 사람이기도 하죠. 사실 복선이 좀 있긴 합니다만, 순식간에 지나가서 끝에 가서야 알게 되더군요. 이번 7권은 동부로 무대가 옮겨지고 구영역 접속자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거대 기업이 끼어들고, 이들과 적대 관계인 건국 주의자들도 구영역 접속자들을 노리면서 전쟁이 벌어지고, 주인공과 공무원녀가 휘말리게 되면서 그동안의 전투는 애들 장난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본의 아니게 공무원녀를 지켜야 되는 입장에 놓이죠. 처음엔 사실 비호감이었으나 아등바등 살아가려는 그녀가 밉지만은 않게 되더군요. 딱히 주인공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도 아니고요. 협상 능력도 있어서 편의를 많이 봐주게 되죠. 그러다 납치되는 히로인이라는 역할까지 맡으니 흥미진진해지죠. 반면에 그럴수록 셰릴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지게 되면서 안타깝게 합니다. 아무튼 이쯤 오면 유적은 들러리고 사람 vs 사람이라는 대결 구도가 성립되어 버립니다. 그 중심에 유적이 있긴 한데, 구영역 접속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부귀영화도 달라지니까 뭐 사활을 걸만도 하죠. 문제는 엄청나게 호전적인 츠바키(알파와 비슷한 구시대 관리 인격)가 유적을 지키고 있다는 것. 그녀 외에도 더 있는 거 같고. 앞으로가 더 재미있어질 7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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