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위치 4 - 침묵의 마녀의 비밀, ROSY
이소라 마츠리 지음, 후지미 난나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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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놈의 제 2왕자 호위를 언제까지 해야 되냐. 필자는 옴니버스식으로 짧게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4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여주로 하여금 탐정이나 해결사 등으로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줄 알았죠. 어?! 제2왕자 독살 당했네? 같은. 그때는 탐정하고 2왕자 간의 사랑을 그릴 거라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탐정이라기는 그렇고 호위라고 해야 하겠군요. 호위가 호위 대상자랑 눈 맞다니 이거 무슨 쌍팔년도 로맨스도 아니고. 한 2권쯤에서 눈치채고 하차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4권이었군요. 뭐 결국 그런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어릴 적에 받았던 학대가 PTSD가 되어 사람들 눈치 억수로 살피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광적으로 싫어하고, 중증 대인기피증에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던 신데렐라는 왕자와의 인연으로 PTSD를 이겨내고 왕자와 맺어진다 그런 흐름으로 갈려나 봅니다. 하지만 작가의 집필 실력을 보니 결말이 나기도 전에 중도에 소리 소문 없이 끝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체스대회가 끝나고, 학원제가 시작됩니다. 필자가 위에서 작가의 집필 실력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왕좌를 놓고 다른 왕자와 대립 중인 제2왕자의 호위는 여주와 결계의 마술사에게서 빌려온 린(정령)과 사역마 고양이 네로뿐입니다. 여기서부터 어리둥절하게 만들죠. 제2왕자는 여주가 오기 전에는 호위 기사라든가, 시종 등 아무도 없이 싸돌아다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자객의 등장과 암살 이야기에서는 헛웃음만 나옵니다. 물론 왕자의 정체를 생각하면, 왕자의 뒷배인 외할아버지가 호위에 관련해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 이유도 납득이 됩니다만. 그러나 외할아버지 입장에서 손자는 바지 사장일 뿐이라지만, 죽어버리면 자신의 야욕이 물거품이 될 텐데 그에 대한 이야기나 행동은 전무합니다. 물론 제2왕자 스스로 지킬 힘은 있지만, 여주처럼 공공연히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대체 제2왕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게 되죠. 그저 얼굴 반반하고 말빨만 좋으면 단가?

아무튼 중세 시대풍 판타지에서 일본식 학생회가 있고, 일본식 학원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도 있습니다. 물론 중세 시대에도 학원제 같은 게 있었겠죠. 그러나 일본식은 아닐 거잖아요? 학원 3대 미인은 또 뭔데요. 판타지를 접목시킨 일본 문화를 표방하는 작품이니까?라고 퉁칠수도 있겠죠. 갑자기 의욕이 떨어지는데, 아무튼 그렇다면 그에 따른 청춘의 풋풋한 이야기인가? 그랬다면 리뷰를 이딴 식으로 쓰진 않겠죠. 청춘의 풋풋함은 찾을 수도 없고, 자객과 싸우며 극적으로 이기는 감동은 없습니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나오면 속절없이 당합니다. 의심도 안 합니다. 그러니 학우가 건넨 독도 의심 없이 넙죽 받아먹고 요단강 건널 뻔도 하였죠. 그래서 상당히 발암적인 요소로 다가옵니다. 이번 4권에서도 자객을 맞이해 다 이겨놓고 방심 혹은 눈치채지 못해서 역으로 포박당하는데, 이런 주인공은 이 작품이 유일할걸요? 이 과정도 드라마틱 한 것도 아닌, 어딘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가는 여주는 그저 마법만 잘 쓸 뿐인 어디에나 있는 여자애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작가는 어릴 적 받았던 학대에 따른 PTSD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을 양지로 끌어내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를 사람들에게서 치유받게 하려는 이야기를 그리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몇 개월 동안 학원에서 지내며 여주의 PTSD는 많이 완화되었죠. 소중한 사람들도 늘었고, 소중한 물건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번 학원제를 보내며 주변으로부터의 호의를 더욱 명확히 받게 되고, 제2왕자와도 거리를 상당히 좁히죠. 말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분명 그녀의 PTSD는 치료되어 가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의는 호의고 감정으로 다가가면, 호의는 기쁘지만, 호의에 담긴 좋아한다는 감정은 일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그녀를 결계의 마술사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비인간적이다, 그렇기에 잔혹해질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아파한다는 감정을 알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소중한 것은 늘었지만, 그걸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그 해답이 이번 자객에 의해 밝혀지게 되죠.

맺으며: 분명히 말하지만 본 작품은 개그물이 아닙니다. 자객에게 역으로 포박당하는 여주를 보고 리뷰에서 악평을 써야지 했습니다만. 4권으로 하차할 거니까 아무래도 좋아졌습니다. 특이한 여주 성격 하나는 괜찮았는데, 작품 진행은 빵점입니다. 암살 관련이나 여주의 정체가 발각될 위기를 그리는 이야기는 맥락이 없고, 즉흥적입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 끝맺음도 좋지 않고요. 이번 4권에서는 저주에 걸린 아이템이 회수되었는데 왜 저주가 계속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주 입장에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작가 입장에서 작가의 독백으로 풀어 버립니다, 이게 뭐지 싶죠. 그 저주 아이템으로 인해 연극에서 무대가 불바다 되었으면 그에 따른 조사나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딴 것도 없고,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3권에서 여주의 정체를 알아본 '버니'라는 놈과의 이야기도 흐지부지해버리고, 이번 학원제에서 외할아버지가 제2왕자의 입지를 공고히 할 거다 해놓고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플롯을 미리 짜놓지 않나? 벌써 4권이나 왔는데 여주의 성장만 조금 있을 뿐 이야기의 진척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체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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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언니가 신녀로 거둬지고, 나는 버림받았지만 아마도 내가 신녀다 3 - ROSY
이케나카 오리나 지음, 컷 그림, 송재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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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주가 버림받고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주가 처음 다다랐던 수인 마을은 인간들의 습격으로 많은 이가 죽고 많은 이가 노예로 잡혀갔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수인들을 모아 다시 길을 떠난 여주는 엘프의 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곳의 생활도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죠. 다시 살아남은 엘프들을 모아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사실 필자는 본 작품의 제목 때문에 선입견이 좀 있었습니다. 원작의 제목은 "双子の姉が神子として引き取られて, 私は捨てられたけど多分私が神子である"로서 여기서 신자(神子)는 신의 자식을 의미할 테고, 우리나라에 정발 되면서 신녀(神女)가 되었는데, 신녀는 신을 받드는 여인쯤 될 것입니다. 설마 불교에서 출가하지 않은 여인을 뜻하는 信女는 아닐 거잖아요. 어찌 되었든 여주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가까운 존재고, 이 의미에서 찾을 수 있는 일본인들이 우상으로 떠받드는 일본의 신화(아마테라스)가 더해져 마치 일본인들은 특별하다 뭐 그런 느낌이 전해졌었습니다만.

그런데 내용적으로는 고대 이스라엘의 민족 영웅 '모세'와 비슷한 여정을 그려간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태생은 다르지만, 사람들을 이끌어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죠. 여기엔 나와 모습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모아 기나긴 여행길을 떠납니다. 여주가 가진 신의 가호 덕분에 악의를 가진 자(사람이든 마물이든)들에게 위협은 받지 않지만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 않은 건 사실이죠. 아이들도 있고, 노인들도 있고, 악의를 가진 사람은 접근을 하지 못한다지만 이건 여주가 의식(인식)을 하고 있어야 가능하기에 만능이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린아이 눈으로 진행되면서 힘든 여정이지만 다들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다른 미개척지 숲에서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수인이 있고, 엘프가 있고, 적지만 인간들이 있고, 여주와 계약한 마물과 정령이 다투지 않고 어우러 살아가는 마을.

...라고 생각했던 여주는 자신을 저주하게 되는 일과 마주합니다. 그 숲에 이웃 나라에서 박해를 받다 도망쳐 온 어떤 민족을 구해주면서 또다시 인간들에게 악의를 받는 일이 벌어지죠. 그 민족은 구해준 은혜도 모르고 여주와 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 일궈놓은 마을을 탐내기 시작하면서 여주는 위기를 맞아갑니다. 여주도 고생을 많이 했기에 여기까지 도망쳐 올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십분 이해한 여주는 그 민족을 받아들일지 내쫓아야 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일궈 놓은 삶의 터전에 모르는 사람들을 들이는 위험성, 여주의 마을을 빼앗아야 된다는 급진파의 대두, 급기야 인질까지 잡히면서 여주는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성급하게 그 민족을 위험에서 구해준 여주는 자신의 불찰을 뼈저리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는 선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배워가죠. 그래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척해야 했을까 같은 철학적인 물음도 던집니다.

친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은 불러주지 않던 이름,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마물에게 사랑받는 아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거둬지지 않고 밖에서 생활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도 펼쳐집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녀를 거둔 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전설과 반대로 가는 상황이 펼쳐지자 결국 국가는 언니가 신녀가 아님을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언니가 특별하니 신녀가 틀림없다며 동생을 버리고 대신전에 들어간 엄마는 병을 앓다 죽은 거 같고, 아버지는 투옥. 그 틈에 왕위를 둘러싼 치졸한 내분이 터지면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게 된 언니는 그동안 우월감에 젖어 남을 깔보던 생활에서 이제 자신이 업신 여겨지는 상황에 처해집니다.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언니를 사형에 처하고, 진짜 신녀를 찾아야 한다는 사람들에게서 여주는 사람으로 대해지는 것이 아닌 그저 이용하기 좋은 물건에 지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죠. 그래서 여정은 힘들지만 마물과 수인과 엘프들과 같이 사는 것이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맺으며: 신녀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저 병치레를 막아주고, 풍년을 들게 해주고, 악의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주죠. 그래서 여주가 떠난 마을은 황폐화가 진행됩니다. 이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지만 범위(기껏해야 나라 한 개 정도)는 그리 넓지 않은 듯합니다. 마법은 배우지만 신벌 같은 건 내리지 않습니다. 신은 존재하지만, 들어내지는 않고요. 그저 모두가 잘 살수 있도록 노력하고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될지 고민을 하는 등 이제 9살이건만 생각은 어른 못지않게 성장해가죠. 다르게 말하면 아이를 이렇게 내모는 주변 상황이 안타깝게 하기도 합니다. 박해를 피해 도망쳐온 어떤 민족들에 의해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여주의 소망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그 민족을 배척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에 구하고 싶은 마음과 마을을 지켜야 된다는, 어떻게 해야 될지 갈등하는 장면들에서는 인생의 교훈적인 측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죠. 바란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요.

아무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일본인들의 신(神)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 가령 우린 신으로 인해 우월하고 특별해 같은 게 이 작품에서도 이어지나 했습니다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신이 언급되지만 어디까지나 제3자 형식의 방관자이고, 신은 인간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지만 간절히 바라면 실낱같은 구원을 내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오히려 특별하다고 여긴 사람들에겐 좋지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죠. 그 예로 여주의 언니가 차가운 감방에서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가는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아무튼 설정에 다소 구멍이 보이고 마을 짓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닐 텐데 뚝딱 해내는 것에서 현실미가 떨어지지만 특별함이 무엇인지 보여줘서 이것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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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 클랜을 이끈다 2 - S Novel+
쟈키 지음, fame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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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르마(히로인 2호,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아 맛이 갔음)와 코우가(사무라이, 역시 성장과정이 순탄치 않아 인생이 비굴모드)를 동료로 영입하고 랭크 업도 하면서 파티는 구색을 갖춰 갔지만 주인공은 이에 만족할 성격이 아니었죠. 동료를 노예로 팔고 폭력단 하나를 궤멸 시키면서 원하는 데로 안 좋은 의미로 일약 스타가 된 주인공은 누군가를 발판으로 삼아 더욱 도약하기로 마음먹고 다음 희생양을 찾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견실하게 마물을 쓰려트려 가며 차곡차곡 성장하여 최강이 되기보다는 누군가를 이용해서 빛을 얻으려는 성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강한 시커(모험가)나 폭력단 두목에게도 시비 터는 걸 마다하지 않죠. 그렇게 도발하여 상대가 발끈하면 상대는 이미 주인공 의도에 말리게 됩니다. 주인공 의도에 말리면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말빨이 매우 좋습니다. 근데 주인공은 자기가 이기지 못할 거 같으면 상대가 바라는 이익을 던져 관심을 끌기도 하고 약점을 잡아 협박하기도 합니다.

이익을 얻은 쪽은 주인공을 찬양하고, 약점이 잡힌 쪽은 찍소리를 못하고 이용당하기만 하죠. 이번 2권에서는 더욱 위로 올라가기 위해 도시에서 제법 인지도가 있는 클랜을 함정에 빠트려 궤멸 시킵니다. 이 클랜은 범법자도 아니고, 누구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인지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과 시합해 이겨 자신(주인공)의 가치를 드높이려 하죠. 근데 그냥 싸워서는 상대가 안 되니까 내부에서 붕괴 시키려 동료들 간 서로 이간질 시키고, 그렇게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 누수는 시합 때 큰 구멍이 되어 주인공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상대 팀은 알아서 붕괴해버리고 맙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악랄하죠. 리더가 배신할 거라는 둥 사람 심리와 정신적인 공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커 협회 소속 공무원을 매수하고 공문서를 위조해서 상대로 하여금 어떻게든 시합에 나오게 유도를 하고 고기 방패로 이용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봐도 좋게 비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커의 세계는 냉혹하고, 미리 대비하지 않은 쪽이 잘못이라고 하죠. 공무원 매수에 공문서까지 위조했는데 이걸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패배한 팀은 파티가 해산되고, 악랄하게 당했는데도 세상은 승자만 찬양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왁자지껄 평범하게 생활했던 파티가 한순간에 주인공 때문에 풍비박산이 나버렸죠. 그러나 주인공은 내부 문제로 언젠가 붕괴할 파티를 내가 써먹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해댑니다. 그렇게 붕괴한 파티에서 그 파티의 리더를 흡수하여 전력을 보강한 주인공은 더욱 위로 가기 위해 이번엔 나라 최강이라는 레갈리아에 도전하기로 하죠. 레갈리아는 7팀에게만 주어지는 칭호로서 강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침 운 좋게도 1년 뒤, 등장했다 하면 기본으로 세 개의 나라가 궤멸하는 사상 최강의 비스트(마물)가 출현할 거라는 예측이 뜨면서 주인공은 공포를 느끼기 보다 이걸 이용해 최강의 길에 오르려 합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 흘러가요. 주인공에게 있어서 시커(모험가)란 서로 경쟁하며 잡아먹는 존재이고, 그러해서 이용한들 죄책감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다는 주의죠. 약자가 도태하는 건 진화론에 근거할 수 있지만, 주인공이 하는 짓은 약자를 도태시키는 걸 떠나 악랄하게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먼저 도발 해놓고 상대가 발끈하면 '뭐? 신발롬아?' 이런 식이죠. 여기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이렇게 도발이 성공하면 그걸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하죠. 악랄하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는데, 약자에겐 약자의 방식이 있다며(주인공은 화술사로 최약체) 정보원을 이용해 상대의 약점과 정보를 철저히 모아 상대를 지옥으로 떨어트려 버리죠. 여친 임신한 것까지 까발려 난처하게 해주겠다는 놈은 주인공밖에 없을 것입니다(패드립이자 가족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협박). 그래서 주인공에게 찍히면 누가 되었든 그걸로 끝이 됩니다. 아무리 강한 비스트(마물)라도, 아무리 강한 파티라도 주인공에게 농락당할 뿐이죠.

뭐, 경쟁 사회에서 타인을 끌어내리고 이용해서 내가 위로 올라가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최강의 클랜 중 하나를 꼬드겨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작업하는 것이나, 황제까지 들먹이며 이용하려는 행동들은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 같지만서도 한편으로는 사나이라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같은 가슴 울리는 것도 있죠. 상대가 누가 되었든 기죽지 않고, 상대가 비아냥 대면 그 몇 배를 돌려주고, 그러다 싸움으로 번지면 밟아주고, 질 거 같으면 이익이 되는 말을 던져 현혹하는 말 솜씨를 보고 있으면 이 쉑기 곱게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죠. 그러나 작가는 주인공을 나쁜넘으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승자만이 웃는 세계를 만들어 가죠. 진 쪽에게는 비참함이 남습니다. 주인공에 의해 와해된 파티는 다른 파티에 들어가면 그나마 양호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걸로 끝을 맺죠. 그걸 또 수긍하는 세상이고요. 다음 차례는 자기가 될 수도 있는데...

맺으며: 드럽고, 치사하고, 비겁하게. 인간은 남을 이용할 줄 알아야 돼. 죄책감은 나약한 자나 갖는 것, 공포는 최대한, 사과는 먹는 것, 어른 공경은 어른 공격으로, 상대의 약점을 잡는 건 최고의 공격, 도덕이나 윤리는 애초에 배우지도 않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근데 그 하룻강아지가 범을 잡아먹는다. 주인공을 표현 하라면 이렇습니다. 악당물로서는 손색이 없습니다. 정의에 익숙한 독자라면 거부감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군요. 문제는 이제 주인공을 밟아줄 캐릭터가 한정적이 되어 간다는 것이고, 그럴수록 주인공은 더욱 폭주하는 경향을 보이죠. 이게 재미있나로 접근하면 재미없다고 하겠습니다. 한 번의 실패도 없고,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성장하는 캐릭터에 무슨 의미를 찾아야 할까. 뭐, 픽션에서 의미를 찾아봐야 소용없겠습니다만. 아무튼 소재는 좋은데, 진행에서 즉흥적인 장면이 꽤 많습니다. 진행 과정을 일절 보여주지 않았으면서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꺼내고 보여주고 등장시키는 통에 주인공 띄워 주려는 작가의 노력은 알겠는데 좀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무튼 주인공이 그렇게 바랐던 인형술사 동료도 영입하고 이로써 5인 체재가 된 주인공은 이제 어느정도 인지도를 올렸으니 다음 스텝으로 레갈리아를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1년 뒤 찾아올 최강의 비스트를 맞아 싸울 연합군 지휘권을 손에 넣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리고 할아버지의 원수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에 대한 대처도 해야 합니다. 근데 말빨로 황제까지 끌어들여 무투대회를 열겠다느니, 최강의 레갈리아 클랜들을 동요시킬 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으면 이게 최강이 아니면 뭐가 최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그리고 주변은 머리가 근육으로 채워져 있는지 주인공 말빨에 농락 당하는 걸 보면 이건 전형적인 주인공은 똑똑, 주변은 멍청하다라는 이세계 전생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외에도 새로운 세력을 등장시켜 주인공과 대결 시키려나 본데, 너무 강한 모습들을 보여 드래곤 볼 찍을 작정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언제부터 마법물이 이능력 배틀물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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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기사단의 노예가 착한 모험가 길드에 스카우트 되어 S랭크가 되었습니다 2 - S Novel+
지오 지음, 유우야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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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릴 적 부모님 따라 마경에 들어갔다가 졸지에 늑대의 아이를 찍게 된 주인공, 마경에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유년기를 마경에서 보내다 기사단에 구출되어, 되지도 않는 이유로 노예로 살아가던 주인공은 길드의 로리 할망(길드장)에게 구해져 S랭크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모험가가 되자마자 국제적 관심과 사건에 휘말려 용사 기구(단체)를 파멸 시켜 버리고, 노예로 몸담고 있었던 기사단은 궤멸, 그 여파로 나라는 반 토막, 성녀가 몸담고 있었던 아스테라 여신교는 평판이 나락. 길드 의뢰를 흡수하고 다녀서 모험가들 배를 쫄쫄 굶게 만들어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주인공은 그냥 마경에 처박아 두는 게 인류를 위한 일이 아닐까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지경이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라고,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는 길드 로리 할망의 처절한 호소에 알았다고 해놓고 1초도 안 돼서 까먹는 붕어 대가리 마냥 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번엔 길거리에서 포교하는 전단지 소녀에 관심을 보입니다.

의뢰 흡수 머신이 된 주인공 때문에 의뢰를 받으러 멀리 출장 가야 하는 처지가 된 히로인1(쿠에나, 얌전한 고양이 언제 부뚜막에 뛰어오를지 모름)과 히로인2(실라, 본인 주장으로는 주인공 정실), 주인공 때문에 어수선해진 국경에 마족이 출몰한다 하여 응원 병력으로 출발하죠. 그리고 길을 가다가 히로인3(성녀, SM 성질이 다분함)을 호위하는 히로인4(검성, 히로인3을 흠모하는 백합녀)를 만나 흠씬 깨지고 맙니다. 흠모하는 히로인3을 주인공이 홀렸다는 이유로 주인공과 같은 편인 히로인 1,2를 구타하는 히로인4, 그 단초가 된 히로인3은 국경에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는 중에 전단지 소녀와 조우, 서로 같은 여신을 모시는 종교 단체지만 히로인3의 종교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전단지 소녀는 히로인3에게 돌직구를 날립니다. 너의 종교 괜찮나? 하지만 다친 병사들을 치료가 우선이기에 히로인3보다 더 성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마족이 침입해오고 요격에 나섰던 히로인4는 진흙탕에 처박히는 위기일발, 그때 멋지게 등장하는 주인공. 주인공이 끼어드는 바람에 또 할 일 없어진 히로인1,2.

이번 2권에서는 두 가지의 일들이 벌어집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믿고 있는 종교, 아스테라교에서 불온한 이변을 알아차린 전단지 소녀가 아스테라교의 진실을 파헤쳐 가며 마족과 연루되었다는 걸 밝혀내는 과정과 주인공이 히로인1의 언니(3권에서 히로인6으로 격상 시킬 예정)에게 찍혀서 동정 상실이 눈앞이라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악의에 대항하는 전단지 소녀의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들 수가 있군요. 아스테라교에 대항해 새로운 종교를 세워 포교하며 아스테라교의 이변을 호소하지만 사람들을 들은 체하지 않죠. 오히려 사람들은 짝퉁 종교라 욕을 하고, 위해를 가하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단지 소녀는 절대 폭력으로 되받아치지 않죠. 오히려 사람들을 도우고 이번에는 전장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며 사람들을 구하려는 성녀 같은 모습들을 보입니다. 거기서도 짝퉁이라는 매도의 말을 듣지만 굴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뭔가 좀 난잡하지만, 본 작품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여러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게 주인공이죠. 그리고 전단지 소녀에게 호기심을 느꼈던 주인공 때문에 히로인3의 나라 신성 공화국은 큰 위기를 맞아 갑니다. 거기서 또 활약하는 게 전단지 소녀. 진짜 작가가 캐릭터 하나는 잘 만들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활용을 안 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참, 오해하실까 봐 변호하자면, 사실 주인공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주인공이 있다고 해야 하겠군요. 그리고 멋지게 해결, 전단지 소녀 에피소드도 해결. 사실 본 작품에서 악당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티키타카 같은 게 재미있죠.

사실 본 작품은 하렘물입니다. 히로인1~3은 이미 주인공 하렘이 되었고, 히로인4도 오해가 풀려 주인공 하렘에 동참하게 되죠. 히로인5(목적을 위해선 몸까지 바치길 마다하지 않는 닌자)는 길드에서 밀고 있는 카리스마 파티의 파티원으로 스카웃 되지만, 그 실상은 전세계를 침략해 통일하고 싶어 하는 히로인1의 언니가 다스리는 나라 출신이라는 것인데, 적이 될 수 있고, 아군 될 수 있는 미묘한 히로인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히로인1의 언니가 이웃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 출진해서 히로인1,2를 죽이려 하죠. 전단지 소녀는 주인공을 용사라 믿고 대대로 가보로 내려오는 성검을 주인공에게 주려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고요. 길드장 로리 할망은 로리 포지션이고, 히로인1의 언니는 미혼이지만 연애 시뮬 게임에서 유부녀 포지션에 가깝습니다. 이로써 연애 시뮬 게임은 완성이 되었죠. 이제 누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것인 것만 남았습니다. 그 첫 스타트로 히로인1의 언니가 찍었죠. 주인공의 첫 키스를...

여기서 흥미로운 건 히로인이 이렇게 떼거지로 나온다고 해도 여느 판치라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제멋대로 올라가는 진행을 본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히로인 1,2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매워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합니다. 히로인3은 어릴 적에 주인공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었죠. 정작 주인공은 기억에 없지만요. 전단지 소녀는 성검이 가리키는 대로 주인공을 찾지만, 사실 전단지 소녀는 히로인3과는 다르게 이성으로서의 호감보다는 성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느낌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요. 그래서 그 어느 히로인보다 안타깝고, 잘 되길 바라는 유일한 캐릭터라고 할까요. 그런데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은혜를 갚고 싶다 등등 다들 목적은 있지만 최종 목적은 하나같이 주인공과 그렇고 그런 행위를 바라는 발정 난 것도 사실이죠. 특히 히로인2는 틈만 나면 기정사실을 만들려고 하니까요.

맺으며: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운데, 재미있습니다. 판치라가 판을 치지만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왜냐면, 그럴 자격이 있는 히로인들이니까요. 길드장 로리 할망은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끌죠. 마법 능력도 좋아서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주인공은 그런 히로인들에게 손을 대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자인가? 그렇지만도 않는 게 판치라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번뇌를 쫓아내려 안간힘을 쓰죠. 조만간 누구 하나와 맺어지지 않을까도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높게 평가 중입니다. 사람은 솔직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이 무쌍을 찍어 재미없다는 분들도 계실 텐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단지 소녀가 성검을 내민다는 것에서 그의 정체는 용사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곳곳에 나옵니다. 이쪽 세계는 마왕이 있고, 여신이 있고, 용사가 있습니다. 대대로 용사는 여신의 신탁에 의해 정해지고, 마왕과 싸워 왔죠. 인간은 마족과 대립 중이고요. 그래서 주인공의 능력에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것도 무척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히로인1,2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들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 때문에 S랭크가 되지 못한 히로인1은 주인공과 대립각 세우다 그의 성품에 이끌렸고, 히로인2는 기사단에 있을 때부터 주인공을 챙겨 주었고 기사단장인 아버지의 폭주 때문에 죽을뻔했을 때 구해준 게 주인공이다 보니 은혜를 엄청 크게 느끼고 있는데요. 문제는 은혜 갚는 걸 이상한 방향(기정사실 만들기, 아이는 100명이 목표)으로 표출하고 있어서 항상 주인공의 눈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죠. 그런 히로인들이 주인공과 같이 하기 위해 떼쓰고 아양 떨기보다는 강해져서 같이 걸어가려는 모습들이 상당히 눈부십니다. 그걸 또 작가는 코믹하게 풀어놓기도 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재주도 상당히 좋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이 허울좋은 말보다는 진정으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는 것인데, 히로인들 호감도 올리는데도 개연성이 있어서 이점도 높이 처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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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이 어둠이 아늑했다 2 - L Books
호시자키 콘 지음, Nio 그림, 박춘상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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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근 한 달 만에 신(神)에 의해 이세계로 보내진 1천 명 중 300여 명이 리타이어 했습니다. 여기서 리타이어란 물리적으로 사망한다는 뜻입니다. 신(神)은 자신이 이세계에 보낸 이들의 삶을 지구로 송출해 하루 내내 일거수일투족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이세계로 보내진 사람들은 자신의 채널에 시청자가 늘어날수록 각종 혜택을 받습니다. 주인공 '히카루'는 원래 1천 명에 포함되지 않았었습니다. 주변에서 선택된 건 소꿉친구 '나나미'였죠.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이들은 이제 가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나나미'가 이세계에 가서도 무사하게끔 정보를 모아주는 등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세계에 가고 싶었던 괴한에 의해 '나나미'는 목숨을 잃었죠. 마침 그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도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주인공은 이세계에 소환되어 있었죠. 그리고 그런 그에게 도착한 메시지 '소꿉친구를 죽이고 이세계로 전이한 살인자'. 이것은 그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작용합니다.

이번 2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속에 들어온 너'. 1권에서 나나미가 살해당한 것에 대한 충격과 그 죄를 뒤집어쓴 충격, 살인자 주제에라는 매도의 말을 퍼붓는 지구인들(지구에서는 생중계를 보며 해당 전이자에게 메시지 보낼 수 있음)에 의한 대인기피증,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받을 가족들. 주인공은 마음이 망가져 버리죠. 그리고 그의 삶에서 안주할 곳이 되어 주고 싶었던 '리프레이아(히로인, 이하 리프)'. 리프는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한눈에 반해버리죠. 그리고 그날 저녁에 고백으로 이어지는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는 기행을 펼칩니다. 주인공은 거절하려던 찰나 고약하게도 신(神)은 이때라는 듯이 시청률 경쟁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1등 상품은 "소생의 비약". 사망한 사람 중에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 중 딱 한 사람 살릴 수 있는 비약이죠. 주인공은 무슨 짓을 해서든 1등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여신이라고 해도 믿을 미모의 '리프'를 이용하려 하죠.

시종일관 시청률 1위를 하기 위해 주인공은 리프와 '푸르'라는 고양이 수인을 고용해 던전에 들어갑니다.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1권 후반부터 그랬지만 2권은 리프가 얼마나 주인공을 사모하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이용한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절절한 마음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풀어 냅니다. 리프는 항상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따라가려 하고, 던전에서 그의 지시라면(탐험자 계급은 리프가 더 높음)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려 합니다. 주인공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시청률 1위를 만들어 가죠. 그래서 초반에는 여자의 마음을 이용해 파렴치를 일삼는, 지구인들이 매도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어서 꽤 나쁜 인상을 받게 합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며 리프의 마음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부분들은 꽤나 가슴 아프게도 하죠. 이 시청률 이벤트가 끝나면, 리프는 빛의 세계로 자신은 어떻게 되든 좋다고 진심으로 바랄 정도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하나 우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소꿉친구 '나나미'를 소생 시키려 하죠. 그런데 지금 그의 곁에서 마음을 표현했고, 그 마음을 알게 된 주인공이 '리프'가 사망한다면 어쩔? 설마 이젠 개도 안 물어갈 소재를 쓰진 않겠지? 결과는 직접 확인들 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본 작품을 다크 판타지 작품 순위에서 최상위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설정만 놓고 본다면요. 하지만 인간관계와 진행을 놓고 본다면 최하위에 놓겠습니다. 결과를 본 필자의 소감은 '엄청 상냥하면서 역겹다'. 경우에 따라 본 작품은 출판사의 메인 작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설정들이 우수합니다. 유x브를 모티브로 해서 각종 특전을 받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죠. 주인공은 마음이 망가져 홀로 어둠에 묻혀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그런 어둠 속에서 끌어내는 역할이 '리프'였고요. 리프는 빛 속성으로서 주인공에게 늘 빛을 선사하려 합니다. 주인공은 어느새 그녀가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닫죠.

그래서 마음이 망가진 주인공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리프'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 예로 리프는 주인공을 도시 밖으로 이끌며 하늘이 이렇게 푸르다는 것을, 들판이 이렇게 녹색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 행동이 결실을 맺어 처음으로 주인공은 웃을 수 있게 됩니다(비유하자면).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주인공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좋아한다며 겉몸이 달아가기만 합니다. 그런 그녀를 떼어 놓기 위해 주인공을 자신의 정체와 그녀를 이용했다는 것까지 밝히지만 리프는 '그래서요?' 얼핏 용서한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으나 리프는 주인공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집에 불이 나도 내 집이 아니면 관심이 없듯이, 그런 행동을 보이죠. 나아가 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던전에서 마왕(던전 보스 같은 거)과 일전을 벌이며 주인공의 지시를 깡그리 무시하고 닥돌해서 주인공의 염원을 박살 내버리는 장면은 대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게 만듭니다.

이래서 설정은 좋은데, 인간관계와 진행은 꽝이라는 뜻이 여기에 있습니다. 뭐 사실 막판에 리프의 발암적인 행동으로 인해 주인공이 짊어지고 있던 짐의 무게가 낮춰지기도 했고, 진짜 소중한 건 눈앞에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도 마련했으니 리프의 명령 불복종은 나쁜 행동은 아니었긴 합니다만, 문제는 그걸 보고 있는 독자들이 이해를 하느냐는 별개죠. 그동안 소꿉친구를 살리기 위한 고생은 그냥 이벤트를 위한 퍼포먼스였나?라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엔딩 스포일러 안 하려니 리뷰가 두루뭉술해지는군요.

어쨌거나 필자의 주관입니다만, 히로인 선택을 잘못해서 다 말아먹는 2권입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아서 홀로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애잔한 마음은 자칫 고구마가 될 수 있었으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절절히 표현하고 있어서 답답함은 없었군요. 소꿉친구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봐야 했고, 자신도 죽임을 당해 이세계로 넘어온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살인자라고 매도한다면 보통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겠죠. 그래서 '리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면, 주인공이 왜 이리 필사적으로 사냥에 나서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고, 주인공이 정체를 밝혔을 때 그를 포근히 감싸주며 이제 괜찮다는 말이라도 건넸다면 주인공은 구원받았을 테죠.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는다는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정체를 밝혔는데 그녀는 관심 없다는 듯이 와닿지 않는다는 듯이, 남의 나라 얘기하듯 관심 없다는 듯이, 그보다 '너 좋아해'. 그 자리에서 이 말이 왜 나오지?

맺으며: 다크 판타지로서의 설정은 꽤 높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이제 앞으로의 관건은 지구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주인공이 읽느냐 계속 읽지 않느냐군요. 메시지 창 앞부분에는 살인자라는 매도의 말로 도배되어 있어서 트라우마 작렬 중인 주인공은 절대 읽으려 하지 않고 있죠. 이후부터는 주인공이 누명을 벗었고, 응원의 메시지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주인공은 양지로 나올 수 있을까. 3권에서 새로운 만남이 있을 예정입니다. 아마 이 만남이 주인공에게 있어서 리프는 해내지 못했던 주인공의 인생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주인공에게 지구에서의 반응과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주인공의 인생은 지금부터 달라질 것인가. 그리고 그 인물에 의해 주인공이 바랐던 염원도 이루어질 수 있을 듯한 예감이 들었군요. 그런데 고양이 수인 '푸르'는 왜 나오다 마는 건가요. 푸르도 1권에서 주인공이 구해준 고양이 수인으로 던전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죠. 일러스트도 잘 뽑아놓고, 성격도 매사 긍정적인 집고양이 같아 호감이 엄청 가는데 중반부터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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