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위치 4 - 침묵의 마녀의 비밀, ROSY
이소라 마츠리 지음, 후지미 난나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놈의 제 2왕자 호위를 언제까지 해야 되냐. 필자는 옴니버스식으로 짧게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4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여주로 하여금 탐정이나 해결사 등으로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줄 알았죠. 어?! 제2왕자 독살 당했네? 같은. 그때는 탐정하고 2왕자 간의 사랑을 그릴 거라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탐정이라기는 그렇고 호위라고 해야 하겠군요. 호위가 호위 대상자랑 눈 맞다니 이거 무슨 쌍팔년도 로맨스도 아니고. 한 2권쯤에서 눈치채고 하차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4권이었군요. 뭐 결국 그런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어릴 적에 받았던 학대가 PTSD가 되어 사람들 눈치 억수로 살피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광적으로 싫어하고, 중증 대인기피증에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던 신데렐라는 왕자와의 인연으로 PTSD를 이겨내고 왕자와 맺어진다 그런 흐름으로 갈려나 봅니다. 하지만 작가의 집필 실력을 보니 결말이 나기도 전에 중도에 소리 소문 없이 끝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체스대회가 끝나고, 학원제가 시작됩니다. 필자가 위에서 작가의 집필 실력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왕좌를 놓고 다른 왕자와 대립 중인 제2왕자의 호위는 여주와 결계의 마술사에게서 빌려온 린(정령)과 사역마 고양이 네로뿐입니다. 여기서부터 어리둥절하게 만들죠. 제2왕자는 여주가 오기 전에는 호위 기사라든가, 시종 등 아무도 없이 싸돌아다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자객의 등장과 암살 이야기에서는 헛웃음만 나옵니다. 물론 왕자의 정체를 생각하면, 왕자의 뒷배인 외할아버지가 호위에 관련해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 이유도 납득이 됩니다만. 그러나 외할아버지 입장에서 손자는 바지 사장일 뿐이라지만, 죽어버리면 자신의 야욕이 물거품이 될 텐데 그에 대한 이야기나 행동은 전무합니다. 물론 제2왕자 스스로 지킬 힘은 있지만, 여주처럼 공공연히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대체 제2왕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게 되죠. 그저 얼굴 반반하고 말빨만 좋으면 단가?

아무튼 중세 시대풍 판타지에서 일본식 학생회가 있고, 일본식 학원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도 있습니다. 물론 중세 시대에도 학원제 같은 게 있었겠죠. 그러나 일본식은 아닐 거잖아요? 학원 3대 미인은 또 뭔데요. 판타지를 접목시킨 일본 문화를 표방하는 작품이니까?라고 퉁칠수도 있겠죠. 갑자기 의욕이 떨어지는데, 아무튼 그렇다면 그에 따른 청춘의 풋풋한 이야기인가? 그랬다면 리뷰를 이딴 식으로 쓰진 않겠죠. 청춘의 풋풋함은 찾을 수도 없고, 자객과 싸우며 극적으로 이기는 감동은 없습니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나오면 속절없이 당합니다. 의심도 안 합니다. 그러니 학우가 건넨 독도 의심 없이 넙죽 받아먹고 요단강 건널 뻔도 하였죠. 그래서 상당히 발암적인 요소로 다가옵니다. 이번 4권에서도 자객을 맞이해 다 이겨놓고 방심 혹은 눈치채지 못해서 역으로 포박당하는데, 이런 주인공은 이 작품이 유일할걸요? 이 과정도 드라마틱 한 것도 아닌, 어딘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작가는 여주는 그저 마법만 잘 쓸 뿐인 어디에나 있는 여자애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작가는 어릴 적 받았던 학대에 따른 PTSD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을 양지로 끌어내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를 사람들에게서 치유받게 하려는 이야기를 그리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몇 개월 동안 학원에서 지내며 여주의 PTSD는 많이 완화되었죠. 소중한 사람들도 늘었고, 소중한 물건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번 학원제를 보내며 주변으로부터의 호의를 더욱 명확히 받게 되고, 제2왕자와도 거리를 상당히 좁히죠. 말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분명 그녀의 PTSD는 치료되어 가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의는 호의고 감정으로 다가가면, 호의는 기쁘지만, 호의에 담긴 좋아한다는 감정은 일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그녀를 결계의 마술사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비인간적이다, 그렇기에 잔혹해질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아파한다는 감정을 알지 못할 것이고, 그렇기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소중한 것은 늘었지만, 그걸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그 해답이 이번 자객에 의해 밝혀지게 되죠.

맺으며: 분명히 말하지만 본 작품은 개그물이 아닙니다. 자객에게 역으로 포박당하는 여주를 보고 리뷰에서 악평을 써야지 했습니다만. 4권으로 하차할 거니까 아무래도 좋아졌습니다. 특이한 여주 성격 하나는 괜찮았는데, 작품 진행은 빵점입니다. 암살 관련이나 여주의 정체가 발각될 위기를 그리는 이야기는 맥락이 없고, 즉흥적입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 끝맺음도 좋지 않고요. 이번 4권에서는 저주에 걸린 아이템이 회수되었는데 왜 저주가 계속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주 입장에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작가 입장에서 작가의 독백으로 풀어 버립니다, 이게 뭐지 싶죠. 그 저주 아이템으로 인해 연극에서 무대가 불바다 되었으면 그에 따른 조사나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딴 것도 없고,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상황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3권에서 여주의 정체를 알아본 '버니'라는 놈과의 이야기도 흐지부지해버리고, 이번 학원제에서 외할아버지가 제2왕자의 입지를 공고히 할 거다 해놓고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플롯을 미리 짜놓지 않나? 벌써 4권이나 왔는데 여주의 성장만 조금 있을 뿐 이야기의 진척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체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