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라토리아 13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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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조 미궁 크노소스] 소탕 작전은 많은 인명 피해를 낳고 겨우 제압 완료되었습니다. 흑막 중 하나였던 검은 머리 엘프 '피르비스'와의 혈투 또한 많은 피해를 낳았고, 어느 엘프 소녀에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겨 주었죠. 살아남은 이들은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고, 도시를 재건해 갑니다. 엘프 소녀는 소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 엘프의 성지에 찾아갑니다. 아무리 긁어모아도 조금밖에 없었던 그녀의 재를 끌어안고서. 그리고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이번 13권은 엘프 소녀 "레피야"에게 있어서 '피르비스'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습니다. 그녀(피르비스)와 파티 맺으면 죽는다는 징크스 때문에 인간관계를 단절 시켜가는 그녀를 구원해 주고 싶었는지 무던히도 쫓아다니며 마음을 부딪힌 끝에 겨우 친구가 되었다는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맞닥트린 인조 미궁 사건. 눈앞에서 그녀(피르비스)가 마물에게 잡아먹혔다는 충격,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최강의 적이 되어 그녀(레피야) 앞에 나타났다는 충격. 그럼에도 손을 내밀고, 가공할 힘으로 공격해오는 그녀에게 맞서 싸우며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손을 내밀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 없이, 마치 그녀(피르비스)의 인생을 대변하듯, 처절하리만치 격한 공방 끝에 찾아온 구원. 죽음이라는 안식. 피르비스는 레피야에게 단검을 건넵니다.



이번 13권에서는 상실감에 마음이 망가져가는 레피야를 그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몰살한 주범이기에 묘지에 묻힐 수도 없었던 그녀(피르비스). 감히 언급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름(작중에 피르비스라는 단어는 거의 언급되지 않음). 그렇기에 상실감은 더 커지고, 그녀의 뒤를 쫓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가해자(피르비스)를 피해자로 둔갑 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피르비스의 인생을 보면 27계층에서의 일이라든지 그 이후 누구에게도 구원받을 길 없이 이용만 당하며 살아왔으니 어찌 보면 사회의 부조리에 당한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너무 많은 인명 피해를 냈기에 용서가 되지 않는 그런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피야는 어쩌면 피르비스의 본질(순수한)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망가져 이번엔 자신이 본질(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 그녀는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녀(피르비스)가 남겨준 단검을 허리에 차고, 변화를 추구합니다. 후열에서 마법만으로 서포트하는 걸 그만두고 마법 검사가 되어 전열에 참가하길 희망하죠. 그 바탕엔 다신 누군가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본질이 아니죠.



본편 19권에서 메인 무대가 되었던 '학구'가 입항합니다. 학구엔 많은 학생들이 있고, 각 파밀리아에게는 우수한 학생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립니다. [로키 파밀리아]에서도 학생들 스카우트하려 대표로 레피야를 보내죠. 초반 레피야의 비장한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학구라니 이야기 매치가 안 되어 괴리감이 좀 있지만, 인조 미궁 사건 이후 애가 맛이 가고 있어서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뭔가 달라지겠다고 칼 들고 늑대 인간 베이트에게 겁 없이 수련 시켜 달라고 하질 않나(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음). 머리카락 잘라 버리질 않나(사실 레피야는 장발 빼면 팥 없는 찐빵인데). 성격도 좀 바뀐 거 같고. 이게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면 사망 플래그를 마구 뿌려대는 형국이었죠.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학구'에 가 애들 좀 스카우트 해오라 시켰습니다. 가다가 토끼(본편 참조) 비스무리한 것을 보는 건 덤. 갔더니 스카우트 보다 애들 조교(아니 그 조교 말고) 좀 해달랍니다. 참고로 레피야도 학구 출신이죠. 아무튼 배정받은 애들은 4명. 애들에게 모험가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게 그녀(레피야)의 일. 근데 기껏 대학 보냈더니 졸업해서 허드렛 일 시키는 기분은 착각인가 싶습니다. 모험가라면 무뢰배 등 사회 밑바닥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는지라...



갑자기 레피야를 학구에 보내 왜 애들을 가르치라는 걸까.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 안 보였던 게 보이게 되고, 지금 자신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지금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레피야는 피르비스의 환영을 쫓아 망가져가고 있었거든요. 이걸 자각하라는 건지 그 능글맞은 로키가 학구 일을 억지로 떠맡겨 버리죠. 근데 의도치 않게 선생님 일이 적성에 맞았는지 엉뚱하게도 모험가로서의 시야가 넓어지고 애들을 자상하게 잘 가르칩니다. 금쪽이도 개과천선 시키고. 학구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녀(레피야)는 아마 새로운 파티를 꾸려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르비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피르비스)를 그리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이대로 두면 폭주한 끝에 레피야에게 남는 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 해결책이 떠맡겨진 애들.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들어간 던전에서 약속된 듯이 재난이 일어납니다. 레피야는 자신의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애들을 지켜야만 하죠. 변화의 목적, 누군가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아마도). 그 목적을 다하면서 비로써 자신의 본질을 찾아갑니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걸. 사실 이 해석이 맞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레피야의 변화가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13권이었는데 작가가 의도하고 집필했다고 하니까 뭐... 그런가 보다 해야죠. 거창하게 이제부터 본편은 표면, 외전은 이면을 다루겠다고 선언도 하셨고. 그러니까 거울 같은 건가? 본편의 벨을 외전 레피야에게 투영 시키겠다는 뭐 그런 해석으로 비치는데 머리 아픈 건 필자 전문이 아니니 패스. 그 연장선인지 이번 13권에서는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오글 거리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외전은 꽤 묵직한 내용을 다루는 게 아이덴티티였는데 오글거리는 청춘 러브 코미디 같은 것을 넣어놔 조금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피야라고 하면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고정 포대의 이미지가 있는데, 칼 들고 쫓아다니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미지 체인지를 거치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군요. 그러고 보니 벨이 칼 들고 쫓아다니며 마법 난사하고 그랬는데, 이번 13권에서 레피야도 딱 그렇게 행동하죠. 거울 맞네. 벨이 영웅을 쫓고 있다면, 누구도 희생 시키지 않겠다는 레피야. 이 두 감정을 표리일체로 봐야 할까요? 흥미로운 건 평행세계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에 사는 사이라는 것. 어쩌면 호흡을 맞춘다면 아이즈보다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아이즈와는 다르게 츤데레 같이 의식하고 있기도 하니까... 잘하면 아이즈 밀어내고 본처로 올라설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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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7
추공 지음, 이백 그림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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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부터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6권에서 게이트가 생기는 원인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 대응에 쫓기게 되죠. 게이트는 여느 판타지처럼 마력이 모여 자연적으로 생기는 던전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밝혀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이용해 대규모 지구 침공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도요. 이번 7권에서는 침공해오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집니다. 그 규모와 위협도는 지금까지 그 어떤 등급의 게이트보다도 높습니다. 먼치킨 무쌍을 찍는 주인공이라도 자칫 목숨을 잃을 만큼요. 주인공이 힘들다면 다른 헌터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 우려를 반증하듯이 서울에 이때까지 못 봤던 초대형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그리고 미증유의 재난을 연상케하는 마수가 등장하죠. 이것은 앞으로 있을 대규모 전쟁의 전초전입니다. 주인공을 보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온 세계 서열 상위 헌터가 대응하려다 힘 한번 못 써보고 리타이어 되죠. 주인공은? 데이트 중입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쳐들어올 줄은. 그동안 변변한 히로인 하나 안 나와서 섭섭했는데, 갑자기 진도를 빼는군요. 마치 태풍이 오기 전의 평화를 만끽하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긴 합니다만, 작가가 쑥스러운지 예측하라는 장면만 보일뿐 보다 깊은 관계는 표현하지 않는군요.



그리고 "나"라는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모습으로 진화. 이중 던전에서 주인공이 죽다 살아나고 그림자 군주라는 능력을 얻게 된 배경이 밝혀집니다. 주인공은 데이트하다 말고 날아와 미증유 마수의 횡액을 간신히 막아서지만, 적은 이때까지 겪었던 그 어떤 적보다 강적입니다. 미국 헌터 협회에서 전설급 무기를 얻었어도, 그림자 부하들을 아무리 많이 모았어도 오합지졸이란 이런 건가를 하필이면 주인공 당사자를 이용해 보여줘버리죠. 주인공은 시간과 공간의 세계에서 자신의 힘의 원천을 찾아갑니다. 자신에게 깃든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그리고 지구와 자신을 이렇게 몰아넣은 원인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태곳적 신(神)은 유희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선의 지배자와 악의 군주들. 이들은 창조주인 신의 유희를 위해 열심히 싸웠습니다만. 서로 싸우다 보니 문득 생각난 게,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지? 창조주를 향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반란의 칼 맛 좀 보시죠?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어쩌고 난장판은 지구까지 뻩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구에 게이트가 생기고 만들어진 원인이 밝혀지죠. 그리고 주인공이 그림자 군주라는 능력을 얻게 된 배경도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것. 그렇다면 그 족쇄를 풀어 버리자. 주인공은 인간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집니다.



맺으며: 이제야 좀 적다운 적들이 등장합니다. 게이트 넘어 있던 강력한 존재들의 지구 침공에 맞서 주인공도 나름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전력차와 실력차라는 갭을 둠으로써 손에 땀을 쥐게 하는군요. 다만 아쉬웠던 건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 같은 역할을 맡겼다면 그 원동력이 되는 명분을 조금 더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령 가족을 조금 더 부각 시켜, 내겐 지켜 될 가족이 있다는 마음가짐(언급은 되지만 450여 페이지 중에 한 페이지도 아니고 한 줄 정도?)이 거의 없다는 것. 기껏 좋아하는 이성이 생겼는데 같이 전장에 세워 같이 싸운다는 두근거림을 보여 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주인공을 너무 특출하게 키워주는 바람에 같이 설만한 동료들이 없다는 것. 갑자기 강한 적들을 투입하면서 S급 헌터라도 쭈구리로 만들어버리는 파워 격차. 그래도 작가의 필력은 이런 단점을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서 읽을 만은 했습니다. 보통 일본 작품들도 7권쯤 오면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는데, 이 작품은 갈수록 스케일을 키우면서도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건 칭찬할만합니다. 다만 이성 간 호감 표현에서는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미증유의 사태를 막으러 가는 주인공에게 힘내라는 말도 없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싶죠. 가족들에게도 털어놔서 이해를 받는다든지. 땀 내나는 남정네들만 우굴우굴. 그림자 부하들도 마초들만 우굴우굴. 약간의 개그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따른 흥미는 부족한 게 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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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0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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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神)을 죽일 수 있는 검(劍)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신(神) 때문에 멸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명제가 던져진다면 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별(星)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죠. 이 에너지는 그 별을 재생(유지?) 하는 에너지였습니다. 어느 여성은 주장합니다.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별이 망가진다고, 사람들은 무시합니다. 그러다 진짜 별이 망가지게 생겼고, 그제야 정신 차린 사람들은 기도를 올립니다. 살려 달라고, 신(神)은 살려 줄 테니 제물을 바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위험성을 주장한 여성을 제물로 받쳐 버립니다. 이세계 시스템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망가져가는 재생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여기까지 보면 사람 하나로 별 하나를 살렸으니 수지맞는 일이다 같이 남 얘기하듯 하겠죠. 그러나 신(神)은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신(神)이 구축한 이세계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사람들 영혼(대충 비슷)을 갈아 넣어서 유지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별을 살리기 위해 인간의 영혼을 받쳐라. 뒷통수 맞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행할 일은 하나밖에 없죠. 신(神)을 죽이자. 이세계를 다스리는 상위 신은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D입니다. 그리고 지구 어느 고등학교 한 개의 반에 폭발이 일어나죠.



9권에서 여주인공의 진짜 정체는 약간 충격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사실 어렴풋이 위화감은 있었지만 설마 그런 식으로 그녀의 정체를 밝힐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었군요. 스포일러라서 밝힐 순 없으나, D의 대타 정도로만 언급해 두겠습니다. 9권에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된 여주가 D를 만났지만 어찌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고, 10권에서는 D에게 복종하며 살 것인가, 우주 끝까지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기로에 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힘이 있어야 하기에 아직은 몸을 사리게 되죠. 완전하게 힘을 되찾은 건 아니거든요. 그녀는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났기에 시스템 보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나날이 집착과 의존증이 심각해지는 흡혈녀 소피아의 정서를 안정 시켜야 하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불온한 움직임도 막아야 합니다. 몇 년을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왔더니 왜 돌아왔냐며 쿠데타 일으키려 하는군요. 마왕은 돌아오자마자 인족에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여기서 단순히 종족의 특성에 따라 마왕이니까 인간과 싸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겠지만, 마왕은 태초부터 이세계에서 살아왔죠. 즉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거쳐 그 시절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이며, 이세계 시스템 탄생 비화도 알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세계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D가 만든 이세계 시스템은 다단계 판매와 같습니다. 밑 돌을 빼 위로 올리는 식으로, 인간의 영혼을 갈아 넣어 별의 재생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은(사실 좀 더 복잡하지만 지면상 설명 생략), 인간의 윤회(환생)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날이 갈수록 갈아 넣을 영혼이 부족해진다는 거죠. 그렇담 어떻게 될까. 재생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별은 소각되겠죠.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세계 시스템을 없애야죠. 시스템을 없애고 원래 별이 가진 에너지로 별의 재생을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별도 살고 인간도 살고. 하지만 지금 당장 시스템을 없앤들 별의 에너지가 돌아오는 건 아닌데? 자칫 시스템을 없앤 순간 모조리 다 소각될 판. 이번 10권에서는 그걸 해결하기 위한 판을 짜갑니다. 일단은 이세계 시스템이 없어도 될 만큼 에너지를 모아 재생 시스템에 투입하면 뒤는 알아서 유지되는 그런 구조 같습니다만. 솔직히 필자 머리가 나빠 제대로 이해를 못 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서 구해 오느냐죠. 여주인공은 마왕에게 은혜 입은 걸 갚으려 합니다. 처음엔 적으로 만나 사생결단을 냈지만 몇 년이나 같이 여행을 하며 정이 쌓였고, 신화를 이뤘을 때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를 보살펴 주었으니 여주에게 있어서 마왕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대뜸 마왕에게 은혜를 갚다니 뭔 소리인가 싶겠습니다만, 태고 때부터 살아오며 인간들의 못 볼 꼴을 많이 봐온 마왕은 인간들 따위 업보나 받으라는 식으로 별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려 하죠. 그러니까 별이 망가진 원인은 고대 인간들 때문이고, 고로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닌 뭐 그런 상황? 이쯤 언급하면 마왕이 하려는 짓이 뭔지 아시겠죠. 이렇게 되게 여주가 부추긴 것도 있지만, 정확한 건 앞으로의 스포일러라서 지금은 언급이 힘드니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여주인공은 이쯤 오면 마왕에 푹 빠져서 서포트를 자처하게 됩니다. 결국 마왕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친절하게 대해서 내편 만들어야지가 성공한 샘이군요. 일단 판은 짜여가지만 우선적으로 엘프를 갈아 버려야 합니다. 작 초반엔 시골 촌락 나부랭이인 줄 알았던 엘프가 날이 갈수록 초거대 빌런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본 내용에서는 여주인공 일행을 그렇게 괴롭힌 건 없는데 어느새 악당이 되어 있군요. 여주인공이 아주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습니다. 성가시게도 엘프들은 마법 무효화하는 결계까지 가지고 있어서 마법 위주인 여주인공에게는 상극 그 자체죠. 이번에 마왕 타도 쿠데타를 뒤에서 지원하다 발각되어 마왕도 제일 먼저 소각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게 되는데, 아마 이게 4권인가 5권인가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맺으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반 아이들과도 조우하며 작 초반 서슬 트릭으로 교차 시켰던 여주와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합쳐가기 시작하는군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지만 이 모든 게 아버지(엘프 족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고, 주변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인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하죠. 사실 '넌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며 상대 평가를 자기 생각에 맞추는 성격이다 보니 좀 극혐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밝혀지기를 선생님은 여주에겐 또 한 명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 이야기의 키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쯥... 여주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리뷰 하려니 많이 두루뭉술 해지는군요. 이세계를 놀이판으로 취급하는 D와도 아마 끝장을 볼 거 같은데, 그렇지만 D가 있었기에 지금의 여주가 있기도 하니까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 엄청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별을 살리기 위해 악이 되려는 마왕의 고뇌, 그런 마왕과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려 하는 여주의 마음. 모든 건 유희를 위해라며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D의 만행 등 라이트 노벨 치고는 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의 소소하게는 공각 기동대처럼 의식을 부캐로 옮기는 여주에게서 한 가지, 생물이라는 존재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인가, 영혼인가 데이터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게 했다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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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9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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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족령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마의 산맥을 넘다가 만난, 고블린 -> 오거로 진화했던 남학생(반 친구이자 전생자, 이하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흡혈녀 '소피아'는 격침, 신화를 거치며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 나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거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실을 뽑아낸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었죠. 고블린은 이후 어디론가 가버렸고, 여주 일행은 드디어 마족령에 당도합니다. 일단 당면 목표가 마족령이었긴한데, 막상 도착하니 뭘 해야 하나.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될 상황이지만 그나마 실 뽑기 덕분에 밥 벌이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실이 질겨서 방어구로 쓸 수 있다나요). 흡혈녀 소피아는 아기 때부터 같이 지내온 면면이 면면인지라 정서불안을 안고 있었죠. 이에 마왕은 그녀에게 예법을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 정서 안정을 꾀합니다만 효과는 미미할 걸로 보여졌습니다. 이미 성격은 고착되었고, 지금 한창 미운 7살이거든요. 아기 때부터 길러준 여주에게 엄마라고 불러도 좋으련만 알고 보면 둘이 나이는 같죠. 보살핌 받았다는 자각은 있는지 여주가 안 보이면 걱정 정도는 해주는 착한 딸이기도 합니다.



진화의 끝을 달려 귀인인지 뭔지로 진화한 고블린의 이야기. 여주와 싸우다 그녀가 일으킨 얼음 붕괴에 휘말려 산 아래로 굴러간 고블린은 여전히 분노 스킬에 먹혀 앞뒤 분간을 못하고 닥치는 대로 살육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흡혈녀 소피아가 반드시 없애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느 작품이었다면 남자 주인공 자리는 꿰찼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죠. 그러나 무의미한 살육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관리자의 개입이 시작되지만, D(사신)의 간섭으로 이도 저도 못하다 결국 여주에게 오더가 넘어갑니다. 이쯤 여주는 원래의 힘을 되찾게 되지만, 찾게 되는 과정이 너무 어이없어서 설명은 생략하고요. 그녀가 나선 이상 두 권에 걸쳐 진행되었던 고블린의 이야기도 싱겁게 끝이 납니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게, 고블린이 분노 스킬에 먹혀 폭주하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개연성을 넣어 두었다는 것, 그로 인한 인간은 가해자이고 고블린이 피해자라는 선악의 구분, 관점을 달리하면 여타 작품에서 모험가에게 사냥 당하는 고블린의 심정을 십분 헤아릴 수 있는 설정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리뷰에선 많이 다루지 않았던 D의 이야기.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상위 관리자(神)이자 이세계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 고대 시절 여러 종족이 치고받고 싸우는 통에 망가져 가던 별을 접수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정을 꾀했던 사신. 여주를 거미로 환생 시켜 개고생하게 하고 그것을 보며 재미있어하는 변태.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세계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 시키는 걸 마다하지 않는 냉혹함. 여기서 엘프가 왜 관리자들을 배척하려는지, 선생님이 왜 전생자(반 아이들)들을 보호하려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D는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이세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희생 시키려 하죠. 고블린 사태를 키운 것도 D의 의향이 들어가서이기도 합니다. 사람들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게 재미있으니까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개입한 끝에 여주를 투입해 사로잡게 하였죠. 그래서 이 작품의 최종 보스는 D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D는 너무나 오래 살아서 뭘 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늘 새로운 걸 갈구하고 있었죠. 최소한으로 이세계를 유지하고, 그 대가인지 재미를 추구하는...



맺으며: 거미가 거미인 이유. 여주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여주는 D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습니다. 1권부터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일이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지금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 여주가 안타까웠군요. 이세계로 전생하기 전부터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고(정체는 스포일러라서), 죽고 나서도 D에 이용당하고, 이세계에 넘어가서도 티비 개그맨처럼 열심히 D를 웃겨 주어야 했던 광대 같은 여주. 힘을 되찾고 D와 독대하고도 자신의 정체가 정체였기에, 되레 전생 시켜준 걸 고맙게 여겨야 하는 이 기분은 자신의 감정일까 심어진 감정일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D는 자신의 책무를 다한 여주를 없애기보다 앞으로도 계속 티비 개그맨처럼 광대 역을 바란다는 것. 하지만 이세계는 붕괴 중이라는 것. 여주는 D가 만든 이세계 시스템에서 벗어났기에 D의 개입을 받지 않게 되었지만, 다른 이들은? 이세계 시스템에 충실히 따르려는 마왕은 전쟁을 준비 중이고, 엘프는 이세계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준동하고,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D가 재미를 위해 계획한 세계관이라면?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9권이었군요.

아무튼 매 권마다 리뷰가 다르게 작성되는 듯한데, 필자의 머리가 녹슬어서 판단과 분석을 제대로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이전까지 엘프와 선생님을 나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아닌 게 아니라 엘프 족장의 행동은 글자 그대로 악당인데?). 이번 9권에서 D의 행동과 성격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행동은 선은 아닐지언정 관리자들을 배척하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세계 하위 관리자들이 D(상위 관리자)의 뜻에 무조건 동조하는 건 아니었기에 관리자들이라고 해서 뭉텅 그려 나쁘다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9권에서 단지 D의 능력이 너무나 넘사벽이기에 하위 관리자들은 대들지 못한다고 역설하고 있기도 하죠. 다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서슬 트릭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자로 하여금 가령 저쪽 길이 맞다는 것처럼 진행하다가 진짜 길은 이쪽이라고 하는 특징이 있는지라, 정말로 D의 성격이 그러한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반 아이들을 말려들게 하여 이세계로 전생한 원인도 지금은 D의 입장에서만 풀어놓고 있는지라, 이번 여주의 정체처럼 또 뒤통수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직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위에 것만 쓰면 칙칙해 보이니까 좀 더 개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낯가리는 여주를 짝사랑하는 마족이 등장합니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으면서 동정인지 자꾸 엇나가는 게 소소한 재미로 다가오죠. 참고로 그는 여주의 집을 태운 두 번째 인간이 되었습니다. 여주의 집은 여주의 역린이죠. 오랜만에 대미궁에 갔더니 자식들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엄마(여주)를 반기는 새끼 거미들이 귀엽죠. 근데 인간화된 여주가 인간하고 맺어지면 태어나는 아이는 인간의 아이일까 거미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미줄(실)은 왜 손가락에서 나오는 걸까, 거미일 때는 엉...에서 나왔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인간형이 된 지금의 여주에게 거기까지 표현하기는 무리였나 봅니다. 소피아는 미운 7살이 되어 반항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주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잔소리하고, 안 보이면 안 보인다고 잔소리하고. 자고 있는 여주 방에 쳐들어가 억지로 깨워 예법 훈련을 시키지 않나, 마왕과 여주가 그렇게 찍지 말라 했던 스킬을 찍어 어이없게 만들고, 그로 인해 향후 마돈나가 되어 학교 남학생들 후리고 다니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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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3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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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로 전이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일행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세계를 관장하는 거 같은 사신(死神)은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치트를 남발하는 바람에 많은 아이들이 리타이어 되어 버렸죠. 사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마냥 사신을 욕할 처지도 아니긴 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겠다는 거처럼 욕심에 치트를 선택해서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벌받은 격이죠. 참고로 이 작품에서 치트는 지뢰와 동의어입니다. 치트 = 지뢰. 알짜 치트엔 그만큼 불이익도 따라붙는다는 건데, 예로 강함을 선택하면 필요한 경험치가 보통의 수백 배 된다든지. 문제는 히로인 '하루카'가 받았던 [도움말] 같은 설명서가 없으면 어떤 지뢰가 걸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최고의 치트 = 사망, 공식인 스킬을 사용했다가 죽어버리는 일도 벌어졌었죠. 사실 이런 설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필자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수십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일일이 다 표현하기 힘들어 가지치기 하듯 잘라 버린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긴 합니다. 그야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반 시리어스를 무색게 하는 평범한 슬로 라이프거든요. 욕심 없이 무난한 스킬을 받은 주인공 일행은 견실하게 몬스터를 잡고, 약초를 채집하는 등 밑바닥부터 열심히 노력 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샐러리맨의 공통사항인 집을 장만하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노가다에 뛰어들고 있죠. 



히로인 '나츠키'와 '유키'를 영입하여 3인 체재에서 5인 체재가 되었습니다. 5인 체재가 되었다고 해서 특출하게 드래곤 잡으러 가고 그런 건 아니고요. 일손이 늘어나서 집 장만하는 속도가 조금 더 올랐을 뿐입니다. 참, 치트 = 지뢰 공식인 세상에서 파티원도 함부로 늘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정확히는 반 아이들). 파티원이 치트 썼는데, 그게 사망 공식인 치트라면 말려들어 동반 자x이 되어 버리거든요. 사실 치트만이 아니라 내 입 풀칠하기도 힘든데 객식구를 함부로 늘릴 수 없다는 현실성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의 설정에는 남에게 민폐 끼치기도 있어서 남 등 처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기본 바탕에 치트 = 지뢰라는 공식과 남에게 민폐 끼치기가 깔려 있다 보니 선량한 아이들은 몸을 사리게 되고, 주인공 일행도 그런 것들을 경계하다 보니 이야기는 경직되어 가고,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자기들끼리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그 속에서만 행동하는지라 이야기가 제한적이 되어 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요컨대 마을 사람들과는 경제 관련으로 관계를  맺어 가지만 모험가들이나 반 아이들 소문이 들려오면 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죠. 그러니까 우물 안에서만 행동하다 보니 이야기는 고만고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3권에서도 이야기는 확장되지 않고 집 장만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과 마법에 관련된 이야기만 이어집니다. 이젠 별 어려움 없이 몬스터를 잡고, 약초와 버섯을 따다 팔아 돈을 벌어가죠.



맺으며: 남자 둘에 히로인 셋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러브 코미디는 없습니다. 나중에 관계가 정립되는 모양인데 3권이나 왔고, 같이 부대끼며 못 볼 꼴도 많이 봤을 텐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엄청 아끼는 경향을 보이죠. 사실 경박한 판치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그에 따른 청춘 러브 코미디를 보여줄 만도 할 텐데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게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이죠. 부모와 떨어지고 법률이 없는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파티원들뿐이라면 좀 더 위기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전이 전의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구 자취방에 모여 할 일 없이 떠드는 그런  모양새라 이게 재미있는지, 흥미 있는지도 모를 평범한 일상물처럼 흘러가고 있느니 읽고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집니다. 약초와 버섯 따기는 그렇다 처도. 작가가 야생 동물에 대한 지식도 미천한지 가령 겨울철 이외의 야생 동물은 노린내 때문에 먹기 힘들다 같은 게 있는데, 이세계니까 퉁치는 건지 그런 건 전혀 언급이 없어서 아쉽죠. 뭐만 하면 스킬에 의존하고, 그 설명에 지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얘들도 스킬을 얻었다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는 함부로 못하는 오크 같은 걸 아무렇지 않게 잡아 현실성을 떨어트리고, 집 장만해야 돼서 아껴야 된다면서 식당에서 호의호식하는 건 또 뭔가 싶은 게요. 작가가 서민의 생활을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닌가 싶더군요. 강박증 걸린 것처럼 생활 패턴도 여관 - 사냥 - (식당)길드 - (식당)여관 이런 식이라서 식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개그도 없고, 마음 졸이는 러브 코미디도 없고, 유희도 없고, 사냥도 별 어려움 없이, 남 등 처먹는 반 친구라도 투입해서 흥미를 좀 끌던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스킬, 능력 설명은 독자들이 굳이 알아야 되나? 같은 느낌이고, 한 눈 팔지 않고 견실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보통 사람들을 표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얘들처럼 이런 삶을 살으라면 숨 막혀 죽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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