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라토리아 13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조 미궁 크노소스] 소탕 작전은 많은 인명 피해를 낳고 겨우 제압 완료되었습니다. 흑막 중 하나였던 검은 머리 엘프 '피르비스'와의 혈투 또한 많은 피해를 낳았고, 어느 엘프 소녀에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겨 주었죠. 살아남은 이들은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고, 도시를 재건해 갑니다. 엘프 소녀는 소란스러운 도시를 벗어나 엘프의 성지에 찾아갑니다. 아무리 긁어모아도 조금밖에 없었던 그녀의 재를 끌어안고서. 그리고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이번 13권은 엘프 소녀 "레피야"에게 있어서 '피르비스'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습니다. 그녀(피르비스)와 파티 맺으면 죽는다는 징크스 때문에 인간관계를 단절 시켜가는 그녀를 구원해 주고 싶었는지 무던히도 쫓아다니며 마음을 부딪힌 끝에 겨우 친구가 되었다는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맞닥트린 인조 미궁 사건. 눈앞에서 그녀(피르비스)가 마물에게 잡아먹혔다는 충격,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최강의 적이 되어 그녀(레피야) 앞에 나타났다는 충격. 그럼에도 손을 내밀고, 가공할 힘으로 공격해오는 그녀에게 맞서 싸우며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손을 내밀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 없이, 마치 그녀(피르비스)의 인생을 대변하듯, 처절하리만치 격한 공방 끝에 찾아온 구원. 죽음이라는 안식. 피르비스는 레피야에게 단검을 건넵니다.



이번 13권에서는 상실감에 마음이 망가져가는 레피야를 그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몰살한 주범이기에 묘지에 묻힐 수도 없었던 그녀(피르비스). 감히 언급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름(작중에 피르비스라는 단어는 거의 언급되지 않음). 그렇기에 상실감은 더 커지고, 그녀의 뒤를 쫓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가해자(피르비스)를 피해자로 둔갑 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피르비스의 인생을 보면 27계층에서의 일이라든지 그 이후 누구에게도 구원받을 길 없이 이용만 당하며 살아왔으니 어찌 보면 사회의 부조리에 당한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너무 많은 인명 피해를 냈기에 용서가 되지 않는 그런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피야는 어쩌면 피르비스의 본질(순수한)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망가져 이번엔 자신이 본질(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 그녀는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었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녀(피르비스)가 남겨준 단검을 허리에 차고, 변화를 추구합니다. 후열에서 마법만으로 서포트하는 걸 그만두고 마법 검사가 되어 전열에 참가하길 희망하죠. 그 바탕엔 다신 누군가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본질이 아니죠.



본편 19권에서 메인 무대가 되었던 '학구'가 입항합니다. 학구엔 많은 학생들이 있고, 각 파밀리아에게는 우수한 학생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립니다. [로키 파밀리아]에서도 학생들 스카우트하려 대표로 레피야를 보내죠. 초반 레피야의 비장한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학구라니 이야기 매치가 안 되어 괴리감이 좀 있지만, 인조 미궁 사건 이후 애가 맛이 가고 있어서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뭔가 달라지겠다고 칼 들고 늑대 인간 베이트에게 겁 없이 수련 시켜 달라고 하질 않나(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음). 머리카락 잘라 버리질 않나(사실 레피야는 장발 빼면 팥 없는 찐빵인데). 성격도 좀 바뀐 거 같고. 이게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면 사망 플래그를 마구 뿌려대는 형국이었죠.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학구'에 가 애들 좀 스카우트 해오라 시켰습니다. 가다가 토끼(본편 참조) 비스무리한 것을 보는 건 덤. 갔더니 스카우트 보다 애들 조교(아니 그 조교 말고) 좀 해달랍니다. 참고로 레피야도 학구 출신이죠. 아무튼 배정받은 애들은 4명. 애들에게 모험가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게 그녀(레피야)의 일. 근데 기껏 대학 보냈더니 졸업해서 허드렛 일 시키는 기분은 착각인가 싶습니다. 모험가라면 무뢰배 등 사회 밑바닥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는지라...



갑자기 레피야를 학구에 보내 왜 애들을 가르치라는 걸까.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 안 보였던 게 보이게 되고, 지금 자신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지금의 자신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레피야는 피르비스의 환영을 쫓아 망가져가고 있었거든요. 이걸 자각하라는 건지 그 능글맞은 로키가 학구 일을 억지로 떠맡겨 버리죠. 근데 의도치 않게 선생님 일이 적성에 맞았는지 엉뚱하게도 모험가로서의 시야가 넓어지고 애들을 자상하게 잘 가르칩니다. 금쪽이도 개과천선 시키고. 학구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녀(레피야)는 아마 새로운 파티를 꾸려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르비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피르비스)를 그리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이대로 두면 폭주한 끝에 레피야에게 남는 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 해결책이 떠맡겨진 애들.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들어간 던전에서 약속된 듯이 재난이 일어납니다. 레피야는 자신의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애들을 지켜야만 하죠. 변화의 목적, 누군가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아마도). 그 목적을 다하면서 비로써 자신의 본질을 찾아갑니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걸. 사실 이 해석이 맞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레피야의 변화가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13권이었는데 작가가 의도하고 집필했다고 하니까 뭐... 그런가 보다 해야죠. 거창하게 이제부터 본편은 표면, 외전은 이면을 다루겠다고 선언도 하셨고. 그러니까 거울 같은 건가? 본편의 벨을 외전 레피야에게 투영 시키겠다는 뭐 그런 해석으로 비치는데 머리 아픈 건 필자 전문이 아니니 패스. 그 연장선인지 이번 13권에서는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오글 거리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외전은 꽤 묵직한 내용을 다루는 게 아이덴티티였는데 오글거리는 청춘 러브 코미디 같은 것을 넣어놔 조금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피야라고 하면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고정 포대의 이미지가 있는데, 칼 들고 쫓아다니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미지 체인지를 거치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군요. 그러고 보니 벨이 칼 들고 쫓아다니며 마법 난사하고 그랬는데, 이번 13권에서 레피야도 딱 그렇게 행동하죠. 거울 맞네. 벨이 영웅을 쫓고 있다면, 누구도 희생 시키지 않겠다는 레피야. 이 두 감정을 표리일체로 봐야 할까요? 흥미로운 건 평행세계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에 사는 사이라는 것. 어쩌면 호흡을 맞춘다면 아이즈보다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아이즈와는 다르게 츤데레 같이 의식하고 있기도 하니까... 잘하면 아이즈 밀어내고 본처로 올라설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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