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드 월드 3 - 하 - 현상수배급 토벌 요청 , Novel Engine
나후세 지음, 긴 그림, JYH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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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기껏 미발견 유적을 독차지할 수 있었는데,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을 발견한 피라냐들처럼 헌터들이 몰려와 뼈도 안 남기고 싹쓸이해버리는 바람에 주인공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메인 히로인이지만 결코 메인으로는 올라가지 못할 '셰릴'이라는 히로인이 납치되어 죽을 뻔도 하였죠. 그래도 의미 없는 삶은 아니라는 듯, 나 이외에 타인은 관심이 없었던 주인공이 히로인을 구출하러 갔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돈 독은 올랐지만 출세욕은 없는 주인공의 활약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활약 때문에 헌터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평범한 세상이었으면 추앙받아 마땅할 활약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이곳은 상대가 상처 입기만을 바라는, 먹잇감을 그대로 둘 이유가 없는 하이에나들이 득실 거리는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3권 하편에서는 주인공이 발견한 미발견 유적에서 쏟아진 현상수배급의 몬스터로 인해 도시 간 교역이 중단되고 이에 현상금이 걸리면서 한탕을 노리는 헌터들이 앞다퉈 달려가지만 죄다 역으로 소탕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현상금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이에 도란캄이라는 헌터 조직의 조직원의 의뢰로 주인공은 그 현상수배급 몬스터 사냥에 나섭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여느 작품들이라면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서 처리하고 영웅으로 등극하잖아요. 그러나 작가는 주인공을 출세 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하루 연명할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할 뿐이죠. 근데 그로 인해 그 최선을 눈여겨 본 무리들이 주인공에 접근하게 되고, 주인공을 이용하면 한몫 벌 수 있겠다, 조직의 파벌 싸움에 이용할 수 있겠다 등 인간 군상들을 상대로 주인공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작품은 판타지 세계의 모험가와 던전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유적은 던전이고, 그 유적을 지키는 경호 기계 로봇들은 몬스터이고, 헌터는 모험가입니다. 헌터들은 유적에 들어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는 경호 기계 로봇들을 없애고 구유물을 구해다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죠. 사실 단순히 이런 이야기였다면 여느 판타지를 모방한 레플리카 취급이었겠습니다만, 필자가 높게 평가하는 부분을 들라면 인간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는 것이군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뒷배로 주인공을 붙잡아 두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는 셰릴(히로인), 만인을 구하기 위해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카츠야(서브 주인공)',그걸 우상화하는 어른들, 그런 카츠야의 행동에 끌려가는 히로인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주인공을 컨트롤하려는 '알파(내비게이터)', 타인에게 무관심한 주인공을 그래도 보살펴주는 히로인 등, 본 작품은 출연하는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에 매우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3권 하편에서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총을 쥐여주면 어떤 꼴이 생기는가 같은 일들이 벌어지죠. 베테랑 헌터들도 나자빠지는 현상수배급 몬스터를 상대로 자신들의 파벌 싸움을 위해 신인 헌터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을 바라보며 해주겠어 하며 주제도 모르고 날뛰다 죽어가는 아이들 등, 유적에서 유물을 모아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 보다 인간의 추악한 이면들을 많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감언이설과 사탕발림 같은 어른들 사정이 동원되고 주인공도 농락 당할뻔하는 등 삶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무엇인가 같은 철학적 물음도 던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카츠야와 반목하면서도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그럴수록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결국 어중이떠중이 같았던 카츠야가 주인공급으로 성장하며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주죠.

맺으며: 이번 3권 하권이 의미 있는 점을 꼽으라면 당연 셰릴이 되겠군요. 조금씩 카츠야와 접점을 만들어 가더니 기어이 건담의 아무로와 샤아의 사이에 있었던 라라슨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정신이 죽어가던 카츠야는 셰릴이 건넨 인사치레 같은 말에 정신을 차리고 셰릴을 신앙에 가까운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셰릴은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츠야를 띄워준 것이건만. 셰릴은 주인공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고, 카츠야는 주인공을 죽도록 싫어합니다. 주인공은 카츠야를 슬슬 짜증 나는 쉑기로 인식해가고 있고요. 카츠야는 셰릴을 인식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 세 명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본 이야기보다 이게 더 궁금해지더란 말이죠. 근데 문제는 작가가 이렇게 아침 드라마로 만들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알파(내비게이터)'를 이용해 엄한 설정을 넣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밝힐 수 있는 건 내 인식이 조작된 거라면? 정도군요.

아무튼 본 작품은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히로인이 제법 나오지만 하렘의 느낌은 없고요.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같은 현실미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좋게 끝나지 않는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지죠. 주인공은 그 뒤처리로 바쁘고요. 그리고 눈뜨고 코 베일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하라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주인공처럼 착실하게 하면 출세는 힘들어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다는 메시지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인정해 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도. 다 나자빠지는 상황에서 주인공으로 인해 살아난 사람도 있고, 그 덕분에 보답도 받기도 하고. 사실 좀 더 내용적으로 들여다보면 주인공과 카츠야와의 관계, 어른들의 사정 등 복잡한 설정이 꽤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복선도 있고 설정을 몇 개 중첩적으로 이어가고 있어서 리뷰어로서 좀 애로사항이 꽃 피는 작품이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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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스킬이 너무 사기다 1 - ~전설의 용사의 능력을 훔쳐서 최강으로~, Novel Engine
스미모리 사이 지음, 토마 키사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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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감정]이라는 모든 사물에 매겨진 정보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만이 아닌 생물 전반을 [감정] 할 수 있고, 그래서 희귀 직종이 되어 이 능력을 받게 되면 현실 '사'자 들어가는 직업처럼 인생 탄탄대로를 달릴 수가 있습니다. 그야 물건의 값어치를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으니 상업적으로 인기는 대단하죠. 그러나 이것이 생물 전반으로 감정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범죄인에게 있어선 천적과도 같은 직업이니까요. [감정]이라는 능력으로 범죄인을 간파할 수 있으니,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목숨이 위협받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은 15세가 되던 날, 이 [감정] 스킬을 받게 되죠. 일하지 않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잔병치레하며 가족을 돌봤던 어머니. 전염병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뒤따라 아버지도 비명횡사. 불우했던 가정사와 입에 풀칠하기 바빴던 지난 나날을 버리고 이제 인생 펴지나 했던 주인공에게 안겨드는 것은 예리한 칼날이었으니...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걸 만천하에 까발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겠죠. 주인공이 받은 [감정] 스킬 능력치는 이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최상위급.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정보를 캘 수가 있고, 나아가 그 사물이 가진 능력도 훔쳐서 내가 쓸 수 있다면? 아무리 바보라도 이걸 말하는 의미는 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15세 되던 날, 그 의미를 음미하기도 전에 자신이 받은 스킬 [감정] 때문에 인생의 고통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위기를 넘겼지만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죠. 뭔가 고어 한 이야기인가 싶겠습니다만, 미리 언급해 보자면 본 작품은 개그 계열로서 그로테스크하고 시리어스 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주인공이 가진 [감정]이라는 스킬로 인해 엮이지 않아도 될 사건이 휘말리고, 불우한 가정사에서 이렇게 착한 애가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주인공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죠.

이 세계에는 용사가 있고, 마왕에 해당하는 악룡(惡龍)이 존재합니다. 부제목으로 용사의 재해석으로 쓴 건, 시작은 이래도 이야기 흐름은 용사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작의 마을에서 능력(신의 계시)을 받고, 고아원에서 주인공을 잘 따랐던 히로인과 길을 떠나 동료(히로인)를 만나고, 사건에 휘말려 가면서 용사의 전설이 주인공에게 빗대어지고, 용사가 출현할 거라는 신의 계시는 주인공을 가리켜 가는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왕에 해당하는 악룡의 존재를 어필하고 슬슬 주인공을 눈여겨보며 그를 견제해가는 구조를 띄고 있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단순히 정석적인 판타지 용사가 아닌, 라이트 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이 되어가는 하렘을 형성하고 별 어려움 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등 사기급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대리만족을 부여하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시각으로 풀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 먼치킨은 아닙니다.

사족: 말이 [감정]이지 상대의 능력을 카피해서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밝휘 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서 다음에 어떤 공격이 올지 미리 예측한다. 이게 어딜 봐서 [감정]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아무리 강적이라도 주인공의 [감정] 능력 앞에는 갓난 애,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상대의 마음까지 읽는 거까지는 좋은데 아군의 그것도 숨겨야 될 마음까지 만천하에 까발려서 사건 해결에 밑천으로 삼는, 섬세함과 배려는 개나 준 건가 싶은 장면이 더러 있습니다. 언젠가 주인공은 적(에너미)이 아니라 아군에게 칼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죠.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될수록 이면 감추려 하지만 만나는 히로인마다 어쩔 수 없다며 다 까발리는 행위는 또 뭔가 싶더군요. 사실 전체적인 흐름은 판타지 용사의 재해석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선대 용사가 남긴 칼도 뽑고, 그러나 여기에 라노벨 습성이 가미되면서 다 망치는 느낌이죠.

맺으며: 그래도 의미 있는 부분을 찾으라면, 불우했던 과거를 가진 아이가 성장하면서 제일 우선으로 하는 게 가족이라더니 함께 여행을 시작한 히로인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키려 하는 등 주인공의 사람 됨됨이는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히로인이 10살 로리라는 건 좀? 아무튼 내용적으로 보면 가볍게 읽을만합니다. 이세계 먼치킨이 아닌 이 세계 먼치킨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기억을 잃은 히로인(10살)의 기억을 되찾고 나아가 그녀의 고향을 찾고, 겸사겸사 악룡도 토벌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보여주면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노벨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렘, 억지스러운 이젠 개도 안 물어갈 히로인과 접촉사고(넘어졌을 뿐인데 왜 입술 박치기가 되지?), 상대의 패를 훤히 들여다보는 성장과 거리가 먼 먼치킨 주인공, [감정]을 통한 타인의 감정(感情)을 무시하는 장면들은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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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유희에 굶주려있다 4 - L Novel
사자네 케이 지음, 토모세 토이로 그림, 김덕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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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의 장점은 앞에 권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등장인물과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권만큼은 읽어야 하겠지만요. 분명 3권을 읽고 리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구입조차 하지 않은 채 4권을 읽었고, 전혀 위화감 없었다는 것에 본 작품의 진입 난이도가 얼마나 낮은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신(神)들과의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과 추리를 요한다지만 정작 그걸 표현하는 부분은 그런 설정은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등장인물들 개개인 개성도 초장부터 알기 쉽게 확립 시켜놓은 것도 무리 없이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역시나 핵심이 되는 신(神)들과의 게임은 노 게임 노 라이프라는 작품의 열화판도 되지 못할 정도로(필자 주관적) 놀이 수준이고, 진짜 중요한 건 늘어나는 하렘이 아닐까 했군요.

이번 4권은 클리어 불가능 게임에 강제 참여하게 된 주인공 일행과 전 세계 게이머들이 힘을 모아 클리어 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미궁에서 최종 보스로 자리 잡아야 될 신(神)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현상으로 인해 강제로 미궁에 끌려간 전 세계 게이머(명칭은 따로 있지만 알기 쉽게)들은 최종 보스(神)의 부재로 인해 평생을 미궁 안을 헤매다 죽거나 다신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시대는 게임을 통해 신(神)들로부터 재능을 부여받고, 그 재능을 이용해 도시를 지키거나 개발해나가는 세계관으로서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건 곧 멸망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에 주인공 일행에게 미궁에 갇힌 미귀한 자들을 구하고, 클리어 불가능한 조건을 클리어 가능으로 바꿔야 하는 전대미문 오더가 내려지게 되죠.

그러나 사실 이런 이야기는 딱히 상관없습니다. 게임에 참여해서 실패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며, 미궁에서 마물에게 죽임 당해도 현실에서 죽는 것도 아니기에(쉽게 설명하면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 같은), 이들에게 중요한 건 10승해서 신(神)들이 들어준다는 소원과 승리에 따른 부와 명예뿐이니까요. 물론 주인공처럼 게임이 즐거워 그 자체만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게임 자체는 머리를 쓴다고 해도 초등학생 수준이고 추리는 코난 발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건 작가의 능력 문제이기도 한데, 달리 말해보면 머리 아프게 생각하며 보는 것보다 다 같이 즐겁게 즐기는 놀이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예가 이번 4권에서 보스로 등장하는 아누비스(히로인) 왈: '역시 놀이는 즐거워'를 들 수가 있죠.

미궁에서 게임을 클리어 해나가는 장면들도 어딘가 코믹스럽고, 최종 보스(神)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등 인류 존망을 건 심각함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게임하는 도중 전멸해도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고(다만 보스전은 전멸 판정 시 패배), 그걸 이용해 게임 분석을 하고 클리어 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죠. 그래서 같은 장면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걸 의식했는지 작가는 펄(히로인)의 백치미를 이용해서 분위기를 띄우고, 하렘을 자꾸만 늘려서 주인공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최종 보스와 결전을 치르게 되는데... 작가는 4권까지 오면서 같은 이야기를 우려먹을 생각은 없나 보더군요.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들이 선사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그걸 부정하기 시작하거든요.

맺으며: 하렘, 하렘, 하렘. 이제 인터넷 밈으로도 떠도는 영화 강철중에서 어느 검시관인지 누구인지 하튼 이런 욕을 했죠.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C8'. 1권부터 그런 낌새는 있어 왔지만 4권까지 오니까 진짜 필자도 저 욕이 육성으로 튀어나오더군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하렘이 생성됩니다. 신(神)들은 죄다 여신이고, 동료도 여성, 주인공 일행 수속을 맡아주는 사무장도 여성, 엑스트라도 여성, 다른 도시에서도 여성, 이번에도 여신, 베일을 벗어가는 흑막도 여성, 아침 일찍 주인공이 기거하는 남자 기숙사에 쳐들어가는 하렘 군단, 이제는 개도 안 물어갈 침대 몰캉몰캉 클리셰, 주인공 하렘을 스카우트하려는 사람도 여성, 수영복 클리셰, 게임을 풀어가는 장면들은 무미건조, 클리어 불가능 게임이라는 조건을 걸어놓고 그걸 풀어내는 건 주인공뿐이라는 영웅 조장, 그래놓고 해답은 허망하기 그지없는 시추에이션. 용케도 4권까지 나왔다 싶습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 딱 15세 청소년에 맞는 이야기로서 이상보다는 현실을 보는 성인이 볼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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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따위로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요, 오빠? 2 - L Novel
카미시로 쿄스케 지음, 키린 카케루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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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죽여도 소용없는 존재가 쫓아온다면 그 공포는 얼마나 클까요. 그것도 모습을 바꾸고 나이를 바꾸는 전생을 거친다면? 그게 엄마(사망하고 안 계시지만)가 될 수 있고, 이웃 아줌마, 소꿉친구, 학교 선생님, 옆집 할머니 등 이세계 모든 여자가 여동생 일 수 있다는 공포. 본 작품은 울트라 슈퍼 얀데레 여동생에게 쫓기는 오빠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러브 코미디 같은 요소는 없으며 얀데레 여동생이 히로인이 되는 요소 또한 없습니다. 얀데레 여동생은 철저한 빌런(악당)으로 등장하며, 이세계 먼치킨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으면서 얀데레를 통한 호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개그는 있을지언정 여동생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성인물급 꽤 잔인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죠.

현실에서 5년 동안 여동생에게 감금되어 고문 당한 끝에 간신히 도망치나 했더니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은 1살 때 이쪽 세계에 먼저 환생해서 기다리던 여동생과의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만 했습니다. 사투 끝에 겨우 물리치긴 했으나 여동생은 포기하기는커녕 숨넘어가는 순간(사망)에서조차 다음번엔 숨어서 지켜보겠다는 선언을 하죠. 그로부터 7년 후, 도적단에 납치된 주인공은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시 환생한 여동생의 기척을 느끼게 됩니다. 그로부터 다시 1년 후, 주인공 나이 9살인 현재 숲에서 아사 직전이던 스승(엘프녀)을 주운 그는 소꿉친구 필리네와 함께 그녀(엘프녀)로부터 정령술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두 번 다시 여동생으로 인해 주변이 희생되는 걸 막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2권은 1년 전 도적단 퇴치에 일등공신이었던 주인공과 소꿉친구 필리네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정령술 학원에 스카우트되어 학원 생활을 영위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세계물 하면 학원이 빠질 수 없고, 학원 하면 높은 확률로 미모의 여학생들과 썸을 타는 등 근본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본 작품은 이세계하면 이런 클리셰는 빠질 수 없지 하면서도 그걸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학원에 들어가지만 무능력은 아니며, 여학생을 만나지만 썸을 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근본 없는 호감도 상승 같은 짜증 나는 장면들이 없어서 매우 진지하게 읽을 수가 있죠. 그리고 학원 장르를 넣으면서도 풋풋한 청춘 러브 코미디 따윈 내 사전에 없다는 듯이 무사히 졸업하려면 급우들과 피 터지는 배틀을 해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읽다 보면 본말 전도된 듯이 이런 학원 이야기가 여동생과 무슨 상관일까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여동생을 대비해 수련을 한다든지 대비를 한다든지 그런 이야기 보다 마치 대학의 학점 이수처럼 다른 학생들과 싸워 승률을 올려야만 졸업할 수 있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보여준다는 것이고,주인공은 그에 편승해 내가 최고야를 외치며 정보를 모으고 그걸 이용해 다른 학생들과의 배틀에 대비하는 등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읽다 보면 이게 뭐지 싶어요. 근데 이런 슈퍼 울트라 호러 얀데레물에서는 이런 생활들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곤 하죠. 가령 주인공이 학원에서 이룩해놓은 모든 것을 여동생이 부숴 버린다면? 여동생은 이미 주인공의 학원 생활을 지켜보고 있기도 하거든요. 본 작품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호러물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쨌거나 고리타분한 학원물 같으면서도 파격적인 장면들이 제법 들어가 있어서 이게 또 흥미롭단 말이죠. 왕족에게 빵 셔틀 시키는 양아치 녀라든지, 로리 할매 학원장은 클리셰 중에 클리셰지만 이게 또 장면들과 잘 어울려서 식상하지가 않습니다. 학생들이 벌이는 배틀은 작가가 준비를 많이 했는지 식상한 소재이면서 집중을 할 수 있는 필력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무능력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이라는 역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혼자 다 해먹는 잘난 이야기는 아닌데요. 여타 학생들도 작은 사회인 학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졸업하기 위해 정보를 모아가고 그로 인해 주인공도 위협받게 되는 능력제를 도입함으로써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학원 생활을 보여주죠.

맺으며: 1권에서 보여줬던 여동생의 광기는 이번 2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1권에서 선언했던 대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고, 주인공은 그런 여동생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아가죠. 학원에서의 생활도 그 일환이고요. 아마 3권에서 조우하지 싶은데, 문제는 그 임팩트를 최고치에 도달 시켜야 할 이번 2권에서 깔아 놓은 복선들이 너무 밋밋하다는 것입니다. 입학하자마자 졸업을 대비해 배틀(학점 이수와 비슷)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지 그걸 중점으로 보여주고 있거든요.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지켜보고 있는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양...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작가의 필력이 우수해서 클리셰적인 부분들이라도 흥미를 돋게 한다는 것이군요. 배틀을 위해 무대로 올라가는 주인공을 향한 시선을 한 몸에, 주목받는 주인공 같은 방구석 폐인들이 바라는 이상향도 제법 들어가 있는데 이게 싫지만은 않다는 게 무엇보다 신기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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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6 - S Novel+, 완결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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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모든 걸 잃은 남자가 일으킨 복수극의 최종판이자 본 작품의 최종회입니다. 사실 좀 더 극적인 장면을 바랐으나 그런 건 없고요. 본 작품 자체가 주인공이 제자들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들을 가르쳐 주었기도 하고 주인공 자체도 워낙 강해서 누가 리타이어 되는 일은 없었죠. 14권에서 어떤 히로인의 사망 플래그를 남겨 15권이 기대되었고, 15권에서는 마물떼를 몰고 온 주범과 대치하며 16권이 어떻게 끝날까 기대를 하게 하였습니다만. 솔직히 작가가 뒷심이 많이 부족하다고 할지, 상상력이 좀 부족하다고 할지 그냥 무난하게 끝납니다. 사실 본질을 들여다보면 부조리하게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의 복수극을 다룬 슬픈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으레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복수의 대상을 그르치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그런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와 대치하며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이런 작품의 난제는 이것이죠. 복수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너로 인해 너와 같은 희생자만 생길 뿐이라며 원론적인 말만 전해야 할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아무나 못하는 것이라는 걸 이 작품이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에게 무엇도 호소하지 않고 전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전해졌다면 복수 따윈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주인공에게 남은 선택은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뿐. 그리고 독자의 관심은 그 싸움을 어떻게 표현해줄까죠. 필자의 주관이긴 합니다만, 이런 방면으로는 던만추가 으뜸이었는데 본 작품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야 하나의 나라를 넘어 대륙 자체가 마물떼에 삼켜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이거든요. 스케일로 보면 본 작품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돈값 못한다.

사실 원래 본 작품의 본질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유랑하는 이야기이니까 싸움이 메인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걸로 접근하면 작품성은 10점 만점에 9점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이라면 책은 팔리지 않겠죠. 그래서 텍스트로 된 소설류는 작가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표현력이 풍부하다면 유유자적 여행길이라도 디테일 있는 풍경의 설명이라든지 감정의 희로애락 등 서정적인 글들은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고도의 돌려까기 같은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솔직히 본 작품은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만 겨우 건진 무난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아덴티티를 잊지 않겠다는 듯이 끝까지 제자들의 훌륭함이 표현되고 나아가 더 많은 제자들을 만들어가는 엔딩들이 붙잡은 토끼라면, 놓친 토끼가 담당했던 건 표현력이고 그래서 많이 아쉽다고 할까요. 표현력 토끼까지 잡았다면 굉장한 작품이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맺으며: 요즘 리뷰 쓰는 데 있어서 신랄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는 편(그럼에도 못 참고 비판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지만)이라서 좋게 좋게 마무리 지으려니 머리와 손에 쥐 나겠군요. 솔직히 본 작품도 표현력 무엇?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은 류에 속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바라는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어서 차마 그러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군요.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1권부터 줄곧 해오는 아이덴티티는 제자들의 육성이고 그 끝이 이번 16권이죠. 주인공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올바르게 자라난 제자들이 마물떼에 맞서 사람들을 지키려 고군분투하고 끝끝내 달성해가는, 주인공으로서는 걱정 없이 후방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제자들이 되었죠. 문제는 그런 제자들을 키워서 어쩌고저쩌고... 이러니까 라이트 노벨은 라는 욕을 들어먹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른 라이트 노벨에서는 잘 하지 않는 엔딩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주어서 애프터케어는 확실합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한데 뭔가 대충대충 그런 느낌이라서 끝까지 표현력 무엇?이라는 감상을 품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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