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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스킬이 너무 사기다 1 - ~전설의 용사의 능력을 훔쳐서 최강으로~, Novel Engine
스미모리 사이 지음, 토마 키사 그림, 이원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감정]이라는 모든 사물에 매겨진 정보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만이 아닌 생물 전반을 [감정] 할 수 있고, 그래서 희귀 직종이 되어 이 능력을 받게 되면 현실 '사'자 들어가는 직업처럼 인생 탄탄대로를 달릴 수가 있습니다. 그야 물건의 값어치를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으니 상업적으로 인기는 대단하죠. 그러나 이것이 생물 전반으로 감정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범죄인에게 있어선 천적과도 같은 직업이니까요. [감정]이라는 능력으로 범죄인을 간파할 수 있으니,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목숨이 위협받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은 15세가 되던 날, 이 [감정] 스킬을 받게 되죠. 일하지 않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잔병치레하며 가족을 돌봤던 어머니. 전염병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뒤따라 아버지도 비명횡사. 불우했던 가정사와 입에 풀칠하기 바빴던 지난 나날을 버리고 이제 인생 펴지나 했던 주인공에게 안겨드는 것은 예리한 칼날이었으니...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걸 만천하에 까발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겠죠. 주인공이 받은 [감정] 스킬 능력치는 이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최상위급.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정보를 캘 수가 있고, 나아가 그 사물이 가진 능력도 훔쳐서 내가 쓸 수 있다면? 아무리 바보라도 이걸 말하는 의미는 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15세 되던 날, 그 의미를 음미하기도 전에 자신이 받은 스킬 [감정] 때문에 인생의 고통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위기를 넘겼지만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죠. 뭔가 고어 한 이야기인가 싶겠습니다만, 미리 언급해 보자면 본 작품은 개그 계열로서 그로테스크하고 시리어스 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주인공이 가진 [감정]이라는 스킬로 인해 엮이지 않아도 될 사건이 휘말리고, 불우한 가정사에서 이렇게 착한 애가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주인공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죠.
이 세계에는 용사가 있고, 마왕에 해당하는 악룡(惡龍)이 존재합니다. 부제목으로 용사의 재해석으로 쓴 건, 시작은 이래도 이야기 흐름은 용사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작의 마을에서 능력(신의 계시)을 받고, 고아원에서 주인공을 잘 따랐던 히로인과 길을 떠나 동료(히로인)를 만나고, 사건에 휘말려 가면서 용사의 전설이 주인공에게 빗대어지고, 용사가 출현할 거라는 신의 계시는 주인공을 가리켜 가는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왕에 해당하는 악룡의 존재를 어필하고 슬슬 주인공을 눈여겨보며 그를 견제해가는 구조를 띄고 있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단순히 정석적인 판타지 용사가 아닌, 라이트 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주인공을 향한 맹목적이 되어가는 하렘을 형성하고 별 어려움 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등 사기급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대리만족을 부여하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시각으로 풀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 먼치킨은 아닙니다.
사족: 말이 [감정]이지 상대의 능력을 카피해서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을 밝휘 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서 다음에 어떤 공격이 올지 미리 예측한다. 이게 어딜 봐서 [감정]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아무리 강적이라도 주인공의 [감정] 능력 앞에는 갓난 애,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상대의 마음까지 읽는 거까지는 좋은데 아군의 그것도 숨겨야 될 마음까지 만천하에 까발려서 사건 해결에 밑천으로 삼는, 섬세함과 배려는 개나 준 건가 싶은 장면이 더러 있습니다. 언젠가 주인공은 적(에너미)이 아니라 아군에게 칼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죠.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될수록 이면 감추려 하지만 만나는 히로인마다 어쩔 수 없다며 다 까발리는 행위는 또 뭔가 싶더군요. 사실 전체적인 흐름은 판타지 용사의 재해석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선대 용사가 남긴 칼도 뽑고, 그러나 여기에 라노벨 습성이 가미되면서 다 망치는 느낌이죠.
맺으며: 그래도 의미 있는 부분을 찾으라면, 불우했던 과거를 가진 아이가 성장하면서 제일 우선으로 하는 게 가족이라더니 함께 여행을 시작한 히로인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키려 하는 등 주인공의 사람 됨됨이는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히로인이 10살 로리라는 건 좀? 아무튼 내용적으로 보면 가볍게 읽을만합니다. 이세계 먼치킨이 아닌 이 세계 먼치킨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기억을 잃은 히로인(10살)의 기억을 되찾고 나아가 그녀의 고향을 찾고, 겸사겸사 악룡도 토벌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보여주면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노벨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렘, 억지스러운 이젠 개도 안 물어갈 히로인과 접촉사고(넘어졌을 뿐인데 왜 입술 박치기가 되지?), 상대의 패를 훤히 들여다보는 성장과 거리가 먼 먼치킨 주인공, [감정]을 통한 타인의 감정(感情)을 무시하는 장면들은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