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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6 - S Novel+, 완결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모든 걸 잃은 남자가 일으킨 복수극의 최종판이자 본 작품의 최종회입니다. 사실 좀 더 극적인 장면을 바랐으나 그런 건 없고요. 본 작품 자체가 주인공이 제자들에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들을 가르쳐 주었기도 하고 주인공 자체도 워낙 강해서 누가 리타이어 되는 일은 없었죠. 14권에서 어떤 히로인의 사망 플래그를 남겨 15권이 기대되었고, 15권에서는 마물떼를 몰고 온 주범과 대치하며 16권이 어떻게 끝날까 기대를 하게 하였습니다만. 솔직히 작가가 뒷심이 많이 부족하다고 할지, 상상력이 좀 부족하다고 할지 그냥 무난하게 끝납니다. 사실 본질을 들여다보면 부조리하게 모든 것을 빼앗긴 남자의 복수극을 다룬 슬픈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으레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복수의 대상을 그르치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그런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와 대치하며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이런 작품의 난제는 이것이죠. 복수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너로 인해 너와 같은 희생자만 생길 뿐이라며 원론적인 말만 전해야 할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아무나 못하는 것이라는 걸 이 작품이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복수의 화신이 된 남자에게 무엇도 호소하지 않고 전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전해졌다면 복수 따윈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주인공에게 남은 선택은 온 힘을 다해 맞서는 것뿐. 그리고 독자의 관심은 그 싸움을 어떻게 표현해줄까죠. 필자의 주관이긴 합니다만, 이런 방면으로는 던만추가 으뜸이었는데 본 작품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야 하나의 나라를 넘어 대륙 자체가 마물떼에 삼켜지느냐 마느냐의 싸움이거든요. 스케일로 보면 본 작품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돈값 못한다.
사실 원래 본 작품의 본질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유랑하는 이야기이니까 싸움이 메인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걸로 접근하면 작품성은 10점 만점에 9점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이라면 책은 팔리지 않겠죠. 그래서 텍스트로 된 소설류는 작가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표현력이 풍부하다면 유유자적 여행길이라도 디테일 있는 풍경의 설명이라든지 감정의 희로애락 등 서정적인 글들은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고도의 돌려까기 같은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솔직히 본 작품은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만 겨우 건진 무난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아덴티티를 잊지 않겠다는 듯이 끝까지 제자들의 훌륭함이 표현되고 나아가 더 많은 제자들을 만들어가는 엔딩들이 붙잡은 토끼라면, 놓친 토끼가 담당했던 건 표현력이고 그래서 많이 아쉽다고 할까요. 표현력 토끼까지 잡았다면 굉장한 작품이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맺으며: 요즘 리뷰 쓰는 데 있어서 신랄한 비판은 자제하고 있는 편(그럼에도 못 참고 비판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지만)이라서 좋게 좋게 마무리 지으려니 머리와 손에 쥐 나겠군요. 솔직히 본 작품도 표현력 무엇?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은 류에 속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바라는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어서 차마 그러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군요.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1권부터 줄곧 해오는 아이덴티티는 제자들의 육성이고 그 끝이 이번 16권이죠. 주인공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올바르게 자라난 제자들이 마물떼에 맞서 사람들을 지키려 고군분투하고 끝끝내 달성해가는, 주인공으로서는 걱정 없이 후방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제자들이 되었죠. 문제는 그런 제자들을 키워서 어쩌고저쩌고... 이러니까 라이트 노벨은 라는 욕을 들어먹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른 라이트 노벨에서는 잘 하지 않는 엔딩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주어서 애프터케어는 확실합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한데 뭔가 대충대충 그런 느낌이라서 끝까지 표현력 무엇?이라는 감상을 품게 만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