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엄청 까지는 아니래도 꽤 좋아해요. 다시 보인다구요? 왜요?  야구 동영상 좋아하는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 ^

 

 

 

보령가는 길에 남포를 지나게 됐는데 희한한(?) 이름의 동네를 지나게 됐어요. 아니, 글쎄 동네 이름이 야동이지 뭐예요[사진]. 이 동네 분들 야구 동영상을 정말 좋아 하시나 봐요. 동네 이름을 이렇게까지 지을 정도이니. 야구협회에서 감사패라도 증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어쩌면 벌써 증정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집에 와서 이 마을 이름의 한자 표기를 검색해 봤어요. 당연히 野動[들 야, 움직일 동]으로 표기할 것이라 예상했죠. 그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네,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野動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이 동네 분들은 야구 동영상을 좋아해서 이런 이름을 사용한 게 아니예요. 그러면 혹 '그' 야동을 좋아해서 이런 이름을 사용한 걸까요? 당연히 아니예요. '그' 야동도 한자 표기는 野動을 사용하니까요. 물론 이 때의 野는 '들'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거칠다'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좀 다르죠.

 

 

 

그러면 이 동네 이름의 야동 한자 표기는 어떻게 하냐구요? 冶洞[쇠 불릴야, 마을 동]으로 표기해요. 순 우리 말로 바꾸면 '풀무골'이 되겠지요. 어쩌면 처음에는 이 이름으로 불리다 나중에 한자식 이름으로 바뀌면서 야동으로 불린 것 아닌가 싶어요. 야동이란 이름은 이곳에 쇠를 다루는 대장간이 많았던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요. 동네 이름이 대개 그 동네의 특징(산)과 관련하여 붙여지는 것을 볼 때, 무리한 추측은 아닐 거예요.

 

 

 

이렇게 보면 야동 마을은 본래 억세고 선이 굵은 이들이 모여사는 동네란 이미지가 강했을 거예요. 쇠를 다루는 이들은 대개 억세고 선이 굵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한갖(?) 야구나 좋아하고 야한 동영상이나 즐기는 동네란 이미지를 갖게 된 걸까요? 그래요, 한자를 단순히 한글 음으로만 표기한데서 비롯된 착시인 거죠. 아예 우리 말로 풀어서 표기를 하거나 한자로 표기했다면 그런 구질구질한(?) 이미지를 갖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동음이의어에 취약한 한글 전용 표기의 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동음이의어에 취약한 한글 전용 표기의 웃지 못할 사례가 나오더군요(아래 표). 처음에는 멋모르고 웃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웃을 일인가?' 싶더군요. 생각해 보셔요. 님이나 제가 이곳에 산다면 웃음이 나오겠어요? 함부로 웃을 일이 아닌 것이죠. 일부러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이름을 굳이 사용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의미를 풀어서 마을 이름을 표기해야 할 거예요. 한자로 표기하면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한자를 잘 모르니까, 의미를 풀어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죠. (이 지명은 주소 체계가 바뀌전의 사례예요.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주소 체계 변경 이후의 지명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을 못해 봤네요. 죄송.)

 

 

 

 [인용 출처 : https://namu.wiki/w/%ED%8A%B9%EC%9D%B4%ED%95%9C%20%EC%A7%80%EB%AA%85/%EB%8C%80%ED%95%9C%EB%AF%BC%EA%B5%AD]

 

 

 

야동 마을 주민 분들도 자신들의 마을 이름에 덧씌워진 야릇한 이미지를 모르시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렇게 거창한 입석까지 세워 놓은 것을 보면 그런 야릇한 이미지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가 봐요. 달관한 걸까요? 포기한 걸까요? 즐기는 걸까요?

 

 

 

 

冶洞의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冫(氷의 초기 글자, 얼음 빙)과 台(怡의 축약형, 기뻐할 이)의 합자예요. 쇠를 불린다는 뜻이에요.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것으로 그 의미를 표현했어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이→야) 뜻도 일 부분 담당해요. 기뻐하면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고 화기애애하듯이 쇠도 불리면 딱딱했던 성질이 연화된다는 의미로요. 쇠불릴 야. 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冶金(야금), 冶坊(야방, 대장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同(한가지 동)의 합자예요. 본래는 많은 물줄기가 한 군데로 모여 세차게 흐른다는 뜻이에요. 마을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예요. 마을과 물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마을 동. 洞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洞口(동구), 洞里(동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쇠불릴 야    마을 동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口     冶(   )

 

3. 야릇한 지명이나 인명을 소개하고 그 이름을 한글로 풀어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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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0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웃긴 지명이 생각보다 많네요. 출처 링크에 올린 나무위키를 봤는데, ‘대구 비산동’이 왜 특이한 지명 목록에 있는지 의아스러워요. 제가 예전에 살았던 곳이 비산동이었거든요. ^^

찔레꽃 2016-08-02 06: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의아스럽네요. 그리 특이한 이름이 아닌 것 같은데... 혹 무슨 독약의 이름과 비슷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