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를 어머니라 하면 항상 그러한 어머니가 아니다."
<노자>에 나오는 "도를 도라 하면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며, 명을 명이라 하면 항상 그러한 명이 아니다"를 응용해서 표현해 봤어요. 어머니라 부르는 그 분을 어머니란 말로 다 정의 할 수 있을까요? 혹 부족하여 다른 말을 첨가한다면 어머니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거에요. 그러나 정의 불가능한 그 분이 존재하시는 것만은 분명하죠. 그 어떤 이치 -- 흔히 진리라고 일겉는 -- 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것을 말로 정의하기는 어려울거에요. 그러나 정의 불가능하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죠.
사진의 주련을 읽어 보실까요?
古佛未生前(고불미생전) 옛 부처님 나시기 전부터
凝然一相圓(응연일상원) 의젓한 동그라미 하나
釋迦猶未會(석가유미회) 석가도 알지 못했다 했으니
迦葉未能傳(가섭미능전) 가섭이 어이 전하리
本來非皂白(본래비조백) 본래 검지도 희지도 않고
無短亦無長(무단역무장) 짧지도 길지도 않다네
본래부터 존재한 그 무엇을 말하고 있어요. 그것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기에 동그라미로 표현했을 뿐이며, 말로 이해되거나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석가도 가섭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하고 있어요. 아울러 그것은 늘 그 모습 그대로라고 말하고 있어요.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표현 기법중에 홍운탁월(烘雲托月)이란 것이 있어요. 구름을 통해 달을 표현하는 방법이죠. 한 공간을 비워둔 채 주변을 어둑한 구름으로 표현하여 간접적으로 달을 표현하는 거에요. 위 시는 바로 이런 방법으로 본래부터 존재한 그 무엇을 말했다고 볼 수 있어요. 본래부터 존재한 그 무엇을 언표(言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에둘러 표현했고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상대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죠. 홍운탁월로 달을 보게하는 것처럼요.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출세간(出世間)을 해야 본디부터 존재한 그 무엇을 깨달을 수 있는 걸까요? 전,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구요? 본디부터 존재한 그 무엇은 어디에나 편만(遍滿)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 무엇은 보편성을 갖기 어렵고, 보편성을 갖기 어려운 그 무엇이라면 추구할 가치가 없을 거에요. 하여 저는 출세간하여 본디부터 존재한 그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구도의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사진은 마곡사 대웅보전 주련이에요.
한자를 한 번 읽어 보실까요?
古佛未生前 옛고/ 부처불/ 아닐미/ 날생/ 앞전
凝然一相圓 엉길응/ 그럴연/ 한일/ 형상상/ 둥글원
釋迦猶未會 석가석/ 부처이름가/ 오히려유/ 아닐미/ 깨달을회
迦葉未能傳 부처이름가/ 사람이름섭/ 아닐미/ 능할능/ 전할전
本來非皂白 근본본/ 올래/ 아닐비/ 검을조/ 흰백
無短亦無長 없을무/ 짧을단/ 또역/ 없을무/ 긴장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凝은 冫(冰의 원글자, 얼음빙)과 疑(의심할의)의 합자예요. 의심하여 머뭇거리듯 날이 추워져 물이 흐르지 못하고 얼어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에요. 이런 것이 바로 엉긴 상태죠. 凝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凝固(응고), 凝結(응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圓은 口(圍의 옛글자, 에워쌀위)와 員(인원원)의 합자예요. 둥그렇게 에워쌌다란 의미예요. 員은 음을 담당해요. 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圓滿(원만), 楕圓形(타원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釋은 釆(분별할변)과 睪(엿볼역)의 합자예요. 죄의 유무를 분별하여 살펴보고 무죄인 경우 풀어준다란 의미예요. '풀석'이라고 읽어요. 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釋放(석방), 保釋(보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석가석'이라고 읽는 것은 산스크리트어 Śākyamuni를 釋迦牟尼(석가모니)로 음역한데서 비롯된 거에요.
迦는 辶(쉬엄쉬엄갈착)과 加(枷의 약자, 칼가)의 합자예요. 본래 죄인의 목에 칼을 씌워 행동을 부자유스럽게 하듯 보행자들의 통행을 차단하는 물건이란 의미예요. 바리케이트라고 할 수 있지요. 산스크리트어 Śākyamuni를 釋迦牟尼(석가모니)로 음역하면서부터 '부처이름가'로 주로 사용하게 됐어요. 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伽藍(가람, 절), 迦陵頻伽(가릉빈가, 극락정토에 있는 새 이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葉은 艹(풀초)와 枼(입엽)의 합자예요. 초목의 잎새란 뜻이에요. '잎사귀엽'이라고 읽어요. 고을이름일 때는 '섭'으로 읽기도 해요. 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落葉(낙엽), 葉縣(섭현, 하남성에 있는 고을 이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산스크리트어 Kāśyapa을 迦葉(가섭)으로 음역하면서부터 '사람이름섭'으로도 사용하게 됐어요.
皂는 본래 草로 표기했어요. 草는 艹(풀초)와 早(일찍조)의 합자예요. 도토리[艹]란 의미예요. 早는 음을 담당하죠(소리값 변함. 조-->초). 도토리를 물에 불리면 물빛이 거무스름해지죠. 그 물로 염색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검다란 의미도 갖게 됐죠. 후에 '도토리, 검다'란 의미는 艹를 뺀 '皂' 혹은 '皁'로 표기하게 됐고, 草는 초본과 식물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됐어요. 皂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皂物(조물, 도토리), 皁巾(조건, 검은 두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凝엉길응 圓둥글원 釋풀석, 석가석 迦부처이름가 葉 잎사귀엽, 사람이릅섭 皂 검을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固 ( )伽牟尼 迦( ) ( )巾 ( )滿 ( )藍
3. 다음 시를 읽어 보시오.
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釋迦猶未會/ 迦葉未能傳/ 本來非皂白/ 無短亦無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