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의 집을 차례로 살펴보니, 사면 팔 자, 입 구 자로 기둥 높은 대문, 안사랑에 안팎 중문, 줄행랑이 즐비하고, 층층한 벽창, 초헌, 다락이며, 대청 여섯 간, 안방 세 간, 건넌방 두 간, 찻간 반 간, 내외 분합, 툇마루에 둥근도리, 부채 같은 추녀는 대접받침 분명하다. 완자창, 가로닫이 국화새김 제법이다. 부엌 세 간, 광 네간, 마구 세 간 검소하다."
이도령은 광한루에서 춘향과 결혼 약조 후 그날 밤 춘향의 집을 찾아가죠. 인용구는 이도령이 찾은 춘향의집 풍경이예요. 자세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대충 보건데, 중이나 중하 정도의 세간살이가 아닐까 싶어요.
사진은 광한루원에서 찍은 춘향이네 안사랑이예요. 외부 남정네들이 찾아 왔을 때 접대하기 위하여 마련한 방이지요. 춘향전에서는 이도령이 초당(춘향이의 거처)에 바로 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묘사가 빠져서 그렇지, 여기에 들렸다 갔을 가능성이 커요. 이곳에 머물면 여러 수작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면 스토리에 김이 빠지기 때문에 일부러 생략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안사랑에 병풍이 쳐있군요. 무슨 글이 쓰여 있는 것일까요?
仰觀勢轉雄(앙관세전웅) 올려다볼수록 그 형세 웅장하니
壯哉造化功(장재조화공) 대단하다, 조화옹의 공이여!
海風吹不斷(해풍취불단) 바닷바람은 쉼없이 불어오고,
江月照還空(강월조환공) 강에 비친 달빛은 다시 하늘 비추네.
空中亂潀射(공중란종사) 공중에서 어지럽게 쏟아지는 물줄기,
左右洗青壁(좌우세청벽) 좌우 이끼 낀 푸른 벽 씻어 내리네.
飛珠散輕霞(비주산경하) 흩어진 물방울 날아 무지개 되고,
流沫沸穹石(류말불궁석) 흘러내린 물보라 바위에서 솟구치네.
而我樂名山(이아요명산) 나는 본래 이름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對之心益閑(대지심익한) 명산들 대하고 나니 마음 더 넓어지네.
無論漱瓊液(무론수경액) 신선수 마심은 말할 것 없고,
且得洗塵顏(차득세진안) 이 물로 세상의 먼지도 씻어 버렸네.
且諧宿所好(차해숙소호) 또 내가 오래 바라왔던 것이니,
永願辭人間(영원사인간) 오래도록 인간 세상을 떠나 살고 싶네.
(번역 출처 : http://blog.daum.net/haemosupmw/1290 . 일부 수정.)
이백의 望廬山瀑布(망여산폭포)의 일 부분이예요. 장쾌한 폭포의 모습과 함께 그 폭포처럼 담대하게 속기를 떨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그렸지요. 시만 읽어도 여산폭포의 장쾌한 모습이 눈에 선한데, 실제로 보면 정말 대단할 것 같아요. 아쉬운대로 사진으로나마 한 번 감상해 볼까요?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haemosupmw/1290)
그런데 왠지 시의 내용이 안사랑 병풍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 같아요. 춘향전에 안사랑의 구체적 풍경 묘사가 안나오기에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왠지 어울리지 않는 내용 같아요. 탈속적이고 초월적인 이런 시는 산림처사에게나 어울릴법한 내용이기 때문이지요. 고증을 잘못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仰觀勢轉雄 우러를앙/ 볼관/ 형세세/ 구를전/ 씩씩할웅
壯哉造化功 씩씩할장/ 어조사재/ 지을조/ 될화/ 공공
海風吹不斷 바다해/ 바람풍/ 불취/ 아닐부/ 끊을단
江月照還空 강강/ 달월/ 비출조/ 돌아올환/ 하늘공
空中亂潀射 하늘공/ 가운데중/ 어지러울란/ 흘러들어갈총 / 쏠사
左右洗青壁 왼좌/ 오른우/ 씻을세/ 푸를청/ 벽벽
飛珠散輕霞 날비/ 구슬주/ 흩어질산/ 가벼울경/ 노을하
流沫沸穹石 흐를류/ 비말말/ 용솟음할불/활꼴궁/ 돌석
而我樂名山 어조사이/ 나아/ 좋아할요/ 이름명/ 뫼산
對之心益閑 대할대/ 어조사지/ 마음심/ 더할익/ 한가할한
無論漱瓊液 없을무/ 논할론/ 양치질할수/ 옥경/ 즙액
且得洗塵顏 또차/ 얻을득/ 씻을세/ 티끌진/ 얼굴안
且諧宿所好 또차/ 이룰해/ 묵을숙/ 바소/ 좋아할호
永願辭人間 길영/ 원할원/ 사양할사/ 사람인/ 사이간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潀은 氵(물수)와 衆(무리중)의 합자예요. 작은 물이 큰 물에 합류한다란 의미예요. 衆은 음도 담당하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죠(중-->총). 지금은 潨으로 표기해요. 설명도 潨으로 했어요. 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潨洞(총동, 큰 물에 흘러 들어가는 작은 여울), 潨潺(총잔, 물이 흘러들어가는 소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霞는 雨(雲의 약자, 구름운)과 叚(假, 빌릴가)의 합자예요. 구름이 햇빛을 받아 붉은 빛을 띄는 것을 말해요. 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霞彩(하채, 노을의 아름다운 빛), 晨霞(신하, 새벽 노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沫은 氵(물수)와 末(끝말)의 합자예요. 沫은 본래 사천성 논산현에서 발원하여 민강으로 흘러드는 물 이름이예요. 비말(튀어 올랐다가 헤지는 물방울)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물이 흘러가면서 일으킨 비말이란 의미로요. 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泡沫(포말), 沫餑(말발, 끓은 물의 거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沸은 氵(물수)와 弗(아닐불)의 합자예요. 아래로 흐르는 물의 평상 모습을 거슬로 위로 솟구친다는 의미예요. 끓다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 때는 '끓을비'라고 읽어요. 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沸水(불수, 솟아 오르는 물. 분수), 沸騰(비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穹은 穴(구멍혈)과 弓(활궁)의 합자예요. 본래는 구멍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랐다란 의미였어요. 窮(다할궁)과 같은 의미였죠. 활꼴이란 의미는 본뜻의 '구멍'에서 연역된 거예요. 활의 모양이 반원형으로 둥근 구멍과 유사하기에 활꼴이란 뜻으로도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穹隆(궁륭, 활 모양으로 되어 가운데가 높음), 穹蒼(궁창, 높고 푸른 하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漱는 氵(물수)와 欶(빨아들일삭)의 합자예요. 입으로 물을 흡수하여 이빨을 세척한다는 의미예요. 欶은 음도 담당하는떼 소리값이 약간 변했어요(삭-->수). 漱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漱口(수구, 양치질), 漱滌(수척, 빪)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瓊은 본래 붉은 빛이 도는 구슬이란 뜻이었어요. 지금은 보통의 하얀 구슬이란 의미로 사용하죠. 玉(구슬옥)의 변형인 王이 뜻을 담당해요. 나머지는 음을 담당하는 글자예요. 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瓊筵(경연, 화려한 연회), 瓊館(경관, 아름다운 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諧는 言(말씀언)과 皆(다개)의 합자예요. 상호간에 말이 잘 통하여 조화롭다란 의미예요. 이루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조화로워서 일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란 의미로요. 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諧比(해비, 화합하여 친밀함), 諧成(해성, 일을 다 이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辭는 亂(다스릴란, 일반적으론 '어지러울란'으로 사용)의 약자와 辛(매울신)의 합자예요. 辛은 본래 묵형에 사용되던 바늘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죄가 있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죄지은 이를 다스리는 말(판결문)이란 의미예요. 혹은 죄에 대해 올바로 처리해 주기를 요청하는 말(소송문)이란 의미로도 사용해요. 사양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판결을 미루거나 소송을 취하한다란 의미로요. 辭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辭退(사퇴), 辭典(사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潀(潨)흘러들어갈총 霞노을하 沫비말말 沸용솟음할불
穹활꼴궁 漱양치질할수 該이룰해 辭사양할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口 ( )隆 ( )水 ( )退 泡( ) ( )潺 ( )筵 ( )比
3. 다음을 읽어 보시오.
仰觀勢轉雄
海風吹不斷
江月照還空
空中亂潀射
左右洗青壁
飛珠散輕霞
流沫沸穹石
而我樂名山
對之心益閑
無論漱瓊液
且得洗塵顏
且諧宿所好
永願辭人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