伴圃金君天瑞遺稿旣成。其子載朙。又旁搜博采。又於壞壁屋漏之殘。故箧蠧蝕之餘。得若干篇。篇殘而未完者若干句。嗣刻於原稿之下。籤而字之曰伴圃遺稿拾遺。載朙之於此。可謂至矣盡矣。噫。天下之古書。不得拾遺。而天下之古書。從而亡矣。古文邱索樂律之書。各國寶書。尙不可言。至於兩漢經師之說。有補於經訓者。如說文所稱易孟氏尙書孔注之眞文,春秋之鄒夾曁服賈之注。孝經,論語之孔鄭。與夫荀爽,虞翻,歐陽,夏侯,申培,轅固,后蒼,翼奉,蕭望之,匡衡,劉向,劉歆,馬融,盧植之學。皆亡而不傳。不傳者則不得拾遺也。後世拾遺之書。惟李氏易解。稍存典刑。而王伯厚采輯逸書諸編。近世春秋左傳,嚴輯古注,古微書,鄭氏遺書。皆守殘抱闕。蛛絲馬迹。百存其一。吁可悲也。每讀仁和盧氏徵刻天下古今人著作䟽。未嘗不掩文一唏也。蓋其憫英華之澌滅。悼令聞之未彰。圖存其亡。力扶其微。徵天下而刻之。公天下之所好。夫存亡。仁也。扶微。義也。徵天下而刻之。信也。公天下之所好。惠也。其於天下。尙能如此。况於其先人之遺文乎。故曰伴圃遺稿。至於拾遺而至矣盡矣也。伴圃遺稿之拾遺出。而窃自感於天下古書之不可得而拾遺也。癸卯荷花生日。實事求是齋書。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지 않으신가요? ^ ^  괜히 클릭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제가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님이야 오죽하시겠어요? ^ ^

 

얼마전 서너시간 목각 체험을 한 적이 있었어요. 사진은 그 목각 체험을 한 공방에 걸려있던 한 작품이에요. 공방의 주인이 제작한건데 무척 정교하여 실제 글씨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 목각 작품의 원본을 사진아래 실어 보았어요. 똑같죠? 그런데 사실은 이 목각 작품의 원본도 실제 글씨를 쓴 것은 아니고 목판을 인쇄한 것이에요. 목각 작품은 이 목판 인쇄본을 그대로 본떠서 판 것이지요. 목판 인쇄본의 원글씨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면 이 목판 글씨는 누구 쓴 것일까요? 바로 추사 김정희선생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28세때 작품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그리고 그 내용은 한 여항(閭巷, 중인 계층을 지칭) 시인의 작품집 속편에 쓴 서문이에요. 

 

글의 내용을 한 번 읽어 볼까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번역된 것을 찾을 수 없더군요. 미흡한 실력으로 옮기다보니 오역도 있을 듯. 게다가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느라 의역을 많이 했어요. 이래저래 부실을 면할 수 없네요.)

 

"반포 김천서군의 유고가 완성된 후에도 그의 아들 재명은 아버지의 유고가 더 남아 있는지 주변에 수소문하여 채집에 힘을 기울였다. 아울러 집안 외진 곳과 방치된 상자 속의 좀슬은 문서들을 뒤적여 약간의 시문을 수습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잔편(殘編, 부스러기 글)과 미완의 작품 얼마간을 수습할 수 있었다. 재명은 이것을 '반포유고'의 판각에 이어 새긴 뒤 인쇄를 했는데, 그 제목을 '반포유고습유'라고 했다. 재명은 아버지의 유고를 수습하는데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천하의 고서(古書)들 중에는 습유(拾遺, 남아있는 것들을 수습함)되지 않아 없어진 것이 참으로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문(古文)중에 삼황오제의 글과 음악에 대한 글 및 각국의 보서(寶書, 중요한 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양한(兩漢)시대 경사(經師)들의 설도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예컨데 경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설문해자에서 언급한, 역(易)에 대한 맹씨의 주석과 상서(尙書)에 대한 공씨의 주석 및 춘추(春秋)에 대한 추씨와 협씨 및 복가의 주석 그리고 효경과 논어에 대한 공씨와 정씨의 주석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 뿐인가. 순상 · 우번 · 구양 · 하후 · 신배 · 원고 · 후창 · 익봉 · 소망지 · 광형 · 유향 · 유흠 · 마융 · 노식의 글도 전해지는 것이 없다. 전해지지 않으니 습유할 수도 없게 되었다.

 

후세에 습유한 책 중에는 이씨의 '역해'가 비교적 모범이 될 만하며 왕백후도 일서(逸書,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책)의 여러 편을 채집했다. 근세에 춘추좌전에 있어서는 '엄집고주' · '고미서' · '정씨유서' 등이 있는데, 모두가 쪼가리들을 어렵사리 모은 것으로 거미줄이나 말 발자국같은 일 단서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야말로 원모습의 1/100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매양 인화 노씨의 '천하고금인저작소' 판각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으며 울먹이지 않은 적이 없다. 왜인가?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고 드러나지 못한 것이 마음아프기 때문이다.

 

미약하여 사라지려는 것을 힘써 유지시키고 남아있는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저 망하려는 것을 보존시켜주는 것은 인이며, 미약한 것을 부지시켜주는 것은 의이며, 세상에 널부러진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신이며,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은 혜이다. 세상의 글에 있어서도 이와같이 하거늘 하물며 자신의 선친이 남긴 글에 있어서는 어찌해야 하겠는가. 하여 나는 재명이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반포유고습유'의 출간에 즈음하여 천하의 고서중에 습유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니, 절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계묘년 6월 24일 실사구시제에서 쓰다."

 

서문의 핵심은 선친의 유고 속편을 펴낸 김재명에 대한 칭찬이에요. 그 가치와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름만 남고 내용이 전하지 않는 글과 저자들을 두루 언급하고 있지요. 아울러 습유된 것들의 미약함도 언급하고요. 내용이 전하지 않는 글과 저자에 대한 아쉬움과 습유의 한계를 지적하여 김재명의 노력이 얼마나 의미있고 아울러 힘든 것이었는지를 드러낸 것이지요.

 

위 내용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대저 망하려는 것을 보존시켜주는 것은 인이며, 미약한 것을 부지시켜주는 것은 의이며, 세상에 널부러진 것을 거두어 판각하는 것은 신이며, 세상의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것은 혜이다."란 대목이에요. 유고를 수습 간행하는 것에 대해 막중한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 비단 그 뿐만이 아니고 추사 선생이 견지했던 학문에 대한 태도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생각되거든요. 오늘은 이 대목에 나오는 한자들을 좀 살펴 보도록 하죠.

 

그럼,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한 번 읽어 보도록 할까요? 夫存亡 仁也 扶微 義也 徵天下而刻之 信也 公天下之所好 惠也 (부존망  인야  부미  의야  징천하이각지  신야  공천하지소호  혜야). 내용이 좀 길기도 하거니와 그간 다뤘던 한자들이 많아서 뜻과 음을 합쳐서 읽는 것은 생략하도록 하겠어요. ^ ^

 

 

그간 다루지 않았던 한자들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은 두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눈 먼 이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둘. 入(들입)과 乚의 합자이다. 乚은 담장 모퉁이 으슥한 곳을 표현한 것이다. 담장 모퉁이 으슥한 곳으로 들어갔다(도망했다)란 의미이다. '잃을(망할)망' 혹은 '달아날망'이라고 읽어요. 亡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滅亡(멸망), 逃亡(도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扌(손수)와 夫(사내부)의 합자에요. 사내처럼 씩씩하게 남을 도와준다[扌]란 의미에요. '도울부'라고 읽어요. 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扶助(부조), 扶持(부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보폭을 작게 하고 사뿐사뿐 걷는다는 의미에요. 彳(걸을척)이 뜻을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작을미' 혹은 '은밀할미'라고 읽어요. 본뜻의 일부분을 취하거나 연역한 것이지요. 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微細(미세), 微妙(미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微(작을미)의 약자와 壬의 합자에요. 壬은 보통 '아홉째천간임'으로 사용하는데, '선하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壬은 오행(五行)중 물의 속성에 해당해요. '선하다란 의미는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데서 비롯된 의미에요). 여기서는 그 의미로 사용했어요. 徵은 선하다란 평판을 듣는 미천한 사람을 불러 벼슬을 내린다란 뜻이에요. '부를징' 혹은 '거둘징'이라고 읽어요. 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徵兵(징병), 徵發(징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亥(돼지해)와 刂(칼도)의 합자에요. 돼지가 주둥이로 땅을 훑듯이 칼을 가지고 물체를 판다란 의미에요. '새길각'이라고 읽어요. 刻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彫刻(조각), 刻骨難忘(각골난망, 잊지 못함이란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專(오로지전)의 약자와 心(마음심)의 합자에요. 타인을 사랑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하여 힘써[專] 타인에게 혜택을 베푼다는 의미에요. 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恩惠(은혜), 惠澤(혜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잃을망, 도울부, 작을미, 부를징, 새길각, 은혜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骨難忘, (  )兵, (  )澤, (  )助, (  )妙, 逃(  )

 

3.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이 있으면 소개하고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저의 어머니께서 세상에 남기신 유일한 기록물이에요. 초등학교 때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나왔던 일기장인데,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지요.

 

  이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기록물이 될지는 몰랐어요. 일기를 펼치면 늘 눈물이 나서 조금 읽다가 덮게 되요. 어머니의 신산한 삶이 가슴을 아프게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재명씨처럼, 저도 이 일기를 책으로 펴낼 생각이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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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장 표지 그림이 한 권의 동화책 표지 같습니다. 옛날에는 저런 순수한 동심이 느껴지는 책표지가 많았어요. ^^

찔레꽃 2015-12-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요. ^ ^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그리운 이름들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