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개심사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 붙이는 글귀)중 쉬운 것을 하나 보도록 하죠. 대개 절집에 가면 주련이 있는데 행서체나 초서체라 읽기도 어렵거니와 내용도 쉽지 않아 감히 범접을 못하죠. 그런데 개심사 주련중에는 이 두가지를 다 극복할 수 있는 주련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주련을 매우 ♡ 해요 ^ ^ 더구나 내용도 운치 있거든요.
이 주련은 오른쪽 부터 읽어야 해요. 芳艸桃花四五里 白雲流水兩三家(방초도화사오리 백운유수양삼가). 芳은 꽃다울방, 艸는 풀초, 桃는 복숭아도, 花는 꽃화, 四는 넉사, 五는 다섯오, 里는 이(거리의 단위)리, 白은 흰백, 雲은 구름운, 流는 흐를류, 水는 물수, 兩은 둘량, 三은 석삼, 家는 집가에요. 이런 뜻이에요. '어여쁜 풀 돋고 복사꽃 화사한 사오리 / 흰구름 이는 흐르는 물가엔 인가 두세채' 시 맛을 살리느라 약간 의역했네요^ ^ 동양화의 한폭을 보는 듯한 내용이죠? 단순히 봄날의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무심 무욕으로 살아가는(살려는) 모습(뜻)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되요.
자, 이제 한자를 하나씩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양이 많으니 오늘은 오른쪽 한쪽 구절만 보도록 하시죠. 五와 里는 전에 배웠으니 빼도록 하겠어요 ^ ^
芳은 十十(풀초, 草(풀초)의 원글자에요. 艸의 모양으로 쓰기도 하죠)와 方(여기서는 放(놓을방)의 의미로 사용됐어요)의 합자에요. 향기를 풍기는(내놓는)[方] 풀[十十]이란 의미에요. 方은 음도 담당하죠. 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芳年(방년), 綠陰芳草(녹음방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艸는 屮(싹날철)이 두 개 합쳐진 거에요. 풀이 많이 싹트는 것을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 艸는 온갖 종류의 풀이란 의미에요. 屮은 풀이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艸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艸木(초목), 艸笠(초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桃는 木(나무목)과 兆(조짐조)의 합자에요. 조짐[兆]을 알려주는 목본과[木]의 과일이란 의미에요. 복숭아꽃의 화사함과 그렇지 않음을 통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해요. 桃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武陵桃源(무릉도원), 桃李(도리: 복숭아꽃과 배꽃)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花는 흐드러지게 핀 꽃 혹은 꽃가지라는 뜻이에요. 十十와 化의 합자에요. 十十는 본래 꽃가지가 늘어진 모양을 그린 거였는데 뒷날 풀초(十十)의 모양으로 변했어요. 化도 본래 펴다라는 의미를 갖는 지금과는 다른 모양의 글자였어요(음은 지금과 같고요). 花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百花齊放(백화제방, 온갖 꽃이 피었다는 의미로 사상과 주장이 만개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죠), 花卉(화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四는 두 가지로 풀이해요. 하나. 네 개를 표시한 것이다. 둘. 口와 八의 결합이다. 口는 사방을 나타낸 것이고 八을 나눴다는 표시로, 넷으로 나눠놓았다는 의미이다. 둘 다 일리가 있죠?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四方(사방), 四聲(사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이제 정리할 겸 문제를 한 번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꽃다울방, 풀초, 복숭아도, 꽃화, 넉사
2. 다음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年, ( )方, 武陵( )源, ( )木, ( )卉
3. ( )안에 들어갈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녹음방초가 시오리에 걸쳐 펼쳐져 있네 : ( )十五里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나머지 한 쪽을 보도록 하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