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요? 제법 썼죠 ^ ^ 붓으로 쓰지 않아 볼륨감이 없기에 맛은 없지만 그런대로 꽨찮게 쓴 것 같애요 ^ ^ 서예 작품 글씨들을 찍어서 편집해 보려고 했더니, 조작이 서툴러 번거롭기에 펜으로 직접 써봤어요.

 

오늘은 서체에 대해서 아주 간략히 알아 보도록 하죠. 지난 번 중국집 짜장면 젓가락집에 나온 것은 맨 왼쪽 글씨체였죠? 이런 것을 전서체(篆書體)라고 해요. 篆은 '전자전'이라고 하는데, 위 사진의 맨 왼쪽 글씨처럼 쓰는 글자 형태를 가리키는 명칭이죠. 전서에는 대전(大篆)과 소전(小篆)이 있는데, 우리가 보통 보는 전서는 소전이에요. 전서에는 한자의 원형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서 한자의 짜임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죠. '원형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서'라는 말은, 뒤집으면, 원형을 어느정도 상실했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소전은 진(秦)나라때 이사(李斯)가 창작한 것인데,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발맞추어 진나라 문자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사용하던 문자를 참작하여 만든 것이라고 해요. 문자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원형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이야 이 전서가 굉장히 어려워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히 혁신적인 - 쓰기 쉬운 - 글자였을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는 전서체는 '도장'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인감 도장 ^ ^

 

왼쪽에서 두 번째는 예서체(隸書體)라고 해요. 隸는 '종예'라고 하는데, 이 문자의 창안자인 정막(程邈)이 노예 출신이라 이런 명칭을 붙였다는 설이 있어요. 다른 설도 있는데, 이 문자가 주로 옥사(獄事: 죄인에 대한 일처리)에 사용되어 이런 명칭을 갖게 됐다고 하기도 해요. 이 문자는 전서를 개량한 것인데 전서보다 한층 더 쓰기 쉽게 개혁되었다고 할 수 있죠. 당연히 한자의 원형은 그만큼 더 많이 상실됐다고 할 수 있고요. 정막은 진시황때 사람이에요. 진시황 당대에 두 번씩이나 문자 개혁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당시는 엄청난 혁신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서는 요즘 서예 작품 글씨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왼쪽에서 세 번째는 해서체(楷書體)라고 해요. 楷는 '해서해'라고 해요. 楷는 '본보기, 곧다'라는 뜻도 갖고 있는데 글자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글자가 방정(方正: 각지고 똑바름)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이지요. 예서에서 변형된 것인데, 한자의 원형에서 또 그만큼 멀어진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후한의 왕차중(王次仲)이 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한자체가 바로 이 해서체이지요.

 

왼쪽에서 네 번째는 행서체(行書體)라고 해요. '行(다닐행)'은 역동성을 나타내는 의미에요. 이 글자체를 보면 실제 역동적인 모습이 느껴지죠. 위진남북조시대때 왕희지(王羲之)가 이 글씨를 잘 썼다고 해요(왕희지는 초서도 잘 써 흔히 草聖(초서의 성인)이라고 불리죠). 행서는 다음에 소개할 초서와 앞서 소개한 해서의 중간 형태에요. 해서는 너무 또박또박하여 쓰는데 시간이 걸리고, 초서는 너무 날림이라 알아보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요. 행서는 그 단점들을 보완한 것이기에 실용적으로 많이 쓰였죠. 옛날 책을 보면 이 행서체가 많아요. 또 글씨가 역동적이라 보기에도 시원스럽기에 서예작품용 서체로도 많이 쓰였지요. 지금도 많이 쓰이고요.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은 초서체(草書體)라고 해요. 草는 '풀초'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뜻 말고 '거칠다, 처음이다'란 의미가 있어요. 처음 쓴 글을 草稿(초고)라고 하죠. 초고는 대개 거칠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글씨체도 그런 성격을 갖고 있어 초서체라고 부른 거에요. 행서를 한층 더 풀어썼기에 가장 한자의 원형에서 멀어진 글씨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가장 실용적인 글씨체이기도 하고요. 사관들은 이 초서체를 사용하여 실록을 기록했죠. 나중에 실록을 간행할 때는 이 초서체를 알아보기 쉬운 해서체로 바꿨는데, 그런 작업을 '탈초(脫草: 초서로 쓴 것을 벗겨냄)'라고 불렀죠. 초서는 가장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예술적인 - 자유분방한 면에서 - 글씨체라 서예 작품용 서체로 많이 사용했죠. 지금도 많이 쓰이고요.

 

자, 그럼 이제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을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전서체로 써보시오.

    

    萬里長城

 

2. 다음을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예서체로 써보시오.

   

    萬里長城

 

3. 다음을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행서체로 써보시오.

   

    萬里長城

 

4. 다음을 '손가락으로 허벅지에' 초서체로 써보시오.

   

    萬里長城

 

오늘은 문제가 너무 어려울 듯 ^ ^

 

지금 중국에서 쓰고 있는 것은 간자체인데, 자형이 많이 간략화되어 쓰기 편한 점이 있는 것 같애요. 그런데 한자를 공부할 때는 간체자보다 이른바 번체자(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해서체의 한자를 이렇게 불러요)를 먼저 익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간체자는 번체자에서 획을 줄임하여 만든 것이기에 번체자를 알면 간체자를 익히기가 쉽기 때문이죠. 또 아직 대만과 일본 우리나라에서는 번체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중국이 자국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문자 개혁을 한 것은 좋은데, 오랜 세월 주변국들과 한자를 공유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독단적으로 문자 개혁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주변국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문자 개혁을 했다면 서로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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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1-20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어려워요

찔레꽃 2015-01-21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ㅠ ㅠ 서체의 느낌을 익히는게 목적이니 한 글자씩만 써보시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