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인형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작업 및 전시실 비슷한 공간까지 마련했어요. 마련 과정에 하나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시 한 수를 지었어요. 한시로 지을 수도 있지만, 실력이 부족해, 충분한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워 그냥 우리 말로 지었어요. 막상 짓고 보니 이게 시인지 산문인지 구분이 안되네요. 그러거나 저러거나 작은 액자로 만들어 아내에게 줬더니, 생각외로, 좋아하네요. (평소 데면데면하게 대한 것에 대한 역반응인 것 같기도 하고….) 임들의 눈을 한 번 더럽혀 볼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는지요?

 

 

아내의 人形 작품에 붙여

 

                                            

어느 날부터 아내가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절한 천과 저저분한 실 보풀

나는 희꺼운 눈으로

그녀가 만드는 인형을 쳐다보았다

한달 두달 석달

너절한 천과 저저분한 실 보풀들은

조금씩 사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친했던 코흘리개 친구들

말 한 번 걸지 못했던 단발머리 소녀

늘 이윽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줌마

한 밤중 목이 말라

잠깨어 부엌에 가려는데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몸 숨기고 실눈 뜨고 바라보았다

철수는 자전거를 타고

영이는 쑥을 뜯으며 노래를 부르고

아줌마는 볕이 좋다며 풀 먹인 광목천을 널고 계셨다

다음 날 나는 아내의 인형들을 다시 보았다

약간은 웃는 듯 약간은 부끄러운 듯한 모습 이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밥 지러 나오는 아내를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 혹시 전생에 바느질하던 선녀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나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싱거운 눈으로 그녀의 인형들을

바라보기로, 아니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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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9-06-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제가 장편을 집필하느라 소원했습니다. (현재도 집필중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님의 시를 보고 제 생각을 감히 적습니다. 줄을 바꾸지 말고 그냥 쓰는 산문시 형태가 적합할
내용입나다. 시를 쓰고자 하는 시심은 충분한데 표현은 아직 산문 느낌입니다. 더 줄이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시적표현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번에 또 책을 내심에 축하 드립니다. 책을 보내주신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디. 제 주소는 비밀댓글로 남기겠습니다.

2019-06-0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9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3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3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