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사랑 할 때 / 그 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 이제는 달라졌어 / 그 이는 나보고 다 해달래 / 애기가 되어버린 내 사랑 당신 / 정말 미워 죽겠네 /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인 문주란 씨의 노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예요. 가사 내용을 보면 여인은 남편이 결혼 전과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몹시 실망하고 있어요. '씩씩한 남자'인줄 알았는데 '애기'처럼 행동하니 실망스럽기도 할 거예요.

 

그런데 남자는 왜 씩씩했다가 애기가 된 걸까요? 그건 씩씩함 속에 감춰졌던 애기스러움이 드러났기 때문일 거예요. 이걸 그럴듯한 용어로 표현하면 양속에 감춰졌던 음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어요. 양과 음이 균형을 이루면 씩씩함과 애기스러움이 조화를 이뤄 설령 애기스러움이 드러난다 해도 실망스런 수준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둘의 조화가 깨지면 어느 일방적인 면만이 강하게 드러나 실망스런 수준이 되겠죠. 저 노래 속의 남자는 음양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 여인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고 읽어요. 『주역』 곤괘()를 풀이한 해석서 중의 하나인 상전(象傳)에 나오는 내용으로, '후덕함으로 만물을 수용한다'란 뜻이에요. 흔히 건괘() 상전에 나오는 자강불식(自彊不息,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음)과 짝을 지어 많이 사용하죠. 자강불식과 후덕재물을 짝지우는 것은 양자가 균형을 맞출 때 온전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실제 자강불식은 진(進, 나감)의 성격이 강하고, 후덕재물은 퇴(退, 물러남)의 성격이 강하기에 양자는 조화가 필요해요. 일과 휴식의 관계로 환치하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죠. 일이 자강불식이라면 휴식은 후덕재물이라고 할 수 있죠. 양자가 균형을 이뤄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죠?

 

사진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돌 석)(높을 고)의 합자예요높이가 높은 돌은 두께도 두껍다는 의미예요. 두터울 후.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重厚(중후), 厚顔無恥(후안무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척)(덕 덕)의 합자예요. 본래 으로 표기했는데, 후에 행동의 의미인 이 추가됐어요. (곧을 직)(마음 심)의 합자예요. 정직한 마음이란 의미예요. 까지 추가하여 풀이하면 정직한 마음이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란 의미예요. 덕 덕.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德(도덕), 德望(덕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싣다란 의미예요. (수레 거)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실을 재.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積載(적재), 連載(연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소 우)(말 물)의 합자예요. 만물이란 의미예요. 만물 중에서 가장 쉽게 눈에 잘 띄는 것이 소인지라 로 뜻을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해요. 만물 물.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物(생물), 現物(현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저 노래의 한심스러우면서도 왠지 측은해 보이는 남자를 구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음양 균형론으로 말하면 아무래도 여인이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지녀야 할 것 같아요. 여인에게 너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구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남자는 어디에서도 음의 충족을 얻지 못해 더 퇴행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과도한 씩씩함[광포]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을까요? (여기서는 남자를 놓고 음양 균형론을 말했는데 이는 여성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남자가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지녀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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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8-12-2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찔레꽃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찔레꽃 2018-12-29 07: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