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옛날 책이라는 거다. 한국에 2003년 발간되었고, 판권장애 의하면 원서는 1997년에 나왔더. 그래서 한 권짜리 ‘개임 소설’인 이 책은, 온라인 게임 일상화돤 이후 한국의 게임 소설처럼 돈 벌고 권력 가지려하는 등의 꼴을 보지 않아 좋고, 역으로 테스트 서버에 256명 밖에 못 들어가면서 인터넷도 아닌 내부 랜으로 겨우 지하 5층짜리 던젼 탐험한다는 지나치게 소박하고 작은 규모의 탐험일 뿐이라 약하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마왕’의 행동과 동기가 다소 특이하나, 엔딩이 좀 말린 느낌이라 아주 좋다고 보긴 어렵다. (1997년 당시였다면 저런 엔딩도 잘 어울렸을지도.)
일단 실제 책을 들어보면, 자그마한 표지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굉장한 쌈마이함이 느껴진다. 소설 자체는 괴담 분위기고, 혼자 밤에 읽으면 좀 쫄리는 맛도 준다. 그런데 이게 괴작이냐 졸작이냐 걸작이냐 망작이냐 같은 건, 딱 잘라 말하기 좀 뭣하다. 번역자 해설을 읽어보니 작가 양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도 알겠지만, 독자인 내가 좋아할만한 거냐는 좀 아리송...하다.
‘앨리스 죽이기’를 꽤 싫어했는데, 이번에 ‘클라라 죽이기’를 보며 다시금 이유를 깨달았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다.” 앨리스 쥭이기애서는, 원전 따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캐릭터들이 전부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틈틈이 사건 터져서 몰입 빠질거 같으면 한 번 씩 더 질러주기도 했다. 종결 직전 반전은 꽤 괜찮기도 했다. (그럼에도 앨리스 죽이기를 싫어했다.) 근데 ‘클라라 죽이기’는, 역시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은건 기본(주인공 도마뱀의 지능이 떨어져 2~3회씩 되묻곤 한다. 항.상.)에다, 중간중간 빵 터지는 사건이 있긴 하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밋밋하고(누군가 계속 죽고 계속 다시 살아난다. 이건 뭐 장난도 아니고...), 저쪽 새계인 ‘호프만 우주’의 기득권층인 판사 능력이 머리통 열고 뇌 만져 기억 바꿔버리기(...) 인지라 사실상 조사고 수사고 탐문이고 거의 불가능한거나 마찬가지다. 세상에, 그토록 싫어했던 ‘앨리스 죽이기’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이른바 ‘본격 추리물’(탐정물)이라 부를법한 얫 것의 클리셰를 엎고 뒤집고 우당탕탕하는, 본격 개그물 비스무리한 무엇. 아예 주로 말하는 캐릭터를 ‘탐정물에 나와 헛소리만 해대 탐정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 경찰로 삼아, 살짝 옆에서 관찰하는 식으로 해두었다. 게다가 주요 캐릭터들은 ’소설속의 역할’을 수행하다 갑자기 ‘소설 밖으로 나와 의견 주고받는 제3자’적 역할도 겸해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문제라면 ‘옛날 구조’를 ‘과거 사람’의 관점(한국 출간 2010년, 그러나 일본 출간 1996년.)으로 쓴 셈이라, 올드하다면 올드하고 낡았다면 낡은 요소 철철철... 개인적으로도 몇 년 전 앍었다가 다 까먹고 2018년에 다시 읽었는데, ‘아재스럽다’ 싶은 개그가 좀 있긴 했다.
‘그저 그것만으로 좋았습니다’라는 제목이 희안하게 널부러져있는 표지를 보면 도대체 이게 뭐하는 책일까 궁금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추리 계열의 라노베라 여기고 읽었는데 그거 맞았다. 소개된 기본 줄거리부터 보통이 아니다. ‘한 중학교에서 가장 인기앖고 별볼일없는 남자아이 1명이, 가장 우수하고 유명한 4명을 악마처럼 괴롭혔고, 그래서 가장 우수한 K는 목 매 자살했다.’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없는 K의 누나가 조사애 나서 서술하는 파트와, 가해자로 알려져있는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파트가 교대로 놓여져있다. 결말까지 등장하는 이런 저헌 요소들 모두 추리면 나름 쎈 요소들도 있는데, 라노베계열이라 그런지 일반 일본 추리물에서 보던것만큼 쎄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즉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극단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요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자 특이한 부분.P.S. : ‘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니 ‘중학생’인데, 그래서 진짜 ‘중2병’ 같은 느낌 주는 부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