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먼 / 다산책방
📘2025.4.26 - 5.5
💁♂️미국의 물리학자, 인문학자, 작가인 앨런 라이트먼의 첫 소설이다. 1993년 출간 후 해외 30여 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다. 물고기들이 노니는 어항 바깥, 한 남자가 또 다른 창 쪽으로 고개 돌린다. 차원이 다른 세계의 중간에 낀 듯한 남자를 물고기들이 흥미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유심히 관찰한다.
📖물리학자의 시선이어서 그럴까. 구조가 무척 특이하다. 프롤로그, 3편의 인터루드, 에필로그에 아인슈타인과 그의 친구인 베소가 등장한다. 천재 물리학자지만 본업은 특허청 직원이었던 아인슈타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던 아인슈타인은 베소와 만나 평범한 일상을 나눈다. 그의 연구는 진전을 보이고 드디어 그의 이론을 비서에게 넘기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마치 그의 시간 이론인 것 같은 두 장 남짓 30편의 이야기가 중간을 채운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양한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연성 없는 30편은 평행우주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차원의 공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간이 원으로 돌아가는 세계가 있다. 여기서는 모든 현상과 사건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미래가 시간의 방향에 따라 달리 움직이는 세계가 있다. 순간의 선택에 따른 수만 가지 미래가 펼쳐진다.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이 더디 흘러가는 세계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가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100층 주민은 1층 주민보다 나이를 덜 먹는다.
원인과 결과가 일정하지 않은 세계도 있다. 이 세계 사람들은 순간을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죽박죽이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여긴다.
세계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세계는 어떤가.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같으니 가장 평등한 세계라 할 만하다.
기억이 없는 세계에선 모두가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 일기책을 가지고 다닌다. 일기책을 읽어가며 자신의 존재를 차차 알아가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일기책이 점점 두꺼워지면 한 번에 다 읽을 수 없는 분량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단 하루만 사는 세계가 있는가 하면 태어나면 영원히 죽지 않는 세계도 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윗대 조상들이 다 살아있다. 시간이 너무 많아 언제나 일을 미루기 일쑤다. 반면 넘쳐나는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쉴새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 한 마리를 잡아다 덮개에 가두면 시간이 정지되는 세계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정말 다르다. 노인들에게 시간은 너무 빨리 날아가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굼뜨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상을 하며 읽다보니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책을 빨리 읽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번을 읽게 되었다. 가끔 나도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부모님을 잃을 필요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로 보내는 일이 없을텐데.’ 하며 상상해 보곤 했다.
이번 연휴는 집에서 보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다.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후딱 지나가는지 그곳에선 집과 다른 차원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월요일 출근길이 지겹고 일터에서의 시간은 느릿느릿 굼벵이처럼 흐르지만 나는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누구에게나 24시간이 똑같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 믿게 되었다. 바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촘촘하고 특별하게 사용해야겠다.
p161. 노인들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너무 굼뜨고 피로에 지쳐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노인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리 날아간다.
연휴에 아이가 외박을 나왔다. 함께 있는 그 며칠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여 나는 내내 아이를 그 시간 속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즐거운 이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점점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여행지에서 이 책을 읽었더니 특별하고 신기한 세계에 며칠 머물다 돌아온 것 같다.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궁금한 분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dasanbooks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