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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1 : 역사의 트라우마) - 전3권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노랑무늬영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한강을 읽는 한 해 1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4년 5월
평점 :
- 2024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책 중 두번째 서평.
- 이 소설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주43사건 을 그 배경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주 4.3 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 소설은 주인공 경하와 그의 절친한 친구,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인선의 이야기이다.
(스포일러)
주인공은 작가이다. 과거 제주 4.3 사건에서 학살된 양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뒤 관련된 악몽을 매일 꾸며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인 인선에게서 한통의 문자가 도착한다. 병원으로 와달라는 급한 부탁. 급하게 찾아간 병실에서는 손가락 2개가 절단된 사고로 치료중인 인선이 누워있다.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의 집으로 가서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에게 먹이와 물을 줄 것을 요청한다. 안 그러면 죽을 것이라며.
급하게 인선의 집이 있는 제주에 도착하지만, 제주는 어마어마한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어있었고, 우여곡절끝에 인선의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새는 죽어있다.
폭설과 추위는 물론, 단수와 단전으로 지쳐가는 경하 앞에 이미 죽은 새의 환영이 보이고, 또한 서울 병원에 누워있을 인선의 환영이 나타난다. (잘라진 손가락이 멀쩡하다는 표현으로서 환영임을 이야기해준다.)
-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의 부모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픔이 남아있는 장소로 이끈다. 경하는 그곳에서 억울하게 학살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아직두 수백의 유골이 어지럽히 뒤섞여 묻혀있는 제주 어느 동굴 속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다.
그 와중에 인선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이러한 진실을 접하게 된 경하는 추위의 끝에서, 지니고 있던 성냥을 켠다. 첫번째 시도에 켜지지 않고, 두번째 시도에 성냥이 부러지지만, 마지막 시도에서 불꽃이 피어난다.
- 내 나름의 받아들임.
작가는 소설 곳곳에서(특히 2부에서) 잔혹하게 학살당한 제주도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총에 맞아 피에 절은 헝겊처럼 보이던 아이의 모습이나, 고작 5미터 앞에서 총을 맞고 주저앉는 청년들. 백골이 발견된 모습들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눈과 추위,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시야가 시대상을 대변하는 듯 하다.
마지막에 나타난 인선이나, 죽어서도 모습을 보여준 새들. 그리고 인선에게 다가왔던 원혼들은 모두 억울하게 죽은 무고한 도민들을 대변하는 듯 하다.
책의 첫 문장은 “성근 눈이 내리고 있다” 이다.
책의 마지막 배경은 폭설이 내리고 있다.
이제는 폭설이 지나 성근 눈이 내려 우리 앞을 가리지도 않지만, 경하가 마지막에 켠 성냥이 부러져도 끝내 불타오른 것처럼, 진실과 추모의 마음은 계속 눈 속에서도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듯 했다.
소설이지만 실로 시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글을 쓰는 기술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탄과, 동시에 이 안에서 이야기하는 제주4.3 사건이 얼마나 처참한지 관심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