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여 더 이상 기존의 질서를 찾기 어렵게 된 후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는가? 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소설. 그 해답이 매우 극단적 선과 악의 기준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 작가는 2015년 소설 #류 로 #나오키상 을 수상한 일본의 유명 작가이다. 작가의 소설 #류 를 읽어보지 못했기에 이번 작품이 더욱 기대되었다.

-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구가 혜성과 충돌한 이후 기존의 문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동부지역과 달리, 황폐화되고 무법지대가 된 서부지대에서 신의 사자로 불리우는 너세니얼 헤이선 에 대한 이야기.
심각한 식량부족이 불러온 “식인” 이 보편화된 서부지대에서 헤일런은 본인의 정상적인 식량조차 나누어 줄 수 있는 정신의 소유자. 그런 그가 궁금해진 동부지역 교회의 하수인이 그를 쫓으며 그의 일대기를 작성한다.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이룩한 엘 모로의 유황지대 속 마을은 어쩌면 더 이상 인육을 먹지 않아도 되는 꿈의 지역. 이상형이다. 하지만 교회의 하수인들은 결국 잔치중에 헤일런을 저격하여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그들은 그저 선악의 판단없이 교회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지만.

- 느낀 바가 많다.
1. 인간의 죄가 시대의 상황이나 문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은 여러 책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죄가, 사람이 사람을 먹는데에 이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물도 동족은 먹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내가 굶어죽을지언정 사람을 먹지 않을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2. 주인공인 너세니얼 헤이선이 경험한 유년시절은 불우하다. 가난하고, 어머니는 어릴 적 강간당한 이후 정상적인 마인드가 아니며, 형은 장애인이다. 그런 형을 어머니가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 하고, 본인이 다시 그런 형과 어머니를 차례로 죽이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정신세계는 황폐해졌을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시대에서 당연한 행동이었을까?

3. 헤일런이 성인이 되어 서부로 이동하면 행한 여러가지 일들은 소설 속 세상에서는 매우 선한 행동이다. 비록 사람을 죽였으나 내가 죽지 않기 위함이었고, 그 뒤로 사람을 먹지 않고 풀을 뜯어먹으며 버티는 등, 나름의 기준으로 선을 행한다. 그러나 동부의 정부에서는 그런 그가 눈엣가시다. 결국 제거 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수행하는 화이트라이더들은 선악의 판단없이 그저 상부의 “명령”을 수행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에서 국군방첩사령관이 한 말이 떠올랐다. “맞든 틀리든 군인은 명령 따라야…”

상명하복이 기본인 군이라고 하더라도, 선악의 판단이나 가치관없는 막연한 명령복종이 과연 “최선”인 것일까?

- 소설에 등장하는 개 ‘칼’ 의 존재가 재미있다. 사람도 잡아먹는 곳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동물의 존재, 애정, 반려견, 인간다움, 가치관 을 심어주고 다니는 개 ‘칼 하인츠’ 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인간가치관의 보루가 아닌가. 책의 마지막 문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칼, 너는 진정 신의 사자였어‘

우리 사회에서, 지금 시대에서 ’칼‘ 은 어디에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