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을 보기도 전에 표지만으로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정말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나 역시 이유도 없이 화가 나고 별것 아닌 일에도 한 번씩 폭발할 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화를 내는게 너무 미안했다. 흔히 말하는 직업병일까.. 웃어야 하고, 친절해야 하며, 항상 남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의 애환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돌아와 푹 퍼진 배추처럼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며 잠들곤했다. 그나마 잠이 쉽게 들면 다행인데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강펀치를 맞고 녹다운된 내게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신경 거슬리는 말을 할 때면 예민해지곤 했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뜨끔했고 제대로 풀지 못한 '화'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애완동물에게 돌아간다는 말에 철렁했다. 가끔 녀석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왜 저에게 신경질적이에요, 왜 화를 내죠? 난 잘 모르는 것뿐이에요,.'라고 말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는 외국인인데 불교를 믿는다. 동양적 사상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외국인이지만 불교의 사상과 철학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 책을 읽으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책의 저자 레너드 셰프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분노 관리에 관한 가르침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25년간 화 다스리기 워크숍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번 꼭 가보고 싶다. 저자 또한 분노 관리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으로는 화는 파괴적인 감정이며 화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화'안 낼 수만 있다면 안 내고 싶다. 말 그대로 파괴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는다면 본인에게도 그렇겠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화를 냄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화살은 내게 돌아올 수 있으며 화가 나 있는 나 자신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가끔 무례한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화를 무기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진이 빠졌으며 좋은 마음으로 대하기도 힘들었다. 나도 간단한 실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지만, 화를 내며 요구를 하기보다 상대를 존중하며 기분 좋은 말로 부탁을 할 때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훨씬 쉬워지며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덤으로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