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본 작가들의 대화법이나 심리에 관련된 책들이 유독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그만큼 대화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와 대화를 하다 보면 괜히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만만해 보이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겉으론 표현을 못해도 속으로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에 나온 대화의 기술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강사로 심리학의 실천적 활용에 힘을 쏟는 비즈니스 심리학의 권위자로 유명하다. 인간관계에서 말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작은 몸짓과 제스처 하나로 상대방에게 어떻게 어필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이 나오는 부분들 도 있다. 어찌 보면 약간 익살스러운 듯한 조언도 있지만, 덕분에 책이 쉽게 읽혔고 이해도 쉬웠다. 심리에 관련된 책이라 내용이 좀 루즈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심리학 용어들도 쉽게 설명하고 예를 들어주기에 편하게 읽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상처받았다면 무심코라도 웃지 마라'라는 것이었다. 상대가 나를 놀리는 듯한 장난을 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을 때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같이 허허 웃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도 화가 나고 그 자리에서 한번 그렇게 웃음거리가 되자 모이기만 하면 내가 안주거리인 양 씹어대는 못된 상사가 있었는데 그때 저자가 알려 준 방법을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말로 반격이 어려울 때는 못해도 10초 정도 째려보기라도 하는 저자의 말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입니다'와 '인데요'의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쓰이는 말이기에 말 끝을 두리뭉실하게 흐리는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장을 끝을 흐리면 흔히 말하는 '싱거운'사람처럼 보인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화의 비결은 어쨌거나 짧게, 그것도 될 수 있는 한 아주 짧게, 딱 부러지듯 단정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을 조금 길게 하고 싶을 때도 앞에 결론을 먼저 내어 놓고 부연 설명은 최 대 15초 안팎으로 짧게 자기 할 말을 전하고 발언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을 어필하겠다는 명목으로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며 악착같이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상대방에게 무례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문장의 끝맺음을 간단명료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듣는 사람에게도 또렷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결론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겠다.
다음으로 의상에 대한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재판관과 경찰이 어두운 옷을 입는 이유는 무의식의 이미지 때문이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첫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옷차림은 중요하며 백화점에서조차 허름한 옷 차람의 고객과 잘 차려입은 고객이 등장하면 외적으로 비싸 보이게 차려입은 고객을 더욱 중요시한다. 상대방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기 일쑤라면 나의 옷 차람부터 살펴야 한다. 이렇듯 이 책은 말에 관한 부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 무시당하지 않을 행동들에 관한 팁을 적절하게 알려준다.
상대방을 긴장시켜서 심리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에 서려면 "내 앞에서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일부로 말을 건네라는 조언들도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팁이란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긴장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시키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높이고 상대방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으며 말의 한 끗 차이로 내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유익하게 읽은 책이다. 다만 일본인 작가가 쓴 글이기에 한국인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보면 알고 있는 지식들도 있을 수 있지만 실행하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로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비치는 이미지는 말투로 결정된다'라는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