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그러진 사랑과 이별하기로 했다 - 사랑에 관한, 사랑스럽지 않은 이야기
이사벨 나자레 아가 지음, 이선화 옮김 / 영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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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 아픈 사랑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일그러진 사랑'이다. 책의 부제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연인이 당신의 영혼을 빨아먹는 흡혈귀로 변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나의 과거와 주변에 사랑의 아픔을 겪던 여성들이 떠올랐다. 여성 집단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지켜봐왔으며 조언도 수없이 해왔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보니 직원들의 감정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얼굴 표정만 봐도 남자친구와 다투었구나, 혹은 헤어졌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성들의 감정관리는 어렵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그 사람이 없는 인생은 살 의미조차 찾지를 못했으며 자신의 한 달 월급을 몽땅 가져다 바치기도 했다. 일 끝나면 개인 시간은 없었으며 회식조차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나는 그저 어린 나이에 사랑에 빠져서 세상엔 온통 그 남자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여성들이 만나던 남성들의 일부는 '심리 조종자'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기 상당히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목이 막혀오고 내가 그동안 스치듯 만났던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성향이 보이는 듯했고 나 역시 배우자를 가두려는 마음을 잠시나마 가졌다는 생각에 그의 삶과 생각 등을 더욱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파괴적인 관계로 변질되는 연인 사이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좀 전에 친한 남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 친구가 만나던 여성은 내 친구의 감정을 농락하고 심리를 조종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경제적으로도 누릴 만큼 누렸다. 마지막까지 친구의 감정을 후벼파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말뿐이었다. 친구가 좀 더 씩씩하게 이겨내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조언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랑에 눈이 멀면 상대의 잘못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내가 만나는 그와의 세상이 전부일 것 같고 그가 하는 독설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며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특히 '애정 의존증 환자'라는 단어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주변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어 더욱 안타까웠다. 애정 의존증 환자는 자신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대방을 통해서만 찾는다고 한다. 절망적일 정도로 자신을 선택한 사람에게 집착하며, 다른 사람이 현실을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방의 폭언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내가 그를 화나게 한 내 잘못이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볼 때 옆에서 해주는 조언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미국 사람들은 이 현상을 '감정의 병'이라고 설명한다. 

공통점은 많은 의존적 환자들이 어머니로부터 상징적으로 분리되지  못한다는 것인데, 심리적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이 문제일 거라 생각 든다. 부모의 진정성 있는 격려와 칭찬은 어린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 '이자벨 나자르 아가'는 파리 의과대학에서 정신운동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트레스와 정신적 외상의 관한 문제를 다루는 '피해 자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많은 상담을 통해 만난 내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주고받은 내용들을 책에 첨부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 가사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서도 털어놓을 수 없지만 너무나 괴롭고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한다면 이 책이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전 작 <나는 왜 맨날 당하고 사는 걸까>도 읽어보고 싶다. 



책에는 심리 조종자를 구분하는 방법, 결혼 후 달라지는 심리 조종자의 행동, 커플 생활 고립의 시작, 그들의 성생활, 남들 앞에서 주는 모욕, 사랑 때문에 몸도 아픈 피해자, 당신을 미치게 하는 대화까지 심리 조종자를 파악하기 위한 지문들과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왜 벗어나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책을 읽다 보면 씁쓸하고 문장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자신도 모르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좀 더 냉철하고 이성적인 눈으로 벗어나라고 조언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느끼고 건강한 사랑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함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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