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이윤진 지음 / 생각활주로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열한 번의 방황, 열한 번의 방랑을 담은 이윤진 교수의 에세이다. 저자 이윤진 교수는 절망의 상처를 홀로 방랑하며 극복해낸 본인의 과거의 그림자와 체념 속에 갇혀 힘겹게 지내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책을 집필하였으며 11가지의 주제로 11개의 여행지를 다니며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책에 담아냈다. 여행지의 풍경과 느낌 그리고 자신이 경험하고 보고 깨달은 것들을 담아냈다. 저자는 어두운 기억의 그늘조차도 기꺼이 껴안고 인생의 위기가 닥쳐도 절망을 과감히 비워내며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하며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



생각보다 너무도 젊고 예뻤던 저자는 인도 뭄바이 여행 중 영감을 얻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급작스러운 사고를 겪으며 죽음 직전의 순간을 경험했고 쓰디쓴 마음의 상처를 겪기도 했으며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 저자는 '위로와 공감'을 소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건양 대학교 기초교양교육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총 11곳의 여행지를 다니며 그곳에서 인생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11개의 여행지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담았는데  책을 읽으며 너무도 부러웠다. 인도는 언젠가 한번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 아기도 하며, 외국이라곤 딱 두 곳 밖에 가본적 없는 나로서는 그녀의 삶이 너무도 여유롭게 느껴졌다. 마음의 여유가 있기에 이 모든 것이 더 감사하게 느껴지고 좀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었다.

책의 여행지별로 독립된 주제들이 있으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11곳을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여행지, 공감 - 이스탄불
두 번째 여행지, 절망 - 워싱턴 D.C
세 번째 여행지, 희망 - 카트만두
네 번째 여행지, 소명 - 뭄바이
다섯 번째 여행지, 행복 - 샌프란시스코
여섯 번째 여행지. 죽음 - 카파도키아
일곱 번째 여행지, 트라우마 - 솔뱅
여덟 번째 여행지, 자아정체감 - 매서운 호수
아홉 번째 여행지, 고정관념 - 자이푸르
열 번째 여행지 무기력 - 앙코르와트



이렇게 총 열한 개의 주제와 여행지를 담아냈으며 테마가 끝나는 장마다 '눈물을 닦아주는 풍경'으로 애잔한 사진과 그녀만의 '영혼을 다독이는 한가지 방법'을 써 내려갔다. 단 아쉬운 것은 사진이 흑백이라는 점이다. 컬러사진이었다면 그 본연의 색상을 함께 느끼며 좀 더 생생하게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매우 아쉬웠다.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을 떠올려봤다.. 얼마 전 사랑하는 반려묘를 떠나보내며 아이와의 마지막 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수록 모든 게 소중해진다. 아이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밥.. 배변 활동 등.. 때론 귀찮기까지 했던 이 모든 것들을 아픈 몸으로 해내지 못할 때 자신의 몸을 자신이 원하는 데로 움직이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들 중 하나가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보고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우린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어떻게 보낼지를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는다. 

작년 여름휴가에 친구를 만나러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그 휴가지에서도 난 회사일을 걱정했으며, 회사 직원들조차 계속 나에게 연락이 왔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휴가'라는 명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계획표에 시달린다고 표현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문제들에 대한 걱정과 부재중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에 대한 불안감..
이건 바로 나의 이야기였다.

감정이나 편견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으면 자신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설사 그 절규가 들려와도 의미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사로잡힌 감정이 열정이 있을 곳에 버티고 서 있으면 갈 곳이 없어진 생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탈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되고 지친 몸과 마음에는 절망감이 엄습해온다는 문구는 마치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건 바로 '사로잡힘의 오작동'이었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고 지금 100번 고민한다고 해서 내가 가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데 왜 충분히 즐길 수도 있는 상황에도 계속 걱정 놀이만 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 오류를 '마음의 지도'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가 우물 안이 세상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가 참 와닿았다. 나의 시선이 이르는 곳에만 관심을 옭아매면 삶은 한정된 곳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 부정적인 일만 파고 매달리면 난 그 부정적인 세상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무조건 운명이라는 외투로 둘둘 감싸 단순화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과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스스로가 부여한 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고 클립은 '희망 없음'이 절망의 의미가 아니며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할 때 우리를 고통으로 밀어 넣은 존재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저자의 말 또한 지금 내 모습과 같았다. 반려묘를 잃은 후 매일 술을 마시고 몸을 혹사시켰다. 후회되는 일들이 떠오를 때마다 자책하고 슬퍼하고 그렇게 아파하며 나를 더 절망이라는 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삶에서 꽁꽁 싸맨 나의 마음을 놓아주어야 한다. 꽁꽁 싸매두었던 행복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생에 결정적인 기회는 바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낯선 존재에 의해 시작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너무도 믿고 싶다. 지금 이 힘든 나의 마음 또한 행복해지기 위한 길로 가기 위해 겪는 가시밭길 중 하나일 뿐이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온 생명이 피어나는 봄이 오듯 그렇게 나도 모르는 순간에 '기회'와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고 싶다. 그 낯선 존재가 너무도 기다려진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책을 읽기 좀 어려웠고 집중도 떨어졌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읽기에는 난이도가 좀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삶이 힘들기에 부정하고 싶었던 '신'의 존재까지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마음속 정리되지 않는 여러 감정들을 숙고하는 시간이었으며, 책을 통해 여행지 풍경 속에 심리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여건이 된다면 여행지 곳곳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삶과 깨달음을 얻고 싶다. 니체, 카뮈, 몽테뉴 등의 철학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어린 왕자 등의 소설과 에반 올마이티 등의 영화 작품까지 책을 통해 인문학, 철학, 역사의 지식까지도 배울 수 있었다.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의 심리치유를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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