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지젤 - 눈부시게 찬란했던 나의 아름다운 동행에게
로렌 펀 와트 지음, 김미란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생은 언제나 이별이 함께한다. 삶과 죽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 특히 반려동물의 삶은 인간 보다 훨씬 짧다는걸 알면서.. 언제라도 내 곁에 함께 할 꺼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하루가 개에게는 일주일만큼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귀찮다고 버려두고 바쁘다고 미뤄둔다.


'안녕, 나의 지젤'은 반려동물의 소중함을 좀 더 크게 느낄 수 있고 현재에 감사하며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좀 더 고귀하게 의미있게 보내게 해 줄 것이다.


 

책의 저자 로렌 펀 와트는 19살 시절 2009년 노란 민들 레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어느 봄날  알콜 중독인 어머니의 사과이자 선물로 대형견 잉글리시마스티프를 입양하게 된다. 이름은 '지젤'.. 그렇게 둘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지젤의 성장과정부터 이별 까지..2550일 6년 동안 함께한 지젤과의 모든 추억이책속에 담겨있다.느닷없이 찾아온 골육종과 싸우던 지젤은 2015년 1월7일 세상을 떠나 로렌의 품에 잠들었다. 


 

로렌은 지젤을 돌봐야 하는 애완동물이 아닌 친구이자 동반자, 또는 언제나 내 뒤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믿고 의지하고 소통하는듯 하다.   


 


책의 첫페이지에 지젤에게 보내는 편지에 정말 가슴이 울컥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사랑하는 나의 작은 아가씨 지젤.

그곳은 어때?.


난 너와 함께 달렸던 길을 혼자 걸으며 널 생각해.

견디기 힘들 만큼 네가 몹시 그리울 때면 가슴에 손을 얹곤 해.

그러면 네가 내 발치에 앉아 있거나 컴퓨터에 코를 댄 채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거든, 넌 여전히 나와 함께 있어.


지젤.

널 내 심장에 넣고 다닐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네 몸집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꺼이 그렇게 할 텐데.


지젤,

네가 내게 보여준 무한한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지젤,네가 그랬듯이 매일을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할게.

그리고 내게 주어진 작고 평범한 선물을 온전히 누리며 살 거야.

그게 너와 나를 온전히 기억하는 방법이니까.


고마워,지젤

    사랑해,지젤.』


아.. 책을 읽으며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다. 두달 전 14년을 함께 한 나의 반려견 뽀식이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고 아무렇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내 자신이 너무 싫기도 하다.


아무런 준비를 못 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나를 떠나버리다니.. 아니 조금 더 잘 살폈어야 했는데.. 언제나 처럼 너를 그리워했듯이 내가 널 데러와서 마지막은 내 품에서 보냈어야 했는데..


결혼을 하면서 친정에 두고 온 뽀식이 생각에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는데..뽀식이가 없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어 별별 생각을 다 했는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무서운건지 아니면 뽀식이 마음이 착해서 내가 힘든게 싫었던건지 아픈 추억들은 사라지고 좋은 추억들만 자꾸 생각난다..


처음에 책을 읽고 더 괴로울 까봐 읽기를 주저했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저자에게 위로받고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이 어땠을지.. 공감하고 치유받고 싶었다.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6년이면 너무도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저자는 골육종으로 인해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은 지젤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뤄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사랑을 하긴 해도 이렇게 저자처럼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또 책까지 집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몸소 보여준다 지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리뷰를 적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물론 책이 온전히 슬픈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중간까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루하루 스펙타클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중간중간 나오는 책속의 사진들로 인해 더욱 상상하는게 즐겁다. 영화상영이 결정되었다고 하는 '안녕, 나의 지젤' 영화를 보기 전 꼭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속의 한장 한장 넘기며 독자의 일기를 읽어보는 듯 한 이 전율과 소소한 재미는

두시간짜리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로렌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알콜중독인 엄마.. 그로인한 가정 불화로 결국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들은 흩어지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로렌은 뉴욕행을 택한다. 물론 70kg을 육박하는 지젤도 함께 동행한다. 지젤을 데리고 산책할때면 사람들은 공룡이다 야수다라며 괴성을 지르키도 하고 도로 한복판에서 거대한 큰일을 치른 지젤 덕에 친구가 고생하기도 한다. 수많은 이력서를 써내고 번번히 떨어지며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노력끝에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게 된다.

  

그렇게 행복한 듯 시간은 흘러갔지만.. 그 행복을 질투라도 한 못된 신의 장난인걸까.. 갑자기 다리를 저는 지젤,, 결국 지젤은 골육종이라는 병을 얻게 되고.. 6개월이란 시간이 그들에게 허락된다.

청천벽력같은 일에 누구라도 절망할 상황이지만 로렌은 절망하지 않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커다란 립 아이 스테이크 함께 먹기

햄프셔에서 보트타기

바닷가 산책하기

자동차 여행하기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통 먹기 등


그동안 지젤과 하지 못했던 일들,, 지젤이 행복해 할 일들을 하나 하나씩 이뤄간다..

지젤도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겨울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과 달리 다음해까지 로렌과 함께 했다..


눈부시게 찬란했던 둘의 아름다운 동행.. 그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이 후회하고 또 괴로웠다. 나에게도 뽀식이와의 이렇게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 되었더라면..


갑자기 너무 아파져 어떤 손을 쓸 수 없었던 상황.. 이렇게 남은 시간이 모래시계가 쏟아지듯 뽀식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난 뽀식이에게 어떤 추억을 선물해줬을까..


후회하고 괴로워한다면 하늘의 뽀식이가 더욱 슬프겠지.. 로렌처럼 마음으로 빌어주고 우린 이별이 아니라 언제나 내 심장에서 함께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만나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면 되겠지?


 

지젤은 로렌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그녀를 성장시켰으며 옳은길로 이끌어준

 훌륭한 스승이였다고 로렌은 말한다.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말하지만, 때론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삶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마음을 치유해주는거 같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내 마음을 치유해주고 행복이이라는 길로 인도해주는것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지젤은 언제나 로렌과 함께일꺼라 생각든다. 그렇지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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