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이름 -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이음 지음, 이규태 그림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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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이름' 제목이 참 특이하다. 제목이 특이한 만큼 책도 좀 특별하다. 책 내용의 마음이 표현된 일러스트가 한장씩 들어 있다. 특히 작가의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 단어선택 하나하나 생소하기도 하고 어쩜 한줄 한줄 양념을 한 듯 감칠맛이 난다.

'때론 높아서,때론 낮아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당신의 계이름

 그 외로움과 상처를 조율해줄 가만한 말들의 몸짓'


이런 뜻이였다.


작가 : 이음

듣기 좋은 말로 누군가를 위로할 자신은 없지만, 마음을 다해 상대방의 삶이나 감정을 이해해보고자 애쓴다. 카카오브런치에 연재한 '당신의 계이름'으로 제 3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에세이 <당신의 계이름>을 출간했다. 삶이나 감정을 함부로 연민하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오늘도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며 글을 쓴다.


그림 : 이규태

사물과 공간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색연필을 사용한 섬세한 필치로 서정적인 풍경들을 잘 담아낸다.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표현을 책을 보며 느낄 수 있다. 말이 닿지 못하는 감정..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말이 아니였는데 그냥 지나가는 말로 우스갯소리로 한말 때문에 상대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가 말을 할때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까 미처 생각지 못하고 한 말은 상대방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 그리고 그 속의 말실수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책의 목차는,

 

1장/ 일부러 상처 주려던 건 아닌데

2장/ 알다가도 모를 수수께끼 같은 말

3장/ 마음으로 듣는 진심

4장/ 삶이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1장의 '일부러 상처 주려던 건 아닌데'

아빠 뽈차고 올께!의 단락을 읽으며 나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작가의 아버지께서는 실직 후 허전한 맘을 조기축구로 달래고 있었다. 어느날 축구장에 공 차는 사람들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버지께 의도치 않게 작가는 "아빠,왜 안해? 사람들이 안껴줘?"라고 한다.  일부로 상처 주려던 건 아닌데..아버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 말이였다. 나도 우리 아버지께 했던 말들을 순간 순가 떠올리게 된다. 이래서 부족하고 다른 아빠들은 어쩌구 저쩌구..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했던 말들이였지만 그게 아버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초라하게 만든건 아닐까.. 생각든다.

『때로는 의도와 상관없이 내뱉은 어떤 말들이 누군가를 난처하고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로인해 말로 빚을 질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나는 그날의 감정을,살면서 한두 번쯤 의무적으로 마주쳐야 할 과제쯤으로 생각한다.』

 

말로 빚을진다.. 이 구절을 읽으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는 그동안 말로 빚을 얼마나 지었을까?

의도치않게 일부러 상처 주려던 건 아닌데 우스갯 소리로 했던 말이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냥 들으면 웃고 넘길 말이지만 그 사람에게 그 말은 들춰내면 안되는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의 상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4장의 삶이 삶을 걸어 들어간다

 

『 대개 말은 누군가에게서 흘러나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어가고, 그건 한 삶이

다른 한 삶에게 보내는 우편 같은 거니까, 말의 종착지는 결국 누군가의 삶이고,

하여 자신의 범위 내애세 이해 가능할뿐이라고』

따뜻하기도 하고 때론 뭉클하기도 한 '말'. 그 말속에 녹아내린 깊은 의미를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표정,손짓 만으로도 말보다 더 큰 대답이 될 때가 있다.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우리 모두에겐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상대가 힘들어 할때 명쾌한 답변이 ㅇ니더라도 그냥 옆에서 묵묵하게 들어주는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의 섣부른 위로가 상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것은 아닐까? 내가 무어라도 되는냥 상대에게 한 조언이 그 사람은 만족하며충분히 잘 지내고 있는데 그 사람의 삶을 내가 감히 판단한 것 아닐까?

 

책을 읽으며 말의 표현 하나에도 참 여러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고, 사람에 대한 연민또한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일상 속 소소하게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소소한걸 소소하다 생각치 않고 의미를 담아 녹여내고 살을 붙혀 다른이로 하여금 생각 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마치 '제가 겪은 실수는 여러분들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 해주는것 같았다.

 

책의 구절구절 작가의 표현력이 참 매력적이다.  저 멀리 기차소리가 들리는  다리밑에 앉아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친한 지인과 함께 소주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얘기 저얘기 나누는 기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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