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Jewel Edition) 연시리즈 에세이 1
이제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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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1992년 생의 '이제'라는

작가이다. 나이에 비해 쓰는 문체나 표현력이

너무도 아름답기도 하고많은 깨달음을 주는

글이라 읽고 다시 읽은 페이지가 꽤 된다.

 

책 디자인 또한 특이한데 이기준디자이너가

아마도 최초로 시도한 텍스트 기울기와 그래픽

아트 표지를 사용했기에 더욱 특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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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담은 듯 보이는 산문집

이지만 소제들이 독특했다. 그중

'헌 애착'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헌 물건이지만 버리지 못하고 딱히 입지는

않아도 구석구석 자리를 메우고 있는 나의

물건들이 꽤 된다. 요즘 미니멀라이프를 위해

하나 둘 정리 중이다. 저자는 구제를 좋아했고

구제시장에 걸려있는 옷들의 냄새가 좋아

다고 한다. 글 끝에 살아가면서 더 많은

물건을 만나고 더 많은 애정을 묻히고 그

물건들이 타인에게 가서 또 다른 의미로

태어날 거란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쓰지 않는 물건들이 누군가에겐

정말 필요한 물건이 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듯 사랑받지 못하는 유기견

들도 꾸미고 사랑받으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그 천사 같은 아이들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내 작은 노력 하나로 아이들의 생사가

바뀌다 보니 힘들어도 포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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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요즘 인간관계로 마음이 힘든

내게 위안이 되었던 문장이 있다.

 

'나의 우울함이 타인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

 

'소중하게 생각해 온 친구가 나의 불행을

자신의 위안으로 삼았다.'

 

남 일 같지 않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나의 행복을 바란다는 착각을 해 왔는데

누군가에겐 나의 불행이 그를 행복하게 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슬프다.

 

나는 저자보다 십 년을 넘게 더 살았는데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인생

공부는 나이순이 아님을 느낀다.

 

'무언가를 등지고 걸어가는 건 그 반대편에

다가가는 일이기도 하다.. 해를 떠나 파도의

가슴팍에 안겨오는 빛처럼 .. '

 

저자가 글 속에 담아내는 표현력이

아기자기하고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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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사회 초년생일 나이에 인생의 무게를

느끼고 깨달음을 얻은듯한 글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

하려 했던 그녀는 죽음의 순간 역설적이게도

살고 싶어 발버둥 쳤다.

 

나도 매일매일이 지치고

힘들어 '이젠 그만하고 싶다.. 언제쯤

이 고된 일들이 끝날까..' 지친다고 외치지만

만약 내게 죽음의 순간이 온다면 아마도

힘든 일상들이 가장 사무치게 아쉬운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아직은 이르다며

허투루 밀어내었는가. . 유난한 것들의 닮은

구석을 찾으며 살아갈 힘을 내보려 한다.'

 

'축축하고 어두웠던 자리에서 하얗고 노란

것들이 피어난다. 경계하는 것들은 바스러지고

말간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 다시 곱씹어 읽다 보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새로우면서도

신선한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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