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한 마리 기를 때는 몰랐는데 두 마리를 기르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둘째 아이가 사고를 많이 쳐서 혼내다보면 자신의 잘못을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같고 내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으면서도 못 알아듣는 거 같고 딴청만 피우고 하품만 해서 답답했는데 책을 읽고 난 뒤 무릎을 탁 치고야 말았다. 즐겨보는 프로 보듬 컴퍼니의 대표 깅형욱 훈련사님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자주 등장하는 훈련법들도 책 속에 등장하니 견주 분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감수, 사진을 맡은 강형욱 훈련사님은 이 책을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고쳐볼 마음으로 읽는 거라면, 후회하게 될 수 있지만, 내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 읽는 거라면 망설임 없이 책을 추천한다고 한다.
나는 후자이기에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으며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다. 많은 견주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보여주는 몸짓에 담긴 의미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화가 났을 때 달려오는 반려동물로 인해 눈치 없다고 더 혼낼 수도 있지만 아이의 속 마음은 '진정하세요.'라는 뜻이며 내게 다가와 천천히 꼬리를 치고 고개를 돌리며 하품을 하는 등 마음이 진정되게 돕기 위해 하는 행동들의 의미를 알게 되니 눈물이 났다. 얼마 전 어느 봉사자가 몇 년 간 학대받은 개를 구조해 새로운 입양자에게 입양했지만, 그 개는 둔기로 맞고 쓰레기 봉지에 넣은 채 버려졌다. 두들겨 패서 죽인 이유가 발톱을 깎는데 협조를 안 해서 화가 나서라고 했다. 몇 년간의 학대를 받은 아이는 당연히 두려움이 있었을 거고 그렇게 상처가 있는 아이를 데려갈 땐 여러 가지 상황을 감당할 준비를 한 상태에서 입양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고 그렇게 힘겹게 두려움에 떨며 죽어간 아이가 가여워서 마음이 미어졌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싸우고 싶지 않아 하며 전 세계 개들의 공통언어인 카밍 시그널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투견들은 오직 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목숨 걸고 했겠구나..'란 생각에 마음이 아파졌다. 폭력성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물론 저자는 외국인이고 우리나라보다 동물을 대하는 처우가 훨씬 더 좋겠지만, 저자의 마인드와 교육방식 그리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카밍 시그널'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